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66화(267/377)
< 266편 >
미국 600만 배럴 증산 결정!
“왜 미국이 지금 와서 전쟁에 뛰어든단 말인가?”
사우디 국왕이자 총리인 압둘라는 연달아 터진 비보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바란 것은 사우디에 영광을 가져올 희보였건만, 돌아온 건 사우디에 파멸을 알리는 선고문을 들고 푸른 말을 탄 기수니, 국가의 지도자인 압둘라가 한탄하지 아니하고 어찌 배긴단 말인가?
사우디의 발악으로 시작된 유가 전쟁이었지만, 줄곧 수세를 고수하던 친구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갑자기 도대체 왜 공세로 나왔단 말인가?
사실 조만간 이 무의미한 전쟁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이유인즉, 빌어먹게도 미국의 석유 회사들은 잠시 휘청거렸을지언정 흔들리거나 무너지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말로 무너지지 않은 곳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는 거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예상했는지, 혹은 어디서 급하게 돈을 당겨 온 건지 정부에서 나서서 셰일 가스 산업을 보호하고 있었다. 덕분에 석유 재벌들은 그 여느 때보다도 더 열렬하게 정부를 찬양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쪽 계열에서 도저히 광신은 아니어도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높은 지지도였다. 역사상 이토록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던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우디의 공포가 부시의 정치를 도와준 셈이었다.
제 살 깎기도 한계가 있었다. 이 유가 전쟁에 러시아가 이 미친 상황을 어떻게든 종결해 보겠다고 참전한 상황에서 미국까지 반격을 시작한다면, 도저히 버틸 겨를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누적된 사우디의 재정 적자는 1~2년 정도 기 쓰면서 모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차라리 도중에 멈췄으면 싶지만, 이게 그냥 멈춘다고 멈출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게 아닌지라 사우디를 더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도저히 결정적인 계기가 없으면, 이 유가 전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2005년 4월 2일, 돌연 그 계기가 나타났다. 언론에서는 같은 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하느님의 곁으로 떠났던 탓에 교황 서거를 중점으로 다루었지만, 각국 수뇌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무의미한 유가 전쟁의 끝이 드디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했기 때문이었다.
사우디의 국왕이자 총리인 ‘파흐드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 사망했다.
사우디는 이젠 왕은 국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입헌군주제로 변환한 서방세계와는 달리, 중세시대처럼 아직도 왕이 정부 수반이자 국정에 참여하는 형태인 전제군주국이었다.
본래부터 뇌졸중으로 목숨이 오락가락하고 있던 도중인지라, 제1왕위계승자인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줄여서 압둘라 부총리의 섭정을 받고 있었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알라께서 드디어 낙원에 자리를 만드셨는지 파흐드를 데려가셨다.
따라서 부총리이자 왕세자인 압둘라가 국왕으로 즉위하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고, 그는 드디어 80세의 나이에 사우디의 지도자가 되었다.
“양키나 루스키나 모조리 한패들이야!”
분노한 노인의 손에 잡힌 화려한 장식물들은 난생처음으로 공중을 날아다녔다.
압둘라는 그렇게 염원하던 국왕이 되었건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애당초 1995년에 섭정이 된 직후부터 이미 사우디는 그의 것이었고, 직책이 바뀌었을 뿐 하는 일은 그대로였다.
전쟁은 혼수상태의 선왕이 시작한 게 아니었고, 집무실 책상 위에는 여전히 막대한 국가 적자를 기록한 보고서가 올라왔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우디의 산유국 지위를 유지하고 갑자기 부상한 미국의 셰일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해서 작정하고 시작한 전쟁이었지만, 이 전쟁은 이미 사우디가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야 러시아에서도 반응이 있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두 눈을 부릅뜬 채 악을 쓰며 죽이려고 멱살을 잡아 올릴 수준인 줄은 차마 몰랐다.
원유 수출을 큰 폭으로 줄였을 때는 수출 중단이라도 시켜서 유가를 정상화할 요량인가 싶었지만, 실상은 품속에서 사우디의 무방비한 복부를 노릴 단검을 벼리고 있었다.
러시아는 사우디가 소득 없는 원맨쇼로 진땀을 빼고 있을 무렵, 드디어 좀 쉬려는 찰나에 그동안 생산하여 비축한 정유를 모조리 풀어 사우디까지 크게 엿 먹였다. 덕분에 유가는 저유가를 넘어 아예 마이너스를 찍을 수 있었다.
석유 선물로 돈 좀 벌어 보려던 사람들은 진즉부터 허드슨강에서 이승으로부터 저승으로 가는 유서 깊은 자유형을 선보이는 도중이고, 진실로 돈 많은 인간은 이 위기를 기회로 보고 더 돈을 벌어들였다.
위기는 기회다. 태곳적부터 바뀌지 않는 진리였다. 단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건 우연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역량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사우디에는 그럴 역량이 없었다. 그뿐이다.
아마 미국 대통령이 예견하고 예산을 미리 준비해 두지 않았다면, 혹은 러시아가 미국과 테러리스트들에게 사방팔방으로 두들겨 맞고 독이 잔뜩 올라온 상태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무난하게 미국의 셰일 산업을 압박하고 단지 그것으로 끝났으리라.
그러나 사태는 악화일로만을 걷고 있었다. 미국은 미리 예산을 배정하여 대처하고 있었고, 러시아는 시베리아 불곰의 저력을 군대가 아닌,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에 잠든 천연자원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사우디만의 단말마일 리가 없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했다. 한 10년 뒤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서 유가 전쟁을 한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막상 멀쩡해 보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 막대한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말로 다 같이 죽자는 거야, 뭐야?”
압둘라는 등골로부터 저벅저벅 걸어 올라오는 절망감에 머리를 감싸 맸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단지 그 방법들 하나하나가 현재 사우디에는 전부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대로 물러서지 않고 미국의 셰일 산업만 제대로 짓밟을 수 있다면 반대로 그 상처들은 영광의 상처가 되어 사우디를 좀 더 높은 곳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단지 그것은 지금 정황상 요원해 보였다.
이대로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불리한 상태로 협상 테이블에 앉느냐? 아니면 이대로 버티면서 알라께서 사우드 왕조를 어여삐 여기사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무언가 사달이 나서 생길 기회를 기약 없이 마냥 기다리느냐?
압둘라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 * *
“그런가? 수고했네.”
부시는 담담한 표정으로 사우디 압둘라 정권의 동향을 보고 받았다. 완전하진 않았지만, 미래를 알고 있기에 얼추 때려 맞춘 사기 포커는 확실히 효험을 보고 있었다.
사실 동향 보고라곤 했지만, 그렇다고 이게 007에서나 볼법한 첩보 작전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부시가 알고 있는 입수 루트 중에서는 완벽하게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루트였다.
바로 아프가니스탄 정권 복권으로 인해 다시 수립된 주사우디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받은 보고였다.
주사우디 미국 대사관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빌미 삼아 2001년 8월 당시 철수되었었는데, 아프가니스탄이 정상화되자마자 대사관 정도는 허락할 수 있다면서 다시 설치되었다.
여하간 사우디의 상황은 구태여 비공식적인 루트가 아니어도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냥 밖으로도 어지간히 왕실의 동요가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실 아주 약간의 안목만 있다면, 사우디가 제 살 깎아 먹기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도 알 수 있으리라.
한계점에 대해서 정확히 따자면, 사우디에서 무언가를 희생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정상으로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한 줌에 불과하고 훈련도는 개판이긴 하지만, 그래도 장비만큼은 우수하여 예산은 잡아먹을 대로 잡아먹는 국방군 같은 것 말이다.
“비서실장.”
“예, 대통령님.”
“드디어 확신이 서는군. 집권 초기에 말했듯 이제 미국은 석유 때문에 중동에 더는 신경 쓸 필요 없지. 셰일층에서 곤히 잠자고 있는 우리의 검은 황금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족히 200년은 쓸 수 있어. 그리고 그 200년이면 이미 미국은 석유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발전해 있을 거야.”
“그건 너무 희망적인 관측 아닙니까?”
“희망적인 관측치곤 해 놓은 게 너무 많지. 만약 이렇게 해도 안 되면 그건 미국이 망할 운명이라는 거겠지. 아니 그런가?”
실로 그러했다.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설득해서 따낸 꾸준한 우주 개발 투자로 인해 200년 뒤에는 지구가 아니라 태양계 어디쯤에서 대량으로 자원들을 캐 올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더불어 부시는 적어도 본인이 죽기 전에는 달 기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아마도 중간에 ‘사달’이 벌어지지 않으면 실제로 그렇게 되리라.
구체적으로 2008년에 벌어질 예정이었던, 세계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끔찍한 경제 대공황이라든가, 혹은 돈을 퍼먹기만 하는 소득은 별로 없는 계륵이나 다름없는 이라크 전쟁 같은 것이라든가. 남부의 정유 시설 및 시추 시설을 모조리 박살을 내 버릴 초거대 허리케인이라든가.
전자는 방법이 없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정확한 대처와 빠른 복구를 실천하면 그만이었다. 그것을 위한 방파제였고, 그것을 위한 구호 물품이었으며, 그것을 위한 대규모 합동훈련이었다.
지금은 여기저기 원조라는 이름으로 새어 나가고 있긴 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저장해 두어도 쓸데없게 변하리라는 생각에 최대한 많이 풀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지금은 단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왜냐면 어떤 방식으로든 구호 경험을 얻을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다만 지진이 네 번이나 일어난 것을 고려했을 때, 그 허리케인이 정말로 오리란 보장은 없지만…….’
그러나 그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당장 국고에 여유가 있는데 재난을 예방하지 않는다면, 그건 죄악이었다. 게다가 카트리나가 아니더라도 다른 허리케인이 생길 수도 있었다.
‘내 임기가 아니긴 하지만, 2011부터 2019년까지 족히 어림잡아 10번은 되는 허리케인이 미국을 무자비하게 쓸어 버렸다. 대비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부시는 자신의 선택이 매번 최선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차선은 된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온 결과들이 부시의 자부심을 대변하고 있었다.
“200년이 흐르고 나면 나는 죽어 있겠지만, 내가 피땀 흘려 남긴 유산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겠지.”
적어도 부시의 치세가 역사책에 제법 호의적으로 적히리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리고 만약 그날이 오면.
“우주 공간 저 너머 어딘가에서 휘날릴 성조기를 위하여.”
드디어 부시는 그가 꿈꿔 왔던 세상이 왔노라고 외치리라.
“서류에 사인을 하셔야죠.”
“아, 그렇지.”
이 사인으로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리라. 물론 그것이 집채만큼이나 남아 있긴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런 제기랄! 그놈의 고속도로 신설! 누가 이런 걸 올렸나?”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