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67화(268/377)
< 267편 >
우주라고 하면 사실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있는데, 그건 바로 우주 개발 국가기관을 가진 여섯 나라다. 그건 바로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 인도, 일본이다.
최근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간 나라는 단언컨대 미국이고 다음으로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일본이었다.
먼 훗날 자본의 힘에 밀려 중국에 추월당할 운명이라곤 하지만, 부시와 바이러스의 손에 의해서 중국이 잠시 좌절되어버린 덕택에 일본은 여전히 2위의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어쨌든 경제 2위씩이나 되다 보니까 우주선에도 투자할 돈이 있었다. 한때 세계를 양분하는 거대한 힘에 의하여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행위 자체가 가히 ‘전쟁’에 준할 정도로 최고 중요한 행사로 손꼽힌 행사였지만, 21세기에 진입하고 나서 우주선 자체를 쏘아 올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사실 돈과 부지만 있으면 그 어떠한 나라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각 부품은 선진국에서 구매해 오면 그만이고 인재를 갈아 넣어서 우주로 발사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럼 그게 날리는 거지 뭔가. 물론 그 날린 로켓이 공중에서 국민의 세금과 함께 날아가느냐, 아니면 그들의 염원대로 궤도에 무사히 안착하느냐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일본은 돈과 기술력 전부를 가지고 있는 몇 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이었다.
프롭기에 사람 태워 카미카제나 날리다 탐사 로봇을 실은 로켓을 우주로 무사히 날리니, 물심양면으로 진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보고 자극을 받은 일본 정부는 지금을 일종의 기술 발전 특이점으로 보고 JAXA(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에 소극적으로나마 배정된 예산을 늘렸다.
아직은 국내에 투자할 곳이 많았던 탓에 그리 크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M-V를 한 번 더 개량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미 성능으로는 세계 제일이라고 일컬어졌지만, 발사 비용이 약 57억 엔에 달하여 정부로 하여 필요할 때마다 57억 엔을 들여서 이것을 발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했다. 따라서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비용은 절감하기 위한 M-VI가 개발 중이었다.
훗날 이렇게 개발된 가성비 로켓에는 여러모로 타협이 가해져 아예 M 시리즈에서 떨어져 앱실론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이는 먼 미래의 일이었다. 단지 원 역사보다 개발이 빨라졌을 뿐이었고 세부적인 설계가 조금 바뀌었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한 발자국 더 걸어갔다고 할 수 있으리라.
미국의 적극적 개입으로 인해 독도에 명분이 제거됨으로써 분쟁이라고 할 만한 곳은 센카쿠 열도와 쿠릴 열도만이 남아 있었다. 다만 사실 이 둘 전부 분쟁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에는 너무나도 명명백백하게 실효 지배가 이뤄지고 있었다.
센카쿠 열도의 경우에는 일본의 실효 지배가, 쿠릴 열도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실효 지배가 이뤄지고 있었으며, 전자의 경우에는 가장 강력한 주장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이 매우 소극적이었다.
남아 있는 여력을 숨기고 다시 한번 부상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분쟁을 강경책이 아닌 유화책으로 맞받아치고 있었다.
예전 모습이 무방비한 사냥감을 포착한 호랑이와 같았다면, 지금은 마치 포식자를 목격하고 잔뜩 움츠러든 천산갑과도 같았다.
“같잖은 놈들이군.”
푸틴은 글자에 하나, 문단 하나에서 우러나오는 좆같음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감수해 내며 보고서를 차분하게 서랍에 밀어 넣었다.
우주 개발 선도는 전통적으로 언제나 러시아 연방 우주국의 차지였다. 정확히는 소련 시절 중구난방 연구 기관들이었지만. 어쨌든 21세기 넘어오면서부터는 다소 엎치락뒤치락하긴 했으나, 결국 아직까지는 도토리 키 재기였다.
돈만 가져다 박는다고 결과물이 팍팍 나오면 그게 우주 개발이겠나? 공장 대량생산이지.
물론 NASA의 기술력을 얕보는 건 아니다. 냉전이 끝나면서 서로서로 약해지긴 했어도 어디까지나 NASA는 NASA다. 그러나 달 기지 같은 허무맹랑한 목표를 잡고 움직인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러시아 정부는 NASA가 단지 대외적 홍보가 아니라, 진실로 가까운 시일에 기어코 달 기지를 세우고 거기에 성조기를 꽂아 넣을 작정임을 알아냈다.
알게 뭔가. 우주 개발에서 국력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하려면 그건 아마 푸틴이 권력을 잃은 다음일 터다. 그리고 푸틴은 죽기 전에는 손에서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고 짧게 살 생각도 없다.
다시 말해서 달 기지가 지어졌다고 한다고 한들, 결국 그것에서 제대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는 건 적어도 21세기 말엽이나 가능할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일본.”
쿠릴 열도 건으로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었다. 어느 시점까지는 단지 극우 세력들이나 시민들의 시위에서 그쳤지만, 고이즈미는 제 권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는 모양인지 악을 쓰며 움켜쥐고 있었다.
손아귀에서 권력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간다고 한들 손가락 틈을 좁히면 모래알이 손안에 머물게 된다. 문제는 그 틈을 좁힐 방법인데, 아무래도 고이즈미는 그 방법으로 근래에 많이 위축된 러시아를 건들기로 한 모양이었다.
정말로 받아 내리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러시아에 그렇게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이즈미가 러시아 개새끼를 외칠 때마다 고이즈미의 인기는 러시아의 분노를 산 만큼 정직하게 올라갔다.
“이런 원숭이 놈들이 날뛰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군축하고 싶지 않았던 건데.”
단지 군대 규모를 조금 축소했을 뿐인데, 러시아라는 거대한 전함이 정말로 기운다고 생각한 놈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정말로 군축하지 않으면 제 몸조차 가누기 힘든 거포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균형을 잃고 절로 침몰하게 생겼는데. 살려면 포를 떼어 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군축 덕분에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긴 했다. 유가로 개판이 난 덕분에 예산에 메꿔야 하는 부분을 메꿀 수 있게 되었고, 미봉책으로나마 일자리를 창출했다.
거기다 퇴역시킨 군인 중 일부는 군무원으로서 활용했으며, 그렇지 아니한 이들도 임시로나마 만든 일자리에 강제로 욱여넣었다.
강제로 전역하는 바람에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군인들이 어디에 손을 댈지 눈에 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임시로나마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는데, 이는 러시아의 특성에 기인한다. 푸틴이 주먹을 내려치기만 하면 벌벌 떠는 곳이 바로 러시아라는 나라였다. 러시아 안에서 사업하고 싶거든 절대적으로 푸틴의 의지를 따라야만 했다.
물론 그들도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반항하겠지만, 퇴역한 군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고이즈미의 그 ‘강력한 주장’ 덕분에 쿠릴 열도에 폭격기나 전투기를 순찰시키거나 모든 섬 자체를 거대한 군사시설로 개조하려는 계획 등 푸틴도 쿠릴 열도에 대해서는 꽤 신경 쓰고 있었다. 전쟁 걸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돌려달라는 건 뭔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차라리 원주민이었던 아이누족이 봉기하여 일본에서 분할된 다음에 자신들의 정당한 영토였던 쿠릴 열도를 돌려달라고 아우성치면 그땐 손익이라도 제대로 계산해 볼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지금 시점에서는 고려는커녕 생각해 볼 가치도 없는 주장이었다.
물론 푸틴 또한 정치, 외교적인 이유로 돌려주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현재 쿠릴 열도에 거주 중인 러시아 국민은 그것을 용인하지 않았고, 그들의 각오를 확인한 푸틴 또한 생각을 달리 하였다.
다만 거기에 그 ‘정치’적인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경제 원조 문제도 있고 여러모로 복잡한 열도였다.
그리고 가증스러운 미국. 그 빌어먹을 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분쟁이 없으려거든 그냥 그 누구도 견주지 못할 강력한 힘을 가지면 그만이거나, 혹은 그 분쟁 요소 자체를 모두 파괴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남의 땅 빼앗아서 만들어진 국가 아니던가? 입을 털 때마다 말하는 걸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뭐? 중국과 대만의 영토 분쟁을 규탄해? 조지아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겠다고? 웃기고 있군. 그야 당연히 자기네들은 쏙 빼놓고 말하겠지. 어디 그 축복받은 땅이 자기네들 것이던가?”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쉬지 않고 본래 주인인 아메리카 원주민을 학살했다. 이는 러시아도 비슷하다. 동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강경책과 유화책을 병행하며 시베리아 원주민들을 포섭하거나 학살했다. 단지 러시아와 미국이 승자이고, 시베리아 원주민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힘이 없어 제대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을 뿐.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드미트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푸틴의 옆에서 푸틴의 행동거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드미트리는 적어도 러시아 정치판 안에서는 푸틴의 제일가는 심복이었다. 푸틴은 그를 자기 혈육인 딸보다도 신뢰하고 있었다.
그는 푸틴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되더라도 큰 행동을 보이지 않고 다음 임기 때 푸틴에게 받았던 권력을 그대로 돌려줄 만한 남자였다.
적당한 능력에 적당한 야망이 있고, 그 이상으로 절대 넘보려 하지 않는다. 더불어 푸틴과 여러모로 합도 잘 맞으니, 푸틴이 그를 친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혼잣말하는 취미는 없네. 어서 자네 의견을 말해 보게.”
단지 최근 들어 자신이 답답해지면서, 메드베데프 또한 답답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는 푸틴의 파트너가 될 수는 있어도 푸틴보다는 절대로 뛰어나지 못했다. 푸틴은 절대로 자신보다 뛰어난 이를 자신의 곁에 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
사실 푸틴이 아니더라도 다 비슷하긴 했지만, 특히 푸틴의 경우에는 러시아라는 나라를 온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라도 낭중지추로 색출된 능력자들을 모조리 자신의 손아귀에 넣거나 제거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우직하게 ‘저는 대통령님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푸틴이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닌 듯싶었다.
아마도 전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미국과 미국이 감싸 도는 국가들. 그러니까 일본 따위에 자존심을 박박 긁어놓은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리라. 평소에는 썩 그렇게 신경 쓰지 않던 우주 개발까지 걸고넘어지는 것을 보면 확실했다.
“멀리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가까이 있는 것부터 처리하는 게 어떠신지?”
요컨대 너무 국외에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임과 동시에 미래보다는 현재를 생각하라는 조언이었다. 사실 조언보다는 덕담에 가깝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푸틴은 화를 누그러뜨렸다.
“가까이 있는 것이라.”
다만 푸틴에게는 그게 조금 다르게 들렸던 모양이었다.
“자네 말이 맞아. 그렇지. 멀리 있는 것보다는 가까이 있는 것부터 중시해야지. 문제를 한 번에 풀어 낼 게 아니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 나가면 되는 거야.”
그날은 푸틴이 그동안 모아 온 원유를 시장에 품과 함께 가스프롬에 최대치로 원유 증산을 명령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