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68화(269/377)
< 268편 >
“러시아가 증산을 또 했다고?”
백악관에서 바쁜 와중에 호밀빵 사이에 참치를 끼운 샌드위치를 먹다가 믿지 못할 소식을 듣곤 얼굴을 굳혔다. 원래도 맛대가리 없던 건강식이 더 맛대가리 없어졌다.
“예, 그렇습니다. 아마도 사우디나 저희 셰일 업계를 정말로 말려 죽일 작정인 것 같습니다만.”
작년 그리스 올림픽 개회식에서 만난 푸틴의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과연 전 KGB 요원. 절대로 얼굴에 드러나거나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나누는 대화에서는 당장이라도 부시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태도가 다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떠올린 부시는 이번 증산이 미국과 사우디를 동시에 저격한 것임을 확신했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지.”
이 무슨 어리석기 짝이 없는 치킨 레이스란 말인가? 물론 그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었다. 사실 부시가 그 입장이었다면 외교고 나발이고 일단 만나면 주먹다짐부터 시작했을 터였다.
그래도 부시의 천성 덕분에 정말로 흥분하면 앞뒤 없는 깁갑환처럼 주먹다짐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그 태도나 지금 전쟁 선포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거다.
그러나 덕분에 비산유국들만 신났다. 그러나 참으로 웃긴 점은, 그 유가라는 게 차트상에서는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정작 국민이 저유가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주유소에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것은 주유소 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주유소에서 일정 이상으로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건 유류세 때문이었다. 정부에 내야 하는 세금인 유류세가 붙어 버리니, 당연히 기업은 가격을 일정 이하로 내릴 수가 없다.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추가 조치 말씀입니까?”
부시가 물어봤지만, 비서실장도 따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 이게 최선이었던 탓이다. 미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셰일 산업이 고사하지 못하게 목축일 물을 내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여기서 더 추가 조치를 하다간 도리어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일단 명령이니 어떻게든 잔재주라도 긁어모아서라도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
“사우디와 협상을 해 보심이 어떻습니까? 조금 이르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보조금이 먼저 고갈될지도 모릅니다.”
특히 부시가 다 같이 죽자면서 보조금까지 투입하며 증산까지 하는 바람에 국고 자체를 완전히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는 정말로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공격하는 측은 분명 사우디였는데, 어느 순간 난타전이 되어 버렸다.
애당초 사우디와 미국은 석유에서만큼은 체급이 달랐다. 언제나 미국이 약자였고, 사우디는 강자였다. 다만 이번에 미국은 링 위에 총 들고 풀 플레이트 갑옷을 두르고 나갔다는 점이 문제지.
“사우디라. 근본적으로 그치들이 벌여 놓은 일이긴 하지.”
통상의 전쟁과는 달리 이겼다고 해서 그들에게서 뭘 뜯어낼 수 없을 터였다.
‘기껏 해 봤자 유가 정상화 정도겠지.’
이걸 뜯어낸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부시가, 더 나아가는 미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던가. 다만 이번 경우에는 상부상조라고 하는 게 맞으리라. 아마 미국과 사우디가 합의를 보면 자연스럽게 러시아 또한 유가 정상화에 힘을 합치리라.
“하지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럼 내밀게 하면 그만 아닙니까? 왜 이런 일로 고민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건 전혀 대통령님답지 않습니다.”
실로 그러했다. 그 말을 들은 부시는 한 대 얻어맞기라도 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답다면 자신다운 생각인데 그렇게까지는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비서실장도 어느새 부시 자신에게 물든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생각해 보라.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핸들과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그리고 클러치로 구성되어 있다. 자동화의 발전에 따라 클러치 페달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요점은 방향, 가속, 정지, 변속이다.
방향과 가속은 부시가 전적으로 맡는다. 그동안 미국이라는 거대한 몬스터 트럭의 방향을 트는 건 부시의 역할이었고, 불분명한 정답을 향해 가속시키는 것도 부시의 역할이었다. 이를 더 가속시키거나 감속시키는 건 변속이다. 이는 의회의 역할이다. 대통령이 방향을 지시하면 그들의 신념과 정치적인 의사에 따라서 가속과 감속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동안은 제법 가속만 해 왔다.
그렇다면 브레이크. 그러니까 제동은 비서실장의 것이었다. 의회는 부시를 느리게 만들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다. 부시를 붙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비서실장뿐이었다.
이는 부시가 비서실장을 필요 이상으로 신임하는 탓도 있었지만, 반대로 말해서 비서실장의 말만큼은 반드시 믿는다는 말이기도 했다. 어디 차르 이인자 꼭두각시인 양 ‘그럼요 당연하죠. 네네.’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올라온 보고에 대한 신뢰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부시가 너무 막 나간다 싶으면 부시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럴 권한을 주었고 권리를 주었다. 그래 봤자 부시 본인의 심상 안에서 준 권한과 권리인지라 정작 그것을 가지고 있는 비서실장은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지만.
그런데 자동차에서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면 말로가 너무나도 뻔하지 않은가? 어차피 궤도에 오른 이상 부시 본인이라도 최대한 주의하기로 했다. 단지 이제는 하다하다 기어 빼곤 부시가 전부 조작해야 하니 심정이 다소 복잡했다.
어쨌든 비서실장이 하는 말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그 말은 지금보다 더 증산하자는 이야기인가?”
그깟 마음만 먹으면 가랑비야 얼마든지 맞을 수도 있지만, 굵직한 장맛비가 내리면 결국엔 피하는 법이다. 천하의 제일 산유국 사우디라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되고 그것이 장기화하면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놓을 수밖에 없다.
단지 그 장맛비를 내리려면 어마어마한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서 그렇지.
“왜 안 됩니까? 천천히 말라죽을 바에는 차라리 조금 무리하더라도 일찍 끝내서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썩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우디가 이걸로 원한을 가지고 죽자 사자 질질 끌 수 있다는 점만 쏙 빼놓는다면 말이다. 좀 후려친다고 쫄아서 항복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차라리 진짜 전쟁이라도 하면 모를까.
반군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당나라 군대 그 자체인지라 아마도 전쟁이 나면 아프가니스탄 꼴이 날 확률이 높았다.
‘국방비 지출이 세계 3위면 뭐 하나. 훈련 수준이 북한 미만인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젠 북한도 한국에 흡수되어 사라졌으니, 이젠 북한 미만이 아니라 사우디 미만으로 기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우디는 군대라는 게 돈만 가져다 박으면 해결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걸 아닌 걸 알고 있는 사람도 사우디에 얼마든지 있겠지만, 그걸 고칠 의지나 의사가 없으니 저대로일 수밖에.
“으음.”
그래서 막 나가기 좋아하는 부시가 비서실장이 내놓은 안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느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구태여 오버킬을 할 필요가 있을까? 오버킬의 끝은 MAD(상호확증파괴)다.
요컨대 다 같이 죽자고 꼬장꼬장하게 나올 수도 있었다.
“구태여 이렇게 위험한 도박에 발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내키지 않는다면 그걸로 좋습니다. 저는 그저 조언할 뿐입니다.”
부시가 미적지근하게 나오자 비서실장이 한 발 뺐다. 성향이 조금 과격한 쪽으로 치우치긴 했어도 그의 근본은 대통령의 곁을 지키고 묵묵하게 보좌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미리 이 유가 전쟁을 끝내 놓는다면 미국은 명실공히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산유국이 된다. 원 역사에서는 이것이 2008년 대공황으로 인해 다 죽어 가는 미국을 살리는 호흡기가 되지만, 이미 여러 조치로 인해 날아다니는 미국에는 제트 엔진을 달아 주는 격이었다.
‘이 지랄을 시작한 사우디라고 해서 다를 것 없고, 지금 막 시작한 러시아라고 해서 다를 것 없다. 그들은 우리 이상으로 무리를 하고 있어.’
국제 관계에서는 얼마든지 이해관계가 맞으면 어제의 개새끼가 오늘의 강아지나 사냥개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특히 이번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더더욱.
‘확실히. 채산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방어에 다 써 버리면 본전 말도긴 하지. 다른 것도 아니고 어차피 석유니까 의회에 기웃거리지 않아도 알아서 어떻게든 적절한 선에서 합리적인 타협안을 내놓겠지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시가 원하는 건 21세기를 주도하는 미국이었다. 지금 상태로는 여유는커녕 도리어 빡빡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 이상을 넘어가면 미적지근하게 넘어가 버릴 터였다.
‘거기다 국방비 문제도 있고.’
의회를 죽어라 설득해서 국방비를 좀 늘려 놓았다. 그것만으로도 군 장성들의 마음을 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모든 군인이 부시를 존경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F-22 사건 등 각종 퍼포먼스로 인해 부시의 지지도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군내 파벌 문제는 차마 건들지 못했지만, 기회가 나면 완전히 박살 내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 그 기회가 잡힐 듯싶었다.
“협상은 우리가 꺼내도록 하지. 마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건으로 평화 노선을 걷고 있으니까.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고.”
이게 결정적이었다.
저들끼리는 죽어도 협상의 ‘ㅎ’도 안 꺼낼 것 같고. 그리고 협상하자고 요청해서 자리를 만들어도 제대로 협상이 돌아가기는커녕 러시아와 사우디가 사이좋게 서로 ‘아, 우리 땅에 석유가 많아서 좀 재고 정리 좀 하려고요. 아 진짜 많다고! 더 뽑을 수 있다고! 아, 들어와! 2배 증산!’ 이런 내용을 에둘러 외교적 수사로 꾸며서 협박만 하다가 서로 속으로 비명 지르면서 증산만 결정하고 끝날 게 너무나도 뻔한데 이대로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있나.
“협상장은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그것이 문제긴 했다. 군말 없을 것 같은 곳이 대충 어딘가 가늠해 봤는데, 나오는 답이 딱 하나 있었다.
“독일.”
차마 프랑스를 말하지 않은 건, 지난날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건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 별 탈 없이 회의는 끝났고 공항 보안도 강화되었으며 경찰력도 배로 증가했지만, 편견이라는 게 어디 그리 쉽게 없어지겠는가.
얼굴에 먹칠을 당하다 못해 아궁이 잿가루에 문대 버린 프랑스의 자존심은 중동을 가만두지 않았지만, 애당초 테러리스트의 아지트나 서식지는 동남아로 옮겨간 지 오래였다.
그나마 중동에 남아 있는 조직들도 뿌리만 남긴 채 본체는 모조리 동이라크에 집결했던 덕분에, 프랑스의 우도(牛刀)는 애꿎은 닭들이나 잡게 되었다.
“독일이 좋겠군. 그들이 반발하면 다른 곳을 찾아봐도 좋겠지만. 예를 들면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이라든가.”
그러나 부시의 걱정은 다행스럽게도 기우로 끝나고 반발은 없었다. 미국, 러시아, 사우디는 각자의 복잡한 사정을 가지고 드디어 독일에서 마련한 협상장의 문턱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