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6화(27/377)
< 26편 >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들 하지만, 사실 연방준비은행은 사기업이다. 뭐, 그도 그럴 것이 연준이 하는 일이란 게 결국 통화정책이라던가, 미화를 발행한다거나, 은행들 통제하는 건데. 이게 결국은 나랏일인지라 싫어도 정부와 밀접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연준의장이나, 이사 같은 높으신 분들은 결국 대통령과 의회의 입맛대로 선출된다. 따라서 연준은 정부의 입김에 노출되는 곳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공기업이라고 봐도 썩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일단 미국 연방 재무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엄연히 표면적으로는 사기업이었다.
어쨌거나 의장을 대통령이 뽑아주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허수아비같이 ‘말씀만 해주신다면 개처럼 일하겠습니다!’ 수준은 아니었고. 대통령이 뽑아준 만큼 그만큼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알다시피 미화. 즉, 미국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였다. 다시 말해 미국 달러를 찍어내는 연준은 세계 경제를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정점에 있는 연준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세계 경제의 주인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들었습니까? 이라크가 진짜 동이라크, 서이라크로 나뉘었습니다. 무슨 냉전 시대 독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아뇨. 아직 못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운이 좋으시군요. 본래라면 저녁 뉴스로 들어야 할 것을 지금 들었으니 말입니다.”
아주 그냥 장벽도 따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열심히 모아오는 정보를 수집해보니 어느 정도 판도가 보이긴 했는데, 러시아는 소련 시절에 얻은 교훈을 잊지 않은 모양인지. 현지에 물자든 뭐든 마구잡이로 뿌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자르카위 수색을 제외하면 최대한 불간섭 원칙을 내세웠다. 자신들의 이념을 중동에 강요하려고 해봤자 쓸모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난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푸틴은 이라크 전체를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로 만들어 버리고 싶어 했지만, 장성들이 그것만큼은 결사반대했기 때문에 동이라크의 문화가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장성이 옷을 벗어야 했음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유럽은 이야기가 조금 복잡했는데, 사담 후세인이 희대의 병신인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지만, 중동 세속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던지라. 세속주의에 물든 이라크인들이 알라를 모독하지 않는 선에서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더 정확히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서방식 자본주의를 구호품과 같이 흡수한 것이었지만, 이념이라는 것이 딱딱 구분되어 있지 않고 조금씩 섞여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 더불어 민주주의 하자고 시위까지 벌였던 인종이다. 그들은 스펀지가 물 흡수하듯 빠르게 민주주의를 받아들였다.
더불어 유럽 연합이 내세운 괴뢰정부 또한 시위대의 지식인 중 친 서방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협조성 자체는 대단하였다. 사실 협조성이 높다기보다는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다는 표현이 더 맞아 들었지만.
그리하여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러시아군과 유럽 연합군이 냉전 시대 이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위에서는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진짜로 제3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하기 전에 발 빠르게 움직여 사태를 진압했다.
덕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유럽 연합에 소속된 온갖 인물들이 회의장에서 반강제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윗대가리 생각이고 당장 현장에서 구르고 있는 장교랑 병사들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다. 실제로 위의 명령을 무시하고 종종 소규모의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동, 서이라크로 분리되는 건 확정사항이었지만, 아직 장벽은 세워지지도 않았고. 수색작전의 동선이 의도치 않게 겹치고 말았기에 자주 얼굴을 맞대게 되었는데, 사사건건 총질이 끊이질 않았다.
물론 지휘부에서는 어떻게든 막으려 시도했지만, 통합군은 말만 통합일 뿐 실상 다른 나라 장교들 이야기를 우리가 왜 들어야 한단 말인가? 현장에서는 현장이 법이다. 뭐, 이런 논지로 무시되고는 했다. 만약 평시라면 징계 먹이고 영창이라도 보내면 그만이었지만, 그것이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는지라. 최대한 기존의 노선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유럽 통합군의 첫 출범이 삐꺽거렸다 정도로 끝날 일이었지만, 윗대가리보다 높으신 분들은 실전보다 좋은 훈련은 없다고 여겼고 전장보다 우애가 싹트는 공간은 없다고 여겼기에, 그만 마구잡이로 섞어버렸는데. 그것이 악재가 되었다.
몇몇 친화성이 높은 부대는 높으신 분들의 의도대로 흘러갔지만, 약 9할 9푼 9리 정도는 그 뜻에 주먹 감자를 먹였기에 부대 사이에서도 냉전이 흐르고 있었다. 당장 프랑스랑 폴란드만 해도 먹는 음식이 달랐고 근무를 서는 방식도 전혀 달랐는데, 여기서는 새롭게 만든 방식에 적응하라고 하니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지옥이 바로 이곳이었다.
보급도 다르고 무기도 다르고 훈련, 이념, 명령체계까지 다른 통합군이라. 어디가 통합되어 있다는 건지 참으로 궁금하구먼.
“실은 말이지. 슬슬 자네 용건에 관해서 이야기해볼까 하네.”
그린스펀은 크게 긴장했다. 실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비서실장으로부터 몇 가지 주의 사항과 함께 정보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꽤 순진한 인물로 이해하고 있었다. 백치 정도로 순진무구하다거나 호구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신실한 신부님 같은 이미지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9.11을 기점으로 저 인간이 회까닥 돌아버리고 만 것이다. 패권주의자들은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였지만, 그것이 다소 보수적인 인간들에게는 좋지 않게 보였다. 물론 아직 사고를 친 적은 없고 그동안의 행정을 토대로 미래지향적 시점에 입각하여 까는 정도였다. 요컨대 그냥 ‘뇌피셜’로 까고 있다는 뜻이었다.
뭐, 그린스펀이 30, 40줄 애송이도 아니었고 올해 들어 75세 되시는 백전무패의 노익장이었기 때문에 상대가 제아무리 그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상대라고 한들 긴장이 될 이유는 되지 않았다. 내려오라고 지랄하면 내려오면 그만이었다. 일흔을 넘어서 일을 하는 것은 보람보다는 고됨이 우선시 되기 마련이다. 명예야 연준의장까지 해봤고 노후자금도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할 정도로 막대하니 이젠 슬슬 쉬고 싶을 무렵이기도 했다.
그래서 진짜 긴장되는 이유 말이다만. 그가 조지 부시였기 때문이었다. 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그가 조지 H. W. 부시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빌어먹을! 그래도 아들은 좀 순하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동안의 행적과 행보를 종합하고 아까 들은 주의 사항을 들어보면 참으로 골이 때린다.
그린스펀은 한참 대공황이 시작될 무렵에 태어나 온갖 기업 총수부터 대통령 심지어는 군주까지 보아왔다. 상사라고 할만한 사람들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부하들의 말을 잘 씹고 죄다 묵살하는 무쇠 고집 상사.
두 번째. 부하들의 뒤를 잘 듣고 바른말 하는 새낀 자르는 상사.
세 번째. 부하들의 말을 잘 듣고 그대로 이행하는 허수아비 상사.
저건 네 번째다. 정확히는 첫 번째와 세 번째의 종합형에 가깝다.
저건 그러니까 ‘난 착한 상사를 연기하기 위해서 너에게 긴 시간 동안 토론을 할 거지만, 이미 정해놓은 답을 가지고 있으니까 너 이 새끼 내 말 안 들으면 다이다이!’ 하는 인종이다.
“해 드실 만큼 해 드셨으니. 인제 그만 내려가 주셨으면 합니다.”
거 시발 존나게 직설적이네요.
적어도 착한 사람 정도는 연기할 줄 알았는데 전혀 잘못 보았다. 심지어 상사가 할 말도 아니잖아. 그전에 연장자에 대한 예우라는 게 있지 않나? 설마 일흔다섯짜리의 안목으로도 잘못 볼 줄이야. 무엇보다 이 자리에 앉혀 놓은 건 네 아비랑 네놈이 아니더냐! 사람 속 뒤집어 놓는 건 아비랑 자식이나 똑같구나!
20년이란 세월 동안 할 만큼 해 처먹어서 사임할 의사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음에도 골이 때리다 못해 개박살나서 경천동지할 것 같았다. 그린스펀은 어이가 예의랑 함께 손잡고 출타하는 바람에 무어라 대꾸할 말도 없어서 일단 단답형 말대꾸부터 시작하고 말았다.
“왜죠.”
“아, 정확히는 한 가지 일을 좀 하시고 내려가셨으면 좋겠습니다만.”
“뭡니까?”
“앞으로 연준의 권한을 조금 늘려볼까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린스펀의 실각하고 무슨 상관인데?
“설마?”
“말년에 시원하게 욕 한 사발 드시고 가시죠.”
“헛헛헛. 당연히 싫습니다.”
“원래 욕 많이 먹으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 말대로라면 저는 영원한 삶을 살 겁니다! 하하하!”
이 시퍼런 애송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고 있는 건가? 욕먹고 내려오라고?
“연준의장쯤 되면 미국 경제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죠.”
“연준의장쯤 되면 세계 경제를 우리가 만듭니다.”
그린스펀은 조지 부시의 눈에서 곧은 대나무 같은 의지를 보았다. 보통은 고집이라고 부르는 녀석인데, 이것도 사실 쇠심 같은 녀석하고 부시가 가진 대나무같이 딱딱한 녀석이 있다. 전자는 탄성을 가지고 있어 이야기를 진행 시키다 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는 녀석이라 화가 난다면, 후자는 이야기조차 들으려 하지 않아 속된 말로 야마가 돌았다.
‘하, 시발. 부자지간이 쌍으로 지랄이야.’
아버지 부시가 증세 없음을 공약으로 대문짝만하게 내건 주제에 막상 상황이 바뀌자 빠르게 말을 뒤집는 바람에 골머리를 싸맨 사람 꽤 되었는데, 그중 머리를 싸매다가 끝끝내 자신의 두개골을 반으로 갈라버리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그린스펀이였다.
“간단합니다. 당신이 계속 붙잡고 있으면 두 번째 대공황이 찾아올 테니 말입니다.”
이 시발 그렘린 닮은 애송이 새끼가! 대공황은 본 적도 없는 놈이 말이 많아! 우리 땐 이런 건 호황이라고 불러써 인마! 호황! 새꺄 호황!
그린스펀은 자꾸 입 밖으로 화산이 뿜어져 나오려는 것을 계속 주기적으로 삭혀줘야만 했다.
“지금 미국 부동산이 점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썩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직까진 썩 거품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계속 나아가면 ‘수십 년 이후’에는 확실히 터지겠지. 그렇더라도 그땐 이미 대책이 세워지거나 방파제가 만들어진 다음일 거다. 지금부터 예측에 들어가는 건 그냥 설레발이었다.
“그 거품이 안 터지게 하는 게 월스트리트랑 연준이 하는 일입니다.”
거품이 터지려면 일단 거품이 커지고 봐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다지 큰 거품이랄게 보이지 않았다.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난 월스트리트랑 싸우려고 합니다. 당신이 내려와야 하는 이유로 너무나도 적합한 이유 아닙니까?”
“존귀하고 존엄하신 대통령 각하. 혹시 미치신 거요?”
이 미친 작자를 보았나. 멀쩡한 월스트리트랑 싸우기는 왜 싸우는가? 무엇보다 월스트리트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는 있고? 월스트리트를 적대한다는 것은 미합중국 그 자체와 싸운다는 말과도 같았다.
“애당초 당신은 나한테 이럴 수 없소. 이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순간 당신은 끝장이란 말이오.”
미 대통령의 권력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봤자 연준을 뒤흔들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해보시오.”
“무어라?”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해보라는 말이오.”
무슨 깡이 있는 건지 아니면 믿고 있는 구석이 따로 있는 건지. 그것조차 아니면 정말로 미쳐버린 건지 구분이 잘 되질 않았지만, 적어도
“허, 말을 바꿉시다. 나를 쳐내고 월스트리트랑 싸우면서까지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요?”
“금융 규제.”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월스트리트랑 싸운다고 하더니 이거 완전 새빨간 거짓말이로군! 고작 월스트리트가 아니야! 미국인 전체와 싸우려고 하다니!”
지금의 미국을 만든 자유의지주의(Libertarianism)와 맞서겠다 이건가? 지금 그린스펀은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하려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미국을 위해서라면 싸워 보이지. 그들을 이해시켜 보일 거요.”
“단순한 선민사상이오! 그건!”
“선민사상? 예측이라고 하는 거요.”
“이, 이 미치광이 작자를 보았나!”
“미치광이? 미치광이가 아니라 악마라도 되어 보이지.”
“당신은 나를 설득시켜야 하는 입장이오. 그건 알고 계시오?”
“하고 있잖소.”
대환장이 따로 없구먼.
“대체 이 대화 어디에 설득이라는 요소가 숨어있다는 말입니까? 내 올해로 나이가 일흔다섯인데, 내가 벌써 노망이 난 거요?”
“내가 부탁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부탁이 아니라 요구겠지. 그린스펀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래, 이렇게까지 미친놈처럼 밀어붙이니까 이유라도 있겠지. 그것이 타당하다면 정말로 미국을 위한 길이라면 응당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대출 규제요.”
“아니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