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69화(270/377)
< 269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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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장에 발을 들이고 많은 말이 오갔지만, 부시의 머릿속에서는 전부 생략되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사우디 국왕이자 총리인 압둘라의 입에서 나오는 건 모조리 허례허식이었던 탓이다.
이것들이 일종의 탐색전이긴 했지만, 그것들을 수용하고 되받아치기에는 너무나도 고루했다. 물론 부시도 이러한 과정이 외교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이해하는 건 다른 이야기고 이해를 하고 있더라도 실천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인 까닭이다.
무덤덤한 부시와는 달리 푸틴과 압둘라의 표정은 실로 가관이었다.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근엄한 표정을 유지했다. 다만 표정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세 국가의 지도자 전부 공통 사항이었다.
‘그 외에도 공통점을 찾으라면, 글쎄. 전부 죽을 만큼 피곤해 보인다는 거?’
왕, 차르, 대통령 전부 피로에 절어 있었다. 세계 군사력 1, 2, 3위가 전부 이 모양 이 꼴이라니, 부시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독재자도 왕도 대통령도 근심 앞에서는 다 똑같았다.
이번 협상은 비공개 협상이었다. 구태여 비공개로 정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번 협상이 밖에 썩 내보이고 싶은 꼬락서니는 아닐 것이라는 예상 탓이었는데, 침묵하고 있던 부시가 입을 여는 것으로 그 불안하기 짝이 없는 예상은 곧이어 현실이 되었다.
“다 집어치웁시다.”
이 자리에 영어를 모르는 이는 없었지만, 만약 있었더라도 어조만으로도 부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쉬이 눈치챘으리라.
“이 저유가. 도대체 언제 끝낼 겁니까?”
명예는커녕 예의조차 없는 말투였지만, 이 주제야말로 푸틴과 압둘라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애간장이 타는 건 푸틴과 압둘라였다.
러시아의 수출 금액은 대부분 석유와 천연가스로 그 규모만 해도 거의 60~70%에 육박했다. 여기에 석유 위에 세워진 국가인 사우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반면 미국은 석유가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 사업 중 하나이긴 했지만, 석유 사업에 타격이 온다고 국가의 존망 자체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민간 경제가 박살이 나긴 하겠지만, 정권이 물러나거나 욕을 먹을지언정 국가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해 봅시다. 지금 저유가 때문에 전 세계에서 대체 에너지 사업이 흔들리고 있잖습니까?”
그 말을 들은 압둘라는 내심 겉으로 나오려는 동요를 애써 숨겼다.
미국에서야 지난 정권에서 유통기한을 다하고 셰일 터지면서 철 지난 사업이지만, 사우디에서는 현역이었고, 동시에 사우디를 지탱할 미래 그 자체였다. 석유로 흥한 국가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금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거나 만약 석유가 전부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나락 그 자체였다.
다른 제조업이나 사업을 좀 확장하고 키우고 싶어도 기술력이 부족하고, 여성 인권이 없다시피 하여 국내에는 일자리 자체가 없다. 남성들은 노동 자체를 거부하고 교육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사업을 내려고 해도 러시아보다 더 심한 부패에 뒷배가 없으면 사업 자체가 허가가 나지 않을 정도인데, 위의 문제와 복잡하게 결합하여 청년층의 실업률도 40%를 넘나들고 있다. 사실 이것도 작년 이야기고 올해는 45%를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소식이 있었다.
이는 절대로 기업이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대체 에너지 사업에 사활을 걸었는데, 장차 전 국토를 태양광 혹은 태양열 발전소로 도배하여 전력 강대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원대한 꿈이었다.
그런데 그 대체 에너지 사업을 순탄히 개발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건 바로 유가가 반드시 ‘고유가’일 것이었다.
돈은 정직하다. 따라서 단순히 석유 발전소에서 석유를 태우는 것보다 태양열 패널이 비싼 주제에 저효율까지 보인다면, 대체 에너지는 그저 애물단지가 되어 버리지 않겠는가? 애당초 대체 에너지 개발의 원동력은 언젠가는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공포심’이었다.
사람들은 때때로 도덕성 따위를 논하는데, 결국 기업이 손가는 쪽은 도덕성이 아니라 돈 냄새나는 쪽이다. 기업이란 도덕성이나 윤리성보다는 이윤을 최대로 추구하는 집단인 탓이다. 욕을 된통 먹든, 본사에 폭탄 테러를 당하든 신년 회의 때 정한 수익만큼만 나오면 그걸로 장땡이었다.
작금의 사우디는 공포심과 이윤. 이 두 가지를 전부 충족시킬 수 없었다.
셰일에 인류가 200년은 족히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공포심을 희석하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하고 차고 넘쳤고, 이윤을 추구하기에는 원유 가격이 너무나도 헐값이었다. 사실 헐값이라는 말은 적절치 못했다. 도가 지나쳐 기어코 마이너스 가격대를 형성했으니 말이다.
“요즘 들어 송유관은 잘 움직이지도 않고.”
유럽에서 중동을 손에 넣고 나서부터 의존성을 줄이고 자주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크게 줄였다. 이는 저유가와는 별개로 러시아에 미묘한 타격을 주고 있었다. 이는 큰 타격은 아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딱히 유럽이 아니어도 석유를 원하는 곳은 많으니 말이다.
“각국 국가 정책에도 차질이 오고 있지.”
이는 미국 또한 피해 갈 수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대체 에너지처럼 몰락하는 업계가 있으면 항공업계처럼 호황을 누리는 업계도 있다. 이는 부시가 미리 세워 놓은 계획에서 어긋나는 일들이었다.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우디 쪽 장관이 가격이 얼마가 되었든 저유가가 고착화되더라도 상관없다고 발언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그땐 배럴당 40달러를 부르더군. 그러나 지금 -40달러요.”
미국, 러시아, 사우디 삼국이 에너지 패권을 가져가기 위해서 혹은 남을 엿 먹이기 위해서 경쟁한 결과 현재 유가는 절벽처럼 곤두박질을 쳤고, 결국 돈을 얹어 주고 가져가라고 아우성쳐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인간들이던가? 이대로 물러날 사람들이었으면, 애당초 협상에 응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아직 그나마 덜 죽을 것 같은 푸틴이 부시의 말에 반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마치 사우나에 들어가서 허세를 부리는 사내들과 같았다.
“우리 러시아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는 부시가 일찍이 우려했던 ‘아닌데! 아직 살 만한데! 더 많이 증산할 수 있는데!’였다. 단지 푸틴의 경우에는 허세보다는, 일부러 그렇게 하려는 게 더 컸다. 이번 증산이 8할 정도는 보복성이었던 탓이었다.
사우디의 경우에는 ‘미국이 날개를 펼치기 전에 찍어 누르겠다!’가 목표이자 목적이었지만, 러시아의 경우에는 애당초 목표 자체가 증산이고 목적은 ‘나를 엿 먹여? 다 같이 죽어 보자!’였다.
더불어 푸틴이 이곳에 나온 이유도 가관이었는데, 사우디와 미국이 순조롭게 협상할까 걱정되어 일부러 훼방 놓으러 온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감정 없는 파충류 같아 보이는 눈매는 오늘따라 실로 매서웠다.
“그리고 송유관이 뜸해도 우린 유조선이 있습니다. 게다가 귀국이 걱정할 정도로 러시아는 힘들지 않습니다.”
푸틴이 굴리는 단어 하나하나에 전부 예리한 날이 서 있었다. 마치 귀가 베일 것만 같은 착각에 부시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명백한 외교상 결례이며 모욕입니다.”
압둘라는 냉혈한의 표상인 푸틴과는 달리, 왕족다운 거만한 표정으로 부시를 노려봤다. 눈에서는 부유함이 자아낸 여유가 느껴졌다. 그러나 오랜 기간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푸석해진 머리카락과 미처 감추지 못한 기미는 타고난 제왕으로서의 위엄을 퇴색시켰다.
“만약 앞으로도 이렇게 압박해 온다면, 우리는 전쟁도 불사할 겁니다. 그 대상이 설령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웰시코기랑 전쟁해도 세 번 중 한 번은 질 놈들이 참으로 말이 많아.’
부시는 입 밖으로 기어 올라오려는 것을 간신히 속으로 집어삼켰다. 입맛이 썼다. 러시아는 속이 너무나도 빤히 보이니 그렇다고 치지만, 사우디는 도대체 무슨 깡이란 말인가?
나날이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묘책이라도 있나? 아니면 어디 숨겨진 사막 유적에서 고대 램프라도 발견해서 소원을 반드시 세 가지만 들어주는 푸른 유령이라도 불러냈단 말인가?
부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타오르는 감정을 소화하거나 절대로 참지 않았다. 그것을 위한 비공개 협상이었다.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등골을 타고 오르는 노기를 숨기지 않고 원색적으로 내뱉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요? 지금 그놈의 유가를 협상하려고 온 거 아니었소? 아니면 진짜로 전쟁이라도 해 보겠다는 거요, 뭐요?”
부시가 작게 으르렁거리자 회담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금 미국이 제일 위험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정말로 전쟁 한두 번 정도는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국가임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인 탓이었다.
미국의 가장 큰 적은 다름이 아니라 미국인이다. 미국은 그동안 전쟁에서 외부적인 이유로는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다. 미국이 확실하게 패배했다고 일컬어지는 베트남전조차 국내 반전주의 확산과 전쟁 지지율 문제로 철수한 것이지. 전술이나 장비, 혹은 군인의 사기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조지 W. 부시의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시 주제에 전쟁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미 아프가니스탄이라는 훌륭한 표본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은 독이 잔뜩 오른 독수리에 저항한 국가의 말로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정권은 친미로 교체 당했고 미국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러시아나 사우디나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러시아의 경우에는 핵이라도 있으니 상호확증파괴를 근거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라도 볼 수 있지. 사우디는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삼국이 유가 감산 합의를 한다고 한들 분담량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만.”
부시가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사우디와의 전쟁에서 웰시코기를 공수 부대로 훈련시켜 전장에 투입할까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을 무렵 압둘라가 입을 열었다.
“그저 정상으로만 돌리면 그만 아닙니까. 분담량은 추후 실무진과 이야기를 통해 정하면 그만인 것이고. 불만이 나오면 합리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 그만이지.”
누가 따로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압둘라는 그 합리적이라는 것이 미국에서 그렇게 부르짖는 ‘자유 배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아무리 적어도 2,500만 배럴은 감산해야 합니다.”
평소였다면 말도 안 되는 수치였지만, 세계는 그만큼 증산했다. 도저히 유례없을 정도로 증산했다. 앞으로 절대로 나오지 않을 수치로 증산했다. 서로를 구타하고 목 졸라 죽일 목적으로 마구잡이로 증산했다.
문제는 셋 다 상대방의 목에 줄을 걸어 버린 바람에, 서로 줄을 느슨하게 하지 않으면 천천히 질식할 운명이었다.
“으음.”
압둘라는 고민이 빠졌다. 사우디가 결정하면, OPEC에서 받아들일 터였다. 사우디만 받아들이면 실상 이번 협상은 끝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다만 불행히도, 이 회장에는 사우디 왕이자 총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2,500만 배럴 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