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70화(271/377)
< 270편 >
푸틴은 못 들을 소리라도 들었다는 듯 2,500만 배럴이라는 단어를 혀에서 몇 번이고 굴렸다.
“갑자기 2,500만 배럴이라. 그건 너무 많습니다. 1,000만 배럴쯤 합시다.”
“1,000배럴? 그딴 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잖습니까. 우리는 지금 당장 감산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아니면 막말로 정말로 다 같이 죽어 보자 이겁니까?”
부시는 외면치레 없이 정직하게 낮게 으르렁거렸다. 푸틴은 그 모습에 만족한 듯 속으로 기세등등해졌다. 그러나 푸틴도 일단은 알고 있었다. 지금 끌면 끌수록 불리한 건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임을.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쉽사리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러시아가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도, 그 이상으로 미국과 부시가 푸틴이 야심 차게 준비한 푸짐하고 맛깔나는 엿을 과식하길 바랐던 탓이다.
“글쎄요. 미국은 시추하는 방식이 예전만큼 못한가 봅니다?”
좀 뜬금없지만, 한편으로는 실로 노골적이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뽑으면 되는데, 너희는 셰일에서 개고생해야 뽑을 수 있지 않으냐?’를 둘러서 표현한 것이었다. 신기술은 언제나 상용화를 시험받기 마련이다. 반대로 말해서 그 시험을 망쳐 버리면 기술도 망가진다. 푸틴은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러시아가 평온해지는 건, 그 이후로도 충분했다. 지지율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래를 쪼아서 만든 몇 가지 대비와 대책이 있었다. 더 늘리지는 못해도 줄어들지는 않는 그런 방법들 말이다.
만약 진실로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지경이라면 모를까. 푸틴이 생각하기에 협상하기 좋은 시기는 지금이 아니었다.
“그럼 러시아는 마음대로 하시든가.”
부시는 따로 분노하거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꽤 깔끔하게 포기했다. 아직 사우디가 남아 있었던 탓이었다. 사실 부시의 목소리는 해탈한 듯 보이기까지 했다.
‘빌어먹을 루스키 자식. 이거 절대로 협조해 줄 생각이 없구먼?’
웬일로 족히 5년은 걸릴 저장고를 2년 만에 올리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저장고에 있는 것까지 모조리 팔아 버릴 때는 정말로 작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작정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단지 부시에게 오산이 있었다면, 푸틴의 증오가 러시아의 미래를 팔아서 부시를 귀찮게 할 정도인 줄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저 그뿐이지.’
어디까지나 아픈 게 아니라 ‘귀찮은’ 거다. 이 차이는 상당히 크다. 물론 그것도 누적되면 언젠가는 쓰라릴 정도는 되겠지만, 그때가 되면 러시아는 쓰린 정도가 아니라 중태 혹은 뇌사 상태에 빠질 확률이 높았다.
“사우디에 대체에너지 기술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공유라 표현하긴 했지만, 실상 기술력을 공유해 주더라도 사우디가 자력으로 딛고 일어나는 일 따위는 불가능했다. 당장 태양광 전지판에 들어가는 소재만 해도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가장 핵심 부품이자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은 대놓고 대만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게다가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이 전부 국산이냐고 하면, 그것조차 아니었다. 유럽에서 들여온 전지판도 있었고, 중국에서 들여온 전지판도 있었다.
‘장차 국가의 미래를 건 사업인 주제에 왜 이렇게 소극적인가?’라고 물으면,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그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고방식 덕분에 사우디의 모든 제조업이 완전히 개판이라서라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사업장에 가면 대부분이 사우디와는 하나도 관련 없는 외국인들이 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게다가 애당초 사우디는 석유를 태우는 방법이 더 싸게 먹히는 나라다. 사우디 지하에 석유가 떨어지는 건 너무나도 먼 미래였다.
그러나 그것이 기술 공유 혹은 제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되지 못했다. 먼 미래라고 한들 기술조차 축적하지 않는다면, 막상 그 시기가 다가왔을 땐 주변국으로부터 물리고 뜯길 것이 틀림없었다. 그때쯤이 되면 살은 죄다 물어뜯기고 골격만 남아서 빌빌거릴 게 눈에 선했다.
세상은 원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고 있으면 이웃이 도와주기는커녕 희희낙락해서 삽을 빼앗아 들고 대가리를 후려치려는 놈들밖에 없는 곳이다. 미리 대비해 놓은 것이 없으면, 이 폭력으로부터 그 누구도 지켜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얼씨구나 하고 받기에는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정서 문제다. 미국의 기술력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들고일어나지는 않을 터였지만, 훗날 반미 국가가 되었을 경우 전지판들이 반미 테러범으로 변한 국민에 의해서 손상이 갈 확률이 차고도 넘쳐흘렀다.
게다가 태양광 전지판이 사우디에 주효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사막이 부지 선정에 설치는 쉬워도 유지 보수만큼은 지구상 그 어떤 장소보다도 까다로웠다.
태양광 전지판이라는 게 일단 이름에서 보이듯 태양광. 다시 말해서 광자가 가진 광전효과를 이용하여 태양광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장비인데, 그렇다면 일단 태양광을 받아야 한다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사막은 황사의 본고장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면 전지판에 뿌연 먼지가 내려앉고 만다. 그렇게 되면 전지판이 태양광을 받지 못하게 되고, 태양광을 받지 못한 전지판은 당연히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그 전지판이 한두 개 정도라면 상관이 없지만, 수천수만 개가 넘어가는 순간, 유지 보수와의 싸움으로 변해 버리고 만다. 게다가 어중간한 규모로는 제대로 된 효율조차 뽑아낼 수 없으니 석유가 펑펑 쏟아져 나오는 이상 계륵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를 모르는 부시가 아니었고, 부시는 미리 맛깔나는 미끼를 준비해 왔다. 이 회담과는 별개로 준비하고 있던 손 패이긴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부시도 모르고 있었다.
손 패는 되도록 아끼는 것이 좋았지만, 지금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무슨 패를 꺼내 드는 한이 있더라도 이 손해밖에 보지 않는 구조의 멍청한 치킨 레이스를 멈춰야만 할 의무와 사명이 있었다.
부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이것이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는 아니더라도 포카드 정도는 되길 바라며 아끼고 아꼈던 손 패를 간신히 꺼내 들었다.
“150기가와트짜리 태양광 발전소.”
“뭐요?”
압둘라는 그만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왜냐면 그건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1기가와트라고 해도 의심할 수준인데 150기가와트라니?
“우리는 그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소.”
본래라면 그런 기술력 따위는 없다. 다만 부시가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쪼아 댄 결과, 그 기술력이 수년은 앞당겨졌다. 태양광 발전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고고도 무인기 때문이었다.
이는 예전부터 이야기가 종종 나오던 것으로 부시가 먼저 제안한 건 아니었으나, 직접 대통령씩이나 되는 인간이 대놓고 밀어준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따라서 현재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만큼은 확실히 선파워와 테슬라가 정부의 힘을 등에 업고 압도적인 자본의 힘으로 선도하고 있었다. 2019년 당시 수준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부시가 느끼기에 2015년 시절 수준은 되었다.
“그리고 귀국의 혹독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그런 태양광 전지판도 있지.”
그 전지판을 만든답시고 기술자들을 말 그대로 갈아 넣었지만, 그들은 그만한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유럽에서 들여온 태양광 전지판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다 버린 적도 있었다.
김갑환이 그걸 신문에서 보고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야 사우디 놈들은 저런 정신 나간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는지가 더 궁금하긴 했다만, 나중에 알고 보니 사우디는 모든 건물에 해가 사라져 밤이 오고 나서 기온이 떨어질 때까지 에어컨을 돌리는 짓을 하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유가만 정상으로 돌린다고 약속하면, 그 허허벌판 황무지 위에 사우디의 미래를 지어 드리리다.”
물론 돈이야 사우디가 내겠지만, 사우디는 싸울 때도 달러를 태워서 싸운다는 곳이다. 돈 문제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좋았다.
그것을 증명하듯 압둘라는 자기제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초조한 듯 양손으로 의자 팔걸이를 달걀 쥐듯 했으며, 동공은 저도 모르게 살짝 풀려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150기가와트짜리 태양광 발전소라니? 전 세계에서 쓰이는 전기가 3,000기가와트쯤 된다. 대량 전력 생산의 대명사인 원자로가 생산하는 전력이 1,000메가와트쯤 된다. 150기가와트라는 게 대충 감이 오는가?
이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SF로 붕 뜬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그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
“이미 국내에서 검증을 위해 단지를 조성 중이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존재 자체는 알고는 있었다. 단지 규모가 작고, 카탈로그상 허세라고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에너지 전환률 최저 33%는 보장한다고 당당하게 소리치는 기업들도 막상 실제로 사용해 보면 25%도 육박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변수가 적은 실험장에서 돌리는 테스트와, 일상이 변수투성이인 현지에서 직접 설치하고 운용하는 건 천차만별이었다. 그렇기에 부시의 말은 너무나도 허황한 소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걸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지라.
“실무진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단은 보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걸 가만히 보고 있을 러시아와 푸틴이 아니었다. 남 잘되는 꼴 보기 싫다고 나오기도 싫은 회담장에 출두한 블라디미르 푸틴이 아니었던가?
“그사이에 셰일 산업을 정상 궤도에 돌려서 사우디를 집어삼켜 버릴 생각은 아닙니까?”
참으로 직설적이었다. 그러나 미혹이 깃든 압둘라의 마음에 이것보다 효과적인 것도 없었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세상에 그런 호의가 있다면 그건 오로지 부모님의 사랑뿐이었다.
“내가 말하긴 뭣하지만, 우리 셰일 산업은 사우디를 집어삼키기에는 채산성이 별로요. 이번 증산에서 나온 석유도 알다시피 대부분이 남부에서 나온 거요.”
부시가 말했듯 이번 증산에 사용된 석유는 전통 방식으로 뽑아낸 정통 순수 혈통 석유였다. 셰일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려면 일단 이 빌어먹을 저유가부터 눈앞에서 어떻게든 치워야만 했다.
그리고 이 대화를 끝으로 회담장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통역관들의 눈치 보는 소리가 간간이 정적을 깨곤 했지만, 세 지도자의 입에서 또 다른 의견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이를 참다 참다 더는 못 참은 부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회담은 이걸로 끝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기자들 앞에서 적당히 악수하면서 웃어 주는 사진 몇 장 찍어 주고 나니, 이 삼국의 지도자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로 끝이 나 버렸다는 사실이 세계만방에 퍼져 나갔다.
다만 일주일 뒤에 유가가 점점 다시 올라가면서 사우디로부터 은밀한 요청이 미국에 들어왔음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