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72화(273/377)
< 272편 >
“그래서 얼마나 걸리나?”
“제발 미친 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예산 늘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막중한 책임을 또 지시게 한단 말입니까?”
그렇단다.
“이제 막 달 궤도 우주 정거장 계획에 시동이 걸렸는데, 달기지라뇨? 2008년까지 절대로 무리입니다. 돈이 부족하냐고요? 예, 부족합니다. 아마 미국 전체를 가져다 팔아도 부족할 겁니다.”
오키프 국장은 마치 토마토처럼 시뻘게진 얼굴로 화를 꾸역꾸역 집어삼켜 가며 최대한 조용한 어조로 부시의 야망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토로했다.
“좀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난 그걸 2008년까지 어떻게 해 보라는 게 아니라 언제쯤이면 가능할지 물어보는 걸세.”
그 말을 들은 순간, 오키프의 머릿속에서는 이리저리 생각들이 구슬 굴러가듯 굴러가고 있었다.
그가 정치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도리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정부를 통해 본격적으로 족쇄를 채우려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바였다.
예산이 본격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NASA였으나, 정작 점점 덩치를 다시 불려 가는 NASA를 제대로 감시할 부서가 없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조만간 부서 하나가 독립된 형태로 부활할 것이라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는 실로 신빙성 있는 정보였다.
그것은 바로 국립 우주 협의회였는데, 국립 우주 협의회는 본디 1993년에 명을 다한 부서였다. 우주에 관련된 온갖 정책을 맡고 있었는데, 방해되리라 생각한 아버지 부시에 의해서 해체되고 국가 과학 기술 위원회에 통합되었다.
정확히는 아버지 부시가 퇴임하고 나서 해체된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절차는 아버지 부시 시절에 밟았기 때문에 아버지 부시가 해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해체에는 운영 전반이 전직 우주 비행사로 이뤄진 NASA와 그렇지 않은 국립 우주 협의회 사이의 정치적 알력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아버지가 해체한 조직은 아들의 손에 의해서 부활하려고 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 양반은 어디까지 보고 있는 거지?’
솔직히 말해서 지금 NASA는 실상 대통령의 비호 아래 있었다. 냉전 이후 비교조차 불허할 정도로 줄어든 예산이 다시 그 시절 수준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막대한 예산으로 불어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이것이 유지되는 이유도 전부 눈앞에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대통령 덕분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멀리까지 보는 거지?’
도대체 왜? 그렇게 반문해 봤자, 결국 나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인간으로서. 동시에 그래도 조지 W. 부시라는 대통령이 NASA를 보듬어 준 인간이기에 애써 부정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 소문이 진실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집중되었던 권력을 적선하듯 나눠 주면서 묘하게 조용했던 이유가 3선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당연하겠지만 루스벨트 이후로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2선 이상이 불가능하게 헌법이 수정되었다.
수정 헌법이라는 건, 말 그대로 수정할 수도 있는 헌법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장 수정 헌법 1조 중 표현의 자유만 해도 무시하고 탄압한 지 오래였다. 정확히는 탄압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경찰 부정부패 척결 이후로 홀리듯 고취된 국민을 선동한 것이지만, 어쨌든 무시한 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다시 말해 지금 와서 수정 제22조가 좀 무시된다고 하더라도 신경 쓸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거다. 국민이 원하고 대통령이 원하고 의회가 원하면 정말로 실현될 것이었다.
의회야 격하게 반발하겠지만, 의회는 결국 여론에서 밀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표와 민심 하나에 덜덜 떨고, 죽고 사는 것이 의회다.
그깟 국민. 필요하다면 한 명 한 명은 얼마든지 무시하고 짓밟을 수 있는 게 그들이었지만, 그 국민이 단체로 몰려들면 그들은 결코 국민을 이기지 못하리라.
‘내 비루한 몸뚱이 위에 달린 게 정상이라면, 지금 하는 생각이 공허한 망상이 아니길 바라야겠군.’
현재 NASA 예산이 850억 달러다. 게다가 대통령은 이 과분한 예산을 더 늘리리라고 여론에 호언장담하고 있었다. 그리고 NASA는 미합중국의 그 어떤 정부 기관보다 인기가 많다. 부시라는 인간이 재선되기에는 너무나도 완벽한 조건 아닌가?
물론 다른 대통령이었다면, NASA에 많은 지원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게 헌법 무시에 영향을 전혀 주지 않느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니 문제였다.
게다가 그가 내려가면 NASA의 예산부터 삭감되리라는 건 너무나도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마 200억 달러 전후까지 내려가리라.
한때는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50만 달러에 총장직을 제의받아서 그쪽으로 가 볼까도 했지만, 지금 받는 연봉이 52만 달러가 되었기 때문에 그것마저 불발했다. 아마도 이 연봉은 계속 오르리라.
그러니까 결론은.
“이대로 예산이 점점 늘어난다면 기초적인 기지 정도는 2020년에도 가능할 겁니다.”
이 거대한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동시에 자신의 금고에 부를 축적하는 데 도가 튼 속물로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주 개발은 시행착오가 가장 많은 분야입니다.”
그 말을 들은 부시는 이 교활한 국장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한 번에 깨달았다.
‘그냥 예산 더 달라는 거구먼.’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어차피 그렇게 열심히 떠벌려 놓았고, 내년에는 더 많은 예산이 NASA에 갈려 들어가리라. 부시는 우주 개발에 대해서 문외한이었지만, 적어도 NASA의 인재들을 말 그대로 갈아 넣어서 뼛가루를 건조 분말 처리해서 우주선에 뿌리더라도 2020년에 달 기지 건설은 요원하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내려가고 나면 예산 팍 줄어서 2020년은커녕 2030년에도 될까 말까 가늠하기조차 힘들구먼. 그저 희망적인 관측인 건지. 아니면 그만큼 열정적인 건지, 원.’
“걱정하지 말게, 예산은 더 늘어날 터이니. 그리고 자네 연봉도.”
국장은 만족한 듯 더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우주 개발에 대해서 없던 흥미로 만들어질 만한 주제들이었는데, 솔직히 부시가 보기에는 그가 이 예산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제법 무리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예산이 아니라 자신의 연봉에 대해서 협상하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오늘은 별일이 없어서 정말로 다행이야.”
그 누가 그러했던가? 이런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그런 말을 내뱉기 무섭게 전화가 미친 듯이 울렸다.
“비서실장, 무슨 일인가?”
브라질에서 일이 터졌다.
***
브라질이라고 하면, 보통은 축구의 나라 브라질을 생각하겠지만, 각국 정치계에서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왜냐면 브라질은 건국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만년 기대주였기 때문이었다.
세계 5위를 기록하는 광대한 땅에 어마어마한 인구수. 아직도 전부 측정되지 못하고 조용히 잠들어 있는 막대한 천연자원에 어마어마한 연구 가치를 지닌, 지구의 허파 아마존 정글까지.
그러나 이곳에 배정된 CIA 요원들에게 브라질은 그냥 내수용 마약 카르텔이 좀 있는 낙후된 나라에 불과했다.
“빌어먹을.”
지금 욕설을 내뱉은 이는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잘못 이해해서 강등당한 친구였다. 하긴 감금만 하라는 명령을 잘못 이해해서 무슨 제네바 협정 이전 포로 다루듯 다루고, 심판 하나를 조져 놨으니 쫓겨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할 만하다.
반대로 말해서 위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비대해진 지금의 CIA를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기도 하다는 소리였는데, 아무래도 그 힘을 가진 CIA가 현재의 대통령을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 듯했다.
그 모습이 흡사 사육사에게 배를 까는 사자와도 같았다.
이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일단 마약이라는 물건에 대해서 정의부터 내려야겠다.
합법이니 불법이니 그런 게 아니라. 마약의 본질에 대해서 논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 생각해 보자. 제대로 된 삶을 구가하는 이들이라면, 어린 시절에 부모님들이 늘 하시는 말씀들이 있다.
‘야한 거 보지 말고, 게임하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말고, 술 마시지도 말라!’ 같은 말들 말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해서 절대로 안 했던가? 아들딸 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철통과도 같은 감시를 피해 2차 성장기를 겪는 질풍노도의 영혼들은 어떻게든 방법을 알아냈다. 그리고 즐겼다. 이건 마약도 마찬가지다.
궤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 중독성이 위 사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게다가 이것들을 접하는 이들은 고작 열 몇 먹은 아이들과는 달리 좀 더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비교조차 불허하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개발해 낼 줄 안다. 예를 들면 애당초 마약 자체가 불법이니, 여기서 역발상을 해서 아예 합법인 마약을 만들어 내거나 구매하면 그만이다.
법이란 겉으로 보기에는 질서를 수호하는 강력한 장치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구멍투성이에 불과하다.
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미친 듯이 휘두르는 방법도 같았다. 단지 ‘법’을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미국에서 왕이 되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왕이라니. 축구 같은 유명 스포츠 선수에게 붙은 별명도 아니고 정치인에 붙은 별명치곤 참으로 별나지만, 그의 위치와 가진 권력이 그러했다.
그리고 이 별명은 CIA에서 붙여 준 별명이었다.
‘하긴 신이 아닌 게 어딘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머리 위로는 총알이 날아가고 있었다. 가끔 창문에 남아 있는 유리에 총알이 부딪쳐 파편을 요원에게 마구잡이로 뿌려 댔다.
그것을 참지 못한 요원은 건물에서 뒷문으로 조용히 빠져나와, 최대한 튼튼해 보이는 건물로 진입했다. 민가였는데 안에서는 집주인으로 보이는 민간인 한 명이 당혹스럽다는 듯 군홧발로 쳐들어온 백인을 꼬나보았다.
그러나 그 행동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총탄이 두툼한 현관문에 빗발쳤기 때문이었다. 집주인은 그 길로 어디론가 도망쳤다.
“멍청한 자식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지? 총 따위로 이 철문을 어떻게 할 수 있을 줄 알아?”
요원은 상황이 영 좋지를 않아 저도 모르게 악을 썼다. 그래도 이것이 궁지에 몰려 내뱉은 허언만은 아니었다. 이건 그냥 나무문도 아니고 강철로 만들어진 문이었다.
제대로 만든 강철문은 소총이 아니라 경기관총으로 갈겨도 안 부서진다. 도리어 납탄을 먹고 경첩이 고장 나서 그대로 고정될지언정 도어 브리칭이 될 턱이 없었다. 숨을 한 번 고르고 있던 와중 아주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마치 야구 배트로 베개를 후려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샴페인이나 와인병에 코르크를 뽑아내는 소리 같기도 했다.
‘이, 이거!’
그는 이 소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소리가 들리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정신이 돌아오기 전에 이미 몸이 훈련받은 대로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유탄!’
그는 간신히 몸을 날려 벽 뒤로 숨을 수 있었다. 마치 야구 선수처럼 쓰라림이 팔을 타고 뇌리를 강타하는 것보다 구릿빛 피부에 피가 송골송골 맺혀 올라오는 게 먼저였다.
여기가 무슨 멕시코도 아니고 고작 갱들끼리 싸우는데 유탄씩이나 날아다닌단 말인가? 아주 찰나였지만, 좀 있으면 유탄 정도가 아니라 소련제 구식 대전차미사일이 날아다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발인가?’
참으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 사건 이전에는 나름 알아주는 CIA의 정예 요원이었던 그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었느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