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73화(274/377)
< 273편 >
‘대규모 마약 수송 계획’이라는 정보가 들어온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이것까지는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그 수송 경로였다. 국내에서만 놀고 있던 놈들이 해외에 손을 대 보려는 듯싶었는데, 그 해외라는 게 하필 미국이었다.
요원이 사랑해 마지않는 그의 조국 미국 말이다!
정확히는 브라질에서 생산한 마약을 콜롬비아를 거쳐 수수료 중개 형식으로 미국으로 들여 가는 계획이었다. 브라질 자체에서도 미국에 밀수하는 게 꽤 있긴 했지만, 대량으로 밀수한 적은 없는 탓에, 이미 수많은 경험으로 탄탄하고 안전한 뒷길이 존재하는 콜롬비아 카르텔의 손을 빌렸다고 추측되었다.
제보자의 사정을 자세하게 할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 ‘미국이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제보한 모양이었다.
더 물어보고 싶어도 실종 상태인지라,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조사라도 해 보기로 했는데, 마약에 대응하는 건 DEA(마약단속국)의 일이지만,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건 결국 CIA의 일인지라 결국 CIA가 구르게 되었다.
사실 ‘딱’ 여기까지는 별일이 아니라 그냥 조사에 불과했는데.
아뿔싸! 세상에 그 보고가 어떻게 된 건지 대통령에게까지 흘러 들어갔다. CIA 내부에서 몰래몰래 왕이라고 부를 정도니까, 그 파급력 또한 상당했다.
정확히는 그냥 밀기만 해도 무슨 마하의 속도로 폭주하는 CIA 때문에 부시가 사람을 심어 놓았던 탓에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어쨌든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시는 대충 이러한 내용의 명령을 하달했다.
‘샅샅이 뒤지라니, 이런 제기랄.’
브라질이 제아무리 넓다지만, 브라질의 카르텔은 대부분 시내에 몰려 있는 탓에 조직이나 조직원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어떻게 잠입해서 그 사실을 알아내느냐가 문제지.
또, 또, 또! 다시 폭주한 CIA는 모든 일은 급하게 추진하였고, 모든 사건의 전말을 금방 알아낼 것이라는 CIA의 호언장담 덕분에 DEA의 병력은 브라질의 협조 아래에 차근차근 극비리에 브라질 땅에 항공기를 통해 상륙했다.
그러나 결국 구르는 건 CIA 현장 요원들이었다. 브라질 억양의 포르투갈어가 유창할 뿐인 금발에 벽안을 가진 백인 사내가 미국도 아니고 브라질 마약 카르텔 잠입에 어울릴 턱이 없었지만, 참으로 빌어먹게도 무능한 윗선에서는 그저 남미에서 오래 지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이번 임무에 정말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게 말이나 되냐고!’
당연히 말이 될 턱이 있나. 절대로 그의 연기가 어수룩하진 않았지만, 하필 DEA의 특수부대가 상륙하고 있다는 정보가 브라질 정부로부터 카르텔 쪽으로 새어 나간 탓에 모든 브라질 카르텔의 신경을 벅벅 긁어 놓고 말았다. 덕분에 그의 신분이 초장부터 바로 들키고 말았고.
바로 이것이 그 결과다.
납을 배불리 먹인 강철문과,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진 벽은 유탄의 폭발로부터 이중으로 충격을 막아 줬지만, 폭음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어 요원은 고막이 찢어진 듯한 고통과 이명으로부터 시달려야만 했다.
만약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손바닥으로 귀를 막았겠지만, 거의 폭발함과 동시에 그것도 머리가 아니라 몸이 무의식중에 대응한 마당에 귀를 막을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명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단지 교육받은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사고를 좀 치긴 했지만, 그의 실력은 진짜였다. 그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육감적으로 느껴졌다.
무전기의 LED 표시기가 점멸하며 무전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들리지 않으니 대응은 일관될 수밖에 없었다.
“안 들려! 안 들린단 말이야, 젠장!”
분명 이럴 때 따로 쓰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지만, 차마 그것까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이 정도 지랄했으니 저쪽에서도 어련히 알아들었으리라. 어차피 쓸모도 없는 무전기를 내팽개칠까 하다가,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넘어짐과 동시에 그와 함께 그대로 바닥을 굴러다니던 권총을 집어 들었다.
글록에는 흠집에 가득했지만, 총이란 결국 잘 맞고 잘 나가기만 하면 그만인 것인지라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는 총알은 세 발 남아 있었다는 건데, 심지어 수중에는 남아 있는 탄창이 하나도 없었다.
총격전에서 도합 스물여덟 명의 미간에 선물을 선사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제아무리 백발백중의 명사수라고 하더라도 가진 총알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은 적이 나타난다면 방법이 없다. 설령 상대가 제대로 쏠 줄도 모르는 머저리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떼로 몰려오면 도망쳐야지 별수 있나. UN군이 중공군을 막아 내던 기분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빌어먹을 본토 단속이나 집중하면 되지.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어서는.’
차라리 완전 무장이라도 했으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어쨌든 지금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보를 가지고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다. 이것만 제대로 전달하면 지금 겪고 있는 좌천이나 다름없는 보직도 좀 바뀌리라.
CIA 요원 하나가 자신의 앞날과 명예 회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결정적인 증거를 들고 도주했다.
“국민이여! 들으십시오! 어젯밤 시가지에서 우리 충성스러운 군경과 현 정부를 상대로 감히 협박하려는 해외 테러분자 간의 총격전이 있었습니다!”
고작 한 사람과 카르텔이 벌인 총격전은 무려 수 시간에 달했다. 이를 가스 폭발 따위로 덮기에는 늦었고, 덮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실체만은 뚜렷하게 언론에 밝힐 수 없었다.
“국민에 국민의 국민을 위한 애국 군대가 지금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냈으며, 육군은 물론 공군을 동원한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 왜냐면 상대는 카르텔이었으니 말이다. 단지 정부는 최근 흉흉한 콜롬비아 반군 테러분자들의 소행으로 뒤집어씌웠을 뿐이었다. 이 총격전에서 부상자 하나 없이 모조리 시체가 되어서 언론 조작은 너무나도 손쉬웠다.
“우리는 그들에게 화약으로 만들어진 자비를 베풀 것입니다! 더불어 그들의 처우는 신이 결정하실 겁니다!”
구태여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는 간단했는데, 브라질의 높으신 분이나, 그들의 가족이 암살 표적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브라질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지금 추진 중인 복지 개혁 포미 제로(Fome Zero)는 국내가 흉흉하면 이뤄지기 힘든 것이었다.
물론 이 제도가 기부금으로만 돌아가긴 했지만, 결국에 이 복지 제도로 끌어내려는 도출이 경제 성장임을 고려했을 때 복지만 올라가고 경제가 제자리 답보를 하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브라질의 흥성을 위하여!”
게다가 이번 사건과 완전히 동떨어진 목표도 아니었다. 콜롬비아 반군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가 마약 수출입이었던 탓이었다. CIA에서 보내 준 정보에 의하면 그들도 제법 관여가 되어 있었다.
마침 빌어먹게도 전날 브라질 인질을 잡고 인질극을 펼치고 있었던 탓에 이 연설의 반응은 그야말로 끝내줬다.
단지 정말로 말하는 것처럼 공군을 동원해서 폭격하고 있는 건 아니고, 일부 특수부대가 기존과 같이 인질극에 대처하여 그들과 대치하고 있을 뿐이었다. 단지 이번 연설로 인해서 정부가 내놓은 강경책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받게 되었을 뿐이었다.
꼴이 이쯤 되니 콜롬비아도 뭔가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 콜롬비아 대통령인 알바로 우리베 벨레스는 본래부터 콜롬비아 반군과 사이가 영 좋지 않았다. 어찌 보면 브라질이 선수 치면서 얼굴에 먹칠을 당한 셈이었다. 국내 반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웃국에 폐를 끼친 꼬락서니가 되고 말았던 탓이었다.
실상은 이미 반군을 짓밟으며 치안을 높여 놓고 지지도를 올린 다음 3선을 위한 개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브라질리언 놈들이 숟가락을 얹어 놓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어쨌든 그가 상당히 능력 있는 지도자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반군 놈들을 들쑤셔 놓아야 한다. 소탕은 무리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줘야 해!”
그렇게 콜롬비아군이 움직였다. 문제가 있다면, 마약에 관련되어 온갖 카르텔이 들끓고 있는 특성상 반군만 골라서 들쑤시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눈이 돌아간 대통령의 지시에 반군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라고 반군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반군이라고 불리겠는가? 테러리스트를 한참 상회하는 정규군 수준의 훈련도와 주민들의 협조. 그리고 그래도 그럭저럭 봐줄 정도는 되는 때깔 좋은 장비까지.
게다가 반군의 주 수입원은 그 마약이었다. 정확히는 마약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마약을 재배하는 카르텔과 마약 농장, 공장 등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반군을 공격하거든 필연적으로 카르텔과 맞붙을 수밖에 없었는데, 카르텔이 괜히 악명이 높다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카르텔들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그 강경이라는 게 세간에서 알려진 강경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보통은 강경이라고 하면 군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생각하겠지만, 그들에게 강경이란 바로 콜롬비아 정부의 높으신 분들이나 그들의 자제를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것이었다.
평소였다면 자기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움츠러들었을 것이, 반대로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게 해 버렸다.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중 하나가 알바로 우리베의 아들이자, 기업인인 토마스 우리베 모레노와 덤으로 그와 함께 있던 정치가의 자제를 오인 납치하는 과정에서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하필 그 같이 있던 자제가 뒤에서 카르텔을 옹호하던 정치가였다.
이를 개기로 서서히 안전지대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곤 차라리 대립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배제해야만 한다고 확실하게 결의하고 나서야 콜롬비아군과 반군은 대등한 입장으로 링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전에는 정보가 새어 나가서 군대가 출동을 해도 막상 도착하면 아무것도 없기 일쑤였다. 이제는 스파이나 도움을 주는 정치인이 거의 없어진지라, 카르텔과 반군은 서서히 박멸되어 가고 있었다. 어차피 마약이라는 게 조직을 없앤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지라, 어차피 다시 다른 형태로 부활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재판이고 나발이고 작전 중 ‘오인 사격’으로 농장주까지 죄다 죽여 버리니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당분간 마약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임은 확실했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까지 완전히 적으로 돌려 버려서 발붙일 곳이 요원했다. 더불어 마약이라는 게 참으로 묘한 것이, 아무리 짓밟아도 구할 곳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라 도리어 인접국에서는 마약 수출이 성행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카르텔들이 당분간 잠적하기 위해 최대한 자본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마약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싼값에 세계 시장에 풀려 마약 가격을 낮춰 마약 소비를 자극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게 된 곳은 아니나 다를까 미국이었다.
미국의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이 상황 자체를 굉장히 난감해했으며, 그답지 않게 유감이라는 짧은 의견문만을 내놓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약과의 전쟁은 점점 수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것에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브라질 정부가 콜롬비아 정부를 상대로 ‘우리는 도움을 줄 의사가 있다.’라는 성명문을 발표하고, 콜롬비아 정부가 ‘참견하지 말고 브라질 본토의 카르텔이나 제대로 신경 써라!’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