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74화(275/377)
< 274편 >
“이게 진실인가?”
CIA로부터 올라온 보고는 부시는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부시는 마약 생산을 막더라도, 마약 소비를 막을 수 있으리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현 수준을 유지하기만 하면 마약 문제는 대충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정확히는 지금 마약 정책에서 크게 변화하는 것 없이 그냥 빈부격차를 줄이고 경기를 좀 좋게 만들면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쉽게 말해서 마약 정책에 대해서 또는 그것에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서 더는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는 소리다.
그러나 브라질에 파견되어 있던 CIA 요원 하나가 들고 온 정보 하나가 부시를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었다.
“전적으로 사실입니다. 이미 CIA 내부에서 여러 차례 교차 검증이 끝났습니다. 이 정보에 오점이 있을 확률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입니다.”
이건 좋지 않았다. 어찌 보면 참으로 낯선 광경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막 나가는 일 처리로 유명한 그 조지 W. 부시가 어쩔 줄 몰라서 쩔쩔매고 있다니.
“차라리 아프가니스탄 같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프가니스탄 같았으면, 그냥 원인 자체를 싹 밀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마약을 재배하는 이유는 높은 수익을 내는 까닭이고, 마약을 사용하는 이유는 중독되어서였다.
그러니까 그냥 소위 말하는 ‘돈 지랄’로 재배지를 찾아내서 모조리 불태워 버리고 경기를 안정화한 뒤 마약쟁이들을 모조리 찾아내서 감옥에 가둬 버리면 그만이었다.
왜 죄다 감옥에 가둬 버리냐면, 아프가니스탄 마약쟁이는 대부분이 탈레반과 어떤 방식으로든 엮여 있었던 탓이다. 당시 탈레반과 엮여 있지 않았던 마약쟁이는 진짜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여하간 부시가 난감해하는 이유는 이미 어떻게 손을 쓰기에는 늦었던 탓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 빌어먹을 마약이라는 게 이미 미국 내에서 퍼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미 지고 시작한 셈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전쟁이랄 것도 없었지만. 어쨌든 마약이 불법인 이상 이를 방조하는 건 대통령 실격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이를 죄다 추적하자니, 이 자유의 나라에서는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멍청하게 마약 파티하는 장면을 SNS에 올리는 놈들이야 죄다 잡아서 유치장에 넣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숨어서 전파조차 통하지 않는 곳에서 개인 단위로 즐기고 있는 놈들을 무슨 수로 잡아넣는단 말인가?
딜러 놈들을 잡으려고 해도 이번에는 좀처럼 잡기가 힘들었다. 불시에 급습했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 하필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 거하게 터져 버리는 바람에 몸을 사리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주생산지인 남미에서 거대 카르텔들이 차례차례 몸을 사린답시고 마약을 모조리 뿌려 버리는 바람에 말도 안 되는 헐값으로 미국 국내에 풀려 부시는 실로 곤란해졌다. 헐값이 되어 버리니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빈곤과는 상관없이 많은 마약쟁이를 양산해 냈다.
이는 특히 청소년층에서 많이 일어났는데, 담배와 비슷한 느낌. 즉, 호기심이나 호승심에 대마초 등에 손을 대고 있었다. 차라리 대마에서 끝내면 다행인데, 점점 진화해서 필로폰 등까지 발전하니 환장할 지경이었다.
이건 단순히 경찰을 좀 많이 배치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참으로 웃긴 것이 경찰들이 평소와는 달리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자 갱이나 범죄자들이 크게 위축되었다는 점이었다. 특히 디트로이트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지게 일어났는데, 디트로이트가 개판이 된 이후로 역사상 가장 온후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마약을 밀수해 온 과정도 참으로 가관이군.”
마약 밀수를 검거하려면 무슨 과정을 거쳐야 할까? 복잡한 절차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떤 경로든 간에 정말로 비밀스러운 경로가 아니면 대부분 하늘길이나 뱃길을 이용한다. 한때는 땅굴로 국경을 오갔다는 전설적인 밀수법도 있으나, 지금의 미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중에서 9.11로 인해서 공항 검문이 수십 배로 복잡해지면서 하늘길이 막히고, 바닷길도 대부분 막혔다. 그러나 결국에 대량으로 밀수를 하려면 정규 루트에서 몰래 들여오는 수밖에 없는데, 그들에겐 참으로 빌어먹게도 온갖 신기술이 도입되는 바람에 그동안 검문에서 다 걸리고 말았다.
물론 어떻게든 아등바등 들고 오는 소량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대량으로 밀수하는 현장은 모조리 검거해서 잡아넣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여기서 만약 그 검거해야 하는 인간들이 밀수범들과 한솥밥 먹는 사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번 일은 바닷길을 통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보내는 측에서는 물품을 ‘종이’ 형태로 만들어 책으로 위장했고 컨테이너를 통해 들어왔다. 여기서 정말로 골이 아픈 게 그 책은 정말로 국내의 한 대형 서점에서 발주한 물건이었다.
한참 나중에야 나올 신기술인 종이 마약이 왜 이렇게 일찍 나왔는지도 의문이었지만, 어쩌다 발주한 물건이 마약 책으로 가로채졌는지는 더 의문이었다.
이것도 보고서를 천천히 읽고 나니 나오긴 했다. 그러니까 발주 자체는 상당히 정상적인데, 이걸 서점까지 운반할 트럭 운전사가 애당초 저쪽 소속이었다.
그러니까 물건은 유유히 딜러들의 손에 들어갔고, 막대한 이득을 남기고 책은 한입 크기로 재단되어 미국 전역으로 흩어졌다. 어찌나 많았는지 검거하고 검거해도 밑도 끝도 없이 계속 솟아 나왔다.
그나마 이 빌어먹을 문제에서 그나마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이 막대한 이득이 아직 콜롬비아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거래 특성상 현찰로 계산한 모양이었는데, 하필 시기가 콜롬비아에서 일이 터진 시점과 맞물리는 바람에 현찰을 들고 어디로 가기가 묘해졌다.
이를 분할해서 보내려고 해도 너무 막대한 금액인지라 쉬이 보낼 수가 없었다. CIA나 DEA가 무능해서 벌어졌다기보단, 저들이 너무나도 교활해졌다는 게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시도 종이 마약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면,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면서 CIA를 또 닦달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그 정보를 사전에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실로 유감이지만, 정작 브라질 내부에서도 그 기술을 아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인 듯싶었다.
‘역사에 묻힌 천재인가. 아니면 원 역사에서 이를 개발한 본인이 일찍 개발한 건가.’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었다. 문제는 국내에 뿌려진 그 마약들이지. 들어온 양이 지금 경찰력으로는 도저히 회수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종이책 마약은 브라질-콜롬비아 뱃길 경로를 통해 진짜 책으로서 당당하게 수입되었고, 이를 검사해야 할 미국 국내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소수 부패한 항구 직원과 이를 검거하는 경찰력에 은밀한 결탁이 있었다.
브라질의 마약 사업장 자체는 소수 조직이 뭉친 연합 체제였으며, 일은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CIA는 브라질 정부의 비호가 있었으리라고 추측 중이다.
이후 브라질에서 뒤늦게 CIA 요원 하나가 정보를 물어왔고, 이를 캐내는 과정에서 이미 거래가 끝났음을 알아차렸다. 이들이 요원 하나 잡겠다고 수백 명이 무장해서 극성이었던 이유도 이때 밝혀졌는데, 그 요원을 CIA나 DEA 소속이 아닌, 염탐하러 온 적대 조직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건은 나갔는데 돈이 들어오질 않으니, 환장할 지경이었겠지. 게다가 그렇게 전부 신경이 곤두선 와중에 DEA가 상륙하고 있다는 정보까지 새어 나갔으니 서로를 의심했을 거다.’
도저히 조직이 존폐의 기로에 설 지경은 아니겠지만, 말단이라면 몰라도 보스 되시는 분들과 브라질에 높으신 분들은 투자의 결과물은 나왔는데, 정작 투자금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나 유감스러웠는지 갑자기 애꿎은 콜롬비아 반군을 두들겨 팰 정도로 말이지. 물론 눈깔이 돌아간 브라질 카르텔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곤 못하겠지만, 아마 그들 입장에서는 이게 최선이었겠지.’
콜롬비아 반군도 무섭긴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은 브라질 내부에서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깊게 침투해 있지 못했다는 게 맞는 말이고, 콜롬비아 정부에서 압박하고 있으니 브라질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러나 이건 사건의 전말이고,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전말을 알게 된 연방 정부와 대통령의 대응이었다.
“비서실장, 이거 어떻게 생각하나?”
“길게 생각할 게 있습니까? 그저 매뉴얼대로 대응하면 그만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나 소설에서는 매뉴얼을 무슨 전통과 보수의 집합체이자 무능의 화신으로 몰고 있지만, 이것이 세계 최고의 행정력이 만들어 낸 노력과 경험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다. 일반인들은 휴대전화 매뉴얼조차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니 정부 매뉴얼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겠지만, 기껏 만들어 놓고 따르지 않을 생각이라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매뉴얼 같은 건 도대체 왜 만든단 말인가? 동서고금을 따지지 않고 그 분야에 꾸준하게 돈을 들이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너무 딱딱해도 문제겠지만. 이번에는 좀 단호하게 대응할 때인가.”
그렇지 않아도 이 빌어먹을 것 때문에 NASA에서 듣던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보고서로 들어야만 했다. 그 보고서가 이상하리만치 ‘두꺼워서’ 의아하긴 했으나, 투자한 만큼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별로 이상할 것도 없었다.
‘NASA는 원래부터 예산이 미친 듯이 줄었어도 마치 SF에서나 볼 법한 것들을 내놓았지.’
태양열 로켓이나 바이오-나노 배터리 등 말이다. 열거하자면 밑도 끝도 없다. NASA가 냉전 시절에 비하면 한물갔다는 건 맞는 말이었지만, 현대에도 인류를 진보시키는 물건 중 일부는 NASA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었다.
마침 2002년 당시 본격적으로 NASA 예산 증액을 결정할 시기에 때맞춰 스타워즈 시리즈가 개봉한 덕분에 스타워즈의 도움을 좀 쏠쏠하게 받았다. 단지 이것이 2005년에도 이어지길 바랄 뿐이었다. 부시가 기억하기로 다음 시리즈가 개봉한 건 5월쯤이었다. 영화 자체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지만, 이용할 수 있는 건 마땅하게 이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중요한 건 우주가 아니라 국내지. 국내. 왜 역대 대통령이나 연방 의회가 그리들 NASA 예산을 깎아 내리지 못해서 안달이었는지 알 것 같구먼.’
그러나 이젠 NASA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 자체가 이미 이 높은 지지율 중 일부가 되어 버린 지금. 섣불리 NASA의 예산을 삭감하거나 취소할 순 없었다.
그리고 부시도 NASA의 예산을 삭감할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는 의미에 불과했다.
“경찰력을 동원하게. 클래식하게 대응하라고 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