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76화(277/377)
< 276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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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남자가 에어포스원으로부터 일본에 상륙하고 있었다. 고이즈미가 동원한 환영 인파는 부시 집권 초기처럼 여전히 대단했다.
‘나카소네 어르신에게 힌트라도 얻을까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애당초 요원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 양반은 처음부터 아베를 놀려 먹을 생각이었으리라. 아베는 아베 나름대로 얻어 간 게 있긴 있었다. 알고는 이었지만, 일종의 확신을 얻었다.
단지 그것과는 별개로 나카소네 그 늙은이가 멋대로 아베를 평가하고 만족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남에게 평가당하는 건 익숙했다. 애당초 이 정치계에 발을 들일 때부터 남에게 평가당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본디 높은 자리는 언제나 세간의 눈과 입에 평가당하기 마련이다. 이는 시대를 불문한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평가당하느냐의 차이일 뿐.
게다가 나카소네는 걷기만 해도 발에 차이는 길가의 돌처럼 굴러다니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그는 남을 당당하게 평가할 자격이 있는 대단하신 분이었다.
한 분야에서 자격이란 어떻게 주어지는가? 그만한 업적을 쌓고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자격이다. 그러나 이 조건을 만족하는 인물은 일본에서 살아 있는 사람 중 기껏 해 봤자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람 중에서 나카소네는 그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다 못해, 대놓고 으뜸으로 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면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꽤 되겠지.’
그리고 아예 일본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으뜸을 꼽으라면 단언 방금 일본에 발을 디딘 저 미국인 사내였다.
‘앞으로 세계는 수년간 정도 좋든 싫든 저 사람의 영향력 아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일을 저질러 줬다. 영향력이라는 건 사람의 능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오로지 저지른 행동의 ‘파급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지.
막말로 1차 세계대전만 해도 행동력만 넘치는 머저리 하나가 쏘아 올린 작은 총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능력자가 대놓고 파급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또 다르다. 파급력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행동’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그만한 행동을 한다면 당연히 파급력이 있다.
반대로 말해서 능력과 재력이 있는 사람이 대놓고 거대한 행동을 한다면, 그건 바로 파급력으로 직결된다.
다시 말해 저 양반은 그동안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모조리 거대하고 비대하게 움직였다. 그가 움직이면 반드시 최소 사람이 백만에서 천만 단위로 움직인다. 과장된 게 아니라, 당장 그 미군만 해도 백만이 넘는 병력을 정규군으로 돌리고 있지 않던가? 아무리 그래도 정규군보다는 적겠지만, 예비군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높은 자리에 앉아 있을수록 거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 거지만.’
아베는 초조한 듯이 옷자락을 매만졌다. 솔직히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저 사내가 일본에 전쟁이라도 걸지 않는 이상, 별로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아베는 지금 당장 현 총리인 고이즈미와 큰 손이신 나카소네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이번에 왕래한 이유가 원전이라고 했던가? 이번에 새로 올린다는 그 원전 말이야.”
“아무래도 일본 일정 다음에 또 한국. 그리고 중국에 들르는 모양이던데. 그래도 이번에는 일본이 먼저야. 이게 옳게 된 거지.”
앞에서 기자들이 멋대로 말하는 게 들려왔다. 솔직히 그가 일본에 찾아온 이유는 별로 관심 없었다. 왜냐면 그의 진정한 목적은 일본이 아니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대통령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그가 자랑하는 참모진이 생각해 낸 동맹국에 대한 예우일 터였다.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솔직히 모조리 두루뭉술해서 확실한 건 없었다. 나카소네는 전 총리의 감이라는 말을 자주 쓰던데, 그렇다면 아베는 차기 총리의 감이라고 하기로 했다. 정말로 차기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그 미지수를 변수로 만들고 변수를 확정시키는 건 정말로 오로지 아베의 정치 실력이 되리라.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아베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나카소네가 말했듯 이번 의원 임기를 마치고 고이즈미가 내려오리라는 예상에는 좀 회의적이었다.
아직 일본은 지지 않았고 진 적도 없고 앞으로 질 일도 없다고 외치는 노망난 할아범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늘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그건 아베가 지금 초조해하는 이유와도 상당히 관련되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 살아 있는 정치가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대단하신 양반이 단독으로 나랑 이야기하고 싶다니. 나는 정말로 차기 총리가 될 운명이라도 타고났단 말인가?’
세상이 아베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느껴 보지 못했던 ‘운’이 따라 주고 있었다. 이 행운을 등에 매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버러지를 도쿄만에 가라앉혀야 했던가.
어차피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혹자는 이를 부정하지만, 고래로부터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후일 의미가 바뀌긴 했지만, 골자는 ‘강자가 약자를 취한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강자가 강자인 이상, 결국 약자는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게 야만적인가 신사적인가는 뒷전이다.
좋다. 이렇게까지 밀어준다면 기꺼이 해 주겠다. 그런 요량으로 고이즈미와 부시가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나카소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면, 머잖아 저 손을 맞잡는 것은 고이즈미가 아니라 자신, 아베 신조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공식적으로는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일본을 떠나기 전에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저 미국의 대통령은 고이즈미와 그놈의 원전에 대해서 논하리라. 그러고 보니 방금까지만 해도 어련히 핑곗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집권 초에 일본에 오자마자 고이즈미에게 건넸던 말이 원전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니,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원전인가.’
아베는 어련히 원자력이라는 것을 사랑했다.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다. 사랑하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3분의 1에 해당하는 전기를 전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었다. 아베는 원자력이 일본의 새로운 미래라고 생각했다.
원자력으로 망했으나, 원자력으로 흥하리라고 믿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더불어 현 정치인 중에서는 아베 본인보다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서 그다지 잘 아는 인물도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자력의 위험성을 아는 정치인들은 이미 정계를 떠난 지 오래였다. 원자력의 힘을 피부로 직접 느끼고도 확실하게 인지한 사람은 나카소네를 비롯한 원로들이다.
그래서 아베는 어찌하여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서 그렇게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게 순전히 지금 고이즈미와 어깨동무를 한 채 우정인지 뭔지 모를 것을 과시하는 미국인 사내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전에는 수치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위험성에 대해서 좀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다 거기서 거기다. 솔직히 막연하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상은 ‘방사능은 위험해!’ 혹은 ‘방사능에 노출되면 아파.’ 정도가 고작이다.
실로 유치원생이나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수준의 내용이지만, 그게 현 일본 정계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정치인들은 막연하게 원자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떠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들이 멍청해서 그런 것이 아닌, 자본. 다시 말해 예산 하나로 죽고 사는 정부 특성 때문이었다. 일본은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으로 북쪽 동토인 도마리부터 남쪽 센다이에 이르기까지 약 50여 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사고방식이 예산 삭감 증감에 맞춰져 있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이 50여 기의 발전소로 인해서 벌어질 재앙보다는 얻는 이익 및 절감하는 예산 비용이 더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이 옳다는 건 아니었다. 이 원전이 있는 곳에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진 규모 9.4의 지진이라도 발생한다면 도대체 일본은 얼마나 뒤로 퇴보해야만 할까?
그 지진은 무려 네 번이나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그 지진으로 인해서 동남아시아는 실질 10년 정도를 뒤로 퇴보했단 말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일본이 똑같은 상황에 부닥쳤을 경우 어떠한 재앙이 벌어질까?
그런 수치를 아베는 일일이 검토하고 기록하고 있었다. 오로지 저 사내가 그것에 관심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사실 이미 이건 차기 총리로서 움직인다기보단, 총리가 되고 나서 온갖 협상을 통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온존하기 위함이었다.
당장 솔직히 말해서 일본 열도의 50여 기의 원전이 지진으로 인해서 누출이라도 된다 치면 미국도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 1, 2기 정도는 그저 중국, 한국 일부 동남아 나라 정도로 끝날 터였다. 그러나 50기 태반에서 방사능이 흘러나온다면, 그야말로 그땐 인류 개개인에게 방사능의 힘이라도 솟아나지 않는다면 인류 멸절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이건 협상 카드이자 협박 카드다.’
만약 조지 W. 부시라는 남자가 원하는 것이 ‘원전 사고에 대한 원천 차단’이라면 이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 물론 아무리 그래도 자국의 원자력 발전소를 제 손으로 사보타주 할 멍청이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실로 안일한 생각에 불과하고, 일본에는 권력을 유지하고 부귀영화를 영구적으로 누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이 즐비해 있었다.
단지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어서 그동안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제 그 이유가 있지.’
물론 직접 면전에 대고 협박할 수는 없겠지만, 이른바 생떼는 얼마든지 부릴 수 있을 터였다. 원래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아닌가? 견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아베가 알고 있는 만큼 저자도 알고 있으리라.
막말로 한국만 해도 원전으로 북쪽을 도배하고 있지 않은가? 수립된 계획은 아베가 보기에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이었는데,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원자로로 국토를 도배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고슴도치가 되려는 전략이었다.
그렇다고 막 1km 간격으로 진짜 도배한다는 건 아니었고, 구태여 일본, 중국, 러시아가 피해를 막대하게 볼 수 있을 법한 곳에다가 건설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 버리니 핵을 가진 것과 거의 진배없었다. 게다가 유사시에는 핵무장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나카소네가 나에게 바라는 것이 개헌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얼마든지 해 주마. 마침 한국이 통일되어서 전력이 더 늘어나는 바람에 불안해진 우익 단체가 꽤 많이 있었다.
‘남은 건 내가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 없을까의 차이인가.’
아베는 상념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저 멀리서 당혹스러운 듯한 고이즈미의 표정이 보였다. 매번 곤란해지면 고이즈미 특유의 말버릇으로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하는 고이즈미에게서는 썩 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대화가 오가길래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