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77화(278/377)
< 277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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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지금 여기서 이야기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고이즈미는 당혹스럽다는 눈빛으로 부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의 질문은 실로 무례한 것이었다.
“혹여 내가 말하지 못할 만한 것이라도 말했답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찌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고이즈미는 이 질문을 최대한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흠, 다시 한번 말하겠지만. 후쿠오카 부근에서 지진이 조만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건 엄연한 사실 아닙니까?”
“그 조만간이라는 게 10년 뒤가 될지 하루 뒤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마음만 같아서는 저 무례한 작자에게 ‘단층 이동 예측이 최선 아닙니까? 혹시 미국에서는 완벽한 지진 예측 기술이라도 개발했나 봅니다?’라고 비꼬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는 없었다. 대미 외교의 기반이자 골자는 접대 외교였다.
그 어떤 경우에도 한 발자국 뒤로 뺄지언정 손님의 기분을 해칠 수는 없었다. 하물며 그 손님이 그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게다가 무례할지언정 적어도 일본에 지진이 일어날 것을 걱정해 준 것 아닌가?
고이즈미는 그냥 한 번 돌려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그저 표현하는 방법이 좀 일반인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그의 행동거지는 일반적인 행동거지와는 실로 동떨어지지 않았던가?
따라서 그가 다소 괴팍한 천재라고 생각한다면 그다지 못 참을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가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의 권세를 누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비는 언제 해도 좋죠. 그러나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일본의 지진 대비 능력은 세계 제일입니다. 이렇게 동맹국 지도자께서 우리 국민의 안위를 신경 써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시는 그 말을 듣곤 차마 실소를 참지 못했다. 고이즈미는 이 실소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지만, 이는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일본의 대처 능력에 대한 실상을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대놓고 지진 대처 정도는 국민이 알아서 하라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없는 것보다는 나은 모양인지 이것만으로도 그동안 어떻게든 꾸역꾸역 세계 제일이라고 떠받들어졌지만, 2011년에 일어난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인해 그 실체가 낱낱이 까발려졌다.
무능한 공권력과 무기력한 관료들. 이 둘이 합쳐졌을 때 방심이 아니라 방관이 되고 말았다. 일본 국민은 언제나 지옥도를 경험해야만 했다. 본인들이 지옥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로 말이다.
“일본 혼자서 소화해 내기 버거울 정도의 지진이 나면, 구조용 항모가 출동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말만 들어도 든든하군요!”
두 지도자는 최대한 좋게 좋게 포장해서 이 껄끄러운 상황을 덮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 말고는 서로 맞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도대체 우리나라 원전이 뭐 어떻다고 이리도 트집을 잡는다는 말인가? 중동으로부터 테러라도 오는 줄 알고 보안까지 강화했단 말이다. 다른 곳에 쓰일 예산 상당 부분이 원전으로 흘러 들어갔어.’
‘원전 좀 줄이라고 보챘더니만, 아예 한국에 질 수 없다면서 무려 15기나 더 건설할 예정이라지? 이 빌어먹을 놈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군. 대가리에 핵폭탄을 두 번이나 맞았더니 방사능을 애호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라도 생긴 건가?’
통일의 계기가 된 경수로 때문인지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원전을 평화의 상징으로 선전했는데, 그게 아예 진짜로 국민 여론에 반영되어 북방 전역의 전기 사용을 원전으로 해결할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이는 부시가 상정한 적 없는 완벽한 오산이었다. 그래도 안전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큰 문제는 없을 터였지만, 그가 김갑환이던 시절 친구가 원전에서 알바 뛰면서 말하기론 당장이라도 사고가 나지 않는 게 기적이라고 했었던 기억이 났다.
실제로도 뉴스에 나올 법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음을 상기하고 나니, 대한민국 원전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번 방문은 이 미친 동아시아에서 제발 사고가 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서 바뀐 미래인 만큼 완전히 책임은 지지 못하더라도 돌아가는 꼬락서니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겠다는 사명감에서 우러러 나온 방문이었다.
그중에서 일본이 먼저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나라를 꼽으라면 단언컨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천재지변도 천재지변이지만, 중요한 건 천재지변으로 인해서 사고가 일어나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다시 말해서 부시는 이 대처 능력을 평가하려는 속셈으로 일본에 찾아왔다.
‘그래도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좀 바뀌지 않았을까?’
그렇다. 생각해 보면 부시가 직접 어떤 식으로든 행동하면서 실로 많은 게 바뀌지 않았던가? 그러니 원전도 좀 바뀌었을지 모른다. 그런 일말의 희망을 담아 고이즈미에게 질문하기로 했다.
“원전에 대한 예산이 대폭 늘었더군요.”
“저희 정부는 국민이 요구하는 바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입니다.”
부시가 원하는 대답은 원전 예산이 늘어난 이유를 듣고 싶었던 거지만, 고이즈미의 대답은 미국의 입김 따위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이쪽에 신경 좀 끄고 살라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
부시가 그걸 제대로 못 알아들을 정도로 멍청하거나 눈치 없진 않았다. 도리어 그것을 알아들었기에 절로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허, 이런 식으로 나를 놀려 먹는다는 말이지?’
요즘 들어서나 성격이 좀 죽었지, 옛날부터 당하고는 못 사는 인간인지라 질문을 선회해서, 그냥 대놓고 아예 질문 자체를 공격용으로 바꿔 명치를 후려치기로 했다.
“국민이라. 그렇다면 일본의 원전 수를 늘린 이유는 역시나 한국입니까?”
제아무리 경제 대국 일본이라지만, 상당한 예산을 소요하는 일임과 동시에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푸딩 위에 있는 섬이라고 평가받는 일본에서 원전을 지을 정도로 적당한 부지를 찾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도 꽤 많은 행정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그냥 발전소만 해도 상당히 귀찮은 일이 되는데, 현대 문명의 집약체나 다름없는 원전을 건설하려면 경제적으로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예산을 빼서 오거나 도쿄 전력을 갈궈야 하는데, 이것도 결국에는 행정력 소모다.
게다가 원전이라는 게 결국 돌아가면서 방사능 폐기물을 내뱉지 않던가? 방사능 폐기물을 보관하는 방식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하나가 임시 저장 시설 혹은 영구 저장 시설을 만들어 땅굴에 격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습식이다. 붕산이 들어 있는 냉각 물 수조에서 5~6년의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냉각하는 것인데, 이 또한 결국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마지막 하나인 건식이 있는데, 기본은 습식을 통해 열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식히고 콘크리트로 떡칠하는 것이다. 세부 방식에 따라 그 콘크리트에 일종의 창을 만들어 대류 현상을 통해 공랭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게 돌아가면서 나오는 게 다가 아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엄연히 수명이 있다. 이는 원전이라고 해도 별 다를 바 없다.
원전 해체 작업이라는 게 그냥 다른 건물처럼 망치랑 크레인 동원해서 부수면 그만이 아니라 최고 전문 인력으로 구성한 이들이 방사능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과정이다.
1, 2년도 아니고 무려 15년 동안이나 말이다. 그리고 해체하면 끝이던가? 해체하면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고준위 핵폐기물은 어쩌고?
‘근데 그걸 늘리고 있단 말이야.’
원전 자체를 늘리는 건 그다지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게 하필 한국이랑 일본이라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일본과 한국은 한 지붕 아래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나라였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일본은 세계 3위에서 밀려날 것 같으니 자극받았고, 한국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은 마치 냉전 시절 소련과 미국이 핵탄두 경쟁이라도 하듯 원전 건설을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빌어먹게도 이 둘 다 믿을 만한 놈들이 못 된다는 거지.’
이게 문제였다. 두 놈 전부 원전 사고를 밥 먹듯이 내는 놈이고, 한 놈은 그나마 외교 빼면 시체라서 눈치라도 보느라 남에게 피해라도 잘 안 주려고 노력하는데, 한 놈은 피해를 주다 못해 아예 똥을 퍼서 맛있다며 먹어 보라고 뿌리려고 하는 놈이니 어찌 이 둘을 믿는다는 말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고이즈미는 이 또한 부정했다. 요컨대 간섭 그만하고 그냥 우리가 챙겨 주는 밥이나 잘 먹고 가라는 뜻이었는데, 사실 이게 맞긴 맞았다. 부시가 제아무리 미국에서 대단하다고 한들 여기는 일본이었다.
“고이즈미 총리께서는 함축을 참으로 잘하십니다.”
고이즈미 또한 이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멍청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비꼼에 비꼼으로 대답하는 것은 고이즈미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접대 외교의 목표는 어디까지 손님의 기분을 건들지 않으며 유들유들 표정으로 접대하는 것이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부시 대통령.”
이 둘은 카메라를 앞에 두고 실로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이 사진은 당연히 세계의 이름난 신문에는 다 나왔다.
시간은 흘러 원전 수가 늘어난 것 말고는 자신이 익히 알고 있던 것과 그다지 별로 달라진 부분이 없음에 크게 실망한 부시의 일본 일정이 거의 끝나 갈 무렵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좆 까는 소리는 비뇨기과에서만 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철학자가 배고프다는 것도 웃긴 이야기입니다. 예로부터 유명한 철학자는 대부분 배가 불렀죠.”
부시는 마지막 날 아베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베가 무어라 말하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부시가 일본에 도착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생각하고 있는 건 오로지 태평양의 안위뿐이었다.
세상에, 방사능으로 절인 태평양 참치라니. 무슨 아포칼립스도 아니고 그딴 건 절대로 먹고 싶지 않았다. 설령 아포칼립스가 찾아오더라도 방사능에 절인 음식을 먹고 연명하느니 차라리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하긴 아포칼립스가 찾아왔다면 그 적대국 수장인 부시가 살아 있을지나 의문이었지만.
거기까지 생각한 부시는 속으로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말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았지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심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위법이 아닌 이상 뭐든지 활용하기로 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술잔 안에서 뜨거운 일본주가 전구의 빛을 받으며 찰랑거렸다. 술이란 게 근본 자체가 이성을 마비시켜 용기를 부여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딱히 입에 대지 않고 바라보기만 해도 혓바닥을 매끄럽게 하는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당신이 차기 총리라고 생각합니다.”
부시는 아베의 동공이 확장되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