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7화(28/377)
< 27편 >
“아니 대출을 건들긴 왜 건듭니까! 왜!”
아, 거참 귀 아파라. 진짜 75살 맞나? 사실 50세쯤 되는 거 아니야?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다고 해도 믿겠다. 그리고 왜긴 왜야. 월스트리트가 미국을 더 나아가 세계 경제를 말아먹으려고 하니까 그렇지. 여하튼 여기서는 한 번 그린스펀의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올바른 말이라고 해도 흥분한 상태에서 들으면 원인 모를 울분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규제라고 해도 내가 제시하고 싶은 건 아주 기초적인 상식선이오.”
“상식선?”
“서브프라임 등급의 대출 규제 강화. 고금리와 저금리 사이의 중금리 유지.”
“서브프라임? 중금리는 그렇다고 칩시다. 서브프라임은 도대체 왜? 아까는 부동산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대출을 위해서는 수입과 자산을 확실히 명시할 것. 그 이외의 방법으로는 돈을 빌려줄 수 없게끔 하는 것이오.”
너무나 당연한 요구. 아니, 사실 누구나 뇌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생각해볼 법한 규제. 아니 규칙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그런 건 규제하지 않아도 상식입니다. 상식! 대체 누가 빌려준단 말입니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인간을 보았나! 이런 하찮은 이유로 일일이 간섭했다가는 선례가 생길 것이고 그로 인해 미국 경제는 터지고 말 겁니다!”
아, 그런데 내가 흥분을 주체 못 하겠네.
“하찮아? 오, 과연 그럴까? 더 들어보시오.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생각하면 은행들 생각도 바뀌지 않겠소?”
앞으로 미국의 집값은 계속 오르지. 그렇다면 대출을 해줘도 본인이 갚지 못하면 은행은 집으로 갚게 하면 될 것 아닌가? 거, 참으로 편리하겠군.
이것을 알게 된 월스트리트와 은행의 경영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일단 우량 등급이 아니라 비우량 등급인 서브프라임한테도 집이 있을 것 아닌가. 없어도 상관없지. 그들은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살 것이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집을!
그렇다면 서브프라임 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 빌려준 것보다 한참 높아진 부동산으로 상환받으면 그만 아닌가? 역설적으로 서브프라임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냥 부채는 집으로 갚고 다시 빌리면 그만이라고.
“그렇게 되면 누구나 집을 팔아치울 것 아닙니까. 그건….”
미국의 부동산이 폭락한다.
“상상만 해도 오싹한 일이지.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소?”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비눗방울이 크기에 상응하는 굉음을 내며 터져버린다. 사람들의 은행의 탐욕과 욕망 그리고 잘못된 예측이 낳은 비눗방울이 아메리칸 드림을 한계까지 먹어 치우고 미국을 고꾸라뜨릴 수 있는 괴물로 진화했다.
“그러나 그건 경제가 가진 막대한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뭐 그럼 내 세계에서 일어난 일은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냐? 아오. 이걸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내 전공은 경제학이 아니었으니 알고 있는 사실만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필요성이 있었다.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은 20년씩이나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한 노괴였기 때문에 쓸데없이 내 사견이 들어갔을 경우 꼬투리를 잡혀 내 이론 자체가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자신도 이해했으면서 무한한 가능성 중 하나라서 이 부탁을 못 들어주겠다? 만약에 그때가 되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겠소?”
“그 이상의 문제입니다! 대통령! 나는 한평생을 대공황 연구에 바쳤소! 당신이 말하는 시나리오와 비슷한 논문만 몇 개를 써 내렸다는 말이지! 그러니 당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사실은 이해했소. 그러나 이런 작은 사례나 전례가 모이고 모여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거요! 당신의 후임이, 내 후임이 이 사례들을 악용할지 어찌 안단 말이오! 부탁과 청탁은 한 끗 차이입니다.”
“아, 그래서 닷컴 버블은 참으로 잘도 예상하셨겠소?”
“그건 투자자와 IT 기업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죠. 지금 논하고 있는 것과는 주제가 사뭇 다릅니다.”
“아니, 우리 모두 한가지는 알 수 있었소. 바로 막연한 기대, 그리고 줏대 없는 꿈과 희망이 아주 시발 같다는 점이지.”
“지금 대통령께서는 신자유주의와 아메리칸 드림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계십니다. 꿈은 미국이 아니라 인류의 성장 동력입니다.”
“그 꿈과 희망이 정당하다면 말이지. 연준의장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설마 기업들이나 은행의 회계장부가 정말로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는 거요?”
“일부의 일탈은 있을 수 있으나, 모두가 그러리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대통령!”
“일부? 혹시 그 일부가 100% 중 99.9%는 아니고? 일부의 일탈이라고 속단하지 마시오! 경제 대통령!”
여기서 예시로는 적절치는 않지만, 그 최고봉이 바로 대한민국 군대였다. 모든 게 ‘유도리’아래서 돌아갔다. 생계형 비리? 까라면 까? 지랄하고 자빠졌네.
2008년에 세계금융위기가 왔을 때 도덕적 해이라는 단어가 괜히 대두된 게 아니다. 모두가 파산해서 길거리에 나앉았는데 월스트리트의 최정상에 위치한 작자들은 구제금융으로 받은 돈으로 보너스 파티나 하고 있었단 말이다.
“그럼 엔론하고 월드컴, 글로벌 크로싱은 뭐 0.1%요?”
“으음.”
드디어 처음으로 저 경제 대통령이 입을 논리로 닫게 했다는 사실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뇌수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역시 사실보다 강력한 무기도 없는 법이지.
“분식회계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연준의장!”
“그런데 월드컴은 처음 듣습니다만, 확증이 잡힌 겁니까?”
아차, 아직 월드컴은 아니구나. 월드컴은 신시아 쿠퍼가 내부고발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일단은 건실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방 정부도 멍청하지는 않아서 월드컴을 의심하고 있긴 있었지만, 제대로 확보된 물증은 없었다.
“나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오. 내가 모르는 일은 없지.”
“일단은 알겠소. 참고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만약 그런 불순한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오. 즉 구제금융을 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지.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권한을 사용해서 전력으로 막을 것이오.”
실제로 그 꼴이 벌어지면 일단 구제금융을 하긴 하겠지만.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저 인간이 알아먹을 것 같지 않았다. 악역을 자처하더라도 어떻게든 알아먹게 시켜야지. 이게 통과가 안 되면 내가 그동안 준비해온 안배가 그대로 고꾸라질 수 있었다.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을 때 구제금융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망합니다.”
그렇지. 미국은 망하겠지. 그게 2008년에 벌어질 세계금융위기고. 그런데 뭐 어쩌라고.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망한다면 그건 원래부터 망할 운명인 거지.
“그래서 연준이 하는 일이 뭐요. 금융 기관 감독하는 거 아니오? 그럼 지금 하는 말은 그냥 방임하자는 거요? 나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소.”
“이 무슨 무례한!”
“또한! 내가 지금 하는 부탁이 무리한 부탁이오? 무리하다 생각한다면 하지 말아도 좋소. 나 또한 대통령 이전에는 기업인이오! 동시에 신자유주의 지지자지! 다만 이대로 두면 나올 결과가 너무 눈에 보여서 어디까지나 ‘부탁’할 뿐이란 말이오!”
그래. 부탁이다. 말이란 참으로 오묘하지 않은가? 지금은 타당한 부탁이었지만, 후일에는 그린스펀이 말한 것처럼 청탁이 될 수도 있었다. 상호견제가 기본인 미국에서 민간기업인 연준을 압박해서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는 선례가 생기면 이를 악용할 인간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다.
법 해석이란 실로 심오하여 단어 하나만 재배열하더라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런데 선례가 생겨 버린다? 말 다 한 거지 뭐. 어찌 보면 지금 내 행동은 미래를 등한시하고 현재에 시선을 고정하는 머저리 짓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래서 뭐?
“내가 바로 잡고 갈 것이오.”
만약 일이 잘못될 것 같으면 내가 바로 잡으면 그만 아닌가?
“무슨 방법으로 말입니까.”
“당신도 알지 않소. 이 자리에 있으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없던 일로 해주리다. 왜? 여차하면 할복이라도 해드릴까?”
할복이라. 내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었다.
“일이 잘못되면 내가 다 떠안고 죽겠다는 소리요.”
그게 진짜 물리적 의미든 비유적 의미든 말이다. 막말로 이 몸은 내 몸도 아니거든. 내 말이 끝나자 그린스펀은 눈을 감았다. 분명 세월 속에서 축적 시킨 경험과 이론 사이에서 자신이 내릴 결론에 대해서 타당성을 가늠하고 있으리라.
“이 부탁은 아주 비싸게 먹힐 겁니다. 대통령.”
결국, 그린스펀은 심각한 표정으로 방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정론에 대치해야 하는 것은 정론인데, 정작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하자 그린스펀이 토로한 정론이 궁해졌기 때문이다.
뭐, 사실 지금 열심히 이야기한 낮은 금리 때문만은 아니지. 중국 등에서 대량으로 사들이는 국채 문제도 있다. 하지만 국채문제는 건드리기가 힘들었다. ‘본인은 현 시간부로 여러분이 국채로 돈놀이하는 거 못 봐주겠다!’라고 머잖아 그린스펀의 입에서 직접 나올 테니까.
그러나 알았으면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가져간 국채는 다시 사들이면 그만이지. 조만간 중국이랑 러시아 국채나 사볼까?
“그나저나. 내 몸이 아니다, 라.”
그래, 내 몸이 아니다. 주어진 역할에 순응하고 반쯤 정신줄을 놓은 채 미합중국의 대통령 짓을 하고는 있었지만, 현실감이 아직도 붕 뜨고 있었다.
나는 김 아무개이다. 김 아무개이다. 아무리 되새겨 봤자 이 몸은 조지 부시였다. 그렇다면 조지 부시처럼 살아야겠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뭐지?”
아마 세계평화를 이룩하고 인륜을 구하고자 하는 일은 아니리라. 아마 그랬다면, 중동을 전력으로 사수했겠지. 하지만 미국의 이득을 우선시했기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손을 멈추었다.
미국의 패권을 굳히는 일? 흠, 전혀 틀리진 않을 것 같다. 확실히 그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런데 왜 굳힐 일이 있단 말인가? 그건 조지 부시의 일이지 김 아무개의 일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지금은 조지 부시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미국을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메시지가 내적 심리에서 강제되는 느낌이었다. 타인의 영혼이 부시의 몸에 들어온 탓인지. 아니면 점차 기억과 지식이 혼합되어 가고 있는 부작용인지. 이상할 정도로 이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단 말이다.
그렇다고 내 조국인 대한민국이 썩 그립지 않은 건 아닌데. 물론 군대는 빼고. 군대는 진짜 끔찍했다.
뭐, 그럼 미국의 패권을 잡아주는 일은 이 몸을 차지한 밥값 정도로 할까?
그러니까 결론이 뭐냐면.
“아 조까.”
그냥 일단 꼴리는 대로 하면 되는 거지 뭐 이렇게 머리가 빠개지도록 심리적인 고찰을 한단 말인가. 이런 철학적 고민은 8년 뒤에나 해도 늦지 않았다. 지금은 뒤를 보지 않고 달릴 시간이었다.
가만. 내 꼴리는 데로란 말이지?
“비서실장. 이제 들어와도 좋네.”
나는 밖으로 내보냈던 카드 비서실장을 다시 들여왔다.
“F-22 말일세.”
“F-22? 아, ATF 사업의 YF-22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그래. 그거.”
“미국 방위를 담당할 최상위 국방 사업에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내가 입만 열면 어째 문제가 있다고 확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보니까. 비서실장도 감화되어 버린 모양이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럼?”
“그거 한 번 타보게.”
“네?”
나를 이곳으로 보낸 신인지 우주적 존재인지 모를 존재여, 진짜로 나 꼴리는 대로 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