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80화(281/377)
< 280편 >
* * *
“아바스 대령, 정말 이럴 것이오?”
M4의 시커먼 총구가 눈에 들어왔다. M4는 익숙하지 않은 총기였다. 그들이 기억하고 있던 이라크군은 AK 계열의 총기 혹은 동구권 무기를 들고 있었다.
뒤늦게 저것이 군부의 요구로 M4를 기반으로 하여 개조된 이라크판 M4임을 알아차렸다. 순혈은 아니어도 혼혈 정도는 되는 중동에 가장 적합한 AR 계열 개인화기였다.
정부에 무조건으로 충성하던 그 시절과는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장비도 사람도 심지어는 기조조차도 바뀌어 있었다. 그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걱정하지 마시오. 이것으로 이라크는 보호국에서 벗어나, 진정 자주독립국으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이오.”
“정녕 조국을 가망 없는 전쟁통으로 몰아넣겠다고?”
“당신의 조국이겠지! 우리의 조국은 아니야! 나는 정녕 이 거짓된 이라크가 전부 불타 사라져 잿더미만 남는 꼴을 보더라도 ”
서이라크 대통령은 숨이 넘어갈세라 웃어 댔다.
“이거 참 웃긴 작자로군! 어찌 국가 없이 국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국민 없이 국가는 없어!”
“그걸 부정하지 않겠네. 하지만 정말로 모르겠는가? 긴급 시국이야! 취약해진 국민에겐 울타리가 필요했어! 그대로 있었다면 정말로 우리는 자네가 말하는 것처럼 서방세계의 보호국으로 전락했겠지. 우리는 최선을 다했네! 의욕만 앞서는 머저리들로부터 경제를 빼앗아 제대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군대는 외침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지! 받아 온 장비들도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그렇지 실상 헐값이었어! 복지? 얼마든지! 단지 발전 과정에서 더는 서방세계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그런 나라는 세상에 단 하나도 없어!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했네!”
서이라크 대통령은 발악이라도 하듯 정말로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 냈다. 대통령이 어찌 자신의 나라가 처한 상황을 모를까?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사유들이 겹치고 겹친 마당에 이젠 아예 쿠데타까지 일어났다.
대통령은 정말로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국가를 다시금 되찾아오기 위해서 일단 잠깐 한 발 물러났을 뿐이었다. 솔직히 한 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넓었지만,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 그 증거로 경제를 살리지 않았던가?
“그 대신 국민을 팔았지!”
아바스 대령은 일갈했다. 위정자의 구질구질한 변명을 군인의 패기와 호통으로 덧칠해 같잖은 변명을 치워 버렸다.
“거리를 봐! 전광판이나 광고판에는 이라크 기업은 하나도 없어! 있어도 모회사가 외국기업이거나, 언제든지 뜰 수 있는 다국적 기업이지! 이라크 기업은 하나도 없단 말이야! 경제를 살렸다고? 공장에 들어가 봐! 이라크 국민은 외국인들에게 모욕을 받으며 일하고 있어! 네놈이 그 빌어먹을 개인 조리사의 샐러드를 먹고 있을 때, 그들은 돈이 없어서 풀을 뜯어 먹었다고!”
구타를 당했다. ‘경제’는 살렸다. 이것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앞에 들어가는 단어가 하나 빠져서 그렇지. ‘나라’의 경제는 살렸다.
“허, 그럼 이상에 맞게 모든 걸 운용할 수 있을 성싶더냐? 그딴 유토피아가 가능할 성싶어?”
대통령으로서의 행색조차 집어치웠다. 잔뜩 흥분한 채로 서로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대령의 눈은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우물과도 같았다. 적어도 대통령이 생각하기에 그러했다. 그리고 경험상 이러한 눈은 광인의 눈이었다.
“그래. 네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네놈의 주변도 똑같이 생각할까?”
“그렇지 않겠지. 난 조금 감정에 맡기는 경향이 있긴 해도 현실감각이 없는 놈은 아니오. 십중팔구는 막연하게 민족주의에 눈을 흐린 어중이떠중이고, 야망 있는 놈들은 그저 군부가 이끄는 정부에서 제 한 자리 원할 뿐이야.”
“위선적이군. 그럼 나와 다른 게 뭐지? 나는 전쟁이라도 끝냈지, 자네는 전쟁을 시작하는군.”
“내가 지금 ‘나는 깨끗하오!’ 시위라고 하는 것 같소? 아니면 어디 대학 토론장에 나와 있기라도 한 것 같소? 기득권이 바뀌겠지. 군부 중심으로 모든 행정 체계가 개편될 거야. 그리고 한 10년 정도는 전후복구에 비실거리겠지.”
“허, 잘 아는구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시민 의식이 바뀐다는 점이오. 그리고 적어도 외국인이 던져 준 빵이 아니라. 우리가 던져 준 빵을 먹겠지. 타의가 아니라 자의로 움직일 거요.”
“지랄하고 있군. 자의가 어째? 지금 전란에 휘말린 게 어찌 국민의 자의란 말인가?”
“그대가 국민의 자의를 거세해 버린 탓이지, 이건 그 자의를 다시 달아 주는 과정일 뿐이오.”
대통령과 대령의 대화는 평행선을 내달렸다.
“그리고 다시 말씀해 드리지. 대통령 각하, 이건 토론이 아니라 쿠데타요.”
어느새 대령의 손에는 베레타 92가 들려 있었다. 그것도 잠시, 총구가 대통령의 미간에 겨눠졌다. 그래 봤자 총구 하나가. 그것도 대령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겨눈 M4보다 더 작은 구경 하나가 더 늘어난 셈이었지만, 이번 총구는 달랐다.
그것은 다른 총구와는 달리 확실하게 불을 뿜을 터니 말이다.
미동하는 사람 한 명 없는 완벽한 고요함 속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끝을 직감한 대통령의 뇌가 만들어 낸 환청인지는 몰라도 방아쇠 스프링 소리가 들리는 듯싶더니, 그것이 도중에 멈췄다.
“아니지.”
대령은 권총의 안전장치를 안전으로 바꾸더니, 이내 천천히 권총집에 집어넣었다.
“모든 일은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고, 형은 정식으로 처형장에서 이뤄질 것이다.”
“대단하군. 결과가 정해진 재판이라. 의미가 있나?”
어차피 결과가 정해진 마당인지라 대통령은 실컷 빈정거렸다. 단지 가슴 한구석에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구출 작전이 고안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묘한 안도감이 피어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있지.”
TV에는 EU 통합군의 병영 및 군사시설이 불타는 장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있고말고.”
* * *
부시는 아직 술이 덜 깬 채로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옆에서 비서실장이 짓고 있는 근면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있던 취기도 전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전쟁이 났다고?”
내전이라기엔 개입된 세력이 너무 많았고, 국가의 운명을 건 총력전이라기엔 정통 정부도 아니었다.
“거의 모조리 격파 당했습니다. 전투기는 발진하기도 전에 활주로에서 폭파당했고, 대부분의 부대는 기습공격에 철저히 파괴되었습니다. 해군 또한 나가 있던 함대 외에는 전부 항구에서 가라앉았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일단 국내라는 점이 주효했습니다. 더불어 서로의 전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결정적으로 서이라크군의 전투력이 이젠 웬만한 나라 못잖다는 점이죠.”
이라크군은 본래도 강군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질 좋은 서방 장비까지 갖추게 되었다. 더는 불법으로 복제한 AK 시리즈가 아닌 자체적으로 중동의 기후에 맞게끔 생산한 M4로 무장했으며, 도합 수천에 이르는 이라크 시절 2세대 구식 전차는 물론 독일에서 생산한 수출판 레오파르트2를 800대나 운용하고 있었고, Su-30를 비롯한 러시아제 수호이 계열 전투기를 250기나 운용하고 있었다.
현 서이라크의 경제 수준에 비교하면 실로 비현실적인 수치였지만, 서이라크를 중동의 병기창으로 만들려는 욕심에 거의 공짜 수준으로 퍼다 준 것이 문제였다. 서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중동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서이라크가 강해야만 했다.
“아이러니하군. 서이라크를 보곤 의회에서 아프가니스탄군을 키워야 하니 뭐니 해서 편하긴 했는데. 조만간 아프간의 지원을 더 줄이겠군.”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행을 간 미국인이나 사업자들 말곤 사망자나 부상자가 없었다. 이런 명분으로 미국이 움직이기에는 너무나도 소소했고, 어차피 본토에 폭탄이라도 떨어지지 않으면 움직일 생각도 없었다.
“그 EU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예상하셨겠지만, 보복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미 본토로부터 군대가 출동했습니다. 국가 하나도 아니고 연합을 적으로 돌렸으니 이라크 반군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이라크 방공 체계가 훌륭하다고 들었는데.”
유럽 모든 기술이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펜타곤에서도 이라크의 촘촘한 방공망은 그 자체로 예술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방공 체계에 들어가는 미사일 제조 공장이 없으니 비축분을 다 쓰고 나면 그걸로 끝일 겁니다.”
요컨대 공군을 제외하면 실상 최신예 서방식 장비를 들고 서방식으로 훈련받은 이들이라는 거다.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부시는 이 상황에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아냈다.
“미러전?”
“예?”
“아닐세. 아무것도 아니야.”
부시는 미국이 이 전쟁에서 무언가 얻어 낼 수 있을까 가늠해 보다가, 만약 전쟁에 개입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뭐긴, 뭐야. 예전에 일어났던 이라크전의 재림이지. 럼즈펠드 그 양반이 그래도 전쟁은 잘했는데.’
도널드 럼즈펠드. 그는 전형적인 구식이었다. 옛 방식에는 능통하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기에는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사실 보수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폐가 있는 것이. 보수나 진보로 표현하기보다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었다는 말이 맞으리라.
본디 사람이라는 게 옳은 소리라는 걸 알아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정적이기 마련이지만, 물론 부시는 걷잡을 수 없게 되기 전에 멋대로 날뛰려고 해서 지근지근 짓눌렀지만, 어쨌든 결함이 좀 있긴 해도 싸움 하나는 더럽게 잘하는 양반이었다.
‘뭐, 어때. 그 사람 하나 없다고 이길 전쟁에서 질 정도로 미합중국 연방군은 약하지 않지.’
원래 정치라는 게 실보다 이익이 더 많으면 실이 있어도 눈치껏 봐주는 거지만, 반대로 실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면 축출하는 게 기본이다.
“더 자세하게 알 수는 없겠나?”
“그럴 줄 알고 준비한 저희 고고도 정찰기가 보내온 첩보입니다.”
있기론 수십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전부 큰 차이는 없었다. 왜냐면 전부 건물에 불이 올라오는 사진뿐이었으니 말이다. 단지 전부 다른 곳을 찍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다?”
다르게 말하면 수십이 넘는 다국적군 군사시설이 타국 땅을 점령하고 있었다는 말이렷다. 이쯤 되니 반군이 부르짖는 자주성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갈 정도였다.
“예. 그렇습니다. 전부 군사시설입니다. 심지어 그중에는 비밀리에 건설되던 사일로도 있습니다. 덕분에 러시아에서는 격렬하게 항의 중입니다.”
“아, 푸틴 그 양반 혈압 좀 올라갔겠구먼.”
화를 낼 듯하면서도 고도로 계산된 감정을 실은 연설을 제외하면 묘하게 화는 내지 않던 양반인지라 이번에는 정말로 화를 낼지 내지 않을지 궁금했다.
‘그건 그거고 방침인가.’
보고에서 실상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했고, 보고의 목적이기도 했다. 사건의 추이를 더 지켜보고 결정하기 위해서 보류할 수도 있겠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중립. 그렇게 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