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82화(283/377)
< 282편 >
“이건 미친 짓이야.”
루나2는 그나마 좀 쓸 만해질 정도로 개선된 유로파이터의 조종간을 필요 이상으로 쥐어틀며, 몇 번이고 기적에 가까운 곡예를 거듭해서 성공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어디 공군 퍼레이드 따위에서 실력이나 뽐내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사일에 맞아서 즉각 폭죽으로 변하든, 대공포나 기총에 벌집이 되어 폭죽으로 변하든 어쨌든 당장 죽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절대 무적의 방공망을 자랑하는 적지에서 대규모 공군력을 투입할 생각을 한 건 어떤 멍청한 놈이 입안한 작전이지?”
-루나 편대. 분대를 유지해라.
AWACS(공중조기경보통제기)에서 경고했지만, 이 상황에서 편대를 유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딱 둘이었다. 지상을 쓸어 버릴 수 있는 압도적인 육군력. 그것도 아니면 전지전능한 하느님.
일반적인 대공망이면 모를까 EU 회원국들이 대놓고 최신 기술을 시험하겠답시고 돈으로 처바르고 또 처바른 대공망이었다. 차라리 EU에서 권한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모를까. 합동작전을 강조하면서도 국토방위에 필요한 시스템 전부를 서이라크 군대에 맡긴 탓이다.
“불가능하다. 대공포와 SAM이 너무 많다.”
이렇게 촘촘한 방공망은 난생처음이었다. 몇 년 전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와 지형지물은 바뀌지 않았지만,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미사일은 단순히 레이더에 표기되는 것만 세어 봤을 때 수십 배에 달했다.
아니, 어쩌면 수백에 이를지도 몰랐다. 솔직히 체감상 만이라면 족히 어림잡아 천 배는 더 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차라리 지대공 미사일만 날아오면 사정이 좀 낫지. 캐노피나 레이더 어딜 둘러봐도 Su-27이나 Su-30이 무슨 철새 떼처럼 몰려다니며 아군기를 사냥했다.
그렇다고 실력이 특출난 건 또 아니었던 탓에 제대로 붙어 볼 법한 정도였으나, 적의 꼬리를 좀 잡아 보려고 하면 지상에서 올라온 미사일이 그를 괴롭혔다.
회피 기동마다 그렇지 않아도 내구성이 낮은 유로파이터가 비명을 내질렀다. 물론 갑자기 하늘에서 오체분시 되지는 않겠지만, 유로파이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러한 격전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지난 이라크전에서도 공군이 수행한 임무라곤 점 하나 없는 깨끗한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미사일이나 폭탄 따위를 퍼붓는 일뿐이었다.
-루나2. 뒤에 적이 따라붙었다. 기종은 Su-27.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저 Su-27에 벌써 셋이나 당했다.
“알고 있다. 환상적인 롤(Roll)이군. 저게 나를 향한 것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는데.”
-브레이크! 브레이크! 아악!
-루나1이 당했다. 낙하산은 보이지 않는군.
“끈질기게 따라붙는군. 이대로 가면-.”
아니나 다를까 Su-27로부터 공대공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알라모(R-27)이리라.
“젠장. 플레어를 사용하겠다.”
후미에서 플레어가 터지자 미사일이 목표를 착란하며 공중에서 터져 나갔다. 판단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 아마 저기서 터지고 있는 건 아마 자신이 되었으리라.
-루나5! 고도를 유지하라! 저고도로 내려가면 격추당할 거다!
“허, 신참은 살아 있는 모양이군.”
-…루나5가 추락했다. 이런 젠장. 사냥개가 오리 몰듯이 지상으로 몰았어!
“이제 죽었군. 빌어먹을.”
이건 아까부터 계속 곱씹고 있듯이 미친 짓이었다.
-지상 병력은 도대체 뭘 하고 있길래 대공방어 체계가 그대로인 거야!
“창문이라도 열어서 보든가.”
대화는 태평했으되 손은 바삐 움직였다. 후미는 여전히 예의 그 Su-27이 매서운 기세로 붙어 있었는데, 아무리 떨어뜨리려고 노력해 봐도 무슨 머리에 찰싹 달라붙은 껌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루나3이 기총에 피격당했다!
“개판이구먼. 위에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나? 예를 들면 작전상 후퇴 같은.”
-루나2! 그 어떤 경우에도 작전 이탈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냥 해 본 말이야.”
캐노피 너머로 루나3이 지상으로 추락하며 검은 선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을 두 쪽으로 갈라놓은 것 같았다.
그렇게 떨어지고 떨어지다가 지상에서 불타고 있는 건물에 들이받았다.
“이런 시발!”
루나3의 유로파이터 안에 들어 있던 항공유가 완전히 연소하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리 주목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작전 구역에서는 이미 여기저기 터지고 있었던 탓이다.
“공군은 뭘 하고 있길래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간신히 점령한 건물을 박살 내는 거야!”
사막색 기갑차량과 구식 트럭, 총으로 회답하는 군인들, 입안을 바싹 말리는 사막의 먼지바람, 절대 빠지지 않는 AK. 그것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중동전이었고, 구 이라크군을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서이라크 반군의 손에 들린 건 중동 기후의 특색에 맞게끔 파생된 M4였고, 유럽 통합군의 장비와 완전히 똑같은 장비들은 사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유럽 통합군이 직접 숙성시킨 강군이었다.
서이라크 해군은 애당초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쉽게 처리할 수 있었고, 육군은 이스라엘을 통해 상륙하여 요르단을 통해 접근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충돌은 요르단과 서이라크의 국경선에서 일어났다.
본래라면 포격을 통해 참호와 군사 기지를 파괴하고 전차를 통한 기동전으로 단번에 밀어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적의 저항은 격렬했다. 전차전뿐만 아니라 보병전을 비롯한 모든 전투의 기본은 무엇이던가?
일단 개인 단위에서 이겨야 뭘 하든 말든 할 거 아닌가? 아니면 적어도 그걸 커버할 수 있는 전술을 마련하든가,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든가.
유럽 통합군이 병력을 파견했을 때 설마 화력에서 밀리리라곤 상상조차 못 해 봤다. 사실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사실 수와 화력만이라면 당연히 유럽 통합군 쪽이 한참 우세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화력을 유효하게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본래 작전대로면, 지상에서 육군을 통해 대공 체계를 마비시키고 우월한 공대지 능력을 십분 활용하면 비교적 공군 능력과 야포 등이 부족한 서이라크군과는 비교조차 불허하는 어마어마한 화력을 전장에 투사할 수 있었다.
당연히 저 미친 대공 체계에 공군을 밀어 넣으면 어떤 꼬락서니가 될지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었고, 그것을 위한 지상군이었다. 그런데 지상전부터 꼬였다. 정상적인 전쟁이라면 당연히 간접적으로 제공권 확보를 위한 견제만을 유지하거나, 아예 투입하지 않는 게 옳았지만.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했다.
다름이 아니라 전장에서는 가장 엿 같다는 그 ‘정치’적인 문제였다.
-EU 산하 통합군은 1주일. 혹은 아무리 길어도 2주일 이내에 반군과의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어떤 각국 국내 진영이 보더라도 이건 완전히 EU 및 유럽 통합군의 실책이었다. 처음부터 EU라는 체제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사람들은 EU라는 체제 자체를 까기 바빴고, 몇몇 극소수의 사람들은 중동에 민주주의를 심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어쨌든 내부가 잠잠해지려면 이러니 저리니 해도 수뇌부에서는 무조건 ‘단기 결전’을 원했고, 그럴 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과신하고 있었다.
문민정부에서 군부는 당연히 통수권자의 말을 따라야 했고, 이 경우에는 유럽 이사회의 결정을 따라야만 했다.
작전은 완벽하게 단기전 위주로 돌아갔고 유럽 통합군은 현재 투입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투입해서 화력을 투사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전장이다.
“중대장님! 적군의 포격 때문에 골목에 친 철조망이 다 망가졌습니다.”
“밀리고 있는 이상 철조망은 더는 중요치 않아! 그리고 선행하던 레오파르트2의 궤도가 끊어졌다는 소식이다! 우리 중대에는 이를 호위하라는 임무가 하달되었다! 움직여! 움직여! 호위 목표는 이미 적군의 레오파르트2와 교전 중이다!”
“젠장. 그렇지 않아도 육안으로는 구분도 힘든 마당인데!”
우수한 IFF 덕분에 기갑차량의 경우에는 서로 싸우는 일 없었고, 이전 서로 포격했던 이라크 전쟁과는 달리 반절이나마 통합을 이뤄 내 경쟁할 필요도 없었던 탓에 일단 작전 자체는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작전이 차분했다는 거지, 전투가 차분했다는 건 아닌지라 수천 명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진압해 보려는 통합군과는 다르게 서이라크 반군은 결사 항전이라는 게 또 까다로웠다.
항복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 리도 없었다. 그야 전부 죽진 않겠지만, 대통령까지 납치당해서 처형 예정인 기존 정부에서 현 군부를 신임하고 그대로 기용할까?
더불어 슬프게도 국민도 대부분 군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잘 먹고 잘사는 이라크인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야 이건 어떤 나라를 가더라도 다 거기서 거기였지만, 이라크는 좀 특별했다.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부와 유착 관계였거나, 유럽과 친한 매국노였다. 매국노라기에는 실로 비즈니스적인 관계였지만, 적어도 서민들이 보기에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쉽게 말하자면, 대다수는 다 현 정부에 적대적이었다. 그동안 그들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 정부가 선전하는 ‘이래야 이라크가 산다!’라는 말에 묵묵히 따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군부라는 대체재가 수면 위로 급히 부상하면서 국민은 안에 묵혀 있던 분노를 한 번에 터뜨려 버렸다. 다소 혼란스럽긴 했지만, 군부에서 총력전을 선포하고 나서 입대 자원자가 몰려들었고 군수공장으로 변한 민간 공장에서는 그들을 위한 총기를 찍어 내고 있었다.
서이라크는 하나 되어 단결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국민을 우롱한 죄를 물어 사형을 선고한다.”
수도 한가운데 헌법재판소에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몇 가지만 빼면 모든 건 평소와 같았다. 첫 번째는 공개재판으로 진행되었고, 죄목을 읊을 때마다 분노하는 배심원이 있었고 피고를 변호할 변호사가 없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판결을 내리는 이 순간에도 여기저기서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폭음이 들리며 건물이 들썩이고 있었다. 단지 이것이 분노한 청중에 의한 것인지 폭발에 의한 것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이게 당신이 만들어 낸 결과요. 전 대통령.
“대장님, 진입 준비가 끝났습니다. 진입할까요?”
옥상에 있는 모든 병력을 처리한 SAS 대원들이 케이블을 단단히 묶어 놓고 진입 준비를 마쳤다.
대통령 구출 작전은 시작단계부터 꽤 많은 난항을 겪어야 했다. 전쟁통에 여기까지 몰래 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구출하고 나서도 문제였다. 말했듯이 여긴 전쟁통이었고, 동시에 경비 인원도 만만찮았다. 재판관이 이번 쿠데타의 중심이자 거두인 알 아바스. 유럽에서 별명을 붙이길 비홀더 대령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이다. 위로부터 허가가 나오지 않았어. 공중 지원 없이는 이곳을 탈출할 수 없다.”
본래 계획대로였다면, SAS가 인질을 구출하는 동안 강력한 공군으로 제공권을 확보하고 작전 도중에 수송 헬기를 통해 병력을 전개하고 단숨에 재판소를 장악할 예정이었다.
‘빌어먹을. 이대로면 대통령이 먼저 죽겠는데. 임의로 구출하고 어떻게든 도망쳐 볼까? 아니면 이대로 작전을 포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데.’
그 순간이었다. 곤란함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SAS의 눈에 임무에 치명적으로 지장이 올 만한 무언가를 포착하게 된 것은.
“저건 또 뭐야?”
저 멀리 도심 한가운데로부터 별안간 거대한 버섯구름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