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84화(285/377)
< 284편 >
적이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전 대통령을 탈취하기 위해서 습격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기에, 최대한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모든 재판은 최대한 약식으로 진행되었고, 심지어 처형조차 빠르게 진행되었다.
단지 그 과정에서 이렇게까지 변수가 생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본디 전진 배치해야 했을 정예 사단을 아슬아슬한 선까지 돌려막아 대비한 것에 비해서 결과는 최악이었다. 대령은 사망하고, 전 대통령은 탈취당했다.
그러나 이 또한 상정 내에 있었다. 본디 계획이란 최악의 상황에서 빛을 보는 법이다. 그렇다곤 해도 설마 대령이 죽다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작전이 어그러지지는 않겠지만, 이 군벌의 구심점은 대령이었다. 쿠데타 성공 뒤 당장 공중분해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최대한 집중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할 건 아닌가.’
그렇다. 지금 이 난국을 헤쳐 나가지 못하면 이 고민마저도 그저 패배자의 공상에 불과하다. 이겨야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명령을 하달했다. 그것이 승리를 위한 길이었으니 말이다.
“반복해서 전군에 하달한다. 현 시간부로……. 헉!”
시체라고 생각했던 대령이 대가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그의 어깨를 강하게 쥐어뜯지 않았다면 말이다. 혈색도 좋지 않았고, 살짝 힘없이 휘청거리는 꼴이 마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좀비 같았지만, 한쪽밖에 남지 않은 눈깔에서는 폭발적으로 생기가 넘쳐흐르는 것이, 그는 분명 생자임이 틀림없었다.
“내놔.”
그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 제대로 정신조차 차리지 못했거늘, 대령은 힘이 풀어진 손아귀에서 능숙하게 무전기를 받아 갔다.
“대, 대령님?”
“총구 같은 눈이라고?”
SAS가 진입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에 대령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추어졌다.
“허, 참. 정말로 그렇게 되었군. 멋지게 빗나갔어.”
유리 조각 안에 있는 대령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운이 따라 주고 있다. 말도 안 될 정도의 운이 말이다. 200m 밖에 있는 바늘구멍도 정확히 쏴 맞춘다는 인간들이 이리도 허술하다니, 아마도 유추해 보건대 탈출 루트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는데도 작전을 강행하느라 조급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제3무기고가 폭발하면서 몸이 아니라 마음에 충격파라도 왔든가 말이다. 정밀한 저격에서 몸만큼이나 중요한 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었다.
“아쉽게 되었군. 자네가 이제 대통령이었는데.”
“대, 대령님! 저는…….”
대통령이고 나발이고 알게 뭔가. 그의 안에서 차오르는 건 오로지 살았다는 안도감이었다. 기껏 전쟁에서 이겨 놓고도 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해방되었다. 전쟁에는 자신 있어도 정치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었다. 그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선배인 아바스가 가진 선천적인 카리스마와 훌륭한 리더십에 몸을 맡기고 있었던 탓이다.
“뭣들 하는가! 그, 그래! 붕대다! 붕대를 가져와! 아니면 천 비슷한 거라도 가져오란 말이다!”
SAS의 총탄에 머리를 맞은 대령은 애꾸눈이 되었다. 왼쪽 관자놀이를 중심으로 7시 방향으로 살짝 어긋난 게 대령을 살렸다. 대령의 머리에 착탄한 납탄은 비록 머리에서 가장 중요한 뇌를 헤집지는 못했지만, 두 번째로 중요한 눈을 안쪽 좌측으로부터 완전히 관통했다.
고통이 대령의 심기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짓누르고 짓밟았다. 지금껏 이 혁명을 위해서 도대체 몇 명이나 죽어 나갔단 말인가? 이깟 눈깔 하나 때문에 거사를 그르칠 수는 없었다.
“호들갑이군. 명령 하달은 제대로 한 건가?”
“예. 그렇습니다.”
길지 않은 대답이었지만, 대충 잠깐 총에 맞고 엎어졌던 사이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 말한 대령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
“알 아바스 대령이다. 추적 및 차단은 기존 작전대로 12사단과 37사단이 맡는다. 이후 변동 사항 없다. 필요 이상으로 경거망동하지 말 것. 이상.”
그렇기 말하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던 권총의 탄창을 빼내 수를 가늠해 보더니, 이내 다시 권총에 탄창을 먹이고 장전했다. 이것은 자신의 권총이 아니었다. 아마도 SAS의 누군가가 습격 도중에 떨어뜨린 권총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 대통령을 뺏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이제 전초전은 끝났다.
“지휘소로 움직이지.”
***
1주일 이상 질질 끌고 있다는 소리를 듣곤 의아해했다.
“젠장, 전쟁 자체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부시는 보고서를 천천히 읽어 내리면서 침음성을 흘렸다. 반란이든 뭐든 일어나리란 건 예상된 바였다. 단지 군 전체가 돌아섰다는 건 의외였으며, 이렇게나 오래 질질 끌고 있다는 건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그리고 SAS가 인질을 탈취하던 도중에 실종되었습니다.”
솔직히 부시는 완전히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솔직히 미군이 갔더라도 비슷했겠지만, 자신이라면 이러한 전쟁 자체를 하지 않았을 터였다.
기존 정권을 짓밟고 입맛에 맞는 정권을 세운 뒤 치안유지군을 그대로 주둔시킨다는 건 실로 멍청한 짓이었다. 차라리 아프가니스탄처럼 시민들 입맛에 맞는 정권이라도 세워 두고 철수했으면 모를까.
아예 민주주의의 전진기지로 만든답시고 막대한 돈을 퍼부어서 서이라크 영공을 일종의 하늘의 요새로 만들어 버린 건 정말이지 미친 짓이었다. 그래도 어련히 알아서 잘하리라 믿었는데, 아예 전쟁이라니?
“금방 끝났으면 좋겠군. 저번에 했던 경고가 정말로 실현될지 모르니까.”
저번에 했던 경고란 ‘소수민족들의 재봉기’를 말함이다. 이거까지 겹치면 정말로 답도 없었다. 그땐 비로소 중동은 개판이 되고 그 영향은 모든 방면에서 지구 전체를 아우르리라. 어쩌면 이것 덕분에 중국이 오체분시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중국이 열 개가 되든 백 개가 되든 솔직히 크게 괘념치 않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동아시아의 화약고에 있는 화약을 좀 덜어 내나 싶던 참이었다. 사실 화약고도 아니었다. 저긴 그냥 핵미사일 보관고였다. 비유가 아니라 중국엔 진짜로 핵미사일도 잔뜩 있지 않은가.
그게 통제권을 잃고 중국의 무수한 군벌의 손에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라.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2019년 당시 있던 제2의 북한이 무수히 생긴다고 생각하면, 자다가도 눈이 부릅떠지는 기분이었다.
그중 하나가 미친놈들 손에 들어가지 못할 건 또 뭐란 말인가? 핵무기라는 게 의외로 그리 크지 않다. 핵 자체는 작은 컨테이너 안에도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는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더럽게 큰 거지.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능력 있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기만 해도 훌륭한 테러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아니면 탄도미사일은 만들 수 있지만, 핵은 없는 국가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었고 말이다.
어쨌든 어느 쪽이든 좋지 않은 일임은 확실했다.
‘보고서를 보면,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던 부대까지 죄다 모조리 전선으로 돌린 모양이던데…….’
중동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겸 적당한 수준에서 활약하던 러시아군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일찍이 철수한 지 오래였다. 증거는 없으나, 정황상 조심스럽게 서로 손을 잡은 게 아닐지 추측해 보았다. 불가침 조약 수준의 무언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연이 겹쳤을지도 모르겠다.
‘제일 중요한 건 전 대통령이다. 전쟁을 끝내려면 어떻게든 확보해야 해. 군부는 고개를 돌렸어도 시민은 전부 군부 편이 아니야.’
솔직히 대통령을 무사히 구출해 냈을 때 나올 결과물은 군부를 지지하지 않는 서이라크인들의 봉기를 통한 또 하나의 내전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하나 더 생김으로서 전쟁이 빨리 끝날 터였다. 구출된 것이 오로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전쟁에서 명분과 상징성이란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만일 죽었더라도,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내면 사용할 곳은 여기저기 있었다. 정치란 그런 거니까. 어쨌든 그는 죽든 살든 역사서에는 서방에 너무 의탁했다가 내전을 일으킨 젊은 대통령으로 기록되리라.
“답답하군. 그 첩보만으로는 제일인 영국과 개수에 개수를 거듭한 미국이 쌍으로 뒤져 보고 있는데 나오는 보고들이 이렇게나 두루뭉술하다니. 나 원 참. 누가 뒤에서 도와주고 있는 것도 아닌데.”
부시는 답답한 마음에 중얼거리며 펜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지금 와서라지만, NATO를 빌미로 억지로라도 밀어붙여서 공군 병력만이라도 집어넣어야 했나 싶었다. 어떻게든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몇 번이고 개수했다지만, 저 정신 나간 방공망에서 유로파이터는 제대로 맥을 못 추고 있었다. 그나마 일부에서 프랑스 공군이 선전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아까 말했듯이 자랑스러운 그 미 공군이 갔다고 한들 비슷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유럽 통합군보다는 좀 더 선전했을 것이라는 점이 다른 점이었다.
미공군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현대 최강의 전투기 F-22가 있었으니 말이다. 단지 최강이라고 해도 F-22가 뭐 슈팅 게임에서 나올 법한 무한 탄창에 에너지 방어막 달린 가변 전투기도 아니고, 무슨 수로 저 방공망에서 멀쩡하겠는가. F-22도 결국엔 좀 빠르고 은밀한 전투기일 뿐이다.
‘어쩔 수 없지. 매듭 풀 듯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수밖에. 동아시아의. 더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알렉산더처럼 매듭을 잘라 버릴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애당초 매듭을 푸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다시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매듭을 풀었을 때 응당 멀쩡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현대 중국을 논할 때 미국을 논하지 않고는 절대로 배기지 못하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이미 그러했지만, 한 페이지가 아닌. 미래영겁 그러하게 만들 것이었다.
“동아시아에 있는 군사력을 증강해야겠네.”
만일 중국이 분열한다면, 미국과 손을 잡지 않곤 중국을 지배할 수 없게 만들면 그만이다. 물론 중국은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목적이 중국 지배가 아니라 핵전쟁 억제 혹은 핵병기 유출 방지 탓이었다.
혹자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부시는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그리고 군사력 증강은 중국 영향력 투사의 첫걸음이었다.
‘본래라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상황이 내가 상정한 것보다 혼란스럽고 급박히 돌아가고 있다.’
얻는 것보다 지켜내는 것이 어렵다던데, 자신의 것도 아니고 남의 것을 지키려고 하니 그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정확히는 이웃집에 불이 붙는 바람에, 자신의 집에도 불이 옮겨 붙을 것 같으니 어떻게든 도와주는 것에 가까웠지만, 남을 도와준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비서실장은 단지 한마디를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의회가 싫어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