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85화(286/377)
< 285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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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새가 난다. 인공적인 소재와 인공적인 구조로 제작된 새가 난다. 지구의 시체인지 뭔지 모를 것을 꾸역꾸역 먹어 대며, 그 뒤로 희뿌연 비행운을 내뱉어 대며 서로의 꼬리를 잡기 위해서 열중했다.
담벼락 위에서 이제 갓 한 살 먹은 도둑고양이가 저와는 상관없다는 듯 천천히 꼬리를 흔들며 완연한 타원형으로 확장된 공동으로 이를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이내 난생처음 듣는 소리에 놀라 저도 모르게 부리나케 도망쳤다.
과연 야생의 감. 도시에 적을 두고 있어 무딜 때로 무디어졌다지만, 동물의 육감이란 실로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고작 수초 뒤에 그 담벼락은 육중한 전차에 짓밟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변하고 말았다.
전차가 지나간 자리마다 역한 검붉은 핏물이 흘러나왔는데, 민간인이 이렇다 할 저항조차 해 보지 못하고 궤도에 갈려 버린 탓이다. 그러나 이미 이건 전쟁 범죄라기보다는 작전 도중 불가항력에 가까운 것이었다.
작전 구역에 민간인이 좀 있다고 전술을 다시 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는 양군이 마찬가지였고, 이런 곳은 폭탄이 터진 자리에 잠시 뒤면 더 큰 폭탄이 터질 정도로 격렬하여 종군기자의 접근조차 불허했다. 따라서 이러한 실정은 보도는커녕 작전을 실행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와 나 시발. 나가면 확실히 죽겠네.”
세계에서 손꼽히는 치안 국가인 한국에서 전쟁은 지루하고 고루한 다큐멘터리. 그리고 무릇 하자 없는 한국인 남자는 한 번쯤은 간다는 군대로밖에 접해 보지 못한 김용대에게 있어서 이런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한 전쟁은 도통 연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의 인생에서 전쟁이라고 할 만한 것은 남한이 북한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아주 작고 사소한 분쟁에 가까운 그것이었다.
그마저도 예비군 신분으로 남쪽에서 지켜본 게 전부였고, 그가 보아 온 전쟁에서는 이런 전쟁 범죄 따위는 나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그땐 손에 총이라도 들려 있었지만, 지금은 제발 전파야 터지라며 붙잡고 있는 휴대 전화가 전부였다. K-2와 그가 들고 있는 휴대 전화의 공통점은 가격 정도였다.
‘빌어먹을! 나는 살고 싶어!’
살고 싶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아나가고 말겠다. 그런 다짐으로 더욱더 음지로 숨어들었다. 북쪽도 아니고 말도 안 통하는 완전 만리타향에서 새로운 사업이나 해 보자고 했을 때 매몰차게 거절했어야 했다. 30대 젊은 사장님 나오나 했더니, 때아닌 전쟁으로 신원미상의 30대 젊은 남성이 되게 생겼다.
‘하느님. 부처님. 아니. 알라인가?’
그때였다. 신이 아주 김용대를 버리진 않았는지. 서이라크군이 아닌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 어어! 가지 말아요! 도와주세요! Help! Help……! Me……?”
서이라크군과는 전혀 다른 행색을 한 무리를 보곤 고함을 지르려다가, 이내 말끝을 흐렸다. 저들이 제 신상에 이로울지 판단이 잘 서질 않았던 탓이다.
운이 좋다면 운이 좋았는데, 유럽 통합군인지 어디 중동 도적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제식 총기는 통일했으되 복장은 제각각이었고 이리저리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분대장인지 소대장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예 허리에 칼까지 차고 있었다. 총검이 아니라 어디 중세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중세 시절 칼이었다.
솔직한 감상을 따지자면, 오합지졸 민병대였다. 군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본다면 이야기가 또 다르겠으나, 군기 빠진 지가 올해로 이미 족히 수년이고 군대에 대해서 아는 건 행정반 아스테이지 반듯하게 자르는 법이었다. 단지 서양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사정이 궁하여 현지에서 적당히 무장을 징발 혹은 약탈했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또 민간인이군. 이번에는 아예 외국인이야.”
그는 종횡무진으로 제3무기고를 폭파하고 다니며, 크고 작은 버섯구름을 만들고 있는 레몽이었다. 비록 단신은 아니나, 반병신 소대급 전력으로 전쟁의 판도를 조금씩이나마 뒤흔들고 있었다. 이는 그들이 뛰어나다는 증거였고, 동시에 기존 교리와는 한참 괴리된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증좌이기도 했다.
‘젠장.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이 너무 많아. 아깐 SAS가 뭘 찾아서 패잔병처럼 돌아다니질 않나. 이번 전쟁은 아주 수렁이구먼.’
사실 동양인이 아니었으면 꽤 긴장할 장면이었다. 자살 테러일지도 모르잖는가. 그림자 지척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때 그가 소리치지 않았다면, 바로 총질부터 했을 터였다.
레몽 소대는 자발적인 판단으로 전쟁을 수행하곤 있지만, 정작 탈출을 못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양인을 도와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레몽이 추측하기로 SAS 애들도 탈출을 못 해서 이 전장을 배회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놓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모르긴 모르되 어떻게든 원대 복귀를 해야만 했다. 아니면 이렇게 계속 뭘 부수고 다니거나. 방공 체계라도 어떻게 해 볼 생각이었는데, 삼엄함이 도를 넘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탈출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늘에서는 불벼락이 떨어지고, 땅에서는 불이 올라오는 마당에 뭘 어쩐다는 말인가? 단지 동쪽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거의 다 왔다. 아군이 만들어 낸 전선이 보였다. 접촉도 몇 번 가능할 뻔했는데, 적군 전차 때문에 발이 불편한 전우 몇이 죽을 뻔하고 이렇게 잠복 중이었다. 어차피 전선은 서쪽으로 밀릴 것이고,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으리란 기대 탓이었다.
그 동양인은 자신의 인적 사항 따위를 어설픈 영어로 나불거리고 있었다. 대용김. 실로 이상한 발음이었다. 레몽은 어눌한 발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Hey. 미스터 킴.”
“이, 이건 뭐요?”
김대용은 자신의 손에 들린 이름 모를 시뻘건 권총을 보고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도대체 대관절 민간인에게 왜 총을 들려 준단 말인가? 그것은 플레어 건이라고 하는 물건이었는데, 군용은 아니었고 레몽이 주워 온 것이었다.
“나중에 밤이 되거든 그걸 하늘을 대고 쏘시오.”
이 말을 몇 번 더 반복했는데, 아무래도 반만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함부로 쏘지 말라는 말만 알아들었으면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저것은 일종의 보험이었다. 서이라크군이나 유럽 통합군이나 서로 포로, 민간인 취급은 똑같았다.
어느 쪽이라도 발견되면 살 수 있을 터였다. 구태여 신호총인 이유는 방금 자신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민간인은 버려진 듯한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레몽을 바라보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레몽이 할 수 있는 일은 서이라크의 시설물들을 파괴하는 것뿐이었다. 레몽의 전문은 파괴지 구출 작전이 아니었다.
레몽이 온갖 무기고에 예쁜 버섯구름을 만들면서 점점 동쪽으로 움직이면서 한 가지 확신한 게 있었다. 전선이 필요 이상으로 고착화되었다. 야금야금 조금씩 밀어내고는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유럽 각국에서 점차 반전주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건 이맘때쯤이었다.
***
“전쟁이 더 길어질 것 같나?”
부시는 동아시아만이라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철저히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화약고만은 어떻게든 지켜보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이었다.
발버둥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미국 대통령쯤 되는 사람이면 발버둥에 지구가 요동치는 법이다. 의회와의 신경전이 있긴 했지만, 새로 만들어진 항모전단은 동아시아에 배정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시가 항모전단의 치명적인 약점인 약한 대잠(對潛)능력을 커버하기 위해서 선택한 건 그냥 더 많은 항모전단이었다.
“아닙니다. 대통령님. 조만간 어떠한 형태로든 매듭을 짓게 될 것 같습니다. 시민들은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부르짖고 있으며, 몇몇 구심점을 통해 반전 여론이 극성입니다. 마치 베트남전을 보는 듯합니다.”
내전에 가장 중요한 열쇠인 대통령은 아직도 못 찾았고, 전선은 묘하게 고착화되었다. 이는 유럽 통합군이 약해서 벌어진 문제가 아니라, 유럽이 작정하고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어 놓은 탓이었다.
“연방군이 출동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군. 의회와 펜타곤에서는 이번 전쟁 개입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이던데.”
국방부에서는 그동안 투자한 신무기들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고, 의회에서는 어련히 그동안 해 왔던 짓의 연속이었다.
어째서 전쟁에 가장 반대해야 할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해서 극성이냐면, 전쟁을 치르면 군비가 나갈 것이고. 이를 꼬투리 잡아 예산을 삭감할 작정인 탓이었다. 의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전쟁 개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들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부시가 생각하기에도 국방비는 지나칠 정도로 비대했지만, 이는 확실히 필요경비였다. 물론 부시도 알고 있었다. 이 국방비로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얼마나 많을까? 더 많은 빈민을 구제할 수 있고, 경제를 더 나아지게 할 수도 있다.
“개입하시겠습니까?”
“아니, 수렁에 빠지고 싶지는 않군.”
부시는 조소했다. 그리고 짜증이 났다. 이 지긋지긋한 서이라크 전쟁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가? 저것 때문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뜩 부시가 노벨 평화상 후보감이라는 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아, 노벨 평화상이라. 부시가 유일하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업적이었다. 정확히는 껄끄러운 것 없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업적 말이다. 셰일 개발 따위는 미래에 기댄 반칙이었다면, 이 노벨 평화상은 본연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서이라크는 서이라크 나름대로 뭔가 잘 안 풀리는 모양이던데.”
보고서를 뒤적거렸는데, 대충 요약하자면 서이라크 무기고 혹은 보급고가 원인 불명의 이유로 폭발하고 있으며, 대통령 구출 작전의 SAS는 대부분 복귀했다. 단 대통령을 호위하던 SAS 대원만 쏙 빼놓고.
“의회도 펜타곤도 신형 무인기 데이터 수집과 토마호크 미사일 세례 정도면 불만 없겠지.”
부시가 떠올린 것은 미사일 전함을 포기하고 얻은 이지스함이었다. 단지 다른 나라와 차별점이 있다면, 그 수가 아주 많다는 점이었다. 항모전단을 움직여서 전선을 단번에 밀어 볼 작정이었다.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으나, 대공방어 체계가 아무리 촘촘하다고 한들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이는 참전이 아니라 지원이라는 점을 제대로 명시하게. 우리가 도와주는 건 이번이 전부야.”
사실 그렇지 않아도 역사가 뒤바뀌면서 미제 무인기는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개입할 생각이었다. 단지 그 정도를 가늠하기 힘들어서 문제였지.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그날 귀신같이 지구 반대편에서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