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87화(288/377)
< 287편 >
“적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이 서이라크 남부 전선 방공 체계담당 지휘관이 마지막으로 기억하게 된 대답이었다. 그리고 폭발음이 있으랴, 뜨거운 백광(白光)에 몸을 맡기곤 다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통합군의 집요한 공격과 어마어마한 속도로 탄약 포신 미사일 가릴 것 없이 소모되며, 유지 보수조차 할 틈도 없게 만든 덕분에, 철의 장막이라고 불렸던 무적의 유럽식 방공 체계는 미군에게 습격당하는 순간에도 이미 어느 정도 붕괴하고 있었다.
거기에 물량이라면 세계 1위인 미국이 항모전단과 최근 개발된 무인기 전용함을 이용하여 무인기를 모조리 투입한 덕분에 사달이 났다.
이지스함에서 날아간 것은 순항유도탄인 토마호크 미사일이었고, 이 미사일은 방공 체계를 어그러뜨렸다. 항모에서 날아간 것은 개량된 MQ-9이었고, MQ-9에서 날아간 것은 헬파이어 미사일이었다. 이 미사일은 방공 체계는 물론 지상군 대부분을 날려 버렸다.
이것만이라면 막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전선을 재정비하여 뒤로 물린 뒤에 훗날을 도모할 수 있었으리라. 무인기라곤 하나 그래 봤자 프롭기. 상상 이상으로 수가 많다곤 하나 공군이 출동하면 그냥 하늘에 떠다니는 표적일 뿐이다.
문제는 이를 통합군 공군 전력이 호위했다는 점이었다. 라팔과 유로파이터는 분전하며 무인 폭격 편대를 호위했다. 사실 유럽 통합군 측에서 바란 것은 무인기가 아니라 F-22를 비롯한 B-1과 B-2였겠지만, 미군이 현재 무인기 데이터 수집에 더불어 ‘사상자 없는 전쟁’에 중점을 두면서 생긴 일었다.
극히 제한적인 데다가 일부였지만, 보이다시피 사람 없는 전장이 구현되고 있었다.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다 웅장해지는구먼. 반드시 F-22 후계기는 무인기로 만들어야겠어.”
부시는 백악관에서 전장을 화면으로 확인하면서, 머잖아 전장에서 사람이 점차 적어지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사람이 없는 전쟁은 있을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람이 적은 전장은 지금 막 구현한 참이었다.
“대통령이 전쟁을 칭찬하는 건 내전이나 침략당한 게 아닌 이상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겁니다. 게다가 서이라크는 미국의 적이라기보단, EU의 적이니까요.”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훗날 이미지 쇄신에 들어갈 예산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을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러나 일단 백악관에서 비서실장이랑 나눈 대화가 밖으로 새어 나갈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만약 새어 나간다고 한들 예산 좀 때려 박으면 그만이었다. 그것조차 아니면 언론 플레이나 좀 하면 그만이고 말이다.
부시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임기 초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리던 자신의 대계를 상당수 그르치게 만든 원인에게 그렇게 썩 관대하지 못했다.
“무인기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29기의 MQ-9이 추락했습니다. 적측 방공망 및 공군에 격추당한 게 27대. 1기는 사고로 추락했습니다.”
“나머지 1기는?”
“통합군 측 아군 오사라고 합니다. 사고에 가깝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실제는 어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듣자 하니 적측 Su-27이 MQ-9을 향해 뛰어드는 바람에 공대공미사일의 진로에 있던 애꿎은 MQ-9이 아측 유로 파이터에서 발사한 공대공미사일을 맞고 공중에서 형체도 없이 폭발했다는 보고였다.
딱히 추궁하기도 뭣하고 누군가에게 책임 소재가 있다고 하기에도 뭣한 사고였다. 현장에서는 사고가 아니라 그 Su-27이 노렸다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있나. 현장에서 자주 있는 이른바 미신이었다. 적어도 부시는 그렇게 생각했다.
“전쟁이란 실로 별일이군.”
실로 그러했다.
“작전은 2시간 이내로 끝날 겁니다. 그래 봤자 공중 지원이니 말입니다.”
비서실장이 담담하게 말하긴 했지만, 이것이야말로 유럽 통합군이 원하는 것이었다. 현대전에서 전쟁의 판도는 공중 지원으로 갈린다. 정확히는 공중 지원 자체가 아니라 공중 지원의 가능 여부였다.
지속적인 공중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군이 제공권을 획득했거나 적어도 최소한 제공권에서 우위를 가져갔다는 의미고, 이는 역설적이게도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측 방공망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었다.
전투기 조종석에 전투기의 신이라도 타고 있으면 모를까. 현대에 이르러 필요 이상으로 정교해진 방공망을 정면에서 공군 전력으로 뚫으라는 건 한순간에 수백억을 태우는 집단적 자살행위에 불과했다.
부시는 모니터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과연, 무인기 조종사들이 밥 먹듯이 PTSD에 걸린다더니 그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설마, 화면이 이토록 자세하고 선명하다니, 무슨 스너프 비디오라도 보는 듯한 역겨움이었다.
“이번 작전이 끝나면 보직 이동을 요청할 무인기 조종사가 널리고 널렸겠군.”
“역사상 가장 안전한 전장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올 미래를 미리 보고 있는 겁니다. 머잖아 모든 전장이 이렇게 변할 겁니다.”
“그것보다 전쟁의 지지도 자체가 달라질 거야. 어떻게 바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민간에서 전쟁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이유가 크게 바뀌겠지.”
미래의 전장은 완벽하게 오로지 예산 전쟁이 되리라. 인력은 더는 작용하지 않게 될 터였다. 물론 이는 근 미래가 아니라 한 몇 세기 뒤의 먼 미래였지만 말이다. 적어도 100년 내외로 제일 발달한 군대라도 전장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이걸로 정말로 무인기 조종사들 사이에 PTSD가 생길까요?”
비서실장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다. 직장하고 집 사이를 거닐며 커터칼이라도 잘못 놀리지 않으면 피 한 방울 날 일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PTSD가 도대체 왜 생긴단 말인가? 물론 잔인하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SNS에 떠도는 좀 잔인한 스너프 비디오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PTSD가 생긴다는 소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던가?
실은 비서실장과 같이 무인기 조종사는 편하다는 ‘인식’ 자체가 무인기 조종사들을 괴롭히는 원인이었지만, 현재는 무인기 조종사가 아니면 알기 힘든 고충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소가 혼재해 있었다.
도리어 집과 전장이 가깝다는 장점은 전쟁이 일어나면 단점이 되기 일쑤였다. 1시간 전까지만 해도 광학 카메라를 통해 사람을 묵묵히 도축하던 사람이 가정으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활동할 수 있을 성싶은가? 이것이 심하면 가정 파탄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PTSD가 생긴 조종사들을 보지 않았나.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국에는 아프가니스탄으로 인해 이미 그 표본들이 있었다. 단지 아직 그 숫자가 적었을 뿐이었다.
“마침 폭격도 거의 끝나 가는군.”
모니터 안에서는 온통 불타는 건물과 언덕밖에 보이지 않았다. 과연. ‘헬파이어’ 미사일이라더니, 그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미사일이 터진 장소는 마치 연옥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라크에 하나밖에 없는 항구를 시작으로 뻗어 나간 남부 전선에 미사일이 터지지 않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한마디로 서이라크 남부 전선이 완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모니터를 위성으로 전환하자 그것이 더욱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남부 전선이 불타는 모습은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생각보다 싱겁군. 딱히 저항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이건 너무한데.”
미국의 대통령인 만큼 미군의 저력에 든든해야 하거늘,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섬뜩할 정도였다. 어쩌면 어느 날 정말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물론 현대 무인기는 어디까지나 원격 조종에 불과했지만, 언젠가는 강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스스로 판단하고 이해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기가 창공을 가르는 시대가 오리라.
이는 지상이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었다. 소규모라곤 하지만, 지상에는 현재 개발 중인 UGV가 투입되었다. 사실 참전이라기보다는 테스트를 위함이었지만, 이는 피차 MQ-9도 같았다. 어쨌든 UGV도 그럭저럭 성과를 보여 주고 있었다. 단지 이것들은 정말로 근처에 인간이 같이 있지 않으면 운용하기 힘들었다.
“제법 수준 높은 호위를 받은 덕분에 저희 측 무인기는 피해가 경미합니다. 대신 EU 측 공군 손해가 막심합니다. 차라리 저희 측 함재기를 보낼 걸 그랬습니다.”
“그랬다면 추락한 게 우리 측 전투기였겠지. 그리고 이번 전쟁은 우리가 주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도움을 주는 입장이니 EU에서 이 정돈 해 줘야지.”
“대통령님, 곧 2차 폭격이 시작됩니다. 2차 폭격이 끝나고 나면 지상군이 투입될 겁니다. 그리고 그 길로 지상군이 수도로 직행. 길고 길었던 전쟁은 끝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도중에 다시 폭격이 시작되었다. 무인기를 통한 폭격은 대단한 정밀도를 자랑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전선 빼곡하게 적군이 들어차 있었다는 소리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까 항모전단이 대만 쪽으로 순찰하기로 되어 있었던가?”
중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헛웃음과 동시에 게거품을 물었던 기억을 간신히 떠올렸다. 웃은 것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러했고, 게거품은 기어코 자신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에 나타났기에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덜컥 겁이 나서 그러했다.
본래 역사상으로 일어났던 일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본디 중국은 점점 강해지며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세를 불려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오체분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본래 역사대로는 아니었지만,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참으로 역사의 반복 그 자체였다. 송나라 시절처럼 외침으로 인해서 나라가 망하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시가 지금껏 지탱해 왔던 자긍심이자 지론은 ‘역사는 만들면 그만!’이라지만, 이번만큼은 건수가 너무 컸다.
부시가 만들려고 했던 중국은 덩치만 큰 동네 바보 형이지, 양손에 핵폭탄을 든 야심만만한 산적 두목들이 아니었다.
“예, 취소하라고 전할까요?”
“아니야. 그냥 두게. 그만둔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악영향을 주겠지. 강행하게.”
그런데, 잠깐. 정확히는 무슨 악영향을 주는 거지?
“알겠습니다.”
아마도 공산당은 미국이 드디어 자신들의 압박으로 혹은 아무리 그래도 대만은 건드리지 않는다면 대충 그러한 업적으로 치장하여 선전할 것이다. 그야 미국에서는 대외적으로는 항모에 문제가 생겨서 정비해야 한다는 둥 적당한 핑곗거리를 내세울 태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당에 ‘힘’을 실어 준다는 것이었다.
“잠깐.”
공산당에 힘을 실어 주면 아주 약하지만, 작은 호흡기 정도는 달아 줄 수 있지 않을까? 호흡기를 달고 나면, 즉 그 사람의 ‘생사여탈’은 호흡기를 달아 준 사람의 권리라는 말이렷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빈약한 증거를 토대로 그 위에 지은 미약한 망상일 따름이겠으나…….
“예?”
“순찰을 강행하되 이렇게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