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88화(289/377)
< 288편 >
“묘하군. 아니, 도리어 뚜렷하다고 해야 할지…….”
5함대 함대사령관은 백악관으로부터 내려온 명령을 곱씹으며 음미하고 있었다. 하달받은 명령은 인도양부터 대만까지 갔다가 돌연 오키나와 기지 쪽으로 긴급 회항하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점검까지 받으라고?’
점검은 시늉이면 충분하다곤 하나, 점검 사유는 너무나도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일부 부품 노후화로 인한 스크루 프로펠러 기능 고장?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이 정도면 대충 한낱 어린아이라도 본국에서 무언가 노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무언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가 제아무리 한 국가에 맞먹는 해상 전력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곤 하지만, 그래 봤자 군인이었다. 군인은 괜히 의문을 가져선 아니 되었다.
‘뭐, 전역하고 나서 정계로 뛰어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리고 아마도 정계에 나설 확률이 높았다. 현 대통령의 미사일 전함 하나 덕분에 해군 내 파벌 밸런스가 미쳐 날뛰던 것을 상기하면, 지금 시점에 정계에 발을 붙인다는 게 그다지 좋은 선택지는 아니긴 했다.
‘그래 봤자 적당히 먼 미래의 이야기지.’
그랬다. 아직 이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하도 오래 지내서 그런지 지면보다는 바다가 마음에 들었다. 험하긴 하지만, 험한 만큼 바다만이 가지는 매력이 있는 법이다.
“날씨 좋고. 항속 좋고.”
잔잔한 파도와 함께 5함대는 임무 수행을 위해 조용히 나아가고 있었다. 언제나 늘 그러했듯 이번 임무도 별 탈 없는 순항으로 보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21세기에 바다의 지배자는 미국이었다.
그래, 순항이었다. 갑자기 진로에 중국 함대가 끼어들어서 5함대를 선체로 막아서기 전까지는.
‘음,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어째 남중국 해역에 들어가기도 전에 연안 근처로 보이지도 않던 중국 구식 고속정이 하나둘씩 깐족거리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보아하니 진심으로 막을 요량으로 배치한 것은 아닌 모양인지라 5함대에 비하면 극히 한 줌에 불과했다.
“중국 측에서 따로 보낸 전보라도 있나?”
예를 들면 합동훈련이라든가. 그 비슷한 활동 고지라든가. 그것조차 아니면 항의 내용이든. 하다못해 욕설이든 뭐든 말이다.
“5함대가 중국 해역을 침범했다면서 나가라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할까요?”
일단 그건 사실이었다. 만약 이게 사고였다면, 잘잘못을 따졌을 경우 완전히 5함대의 과실이었다. 작전이 아니었다면 옷 벗어도 할 말이 없었으리라.
“일단 무응답으로 일관하게.”
그렇다고 정면 돌파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우회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모르긴 모르되 어차피 우회하여 일본으로 들어갈 함대인지라 필요 이상으로 강경 대응을 할 필요도 없긴 했다.
차라리 돌파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으면 전술이라도 짜 보겠는데, 이번 목적은 여느 때와 같이 돌파가 아니라 후퇴니 참으로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아마도 이대로 대치 상황이 지속하다가 어느 한쪽이 물러서리라.
여기서 문제는 이제 ‘얼마나’ 버텨야 하느냐였다. 목적의 진의라도 알 수 있으면 대충 감이 오겠는데, 그것조차 아니니 물러나야 할 때를 가늠하기가 영 힘들었다.
‘정치는 이래서 싫다니까.’
그는 이렇게 고민하는 와중에도 속속들이 모이고 있는 중국의 함정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를 진정으로 답답하게 만드는 건 정치 따위가 아니었다.
아무리 작전상이라지만 고작 한주먹거리밖에 되지 않는 것들에게 등을 돌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심정이야 똥 무서워서 피하나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더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쟁은 피하는 게 제일이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능사라지만,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게 있잖은가. 남자가 아니더라도 군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있는 거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그는 명령만 듣는 꼭두각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딱히 이 명령에 불복하고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결론은 참으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시간 뒤 우회한다.”
그리고 별 탈 없이 그렇게 되었다. 기존 계획과 다른 점은 오로지 중간에 중국 함대가 끼어들었다는 점 정도였다. 그런데 이것이 부시의 생각보다 큰 파동을 일으켰다. 긍정적이냐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었고. 부정적이냐고 하면, 이 또한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긍정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는 점이었다. 부정은 그 기대 이상의 효과가 너무 기대 이상인지라 부시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는 점이었다.
이 사건이 중국에서 받아들여진 요점만 정리하면 이러했다.
‘중국의 함대가 미국의 함대를 막아 내고 영해를 수호하는 데 성공했다.’
권력이 약해지면서 돈이 드디어 머리를 치켜들던 이때, 마침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공산당은 이 사실을 십분 활용하여 미제 침략자들에게 당당히 맞서 수호한 중국 함대로서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미국에서는 단지 기능 고장으로 인해 긴급히 오키나와에서 수리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밝히며 중국의 주장을 부정했으나, 이미 중국 국내에서는 당의 주장이 한 치의 틀림없이 전부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일어나라! 노예 되기를 거부하는 자들아!”
“미국은 물러가라!”
거리 여기저기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때아닌 애국주의 물결과 더 강한 군대를 외치는 군비 확장 요구 광풍이 몰아쳤다.
그렇지 않아도 예산 부족으로 군축에 군축을 거듭해야 하는 이때 군에 예산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단지 당은 해군의 군함을 늘리겠다는 막연한 약속만을 할 뿐이었다.
막말로 고속정 하나만 더 건조해도 일단은 약속은 지킨 셈 아니겠는가? 물론 진짜로 그렇게 될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하긴 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당에 민심이 다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환장하겠군.”
부시는 끅끅거리며 애써 웃음을 참아 내고 있었다.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평생 안 된다더니 이게 딱 그 꼴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부시는 될 놈에 속해 있었고,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알 놈들은 다 알 거야. 이게 말도 안 되는 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단지 도대체 왜 이러한 연기가 필요했느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할 터였다. 사실 의회에서도 아는 이들이 별로 없었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천칭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부시의 생각은 비서실장을 비롯한 최측근이라고 할 만한 몇몇을 제외하면 거의 알지 못했다.
이 대전략이 기밀 사항이었기도 했지만, 동시에 일일이 붙잡고 설득하기도 귀찮았던 탓이다. 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할 만한 대단찮은 일이면 모를까. 결과는 어찌 되었든 해 봤자 함대 하나의 항로를 약간 변경하는 일이다.
“서이라크는?”
그렇게 피하려 했던 이라크전이었건만, 이러한 형태로나마 참전하게 되어 실로 유감이었다. 다만 이 전쟁은 미국의 지갑에 구멍을 내 버린 그 전쟁과는 달리 오로지 이익만으로 점칠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수도만을 남겨 놓고 거의 모든 지역이 EU의 점령 아래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일부 시민과 패잔병이 유격대를 조직하여 산발적으로 항전하고 있습니다.”
군부가 시민의 지지를 완전히 업지는 못했다지만, 그 이상에 동조하는 이들도 꽤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총을 들 용기까지 있는 사람은 드물었기에 그나마 빨치산으로 끝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유럽 통합군은 성난 시민과 여론까지 상대해야 했었을 테니 말이다.
현대에 충분히 진보하고 강력해진 군대의 마지막 적은 다름 아닌 자국의 국민이었다.
“그리고 저희 측 함대는 내일부로 다시 전장에서 빠질 겁니다. 앞으로 있을 작전은 철수 이외에 없으며, 손망실은 곧 정식으로 보고될 것입니다. 다만 MQ-9의 경우 따로 보고 없이도 명명백백하여 총 도합 102기가. 그리고 지상에서는 테스트 중인 무인기는 3기가 격추당하고 격파당했습니다.”
“102기나?”
102기면 원 역사에서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MQ-9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대량으로 생산하여 단가가 1억 달러 수준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무인기는 여전히 비싼 기체였다.
다시 말해서 대당 1,520만 달러의 혈세가 한순간에 하늘에서 폭죽으로 변모했다는 소리였다. 단순 계산으로 총합 약 16억 달러였다.
“해군과 공군에서는 하나같이 입을 모아 유럽 통합 공군의 무능함을 낭송했습니다만, 사실인지 아닌지는 좀 더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 공군도 비교 대상이 미 공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허술해 보이는 거지 딱히 약한 건 아니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그냥 적이 정말로 잘 싸웠다는 게 맞으리라.
“그렇군. 딱히 손실을 다시 채울 필요는 없지. X-47은 X를 뗄 준비가 언제쯤 되냐고 물어보게. 빈자리는 좀 더 진보한 기체로 채워야겠어. 그리고 109기가 격추되었다고 한들, 1,900기가 남았을 뿐이니까.”
게다가 MQ-9도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슬슬 제트 엔진이나 스텔스 기능이 가미된 형태도 차츰차츰 보고서에 나오고 있었다. 아마 머잖아 항모에서는 사태가 심각하지 않으면 오로지 무인기만이 날아가게 되리라.
“그리고 임기 중에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전쟁 중에서 짧지만 가장 강렬한 전쟁이었네.”
부시가 말하는 강렬함이 예산을 뜻하는 것이라면 실로 백번 맞는 말이었다. 그동안 수행했던 그 어떠한 전쟁보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갔다.
사실 격추된 무인기보다는 해군이 부시의 주문대로 토마호크 미사일을 진짜로 원 없이 날린 게 문제였다. 약 900발이 서이라크 남부의 군사시설이나 주요 시설. 심지어는 참호로 보이는 곳을 향해 아낌없이 발사되었으며, 이는 현재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였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재고를 소모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 봤자 어차피 부시가 열심히 보고서를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공장에서 열심히 새로운 토마호크 미사일을 조립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다 돈이라는 점이었다.
“외부 일도 외부 일이지만, 내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해외에 눈을 돌리고 있는 동안 끊임없이 내려오는 테트리스 블록처럼 산적해 있는 내부의 문제를 말함이었다. 특히 밑도 끝도 없이 벌어진 빈부격차와 총기 제한 쪽에 간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누가 말했던가?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면 대통령이 아니라 신을 해야 한다는 말 말이다.
‘이건 내가 알기로도 답이 없는 문제란 말이지.’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생각은 없었고 보고도 눈을 감아줄 생각은 더더욱 없었지만, 단지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때가 오면 어련히 해결할 터였다.
설령 정치 생명과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도리어 정치 생명 따위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셈이었다.
“그렇군. 그래. 국내에 퍼진 마약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