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8화(29/377)
< 28편 >
F-22A. 1969년에 처음으로 그 구상이 시작되어 2005년에 생산, 배치 완료된 사상최강의 유인 전투기. 내가 살던 2019년 당시에조차 최강 타이틀을 내려놓지 않은 희대의 사기 전투기.
“제발 미친 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싫어! 탈 거야!
“어디까지나 테스트용입니다. 실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프로토타입이란 말입니다.”
ATF 관계자의 표정은 실로 변화무쌍했다. 피부는 수시로 붉으락푸르락 바뀌고 있었고 눈깔은 광인처럼 흰자위와 동공의 경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히는 이유는 다음과도 같았다.
‘이 시발! 보기만 한다며! 그냥 시찰이라며!’
“지금 내가 여기에 무장을 달으라 했나? 아니면 이거 타고 중동을 가겠다고 했나? 닥치고 내가 입을 G-슈트나 내놓게.”
사실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이었다. 간단한 시찰 정도만 하고 예산을 불려서 개발, 배치를 빠르게 마칠 생각이었다. 문제는 그 미려한 동체를 보고 가슴이 완전히 뻑! 가서 그렇지.
“차세대 전투기를 선전하고 싶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게 펜타곤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선전이겠죠! 하지만!”
이것의 장점은 ‘응! 내가 해봤어!’에 있었다. 의원들이 예산 삭감을 하려고 할 때 주로 거는 클레임이 ‘이게 이 예산안만큼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아는데?’인데, 그럴 때 ‘내가 타봤는데?’ 한 마디면 아예 못을 박을 수 있었다.
뭐, 사실 이건 그냥 핑계고 저걸 무진장 타보고 싶었다.
슈퍼카? 그런 건 애들 장난이지! 나는 랩터를 타겠어!
“벌써 수십 년째 개발 중인 기체인 데다 초도비행을 한 지는 11년이 지났지. 거기다 이건 선행 양산형이 아닌가? 내가 훌륭히 비행에 성공한다면 자네들한테도 이득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이득이지! 이득이긴 하다만!’
그는 그 이상으로 사고가 났을 때를 두려워했다. 하긴 기체 결함으로 추락이라도 하는 날엔 이 기체를 정비한 놈들은 해고가 최소한이었고, 재판은 기본에 감방은 옵션이었다. 그가 걱정할 바는 아니었지만, 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풍비박산이 날 것은 더더욱 틀림없었으며. F-22 자체에 대통령 킬러 같은 불명예스러운 별명이라도 붙겠지.
뭐 그런데 그딴 건 내 알 바 아니고.
조지 부시의 기억과 경험을 점차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조지 W. 부시가 ‘전투기 파일럿’으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단순히 ‘잘할 것 같은데?’에서 ‘천잰데?’로 인식이 바뀌기까지는 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순히 느낌에 의존해 시작된 나의 작은 의심은 반신반의로 재미 삼아 해본 훈련용 시뮬레이터에서 힌트를 얻었고 F-15, F-18 등을 직접 타보고 나서는 확신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 새낀 천재다. 차라리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억지를 부리더라도 베트남 전쟁에서 에이스 파일럿으로 나갔어야 했다. 텍사스 샴페인 부대가 아니라!
“걱정하지 말게. 테스트 파일럿에게서 오랜 시간 동안 조종 훈련도 따로 받도록 하지. 설계에 결함이 없고 정비에 자신이 있다면 그 누구도 자네를 비판하지 못할 거야.”
버드 스트라이크나, 내 조종 미스만 빼면 말이지! 하하하!
그러니까 요점은 ‘어허, 잠깐만 쓰고 돌려줄게!’다. 막상 이러니까 희대의 양아치 새끼 같은데.
“걱정은 하지 말게. 잠깐만. 아주 잠깐만 쓰고 돌려주겠네! 하하하!”
그럼 양아치 하지 뭐!
* * *
넬리스 공군기지 근무자들의 표정에서 비장미가 흘러나왔다. 오늘은 높으신 분의 시찰이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찰의 ‘빡?빨?이라는 것은 본디 시찰을 오시는 높으신 분이 가지고 계시는 신분의 고하에 의해서 결정되는 법이 아닌가? 그런데 하필 이번에 시찰하러 오시는 분이 대통령씩이나 되는 인물이란다.
꼴에 전직이 공군이라고 사찰을 나와도 공군으로 나오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많고 많은 공군 기지 중에 하필 넬리스 공군기지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대통령은 대통령이지 않은가.
이제 슬슬 대충 각이 잡히지 않나?
최상단부터 말단까지 온갖 채비를 갖춰야 했다. 전투기와 폭격기를 만전의 상태로 정비하고, 도열시키고, 신입 시절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머릿속 퍼즐 조각을 찾아 교본과 보고서 사이로 대모험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에어 포스 원 진입합니다.」
관제탑이 실수한 모양이었다. 에어 포스 원이 진입한다더니, 정작 호위기만 내려왔다. 그런데 그 호위기의 형태가 실로 낯설었다. 에어 포스 원의 호위기는 F-15와 F-16이 아니던가?
“실험기?”
사실 처음 보는 기종은 아니었다. YF-22. 작년인가 재작년이었나. 이제 생산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리 자체는 모두가 들은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 도는 이야기가 어디 정확한 이야기가 하나라도 있어야지.
“저게 벌써 배치를 시작했나?”
이윽고 착륙한 호위기에서 조종사가 캐노피를 열고 나오는 동안 그들은 신형기만 멀뚱멀뚱 보고 있어야만 했다. 곧 시작될 시찰 때문에 차마 입을 열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입안에는 공통된 말이 맴돌고 있었다.
‘뭐야? 에어 포스 원은?’
에어 포스 원이라고 해도 에어 포스 원은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호칭하는 것인지라. 꼭 보잉 VC-25A일 필요는 없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탔으면 에어 포스 원을 탔지 다른 비행기를 탈 리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에어 포스 원이나 에어 포스 투는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끔 모든 조치가 취해져 있는 비행기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미묘한 의문의 범람 속에서 그들 사이에는 고요한 침묵만이 흘렀다.
“대, 대통령 각하!”
누군가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지.
“뭐?”
조종사의 얼굴을 본 모든 사람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뀌었다. 이럴 수가! 대통령이 직접 신형기를 타고 사찰을 오다니!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얼이 빠지고 말았다가 그 공백이 이윽고 흥분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조종해서 왔다는 사실 자체가 조종사들에게 있어서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전투기 조종사라는 직업은 돈보다는 명예에 얽매이는 직업이었다. 특히나 미국처럼 수시로 전쟁하는 나라라면 더더욱. 그런 조종사들이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아, 대통령 각하! 그 위대한 자태에 목메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감동할 만한 일이었음은 틀림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조종사들의 이야기고 별까지 가면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현 대통령인 조지 부시는 샴페인 부대. 한마디로 후방 부대에서 꿀을 빨다 왔다는 오점이 있는지라 공군은 그다지 현 대통령이 공군 출신이라는 점을 당당하게 홍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젠 그것이 가능했다! 이제 이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이 신형기를 타고 시찰하러 왔다는 소식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대서특필되겠지!
사실 국가 기능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는 몹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그런 건 군인들이 알 바 아니었다.
“와아!!!”
뭐, 만약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더라도 막상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인간은 분위기에 휩쓸리는 생물인지라 간단히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활주로를 따라 일제히 환호와 갈채가 내달렸다.
* * *
“잘 나왔군?”
신문의 표지에는 F-22A에서 내리는 내 모습이 한 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야, 끝내준단 말이야.”
“다신 하지 말아주십시오.”
“알겠네. 알겠어. 다음부터 ‘흥미본위’로 ‘신형기’를 타는 일은 없도록 하지.”
그래 신형기는 말이지. 다음에는 배나 자주포도 직접 타보고 다 그래야지. 미합중국의 대통령쯤 되었으면 한 번쯤은 다 해보고 싶어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말고. 난 할 거야.
그건 그렇고 이쯤 되면 내가 신무기 개발에 아주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전해졌을 듯하다.
“무인기 부분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대통령 각하께서는 공군에 관심이 많은 신듯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섭섭하지.
“나는 육군이나 해군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네.”
크루세이더 중자주포나, NLOS-C라던가. 혹은 코만치 스텔스 헬기라던가. 뷰포트 공수전차! 더 나아가서는 복합소총이나 랜드 워리어에 이르기까지!
OICW나 랜드 워리어는 미국에서도 흑역사 취급이지만, 기술축적에 의의가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줄곧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예산을 먹은 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개발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일단 기술이나 데이터가 축적되고 나면, 차후에 다른 기술이나 무기를 개발할 때 유용할 수 있었다. 시작 자금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만약에 안 될 것 같으면 개발의 방향성을 바꿀 수도 있었다. 물론 이것은 비효율적인 일이 맞다. 그래 다른 나라에서는 말이지.
‘미국은 아니지.’
하지만 아직 한참 돈이 나오고 있는 미국이라면 도리어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서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
구체적인 예시는 코만치 헬기의 엔진이었다. 코만치 헬기가 가진 엔진의 소음은 스텔스 성능의 문제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이건 더 많은 예산이 해결해줄 수 있었다. 물론 정찰 무인기의 대두로 인해서 정찰공격헬기가 쓸모없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돈이 없으면’의 이야기고 돈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이야기가.
헬기 엔진은 바꾸면 그만이었고, 무인기도 무인기 나름대로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막말로 구태여 정찰기로 사용하지 않아도 그만이었고 코만치는 특수작전용으로 소수만 운용하고 코만치가 가진 스텔스 기술만 다른 곳에 적용할 수도 있었다. 아직은 무인기보다는 사람이 더 정확하니까 말이다.
랜드 워리어도 같은 의미를 지녔다. 네트워크 중심전의 대두로 인해 시작된 랜드 워리어 프로젝트는 실전에서 배터리가 조루인 데다 무게도 더럽게 나가서 제대로 교전을 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퇴출당한다.
그러나 배터리의 크기나 무게는 미래에 해결되는 일이다. 결국, 2019년 당시에 결국 랜드 워리어로 축적된 기술은 강화복 프로젝트인 퓨처 워리어에 통합되었고 퓨처 워리어 프로젝트는 크든 작든 약진했다.
이렇듯 취소된 프로젝트들이 꼭 생돈 날리는 일만은 아니다. 이 말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위의 이야기와는 완전히 별개로 온전히 ‘사심’만으로 부활시키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긴 있었다.
아스널쉽. 1998년에 페이퍼 플랜으로 그친 녀석인데, 이 배에 달린 것은 심플한 500개의 수직발사관과 500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었다. 이 미사일 전함은 해상에서 그 어떤 함선보다도 강력한 단일 화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하나만 침몰해도 어마어마한 예산이 날아간다는 이유와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파벌 싸움에서 지는 바람에 계획 자체가 좌초되고 말았지만, 당장 2024년 배치를 목표로 대한민국 해군이 합동화력함이라는 이름으로 전력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미국이라고 못할 건 또 뭔데?
물론 핵을 갖지 못해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안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500발짜리 미사일이 달린 함이라니! 포방부의 꿈과 같은 전함 아닌가!
물론 침몰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막말로 침몰해서 어마어마한 예산이 날아가지 않는 함선이 있긴 있나? 애당초 침몰을 전제로 삼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 침몰 방호를 위해 있는 게 이지스함이 아니던가? 뭐? 이지스함이 모자라? 그럼 이지스함을 더 넣어. 이지스함의 방호능력이 딸려? 그럼 돈 줄게 더 강하게 개조하던가.
돈! 돈! 돈!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는 모든 게 돈이었다!
과장 없이 돈만 충분하다면 10년을 1년으로 줄어들게 할 수 있다! 현장 데이터가 부족해? 10개로 부족하면 100개로! 100개 부족하면 1,000개로 무식하게 데이터를 뽑아내면 그만이었다.
이게 바로 돈의 위력이다! 당장이라도 자본주의형 충격과 공포를 보여주마!
뭐, 그렇긴 해도 잘라야 할 프로젝트는 자르는 것이 맞았다. 미국의 예산도 무한해보이는 거지. 실제로 무한은 아니었으니까.
“흠.”
책상 위에 리스트를 두고 이리저리 넘기면서 프로젝트들을 가늠했다.
그 느낌이 마치 스마트폰으로 쇼핑 앱을 보는 것 같았다. 카드의 제한된 금액 내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추려내 후보를 두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서 고민할 때 느끼는 그 느낌말이다.
물론 수백억짜리 쇼핑이긴 했지만.
하지만 전부 놓치고 싶지 않은걸! 가만, 일단 몇 개만 더 예산을 투자해서 빠르게 끝내두면 더는 그 프로젝트에는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잖아. 물론 생산, 배치, 관리 예산은 들어가겠지만, 그땐 구형이 된 무기들을 팔아치우면 그만이었다.
음! 이 기적의 발상법이 몹시 끌리는군. 그렇지! 그렇게 해야겠어.
그렇다면 일단 개발을 빨리 끝낼 녀석부터 골라야겠군.
그럼, 어떤 것을 고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