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89화(290/377)
< 289편 >
DEA(마약단속국). 이들이 소모하는 연 예산은 무려 35억 달러였다. 이는 서이라크 전쟁에서 격추당한 무인기를 다 합해도 미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미국의 마약 문제가 연 35억 달러나 써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의미였고, 그렇게 예산을 줄이지 못해서 안달에 애걸복걸까지 하는 의회조차 35억이나 되는 예산이 필수 불가결이라는 사실을 마지못하든 적극적이든 결과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그 막대한 예산조차 부족하게 되었다. 갑작스레 대규모로 전국에 마약이 풀렸던 탓이다. 사건 초반 당시 약쟁이들은 대량으로 유입된 마약으로 인해 일부 마약의 가격이 밑도 끝도 없이 떨어지고, 매일매일 문자 그대로 구름 위를 거닐 듯한 행복한 나날을 맞이했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막히게 되었다.
마약에 취한 이들로 인해서 별 이상한 지랄병이 나다 보니, DEA는 물론 지방 경찰에 연방 경찰까지 죄다 나서서 이 잡듯이 뒤지는 단속도 단속이었지만, 그 낮은 가격으로 인해서 새로운 소비층을 대량으로 만든 게 문제였다.
생긴 건 책이었지만, 실제로는 책처럼 반영구적인 게 아니라 식품처럼 소모품이었다. 국내 마약 생산 능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먹는 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덕분에 아주 잠시나마 밑도 끝도 모르고 바닥을 기던 가격은 자기가 멈출 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라도 되는 것처럼 수십 배로 폭등했다.
국내가 안 된다면 국외에서 들여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작자들도 있었지만, 미국의 마약 경각심을 최대로 올린 책 사건으로 인해서든 국외에서 새롭게 정립한 정책 탓이든 해외에서도 마약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도 심사가 잔뜩 뒤틀려, 성내고 있던 독수리의 머리를 카르텔들이 홀라당 태워 버린 덕분에 각국에 압박이 가고 있었다. 각국에 들어간 압박은 필연적으로 카르텔의 잠적을 의미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조직의 축소까지는 아니었지만, 잠정적인 사업의 정리를 뜻했다.
실제로 많은 조직이 마약에서 손을 떼야만 했다. 당장 군의 전투 헬기가 마약 농장을 급습해서 걸리는 족족 모조리 불태워 버리고 있었고, 정부가 마약 이외의 사업에서는 암묵적으로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이 주효했다.
차라리 카르텔을 모조리 때려잡을 작정이면 모를까, 작정하고 마약 사업만 족치고 있으니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기엔 모호하고, 그렇다고 현실과의 타협이라기엔 애매했다.
여하간 이러한 조건 속에서 미국의 약쟁이들은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만 했다.
비싼 돈을 주고 어떻게든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약으로 갈아타든가, 그것조차 아니면 아예 약 자체를 끊어버리든가.
당연하겠지만 후자는 거의 없었다. 애당초 약이 없어졌다고 끊겠다고 다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원래부터 끊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 남은 건 대부분 전자인데. 35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아낌없이 태우면서까지 만들어 낸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어떻게든 은밀하게 생산하기 위해서 교묘해져 갔다. 근본적으로 가격은 높고 소비가 줄질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결론은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는 거군.’
보고서를 끝까지 읽은 부시는 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들어 좀처럼 제대로 해결되는 일이 없었다. 작은 일들이야 어찌어찌 쉬이 해결되고 있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일들은 마치 길가에 떨어진 집채만 한 바위처럼 요지부동이었다.
그만큼 쉬이 해결될 수준의 것들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지만. 적어도 이것들을 언론에서 떠드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돈이 가장 많다는 나라 정부에서 돈이 부족하다니.”
그리도 또 한 번 한숨. 그것이 부시가 내뱉을 수 있는 전부였다. 게다가 미묘하다곤 하지만, 기어코 사우디 덕분에 저유가 시대가 오고 말았으니 더더욱 예산이 절실했다. 모든 중국인이 청나라 채권 결사반대라면서 목숨 걸고 외치고 있으니, 언제까지 꼬박꼬박 갚을지 불안하기도 했다.
물론 중국인을 어디부터 어디까지 규정해야 할지에 따라서 ‘모든’이라는 말은 좀 모호해지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중요한 건 중국인 대다수가 감히 하늘과도 같은 당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이었고, 폭력으로 일관되게 대처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단지 폭력이라고 해도 공안이 숫자가 모자랐을 뿐. 고무탄이 들어간 총의 방아쇠를 당기기 무섭게 애국 시위대는 해산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 해산되는 만큼이나 또 생겨서 문제지. 국민은 차라리 중국이 파산하기를 원했다.
빚에 짓눌리는 것보다는 파산하는 게 더 낫겠다고 본 것이다. 정확히는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그러한 기류에 휩쓸렸다. 본디 대중은 줏대가 확실하지 않으면 분위기에 휩쓸리는 법이었다. 그리고 줏대가 확실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이들이 훗날 자신을 되돌아보고 왜 그러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인간이 그렇게 만들어진 탓이다.
중요한 것은 이 청나라 국채가 더는 중국 공산당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확실히 ‘위에서 이러한 일이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위에서 이러한 일이 있으니 나라도 무언가 해야겠구나.’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였다면 이는 아주 바람직한 상황이었으나, 하필 그것이 중국이었다. 이것이 단지 극우 성향을 띤 애국 시위에 불구. 당은 국민이 누군가의 확실한 사주 없이 직접 들고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공포에 질렸다.
이는 앞으로는 언제든 당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들고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공포에 질리지 않을 수 없을 리가 없었다. 다른 부분에서 점점 퇴보하거나 정체 상태에 있음에도 CCTV 기술만큼은 진보를 넘어 도약에 가까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이었다.
다시 말해서 현재 중국은 다른 걸 다 포기하고 인민 통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동안의 많은 경험을 통해 결국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결론은 완벽에 가까운 통제였고, 이는 마오 시절부터 내려오던 것이었다. 얼핏 독재와 비슷할 수 있으나, 독재와는 달리 이 통제의 핵심은 효율 증대였다.
시대에 뒤처진 중국이 다른 나라를 따라잡고, 또 추월하기 위한 통제 말이다. 중국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인민이 기계는 아니더라도 마치 개미와도 같이 작용한다면, 능히 10년이면 회복하고 20년이면 확실하게 따라잡을 수 있었으며, 30년이면 추월할 수 있었다.
만약 중국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통제만큼은 유산으로 남아 중국을 지탱하는 기둥으로서 남을 수 있었다. 중국 부흥의 유산으로서. 그렇기에 그들은 두려웠다. 이대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그렇고 그런 덩치 큰 개발도상국으로 남을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는 부시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었고, 또 그렇게 되도록 그동안 유도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올라오는 보고를 듣고 있자면, 사진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했던 그림이 자꾸만 모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싫어도 억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분열한다. 어떻게든 가까운 시일 안에 분열된다. 그리고 그때는 아마도 부시가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기 전이리라. 중국이 분열하고 나면 어떻게든 그 안에 가둬야만 했다.
‘단지 비록 최초에 기업인들이 부추기긴 했지만, 이 규모와 지속력은 확실히 이상하군.’
지금 그들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초기에 그들을 지원했던 기업인들이 아니라, 그들의 의지 그 자체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진실로 당이 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당을 망치고 있는 것은 그들이었다.
조만간 몇몇 눈 밖에 난 기업인이 숙청당할 터였다. 해외로 도망친다고 해서 숙청을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솔직히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인 만큼, 당에 엿이나 먹어 보라는 심보였을 터인 사람도 있었을 테니 썩 그렇게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을 무렵. 그것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비서실장이 말문을 텄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하시겠습니까?”
“전쟁? 말도 안 되는 소리. 자국민을 상대로 싸우는 게 어찌 전쟁이란 말인가?”
“내전도 전쟁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불가하군. 절대로 끝날 리 없는 전쟁에 발을 들이는 건 미친 짓이네.”
그렇게까지 말하니 비서실장은 입을 다물었다. 대통령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강하게 나가지 않는 게 비서실장이 생각하는 미덕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부시는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몇 개라도 더 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 그렇게 개같이 노력해서 어떻게든 줄이려고 노력 중인 빈부격차가 더 늘어나리라는 점이나, 범죄자로 취급하면 감옥이 포화 상태가 될 터고 이를 통해서 연쇄 작용이 일어나 감옥이나 예산이 쌍으로 막장이 되리라는 점. 이로 인해서 양손으로 세기조차 힘든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
문제는 이미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나마 부시 행정부에 들어서 상당수 풀어 줬었다. 제한을 상당 부분 완화했으며, 비합리적인 법률을 그럭저럭 고쳐 놓았다.
천천히 대마초 합법화도 추진 중이었다. 대체 품목이 있다면, 다른 비싼 마약에 손을 댈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리라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기 중에 그 누구보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앞장섰던 아버지 부시는 이를 듣고 기함했지만, 이미 그는 전 대통령에 불과했다.
“빌어먹을. 차라리 대마초 합법화 추진력을 좀 더 높일까?”
마약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전환하면 지금 집안 뿌리라도 들어내서 마약을 사려는 약쟁이들을 일단은 한데 모을 수 있었고, 판매 기록이 남는 만큼 누가 피우고 누가 피우지 않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럼 관리가 한결 더 수월해지리라.
“……그건 정치적으로 좋은 선택지는 아닙니다. 마약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데, 마약을 합법화하겠다는 생각은 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겁니다.”
“아마도 조만간 다시 회복할 수 있네.”
아니, 차라리 회복할 수 없으면 했다. 왜냐면 그 방법이란, 곧 찾아올 거대 태풍인 허리케인 카트리나였으니 말이다. 신속한 대처와 방비만 있다면 지지율은 어련히 다시 오를 터였다. 어차피 넘쳐나서 걱정이었던 지지율이었다. 도리어 지지율을 희생함으로써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터무니없이 싸게 먹히는 거다.
“긍정적인 자세입니다. 하지만 근거가 없습니다.”
“그 근거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찾아올 터이니 신경 쓰지 말게. 그보다도….”
제삼자가 듣기에는 실로 황당하기 짝이 없었지만, 장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주장하면 그런 줄 어련히 알아들어야지.
“여기저기 구멍 난 예산 메꿀 방법이나 생각해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