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91화(292/377)
< 291편 >
허리케인이 무엇인가? 북대서양과 동태평양 등지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약 119km 이상인 것을 뜻하는데, 총 다섯 등급으로 나뉘며 먼저 카테고리1이 117km/h로 가장 낮고, 가장 높은 카테고리5가 323km/h 이상이다.
솔직히 이런 수치상으로 논하면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분명 수치 자체는 대단하다. 무려 1시간 동안 323km를 간다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속도는 아니다. 인간은 초음속조차도 정복했다.
그럼 이렇게 말해 보자.
단지 거창하게 표현할 것도 없이, 눈이 지나가는 곳마다 ‘자동차’와 ‘집’이 ‘하늘을 난다’.
수 톤 혹은 때에 따라서는 수십 톤이나 하는 쇳덩어리와, 수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피와 땀으로 축적된 현대 건축학의 산물 중 하나인, 토대부터 죽어라 다진 개인 주택이, 하늘을 난다. 마치 제가 새라도 된 것처럼 훨훨 날고 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온다는 아기 돼지 형제의 지푸라기 집처럼 형체도 없이 날아가거나 부스러진다. 정작 지은 건 튼튼한 벽돌과 콘크리트이건만, 지푸라기처럼 흔적도 없이 날아간단 말이다.
과학에서는 모니터와 종이 위에 숫자와 그래프 따위로 수치상으로 표현되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를 직접 목격한 인간들에겐 비현실의 집합체이자, 자연이 현현시킨 두려움과 경외감의 화신 그 자체다.
문제는 이것들이 단지 저 혼자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춤은 혼자 출 수도 있지만, 때때로 혼자서는 출 수 없는 춤도 있는 법이다.
그럴 때 그녀들은 파트너로서 해일을 동반자로 택하고 인간은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폭풍과도 같은 춤을 선보이며 인간을 농락했다.
그 어떠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인간인 이상 이 경이로운 광경 앞에서는 위축되어 단지 신에게 모든 걸 맡긴 채 등 돌려 도망치게 하는 것.
재해란 그런 것이다.
-긴급 속보입니다. 오늘 23시 00분을 기준으로 카트리나가 플로리다 동부에 상륙했습니다. 카트리나는 최고풍속 282km로, 이는 카테고리3에 해당하는 위력입니다. 이 허리케인은 경로상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군.”
-다행스럽게도 제방이 제 기능을 하면서 저지대로 해일이 범람하진 않았고, 정부에서는 전전날부터 허리케인을 경고했으나 끝끝내 대피하지 않은 시민들이…….
“모두 제대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행정부 그 누구보다도 충직한 비서실장은 그의 대통령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나오는 뉴스는 거의 유일하게 현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인 FOX의 뉴스였다. 정확히는 공화당에 우호적이라는 말이 맞았지만, 여하튼 부시가 공화당 출신인 만큼 결국에는 그게 그거였다.
당초 부시가 집권 초부터 꾸준히 계획한 대로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으나, 정작 웃지는 못해도 적어도 그럭저럭 만족해야 할 부시는 다소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는 결국 역사대로 조금 시차가 있긴 했지만, 기어코 거대한 허리케인이 연이은 재난으로 환장할 지경이었던 미국 남부에 당도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동시에 부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미국 언론 때문이기도 했다.
부시 가로되 언론은 반드시 거짓 없이 진실만을 담으라 하였는데, 고일 대로 고이고 고인 언론은 부시의 생각보다 영악했다. 이런 방식으로 우회하리라고는 막연하게 예상하곤 있었으나, 정말로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거짓을 말할 수 없으면 단지 몇 마디 진실을 빼먹는 것만으로도 기삿거리를 흥미롭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본디 세 가지를 말할 것을 선언하고 두 가지만 말하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법 아니겠는가?
카테고리1에서 5까지 널뛰기를 좀 하긴 했지만, 카트리나가 21세기 허리케인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으로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재산 피해’를 냈기 때문이었다.
부시는 이 사태를 조금이라도 축소하기 위해 연방 정부의 제방 시스템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힘썼다.
부시가 마치 뾰족한 정상에 바위를 올리려는 시시포스처럼 무언가에 쫓기듯 부단히 노력하여 일궈 낸 업적은, 자신들을 때려눕힌 부시를 곱게 보지 않는 언론에 의해 단지 우수한 행정 시스템과 근면 성실한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폄하되었다.
단지 이것이 거짓은 아니었다. 실제로 미국의 재난 행정 시스템은 집권 초기부터 다년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몇몇 구닥다리 부분이나 예산이 부족하여 차마 외면하던 부분이 개편되었으며, 공무원들은 차마 모두가 성실하다곤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완전히 박살 나고 있는 뉴올리언스를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는 되었다.
단지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한 부시의 행적이 보도에서 사라졌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겠지.”
그러나 전부 의도된 것이었다.
‘모든 게 예상대로 돌아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렇다. 의도된 것까지는 좋은데, 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 문제였다. 의도했지만, 그것이 진짜로 나타났을 때는 실로 쓰라리기 짝이 없었다.
누군가는 현재를 언론의 암흑기라고 부르지만, 부시가 보았을 때는 지금이야말로 언론의 황금기나 다름없었다.
정부의 통제를 적당히 벗어났으며, 조금 빼먹긴 해도 진실만을 고하는 언론. 이것이야말로 부시가 바라던 그림이었다. 조금 흐트러진 감은 없잖아 있지만, 일단 선례를 만들어 놓았으니 적당히 후일 더 나은 정책을 위한 뼈대 정도는 되리라.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솔직히 자신의 노력이 폄하되고 나서 좋아하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과는 상관없이 주목 그 자체를 싫어하며,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이었다.
대표적으로 7대 수학 난제이던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해 낸 그리고리 페렐만 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필즈상 등 모든 상과 상금을 거부하고 재야에 잠적했다.
그는 어머니의 연금으로 살아갈 만큼이나 가난했고, 고작 하루 먹고, 사는 것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정도로 궁핍한 삶을 살고 있었음에도 끝끝내 난제 해결 상금 100만 달러를 거부했다.
그리고 부시는 그런 인물상이 되지 못했다. 애당초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염원했던 것도 나라면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 때문이었고, 미국의 대통령은 세상 가장 주목받는 직업이었으며 주목을 즐기는 모임인 정치인이란 작자들의 으뜸이었다.
‘역시 나는 제대로 된 대통령감은 못 되는구먼.’
본디 정치인이란 목적이나 과정이 자기 의도대로 흘러갔다면 이런 ‘사소한’ 건 미련 없이 무시하고 자축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부시는 좀처럼 무시하기 쉽지 않았다.
사실 이놈의 카트리나 덕분에 언제나 부시의 입에서는 단내가 났고 피곤으로 혓바늘이 났다. 카트리나는 조지 W. 부시가 김갑환이 조지고 부시고라는 멸칭으로 말하게 된 원인 중 하나였던 탓이었고, 동시에 미국이 휘청거릴 정도의 큰 타격이었던 덕분에 언제나 뽑히지 않은 사랑니처럼 부시를 괴롭혀 왔다.
‘그러나 그게 정치를 못 한다는 뜻은 아니고 나라를 망친다는 것도 아니지.’
부시는 다시 한번 마음이 축 처지려는 걸 다잡고 초심으로 돌아가리라 다짐했다. 어리둥절하게 하늘에서 뚝 떨어져 얻은 기회일지라도 한 번 손에 들어온 기회를 놓칠 정도로 어수룩하진 않았다.
국민과 국가를 책임지는 의무 앞에서 피로감이나 실망감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어떻다고 하던가? 연방군을 움직일 정도라던가?”
“비슷한 전례도 많고 명령으로 만들어 낸 예측 데이터는 많지만, 아직은 미지수라고 합니다. 단지 시뮬레이션대로라면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만…….”
비서실장은 말꼬리를 흐렸다. 이는 결국에 전문가들이라고 설치는 자들이 이번 허리케인에 대해서 제대로 확답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했던 탓이다. 고작 이 대답이 그간 재해 방지 시스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결과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아주 그냥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정작 비서실장이 눈치를 보고 있는 상대인 부시는 이 정도면 그럭저럭 뽕은 다 뽑았다고 생각했다. 이는 그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인명보다 잘 보이지 않는 효율을 중시하느냐, 그 반대냐의 차이였다.
당장 눈앞의 인명보다 행정 관료적인 효율을 중시한다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니었다. 예산에서 효율에 부진함이 생기면 결국 어떤 식으로든 간접적으로 인명이 소모되는 탓이다. 그러나 당장 정부의 인기를 끌어 올리려면 인명을 구하는 게 압도적으로 좋긴 했다.
“예측하신 대로 일부 악질적인 기독교인이 극성입니다만, 정말로 그대로 둘까요?”
“언론을 제한했다고 국민이 말할 권리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냥 두게.”
그 기독교인이 하는 말들은 이른바 혐오발언(嫌惡發言). 그러니까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라고 불리는 그것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러한 발언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이 또한 자유에 대한 권리의 일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여튼 그들이 말하길 동성애자들에게 신벌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동성애자들이 거주하는 동네는 대부분 고도가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해일의 여파를 거의 받지 않았다.
‘뭐, 그것도 원 역사에서의 일이긴 하지만.’
제방이 수배는 더 높아지고 두껍게 변한 덕분에, 폭풍은 막을 수 없어도 해일은 막을 수 있었고, 이 긍정적인 관측 보고는 즉각 연방재난관리청을 통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책상까지 올라갔다.
사실 안전 확보를 위한 제방 확장을 두고도 바다의 정취를 앗아 갔다느니, 바다를 볼 자유를 침해한다느니, 혹은 멀쩡한 자연을 해쳐 허리케인의 규모가 더 커진다는 둥 그런 이야기가 꽤 나오긴 했지만, 정작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뉴올리언스를 물바다로 만들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치닫게 한 해일을 막았다는 사실이었고, 이미 지방 정부에는 이후 복구를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당시에 슈퍼돔 이재민 수용소에 물 대는 데만 거의 6일이 걸렸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아주 놀라운 성과지. 대통령이라는 양반이 휴가로 골프나 치다가, 연방재난관리청장의 안일한 거짓 보고나 받으면서 심각한 상황을 낙관한 것보다 나았고.’
그만큼 많은 예산이 말 그대로 물 쓰듯이 들어갔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차피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뉴올리언스를 필두로 한 루이지애나가 초토화되었을 터니. 당시 뉴올리언스 복구 예산만 해도 108억 달러였다.
당연하겠지만, 이는 지방 정부가 재난 예산을 전부 사용하고 나서 추가로 들어간 금액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식량과 식수. 그리고 의료물품과 이를 지원할 인력.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다른 문제는 아시다시피 시간이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카트리나가 파괴한 생태계 문제나 집과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은 빈곤층 따위를 말함이었다. 원 역사의 경로까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카트리나의 눈은 정확하게 뉴올리언스의 공공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역을 사뿐히 지르밟고 지나갔다.
어쨌든 새로 올린 제방 덕분에 침수가 되진 않았으나, 일단 폭풍에 의해 박살 난 건 박살 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건 위기임과 동시에 기회였다.
“어차피 기준 미달인지라 새로운 공공주택이 들어설 예정 아니었나? 이번 기회에 좀 앞으로 당겨서 짓도록 하지.”
의회에서 아주 반발이 없진 않겠지만, 어차피 조금 앞으로 당기는 것이었다. 그래 봤자 공화당 의원 몇 명이 무어라 지껄이고 말 터였다.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나면 순방 계획을 잡아 놔야겠군.”
계획을 잡는다곤 했지만, 이미 큰 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었다. 단지 일정만 조정하면 될 뿐이었다. 허리케인은 거의 불시에 왔음에도, 이미 안배되어 있었기에 모든 것이 침착하게 일사천리로 돌아갔다.
“예, 계획대로 말이죠.”
이 모든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일장 연설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