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92화(293/377)
< 292편 >
허리케인이 지나갔다. 그녀는 매서운 스텝을 밟으며 지나가는 곳마다 걸리는 거추장스러운 것을 모조리 파괴했다. 플로리다 남동부를 통과하며 플로리다를 게걸스레 먹어 치우면서 몸이 무거워졌으나, 다시 바다로 나온 카트리나는 약해지기는커녕 도리어 더 강력하게 변해 갔다.
이는 멕시코만의 수온 탓이었다. 점점 강해지던 카트리나는 이내 카테고리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초강력 태풍으로 변모하였고, 직경 1,350km라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괴물이 되었다.
고속도로, 연안 시설들, 항구는 물론 카트리나의 눈이 지나가는 곳은 어김없이 박살 났다. 문제는 이렇게 파괴된 것들이 집계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는 것. 그리고 멕시코만의 정유 시설이 모조리 폐건물 혹은 도저히 이 상태로는 정상 운영하기 힘들 정도로 피해를 보았다는 점이 부시의 눈을 찡그리게끔 했다.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나, 안타깝게도 허리케인이 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30개의 해양 플랫폼과 9개 정유 시설을 전부 방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실로 눈 뜨고 코 베인 심정이었지만, 건물을 옮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제방처럼 뭔가 보강하자니, 이것들은 보강할 수가 없는 거대 건축물들이다. 정말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단지 원 역사에서 연간 생산 원유만 24%에 가스만 18%를 생산하던 멕시코만이었으나, 지금은 꾸준한 셰일 가스의 개발로 인해서 그렇게까지 의지하고 있진 않았다. 단지 이것이 멕시코만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양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는 아닌지라 피해액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 경제가 통째로 휘청거릴 만큼 태산과도 같은 파도를 만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이 아무리 대비하더라도 허리케인 그 자체를 막거나 혹은 경로를 비틀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든 경제적인 의미로든 방파제를 쌓고 만들어 여파를 최소화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물론, 있는 듯 없는 듯 넘어갈 수는 없겠지만, 한 달 이내로 예전 같은 생활로 돌려주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동네 그 자체를 복구할 수는 없겠으나, 그럭저럭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보장된 3끼 따뜻한 음식. 그리고 다리 펴고 누울 수 있으며,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는 거처. 적어도 이재민 구제에 필요한 토대만큼은 완벽하게 구현한 셈이다.
혹여 사람에 따라서는 지금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태풍이 지나간 빈민가에는 정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조차 힘든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중요한 것들을 지하 따위로 미리미리 빼낸 덕분에 뭐 갑자기 중요한 게 파괴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야 거대 구조물 따위는 어쩔 도리 없이 휘어지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던가.
‘경제적 영향이 1,500억 달러에 총 피해액이 1,250억 달러였다는 걸 상기하면 이는 대단한 것이다. 심지어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게 1,050억 달러였었지?’
과연 지나가는 것만으로 모래섬을 옮기고 서식지를 파괴하는 허리케인다웠다. 그러나 모든 방면에서 미리미리 대비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파괴된 도로와 건물은 허리케인이 지나가자마자 복구가 시작되었다. 이는 언제나 그렇듯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 일자리를 창출해 냈으며, 시민이 활력을 되찾는 계기이자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이는 다른 나라보다도 더 효율적이었는데, 정부의 신속한 처치와 선전으로 고취된 것도 있었고. 민족성이라는 것 자체가 매번 개척 정신을 강조하던 덕분이기도 했다.
재난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눈으로 보이고 피부에 와닿으니 곧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딱히 허황한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 현실에 나타날 예정이었다.
언론은 시민들의 질서와 높은 시민 의식을 높이며 정부의 역할을 축소할망정, 억지로 꾸며 내어 거짓을 고하지는 못하였다. 이것으로 충분했다. 세계 어떤 언론이든 이쯤 오면 억지로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내 찍어 낼 정도로 부패해 있었다.
솔직히 자연재해가 부시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두 번 일어나기도 하고, 네 번 일어나기도 하는 데다가 일자도 휙휙 바뀌니, 혹여 이번 허리케인도 쓸데없는 준비는 아닐까 반신반의하고 있긴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허리케인은 기어코 미국에 상륙하고 말았다.
이는 그나마 천재지변이 다른 방식으로 다른 때 일어날망정 아예 일어나지 않은 적은 없었던 탓이다.
‘정말로 나아. 났지. 모든 게 원래보다 수십 배는 더 나아. 그런데…….’
뉴올리언스 저지대 공공주택 재건현장 근처에 간이로 연단이 올라갔고, 카메라들이 연설 준비를 찍기 위해서 위치 선정에 한창이었다.
폭풍의 눈이 지나간 공공주택 구역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왜냐면 잔해라고 할 법한 쓰레기들은 모조리 허리케인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혹자는 허리케인이나 태풍 따위가 자연의 청소부라더니 실로 그 말대로였다.
‘눈으로 이렇게 보게 되니까, 재난이라는 건 단순히 대비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 뼈저리게 다가오는구먼. 그나저나 이 경우에 날아간 쓰레기는 인간이 되는 건가?’
동양에는 아마 진지하게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인간이 죽는 것이 진정한 친환경이라며 떠들어 대던 이도 있었다. 이 말이 처음에 어디서 나왔는지는 둘째 치고 부시는 친환경이라는 것 자체에 조금 회의감이 들었다.
친환경이란 무엇이던가? 풀어 말하면 환경에 친화적인 것들을 말한다. 그러나 환경에 친화적이란 애당초 도대체 무엇이던가? 물론 이렇게 말하면 비친화적인 것은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을 터였다.
예를 들면 강에서 흘러나오는 공장의 폐수, 그 폐수가 생기는 원인이자 태평양 한가운데 커다란 섬을 이룬 플라스틱 등을 위시한 일회용 쓰레기.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거대한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매연.
그래서 뭐 어쨌다는 말인가? 그게 지구에서 나왔지 어디 외계 어딘가에서 나왔다는 말인가? 물론 점진적으로 지구를 망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인류의 멸망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부시는 당장 가까운 시일에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 무엇이든 용납할 생각이 있었고, 이 무렵 교토 의정서에 가입된 국가들도 피차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전자기기를 비롯한 발전소를 때려 부수고 책을 불태운 뒤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애당초 교토 의정서도 결국에는 기후변화에 온실가스나 줄여 보자고 만든 협약이었다. 그러나 어디 이게 제대로 되먹은 협약이긴 했던가? 최대 탄소 배출국인 미국도 없고 중국도 없고 인도조차 없는 협약이라니. 의미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다못해 자기네들도 막연하게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겠다는 대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온갖 경제적인 조약을 삽입하지 않았던가?
이건 차라리 환경오염 억제가 덤이었고, 경제 협약이라고 부르는 게 맞았다.
‘그렇다고 이것 자체를 비난할 건 아니지. 단지 미국에는 잘 맞지 않는 협약일 뿐. 이건 거대한 족쇄다. 어마 무시하게 무거운 족쇄야.’
설령 추후 가입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꾸준히 내수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데, 정부에서 나서서 탄소 억제에 돌입할 경우 꼴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안 봐도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다.
볼 것도 없다. 너도나도 공장을 이젠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중국을 제외한 중남미나 동남아시아에 지을 것이며, 미국 국내에서 기껏 중흥시킨 공업 사업이 해외로 유출되게 되리라. 그럼 간단하다.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일단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건 이게 가장 간단했다.
그럼 일자리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정부가 욕을 먹는다. 지지율이 급락하고 교토 의정서 가입에 열렬히 자화자찬하던 환경주의자들이 역으로 궁지에 몰리게 될 터였다.
‘하긴 생각해 보니 지금쯤이 아마 무분별한 산업 확장 반대와 교토 의정서 재가입 시위가 일어날 시점이었던가?’
당장 외국에서도 이건 전부 교토 의정서에서 탈퇴한 벌이라며 깔깔대고 있을 무렵이었다. 한편으로는 지방 정부와 연방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에 가장 선진적인 재난대응 체계라고 칭찬 또한 아끼지 않았다.
외신에서 보기에도 미국의 재난 대처 능력은 확실히 비이상적이었다. 마치 몇 년 전부터 이때 카트리나가 오리라고 미리 상정이라도 해 두지 않았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속도였다.
이윽고 연설 보도에 필요한 모든 게 준비되었고, 시간이 되어 청중이 모였다. 청중은 대부분 박살 난 빈민가의 주민들이었지만, 옆 동네에서 찾아온 중산층이나 상류층도 충분히 있었다.
부시는 연단에 올라서서 눈으로 군중을 바라보았다. 모인 청중은 실로 각양각색이었으나, 얼굴은 하나같이 환하였다. 이는 허리케인이 만인에게 평등했음을 시사했으며, 적어도 그들이 이 구명 조치에 만족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이는 더불어 부시가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원 역사대로라면 본디 늑장 대처의 책임에 대해서 연설해야 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연설대로 멀쩡한 부유층 구역이 아니라 빈민가를 택했다는 게 노골적이었지만, 도리어 노골적이기에 노림수로서 이보다 좋을 수 없으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최상책은 아니어도, 상책 정도는 되었다. 적어도 원 역사처럼 대응 시간 동안에 어디 가서 기타나 치고 있진 않으니 말이다.
“지난 재해 대비에서 정부는 제 역할을 했으니, 앞으로 복구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본디 부시가 연단에 올라서서 했던 말을 조금 뒤틀었다. 정치적으로는 무능하고 사람 보는 눈은 없었어도 심정적으로는 착했던 그는 책임을 통감하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허접하기 짝이 없었던 대책들이나 내놓았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오늘날까지 차분히 준비해 왔고. 드디어 성과를 만방에 알릴 때가 되었다.’
자신의 노력을 최소한도 보상받지 않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노동의 대가가 없거나 낮으면 노동의 가치는 결국 평가 절하되기 마련이고, 이는 노동 효율의 하락을 뜻한다. 보통의 사람은 이것을 일급이나 월급이라는 형태로 보상받지만, 돈보다는 명예에 관심이 있는 부시는 명예 없이는 도저히 일할 수 없었다.
“반대로 말해서 복구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과는 예전부터 ‘제’가 누차 강조해 왔던 재난 대비의 성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억지로 자신의 의도였음을 덧붙였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지지율이 저점을 찍고 다시 올라가려는 시점에 더도 덜도 말고 딱 이 정도가 충분했다.
“1년 내외로 이 뉴올리언스는 물론! 북미에 허리케인이 지나간 자리에 남긴 모든 상흔은 사라질 것이며, 모든 이재민은 전과 같은 생활! 혹은 그보다 더 나은 생활을 영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연설은 부시가 예상했던 재난 대책 계획에서 처음으로 어긋나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