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93화(294/377)
< 293편 >
***
전쟁이 끝나고, 가장 피해를 보게 된 나라는 단언컨대 독일이었다. 서이라크의 방공 체계는 다름이 아니라 독일의 작품인 탓이었고, 가장 많은 군대를 파견한 나라가 독일이었던 탓이다.
딱히 독일뿐만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적든 많든, 앞길 창창한 청년들과 군수물자가 중동에서 무의미하게 녹아내렸다. 무의미란 말 그대로 무의미였다. 이 전쟁에서 죽은 이들에게는 모욕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사실이 그러했다.
적어도 독일을 위시한 유럽 연합에 있어서 이는 완벽하게 무의미한 전쟁이었다. 작전 내용도 실상 서이라크 탈환이라기보다는 서이라크 반군에 대한 보복에 가까웠고, 이로 인해 얻은 것이라곤 이라크 공화국 시절 이상으로 폐허가 된 도시뿐이었다.
서이라크에서 가장 값진 자원인 시추 및 정유 시설은 지난날 전쟁의 여파로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고, 서이라크 국민도 유럽 연합에 등졌다. 그간 서이라크 경제 체급 불리기의 부속품으로서 어떠한 취급을 받아야만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던 탓이다.
“유럽인은 꺼져라! 우린 우리만의 방식이 있다!”
이젠 서이라크에서 애써 이라크를 두 차례 정벌한 강력한 무력으로 점거하고 있을 수는 있을망정, 중동을 향한 서방의 전진기지 삼는다는 계획은 서이라크의 민심을 등진 순간, 한여름 밤의 꿈처럼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완벽하게 어그러지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현지 협력을 구한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고, 이는 연합도 더는 출혈을 감당하지 않으면 영향력을 온전하게 투사할 수 없음을 의미했으며, 동시에 이것이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동안 투입된 어마어마한 예산에 대해서 돌아보는 계기 또한 되었고, 앞으로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가야 할지에 대해서 연합은 고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서이라크 전체가 엉망이 되면서 생겨난 난민이 가장 문제였다. 서이라크에서 생겨난 난민은 연합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어떤 나라에 어떻게 분담할지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사실 난민 수용에 대한 기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미 지난 몇 년간 난민으로 고통받고 그러한 기준에 대해서 서로 화기애애하게 멱살을 사로잡아 올리면서 연구해 왔다. 그렇게 어떤 나라가 얼마만큼의 난민을 수용하고 예산을 보탤지에 대한 행정 절차와 이를 정하기 위한 유럽 헌법 또한 정해져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번에 새로 들어올 서이라크 난민들이 그 기준을 넘어섰다는 점이었다. 적극적인 수용 의사에 의해서 물경 215만 명이라는 황당한 숫자에 모두가 당혹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날 독일이 자신만만하게 개편한 난민 수용 능력은 생각보다 허접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허접했다고 하기엔 무려 20만 명이나 되는 추가 수용 능력을 확보했지만, 막상 그 열 배는 넘는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현실에 맞닥뜨리자 난색을 보이기 바빴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나 모일 리 없었다.
본디 사우디, 이집트, 이스라엘, 터키 등으로 빠져나갈 난민들이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등지에 당도하는 건 극히 일부일 터였고. 하다못해 독일이 그렇지 않아도 이미 한계에 가까운 시점에서 ‘추가 20만’이라는 경이로운 수용 능력을 전부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단지 유럽 연합이 자신만만하게 자신들은 난민은 전부 수용할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광고한 덕분에 이 꼬락서니가 나고 말았다. 유럽 연합은 터키를 이용하여 일단 1차로 걸러 낼 생각이었으나, 터키는 그동안 꾸준히 할 만큼 해 왔다며 절대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U 가입 조건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영토부터 국민까지 떼어 주려던 참이었다. 터키로서 이 이상의 폭거는 용납하기 힘들었고 국민감정도 점점 반EU가 대세를 타기 시작했던 참이었다.
게다가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난민으로 취급하기에 여러모로 애매모호하긴 했다. EU에 소속된 회원국은 물론 서이라크에 맞닿아 있는 모든 국가는 사실상 비상시국에 들어갔으며, 긴급 대책 회의에 나서야 했다.
“서이라크인을 서이라크로! 우리들의 일터! 우리들의 도시! 우리들의 거리!”
“무책임한 정부는 책임을 져라! 언제까지 거리에 난민들이 돌아다니게 할 거냐!”
난민을 다시 서이라크로 돌려보내라는 시위가 한창이었다. 다른 난민 시위와 연장선이었다. 난민들은 확실히 불쌍하다. 그러나 연민하는 것과 직접 돈을 쓰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 살림도 빠듯한 와중에 다른 사람까지 먹여 살리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인가?
과장도 뭣도 아니었다. 난민들을 먹여 살리는 건 그들이 낸 세금이었고, 아무런 걱정 없이 거닐어야 하는 동네 치안이 나빠지는 것도 난민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치회 따위를 만들어 법을 지정하고 중동의 세계관을 그대로 구현해 냈고, 이를 어긴 자는 서이라크인 독일인 할 것 없이 두들겨 맞았다.
당연히 이는 불법이었다.
“독일 기업은 기도 시간을 법적으로 명시하라!”
“독일은 우수한 꾸란의 교리를 받아들여라! 아랍식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우리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라!”
차라리 그냥 먹여 살리는 정도라면 불평 좀 하고 소규모 시위가 나올지언정, 생계까지 등한시하고 대대적 시위까지 가진 않는다.
자신들이 일군 성과 위에 잠시 꿀을 빠는 정도라면 조금 악질적인 이웃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하다 하다 난민들이라는 작자들이 자국 내 자치를 표방하며 나라의 주권마저 건드리려고 하니 실로 극우고 나발이고 모든 국민이 아주 환장할 지경이었다.
순차를 두고 난민을 모조리 쫓아내자는 의견이 주류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난민을 죽여서라도 나라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대두되었다.
유럽 전체에서 중동인뿐만 아니라 마치 야만의 19세기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인종차별이 격화되었으며, 이는 경찰력이라도 동원하지 않으면 단지 인종차별 법 따위로는 막기 힘들어졌다.
다만 당시와 다른 게 있다면, 적어도 정부가 앞잡이가 되지 아니하고, 헐거워진 고삐를 다시금 쥐어 이 정신 나간 사태를 어떻게든 제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는 점이다.
국민이 폭주할지언정 절대로 정부는 폭주해서는 아니 되었다. 정부는 국민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했을 때 이는 참으로 아이러니였으나, 중우정치라는 말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사태가 격화되면 국가에서도 차별금지법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만약 그런 날이 오는 날이면 적어도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공통된 도덕관념 자체가 크게 뒤틀린 다음이리라.
이를 두고 언론에 나서기 좋아하는 전문가들이라는 작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유럽 연합 몰락의 징조라.”
그럴 리가 있나.
“허, 웃기고들 있군. 고작해야 이따위 문제 때문에 연합이 공중분해 될 리가 없잖은가.”
외부로부터 끌어온 문제로 연합이 크게 흔들릴 수는 있어도 분해될 수는 없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의 정치생명은 확실히 끝났다. 그녀는 작게 조소했다. 아지랑이와도 같이 일렁였던 기회가 이제 확실하게 나타났다.
드디어 확실하게 그녀의 시대가 온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의 시대가.
그러나 그녀는 이 기회를 곧이곧대로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이는 슈뢰더의 실책으로 인한 기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랑해마잖는 조국 독일이 위기에 처했음을 시사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낯빛을 어둡게 만드는 이유는 또 있었다.
‘단지 문제에 정말로 답이 없어.’
그렇다. 막상 그녀로서도 이 상황에 대해서 그다지 뚜렷한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녀도 서이라크 난민들에게 연민을 품고 현 정부의 난민 정책에 찬동했지만, 그 결과는 보다시피 최악이었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받을 수 있을 정도만 받아내고 서이라크 내부에 난민촌을 형성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실상 난민촌보다는 이재민 수용소가 되겠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유럽이 갑자기 유입된 어마어마한 수의 난민 문제는 일단락되리라. 현재 있는 난민 문제는, 훗날 강경을 넘어선 무언가를 가진 지도자가 나설 때까지 독일을 반영구적으로 괴롭히겠지만, 아마 그날이야말로 그녀가 알고 있던 독일이 끝장나는 날이리라.
어쨌든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돌려보내느냐다. 다름이 아니라 서이라크와 유럽은 이미 몇 년간 꾸준히 교류해 왔다. 교류 도중에 당연히 유럽에 정착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 무렵 유럽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이를 어느 정도 권장하고 있었다.
아예 무일푼으로 맨몸으로 오는 것과 찾아온 지역에 연고가 있는 건 차원이 다르다. 독일 내에 거주 중인 서이라크인들은 자신의 가족을 적극적으로 독일에 정착시켰다.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서 그들은 불법 이민자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골 아팠다. 차라리 불법 이민자였으면 내쫓기라도 하지, 그들은 합법적으로 유럽에 들어왔다. 그것도 유럽이 초대해서 말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들을 쫓아낼 명분이 하나도 없다.
메르켈이 보기에 이는 완전히 자가당착이었다. 앞으로 집권하게 된다면, 아마도 정적들이 두고두고 서이라크의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는 사실을 두고 공격당하리라.
‘그러고 보니 난민 수용에 가장 적극적인 영국이 별말이 없군.’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이 사태에서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하게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국민이야 독일과 별 다를 바 없지만, 정부는 확실히 정적 그 자체였다. 이는 절대로 있을 리 없는 일이었다.
‘분명 뭐가 있긴 있을 텐데.’
미국과 영국이 서로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건 확실했는데,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하다못해 총리와 대통령 사이에서 영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뿐. 그마저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총리를 레슬링 기술로 쓰러뜨렸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뜬구름 잡는 소문뿐이었다.
‘이게 하다못해 공개적으로 나올 만한 소리이긴 한가? 도대체 정보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에 우리 외교관들은 뭣들하고 있는 거지? 정보원들은?’
그나마 가장 헛소문에서 점점 현실성의 색채를 띠고 있는 건 머잖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리라는 뜬소문이었으니, 이 정도면 말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찌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오로지 한 나라의 정치인이 접하는 소식이라는 것들이 오로지 ‘루머’뿐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영국이 별 탈 없음을 시사하는 반증이기도 했고, 동시에 독일의 외교 능력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실이 어떻든 적어도 메르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프랑스보다는 좀 낫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