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94화(295/377)
< 294편 >
결론만 말하자면, 메르켈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틀린 것은 독일의 외교부와 첩보 능력이 굉장히 우수했다는 것이었고, 맞은 것은 아무리 그래도 블레어 총리에게 레슬링 기술을 걸진 않았다는 것이었다.
EU 회원국 각국이 이래저래 욕을 보고 있을 무렵, 이를 지켜본 부시의 평은 이러했다.
“다른 곳보다 프랑스가 제일 큰일이군.”
누가 혁명의 나라 아니랄까 봐 오늘도 프랑스 시민들은 열심히 시위 중이었다. 그 격함이 날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격화했으며, 이윽고 폭동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위란 다름이 아니라 현 정부의 안일한 난민 정책에 대한 시위였다. 그렇지 않아도 빛의 도시라 불리지만 실상은 쓰레기장의 도시인 파리는, 정말로 어느 순간 쓰레기장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이 쓰레기장 별명은 바닥을 기다 못해 저점을 찍은 시민 의식과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의 관광객이 겹쳐서 시너지를 일으킨 덕분에 생겨난 것이었지만, 오늘날 그 어떠한 사람이라도 파리를 본다면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쓰레기통이 따로 없어.”
파리가 거대한 쓰레기통이 되었다. 시위대는 단순히 일반 시민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일부 공무원들도 참여하고 있었고, 하필 그 공무원들이라는 사람들이 환경미화원에다가 하수도를 정비하는 사람들이었다.
보통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시위대에 소속된 공무원이 하수처리 시스템을 고의로 망가뜨려 이 꼬락서니를 만들어 냈다.
도시 그 자체가 박물관이며, 거리 하나가 예술품이라고 칭송받던 도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맨홀에서 하수가 역류하여 온갖 오물이 역류하고 있었고 쥐 떼가 창궐했으며, 그 위로는 온갖 쓰레기가 둥둥 떠다녔다. 사실 쓰레기통이라는 것도 굉장히 순화한 말이었다. 파리의 거리는 똥통이었다. 똥통.
파리는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더니, 그들이 만들어낸 오물에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언제나 있는 일 아닙니까. 근래 들어서는 좀 그것이 심화하긴 했지만, 연례행사 같은 겁니다.”
실로 그러했다. 본디 파업과 시위는 프랑스의 양식이요, 정부가 시민들 손에 고꾸라지는 것은 전통 아니었던가? 다만 지금 일어나는 시위가 그렇게까지 확대될 것 같진 않았다. 아마 그래 봤자 지도자가 갈아 치워지는 정도에서 그치리라.
그러나 비서실장이 이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무질서한 시위에 대해서라면 입을 그렇게 썩 놀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역사서에서 대표적인 ‘폭동’을 꼽아 보라고 하면 단언 미국의 폭동이다. 그리고 폭동이라는 게 어디 쉬이 일어나던가?
‘일단 기본적으로 정부가 각개 국민의 요구에 기대치 미만으로 부흥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게 시위고 폭동이다.’
적어도 통상적인 시위는 시민 개인의 진영논리에 기반한다. 예를 들자면 부시가 무엇을 하든 부시의 사퇴 시위 따위를 지껄이는 무리였는데, 이들은 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는 인간들이었다. 쉽게 말해서 시위랍시고 다 옳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위정자로서 이런 말을 하긴 뭣하지만, 시위는 역설적으로 살 만해서 할 수 있는 거다.’
진정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쁜 사람들이 시위나 하고 있겠는가? 없다. 시위를 할 수 있을 턱이 없다. 시위를 벌이는 것들은 대부분 중산층에 속했고 항상 치이고 사는 빈민층이라는 사람들은 정말로 하루라도 일을 멈추면 당장 내일부터 수중에 1달러는커녕 1센트조차 없어 굶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시위에 나선다는 것은 웬만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어쨌든 아직은 살 만해서 나오는 게 시위고, 정말로 이젠 못 살겠으면 나오는 게 폭동이다. 어떤 식으로든 억눌렸던 시민 감정이 한 번에 폭발하는 게 바로 폭동이란 말이다.
폭동이 난감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 혼돈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정부 건물만 적당히 때려 부수면 될 것을. 거리까지 박살 내 버리니 인식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국 쪽에서 말하길 난민을 좀 분담해 달라는 건가?’
정확히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부탁이었다. 못 해 줄 것도 없었다. 어차피 서이라크 전쟁의 마지막을 폭발로 장식한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막말로 한 넉넉잡아 50만 정도는 더 수용할 수도 있었다.
다만 이렇게 쉬이 호구 잡힐 생각일랑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영국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만, 영국은 당장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 제 코가 석 자인지라 도움을 구걸하는데, 어찌 미국에 무엇을 해 줄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좀 자중하라니까.’
단지 미국과 영국은 일심동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난민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이대로 가다간 유럽 꼴이 날 것 같아서 될 수 있다면 서이라크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서이라크는 정말로 폐허밖에 남지 않았다.
거짓부렁이나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주요 도시는 물론 작은 마을까지 어떤 식으로든 모조리 폐허로 변했다. 애당초 도시나 마을이나 한참 재개발 도중이었던 탓도 있지만, 전쟁이 총력전이었던 탓이 컸다.
개중에서 좀 쓸 만한 건물을 건진다는 것 자체가 요원한 일이었고, 그런 건물은 대부분 전쟁 당시에 철근과 콘크리트 등으로 보강하여 건물이 아니라 요새라고 할 법한 것으로 탈바꿈했다.
이 전쟁을 주도한 주범인 아바스 대령이 마지막까지 실실 쪼갰다던데, 과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전쟁 한 번으로 유럽의 영향력을 거세하고 중동에서 모조리 쫓아냈다. 전투에서는 패배했으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말은 오로지 그를 위해서 있었다.
‘그럼 우리도 덩달아 패배한 셈이 되는 건가?’
그럴 리 없다. 물론 적국 수뇌부가 작전 목표를 완전히 달성한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작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작전 목표는 처음부터 EU에 적당히 은혜를 파는 것과 아직 미국의 패권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 그리고 무인기의 실전 데이터였다.
솔직히 은혜를 판다기보다는 겸사겸사 최근 세가 불어나면서 미국과 군비경쟁이라도 붙으려 할 정도로 기세 높게 올라가고 있는 통합군에 여전히 지구 패권국의 위력을 보여 주는 일이 가장 우선이었고, 또 다음으로는 이번 전쟁으로 연방의회에서는 무인기의 유용성을 크게 찬미하며 그렇게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었던 국방비를 조금 더 늘리는 성과를 보여 줬다.
사실 갑자기 어마어마한 기세로 불어나고 있는 무인기 예산에 의회는 난색과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시가 사람 없는 전장을 표명하고 극히 일부나마 그것을 구현해 냄으로써 이윽고 드디어 무인기 만능주의가 태동하고 있었다.
아예 국방부의 몇몇 진보주의적 성향을 지닌 자들은 근미래 전장을 로봇으로 이루어진 전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부시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근미래가 아니라 아주 먼 미래면 몰라도 전장을 로봇이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다. 단지 공군만이라면 그것이 가능했다. 애당초 2019년 당시에도 F-35가 미군의 마지막 유인기가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물론 그 말이 잘 날고 있는 유인 전투기를 죄다 강판하겠다는 말은 아닌 만큼 결국엔 공군도 절반 정도는 유인기로 채워야 할 터였다. 그러나 적어도 근미래 전장에서 인간의 역할은 소수가 될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부시는 그 근미래를 다소 앞으로 끌어오고 싶어 했다. 지금 좀 많이 투자하더라도 투자한 만큼 미국이 1세대 앞서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인기에 주력하고 있었다. 전쟁의 해악 중 하나는 경제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해악은 인명 손실이다. 이를 무마할 수 있다면 뭔들 못 하리?
다시 유럽 이야기로 돌아와서.
‘여하튼 중요한 건 유럽이 다시금 확장하려는 기세는 완전히 꺾였다는 거다.’
물론 이는 부시의 편의주의적 과대 해석이었지만, 실상 그다지 다를 것도 없었다. 적어도 반백 년은 미국처럼 중동에 어떻게든 영향력을 확장해 보겠다고 난동부리지 못할 터였다. 중동이 좀 조용하길 바랐던 부시로서는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여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국가 건립을 약속받은 쿠르드족이었다. 원래부터 부정적이었던 터키가 입을 다물면서 독립이 유명무실해지고 서이라크가 실상 반쯤 영향력에서 벗어나면서 점차 불만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물론 EU에서는 이를 어떻게든 막아 보겠다고 발악이었고, 미국에서도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안달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서방 체제 자체가 크게 욕을 먹게 생겼으니 말이다.
‘이제 문제는 미국. 아니, 나인가.’
부시가 연설 도중 자신을 강조한 이유는 막연히 보상을 받고자 했던 감각이었고, 슬슬 내려가는 지지도를 적당히 다시 올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지지도는 급격하게 올랐다. 문제는 예상한 수치를 좀 ‘많이’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이는 부시가 상정한 수치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남부 대화재 이후로 남부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안전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몇몇 인류가 무엇을 하든 지구는 아프지 않다며 설치던 인간들이 갑자기 환경주의자로 전환했을 정도의 화재였다. 화재가 악랄한 점은 일단 불이 옮겨 붙기 시작하면, 막대한 돈을 들여도 불이 제 뱃속에 두둑이 희생양을 집어넣고 만족할 때까지 진화가 거의 불가하다는 점이었다.
당시에도 대처는 빠르다고 느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게다가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이 불이 바로 칡 제거 현장으로부터 시작되었던 덕분에 일시적으로나마 정부를 규탄하기도 했었다.
아마 이번 일로 전통적인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는 경합을 벌일 것도 없었다. 백번 해 봤자 반드시 공화당의 승리가 되리라.
‘그렇다고 고의로 멍청한 짓을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환장하겠군.’
솔직히 지금까지 대통령과 비틀린 헌법 해석 하나로 연방의회를 여러 번 찍어 누르고 조용히 입을 다물게 만든 것이 지금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았던가. 다음 대통령에게 인수인계하기 전까지는 이 미친 권력을 어떻게든 폐기해야만 했다.
부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결코 국민이 정부에 끌려 다녀선 아니 되었다. 물론 부시야 지금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이미 그만큼 저질러 놓았기에 때가 늦어 마음껏 휘둘렀지만, 다음에도 그것이 반복되면 곤란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나은 것이 정부가 아니라 개인의 인기를 끌어 올렸다는 점 정도일까.’
그래도 지금 지지도가 떨어져선 곤란했다. 앞으로 밀어붙일 사업이 한가득했다. 이번 임기로 끝이라는 시간제한이 부시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비서실장은 부시가 고민에 빠져들어 간 동안, 새로운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부시의 상념을 깨뜨리기에 너무나도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대통령님, 중국에서 일찍이 걱정하셨던 일의 전조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부시는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