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97화(298/377)
< 297편 >
언제쯤 불이 커지려나 지켜만 보고 있다가, 알고 보니 제 앞 빼곤 모조리 불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부시가 가지고 있는 지혜를 모조리 쥐어 짜내어 대안을 낸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절대적인 전재가 필요했는데, 그건 다름이 아니라 일단 회담 자체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시는 당연히 이것을 생략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이 회담하자는데 거절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탓이었다.
부시의 긴급 회담 신청에 리커창의 감상은 대략 이러했다.
“또 뭘 가져가려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동안 부시는 이 중국에 올 때마다 반드시 무언가를 챙겨갔다. 물론 이번 방문에서 가져갈 것은 없었다. 구태여 찾자면, 이 시대의 평화 그 자체였다. 물론 달리 말하면, 세계화.
그러니까 즉, 미국의 패권으로 유지되는 평화 사수였지만. 어쨌든 굴복은 아니더라도 여하간 암묵적으로나마 동의하는 것도 하나의 평화 아니겠는가?
물론 지난 전쟁 중 베트남전을 상기해 보면 절대적인 평화를 사수했다곤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적어도 부시 치세에서 전쟁에서 패한 적은 없으니, 부시의 평화는 깨진 적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각설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현상 유지’였고, 리커창이 이 긴급 회담 신청이 기쁠 리 없었다. 부시의 검은 속내를 알고 있든 말든 제 코가 석 자인지라,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죽겠단 말이다.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오로지 실력주의와 ??시로 뽑히는 당의 인재들이 내놓은 대답은 머잖아 중국이 분열될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그것이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여하튼 판을 아예 뒤집어 버릴 정도의 대단한 조치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대단한 조치란 당연히 선전포고문을 면상에 던지고 중미 전쟁에서 정신도 못 차리게 한 방 제대로 후려치든 아니면 개같이 바짓가랑이 붙잡고 질질 끌든 여하간 어떻게든 미국을 이기는 것이다.
좀 더 원론적으로는 이 정신 나간 청나라 채권 청산이었다. 문제는 이걸 해결하려면 전쟁이라도 벌여야 하는 판이라서 그렇지.
그리고 중국의 승리란 실로 아득한 꿈과 같은 일이었다. 전적으로 재래식 병력의 질과 양이 부족한 탓이었다. 정확히는 총력전에 들어가면 양만이라면 중국이 압도적이겠지만, 전선에 닥치고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고 어떻게 될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었다.
물론 최후의 수단으로 핵이 있긴 있었다. 그러나 핵을 쓰면 그게 뭔가? 핵전쟁 아닌가? 리커창이나 당원들이나 권력도 중요했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고향이고 고토였다. 하긴 핵전쟁이 나고 나면 살아 있을지나 의문이긴 했다.
핵을 쓰지 않고 ‘우리 이젠 정말로 못 살겠소!’라면서 핵미사일을 미국을 향해 겨누고 협박할 수도 있었다.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장쩌민이었고, 다음에는 후진타오였으며, 마지막으로는 리커창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실천하지 않은 것은 당연히 이것이 중국의 파멸을 야기하기 때문이었다. 아마 핵을 방망이 삼아 타석에 올라서 홈런 예고를 해 대면 미국은 다른 조건을 내걸든 아니면 아예 없던 것으로 하든 어쨌든 물러가리라. 그러나 핵으로 물리친 다음은 어떨 것 같은가?
지금 이상으로 경제가 파탄 난다. 자본주의 시대답지 않은 말이라는 건 알지만, 경제라는 게 그래프와 수치. 그리고 돈만으로 유지되면 좋겠으나. 그게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결국에 돈을 버는 건 사람이고 돈을 쓰는 것도 사람이란 말이다.
일단 국내의 외국자본은 모조리 빠져나갈 것이다. 부채 탕감해 보겠다고 핵까지 휘두른 나라의 국채와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을 위인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무역도 총체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물론 이 세상이 메이드 인 차이나 빼놓고 말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지만, 그렇다고 인생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생활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과 대립하고 나서 장장 수년. 대체재가 만들어지기에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기어코 저가 브랜드를 넘보고 있었다. 이는 중국이 당시 슬슬 저가 브랜드에서 벗어나 고급형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동남아시아 시장이 당장 중국을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물량이 많은 건 아니었던 탓에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참으로 빌어먹게도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미국 기업이 대규모로 진출하게 되면서 물량만으로는 어떻게든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말았다.
여하튼 이것이 리커창이 환장할 정도로 바쁜 많고 많은 원인 중 하나였다. 그렇다. 단 하나다. 고작 단 하나란 말이다. 그러나 이 하나가 마치 거미줄처럼 수십, 수백 개의 이유를 만들어 냈다.
미국과 대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선택지가 되어 버린 이때, 군부를 제어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권위와 힘으로 모조리 꿇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그 힘과 권위가 바닥에 처박힌 탓이다.
그야 정말로 시궁창 수준으로 박히진 않았지만, 적어도 까라면 까야 했던 예전과는 비교조차 불허할 수 없을 정도로 내려가 있었다. 힘이 약해질수록 시위는 늘어났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서 당은 점점 많은 것을 군에 양보해야 했다.
중앙에서 권력이 분산되면 분산될수록 이게 당을 위한 군대인지, 아니면 군대를 위한 당인지 점점 헷갈릴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부터 답은 제시되어 있었다. 이미 말했던 바와 같이 ‘힘과 권위’로 무릎 꿇리는 것이었다. 전부 안을 수 없다면 일부에 힘을 주어 편을 갈라야 할 때였고. 현상을 유지하거나 더 나아지게 할 수 없다면, 나머지를 부수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내전으로 인해 전시에 돌입하면 국채 가지고 지랄할 수는 없을 터였다. 그리고 내전을 통해서 소위 말하는 반동분자들을 솎아 낼 수도 있었다. 다만 갈라진 군구가 다른 나라에 선전포고만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이 상태라면, 빠르면 1주일. 아무리 늦어도 1, 2년. 그 안에 모든 것이 결착 난다.’
내전은 반드시 난다. 그것을 얼마나 축소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리커창과 그가 신임하는 군부 인사들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국민을 믿고 있었다. 홍콩 등지를 제외하면 아직 시위는 어디까지나 당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불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국민의 수준도 그리 높지 않았다. 원래부터 미신 놀음 좋아하던 일부 국민은 아직도 20년마다 0이 붙는 연도에 뽑힌 미국 대통령은 반드시 사망하거나 크게 다친다는 테쿰세의 저주나 믿고 있고, 중국 인민 모두가 힘을 합쳐서 기도하면 우주의 기운 따위가 도와줄 것이라고 진지하게 믿고 있다.
물론 이대로 한 10년만 더 있었으면 그 수준도 세계 굴지를 자랑하는 수준으로 올라갔을 터였지만, 애매한 부분에서 꺾였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일부 인재는 그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으나, 전부가 그렇지는 않았고 여하간 여전히 당에 신뢰를 보내 주고 있었다.
2년 이상 질질 끌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 안에 결단만 보면 중국이 더 부강해질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권력은 더 확고해질 터고 장차 당에 반기를 들고 있는 건방진 홍콩 등지도 정리할 수 있게 되리라.
알고 있다. 좀 개판이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중국이 강대해지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당에 모든 권력을 몰아주는 것인데. 혹자는 이게 중국을 좀먹는다고 하지만, 그거야 국민 개인 차원이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중우정치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강한 정부가 강한 나라를 만든다. 이게 공산당의 생각이었다.
보라. 솔직히 지금 세상에서 가장 잘나가고 있는 나라는 정말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미국이 아닌가. 미국은 실상 법을 뒤틀어서 대통령이 손바닥 안에 나라를 넣어 놓고 이리저리 떠보고 있는 와중 아닌가?
물론 과거에 리커창은 사실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지금 세상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2001년 리커창과 2005년 리커창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고작 4년에 불과했지만, 리커창 본인을 과거에서 데려온다고 한들, 과거의 그는 현재의 리커창과 자신이 동일 인물임을 강하게 부정할 터였다. 예전에도 썩 그렇게 깨끗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차마 할 말이 없었다.
부정부패 따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성향을 말함이었다. 예전 그의 성향을 비유하자면,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잔잔한 호수와도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진흙탕에서 구르고 구른 싸움꾼 같았다.
사실 비유랄 것도 없었다. 진짜로 싸움꾼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으니. 그에게 대적하는 모든 것과 싸우고 있었다.
이게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임자처럼 대가리에 총탄 먹고 내려오고 싶지는 않았다.
여하튼 내전이 나면 각 군구의 대세는 결국 중앙에 크게 기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지도자가 내려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연방 형태를 수립하는 것이었지만, 국민이 바라지 않으면 그마저도 불가능할 터였고, 국민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여하간 요점만 정리하자면 리커창은 진짜로 과로사가 어떤 건지 온몸으로 체감 중이었다. 평소에는 적당히 신경만 쓰던 게, 이젠 귀하다는 건 모조리 구해서 먹고. 아니, 그냥 목 안으로 쑤셔 넣고 있던 형국이었다.
그리고 그 원인 제공자이자, 중국 분열의 원흉이자, 동족상잔의 비극을 찍으려는 감독이 이젠 리커창이 준비하고 있는 안배마저 박살 내려는 모양인지 또 만나자고 요청하고 있다. 만나고 싶겠는가?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조용히 불러서 권총으로 암살하고 젓갈이라도 담가서 두고두고 먹고 싶었다. 솔직히 그럴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 솔직히 그래서 만나기 싫었다. 순전히 우발적으로 죽일지도 몰랐다. 자신의 손에 총이 아니라 식사용 나이프, 아니, 만년필만. 아니다. 그것조차 아니고 오체만 만족하면 목 졸라 죽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죽이면 대사건이다. 이에 대한 파급력은 더 논할 가치조차 없었다. 중국과 미국은 사생결단을 내야 할 터였다. 이게 전부다. 솔직히 질 확률이 높았지만, 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눈 딱 감고 전쟁에 밑천까지 걸어 보고 싶은 마음이 정말로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리커창은 결코 현실에 절망했을지언정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다 떠나서 대관절 그 증오스러운 적이 요청한다고 왜 만나야 한단 말인가?
“아니, 그래. 만나기나 해 보자.”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최악의 상황에서 지랄한다면, 도대체 무슨 지랄을 할지 궁금했던 탓이다.
이날 리커창의 변덕이 중국을 넘어 세계의 운명을 결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