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9화(30/377)
< 29편 >
대통령이라기에는 너무 날뛰는 망아지, 망아지라기에는 그 여파가 코끼리처럼 크기야 했다만. 하여튼 여론의 눈에는 반쯤 미친 작자가 되어 있었다. 하나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도리와 선은 적절히 지켜 감히 넘나드는 법은 없었다.
대부분의 공화당, 마초주의자, 국수주의자, 몇몇 네오콘의 눈에는 영락없는 ‘스트롱맨’으로 보였다. 강한 미국. 강한 대통령. 애당초 그들은 미적 감각이 강함에 쏠려있는 작자들이었다. 지지기반이 느는 것 정도야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부시! 부시! 부시!”
본디 개인의 신념이라는 것은 타고 나기도 하는 것이지만, 사회현상에 따라서 시시각각 바뀌는 법이다. 당장 소설만 해도 그렇다. 그렇지 않은 소설도 있었지만, 사회현상이 깊게 파고든 대역 소설은 10년 후에 다시 읽으면 주화입마가 오기 마련이다.
임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행보에 행실 문제는 있었어도 행정적이나 법적 문제는 없었다. 외국인 개인 정보 깐 거랑 연준의장한테 한 청탁 비스름한 그거?
다들 군대에서 배우지 않았나? 모르면 합법이다. 합법.
물론 소문이라는 것은 아니 땐 굴뚝에도 나는 법인데, 대통령과 연준의장의 만남이 소문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만 확실한 물증이나 증거가 없어 루머로만 퍼질 뿐이었다. 몇몇 황색언론만이 이것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다루었을 뿐. 당장은 자신들의 삶에 큰 변화가 없었기에 그것에 대해서는 미디어나 여론도 잠잠했다.
참고로 조지 부시는 비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 * *
비눗방울은 크면 클수록 여파가 크다. 즉, 더 크게 부풀어 오르기 전에 월드컴은 망해야 했다. 어차피 1년 있으면 내부고발로 망할 회사였으니, 내가 이렇게 하더라도 문제는 없겠지.
월드컴에서 1년 뒤 내부고발로 유명해질 신시아 쿠퍼를 통해서 몇몇 CIA와 FBI 요원을 붙여주자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월드컴은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신시아 쿠퍼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훗날 신시아 쿠퍼가 말하길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보복이었다고 한다. 실제로도 그녀는 수년간 내부고발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
어쨌거나 뒷배가 대통령쯤 되면 더는 보복에 시달릴 일은 없겠지.
아,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신경 써서 구태여 월드컴을 터뜨리냐면.
‘본디 여론이란 더 큰 여론으로 덮으면 되는 것이지.’
황색언론이란 언뜻 보면 아무런 먹이나 먹는 청소부 동물이라 착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신선한 먹이만 고집하는 미식가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눈에 띄는 대로 먹어 치우는 햄스터에 가깝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신선한 떡밥이 주어지면 쉰 떡밥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걸로 여론은 덮었군.’
다음은 한동안 이쪽을 의심할 월스트리트나 여타 은행들이었는데, 그들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내건 규제안들이 너무 당연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뭐라 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의심만이 쌓인 채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사실, 어떤 미친놈이 비우량 등급한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준다는 말인가?
문제는 그런데 그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란 말이지. 오하이오에서는 죽은 사람 이름으로 대출받은 사람도 있을 정도로 진짜 허술했으니까.
‘캬, 콜라 맛 하나는 진짜 끝내준단 말이지.’
이게 바로 자본주의의 맛이지.
“굉장히 오랜만에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 같지 않나 카드 비서실장?”
“그렇습니다.”
뭐, 대신 경호원들이 죽어 나가겠지만. 야외에서 대통령쯤 되는 사람이 움직이면 통제도 아주 예술이다. 예술. 암살자가 어디 섞여 있을지 모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치겠지만.
나는 백악관 집무실이 아닌,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 와있었다. 대비가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노가다 김 씨였던지라 복잡한 설계는 썩 문외한이었지만, 어떻게 하면 튼튼해지고 어떻게 하면 ‘가라’가 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뉴올리언스의 해안가는 공공주택이 매우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공공주택이란 나라에서 빈민층을 위해 제공하는 주택인지라 위생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자금만 되면 싹 재개발이라도 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그 상태가 몹시 심각해 보였다. 그나저나 저게 2005년에는 물바다가 된단 말이지?
‘뭐, 공사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군.’
나라가 크다 보니까 노가다 현장도 급이 달랐다. 수천 명이 동원되었으며 수십, 수백 대의 콘크리트 차량이 움직였고 기존의 낡은 제방을 부수고 두께와 높이는 2배나 높였다.
“금방 끝나겠군. 돈은 좀 왕창 깨지겠지만.”
“말씀대로입니다. 몇몇 주민은 반기지 않는 눈치입니다만.”
제방 같은 예방적인 정책보다는 당장 복지에나 더 신경 쓰라는 목소리겠지. 하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양께서 방문하시고 나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루이지애나의 습지나 연안의 섬이 점점 사라지면서 허리케인 피해가 더 커졌다는데, 그럼 제방이라도 높아져야지 뭐.’
“그러고 보니까 구호물자 비축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실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그는 구두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 가방에서 깔끔하게 정리된 문서를 제출했다. 정말로 유능한 친구였다.
“음, 2배로 늘리게.”
구호물자는 단순히 식량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가장 크게 겨울과 여름으로 나눈다. 그 아래로 남성과 여성을 나누고 다음으로 성인과 소년 그리고 유아로 나누었다. 구성품은 입을 옷가지부터, 면도기나 칫솔 같은 세면도구. 구조에 도움이 되는 손거울이나 손전등. 바닥에 깔 방수포. 더 나아가면 생리대까지 취급했다.
쉽게 말해서 이건 생필품 묶음이었다. 원래 몇 개는 없는 품목이었지만, 그냥 내가 포함하라고 시켰다.
물론 나눠주는 것도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예산을 증산했다고는 하나 소방서만으로는 벅찬 일임은 틀림이 없었다.
“뭐, 상황을 보고 정 뭣하면 주 방위군이라도 움직여야지.”
혹시 모르지.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주로 오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내가 생존주의자는 아니었지만,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으리라. 원래 재앙이 닥쳐왔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것은 ‘그때 해둘걸’이다.
나도 몇 번은 이재민이 된 경험이 있기에 이런 부분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침수로 인해서 감전당해본 적이 있나? 그건 정말이지 노란 전기 쥐새끼가 된 것같이 짜릿했다.
2019년에도 간신히 침수 감전 방지 장치니, 뭐니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정작 정말로 침수당하는 곳에서는 그런 게 없거든. 거주민이 알아서 잘해야지.
난 그게 정말로 싫었다. 그러니까 이런 정책 같은 건 나 꼴리는 대로 할 거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미국 대통령? 좋지.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고작 미국 대통령이 아니었다. 지구 전체에 영향력이 미치는 지구 최강국이었다. 하지만 지구 최강국이라면 자국에 닥친 재해 정도는 응당 해결할 수 있어야지 지구 최강국 아니겠는가?
흠, 그러고 보니까 자꾸 살짝살짝 미뤄왔던 부분이 있었다.
“한반도 상황은 어떠한가?”
별로 뜬금없는 질문은 아니었다. 일단 모아두라고 명령은 내려놨으나, 묘하게 꺼려져서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이기도 했다.
“뭐, 여전히 화해노선입니다. 소비에트의 선례를 보았을 때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소련은 자신이 만들어낸 모순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니 비서실장은 북한 또한 소련처럼 자본주의의 은밀한 봉밀을 맛보다 보면 자가당착하여 스스로 붕괴하리라 생각했다.
이는 그가 나한테 말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나는 희대의 개소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북한과 소련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체제에 있었다. 북한은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은 군국주의 왕정제에 가까웠다. 국가의 모든 기력을 군사와 독재 유지에 사용하고 있으니, 최소 백 년 안에 무너지지는 않으리라. 또 무너진다 해서 어디 달라질 것은 무엇인가? 뭐 민주주의는 독재가 없는 줄 아나?
“아니 그거 말고. 남한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보게.”
“아, 올해 3월 즈음에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했습니다. 내년에는 월드컵이 열리고. 뭐 이런 건 잘 아시겠죠.”
“그렇지. 그런 당연한 건 생략해도 좋네.”
카드 비서실장은 이번에는 PDA를 뒤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 있네요. 뭐, 가장 큰 건 정부가 재벌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IMF 관리체제를 공식으로 끝낸 것 정도입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펼치면서 재벌과의 전쟁이라니. 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미국인은 기본적으로 자유의지주의 신봉자였다. 정부가 기업을 탄압하다니. 미국에서는 정부가 경제에 개입한다는 것만으로도 죄악이 되었고 결단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죽어라 감추기에 돌입한 거다. 들키는 것만으로도 탄핵 물결이 올라올 수 있었으니까.
“주한미군은?”
“작년 클린턴 정부 시절에 있었던 포름알데히드 무단 방류 사건을 제외하면 딱히 큰 건수는 없습니다.”
“그전에도 범죄가 있긴 있었지?”
“예. 큰 것부터 자잘한 것까지 범죄가 있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교통사고나 폭행이군요.”
“일단 범죄예방교육 실시하고 국외에 주둔하는 병사는 가중처벌을 받도록 조정해야겠군.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처럼 현지를 좀 이해할 생각을 하라고 하게. 쉽게 말하면 내가 공문을 때리게 만들지 말란 말이지.”
2002년. 슬슬 그때가 아마 장갑차 사건이 벌어지고 그동안 쌓여왔던 반미 감정이 한 번에 터질 무렵이었다. 그동안 한국만 생각하면 올라오는 오묘한 느낌에 설설 피해왔지만, 이젠 눈을 돌릴 틈도 없겠지.
‘흠,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직접 들러야겠군.’
그땐 F-18을 탈 테다.
“북한은?”
“여전히 폐쇄적입니다. 들어오는 정보나 소식 자체는 거의 CIA와 위성과 주변국, 그리고 남한의 국정원에서 얻고 있는데, 정보가 서로 엇갈립니다. 서로 다른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예산은 충분할 텐데.”
지금쯤 한참 핵 개발 중이겠지. 그러니까 성공할 때까지는 아마 입 다물고 있는 거겠지. 성공만 하면 듣기 싫어도 그놈의 조선중앙텔레비죤 아나운서 리춘히가 열심히 떠벌릴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그리고 그게 네놈들의 무덤이 될 테지.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군!’
명분이 서기만 하면 끝이다. 강력한 항모전단이 앞설 것이고 적어도 평양 정도는 진짜로 석기시대로 돌려버리리라. 어차피 김정일도 평양에 있으니 나머지는 대공만 무력화시켜도 상관없겠지.
그때였다. 갑자기 벨이 울리기 시작한 건.
“응?”
그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비서실장의 주머니였는데, 내가 충전하라면서 대충 던져줬었다.
“대통령님?”
그런데 비서실장의 표정이 영 심상치가 않았다.
“누군데 그래?”
“영부인이십니다.”
‘아, 젠장.’
그것은 미치도록 피하고 싶었던 사람의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