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01화(302/377)
< 301편 >
뉴올리언스 동쪽 쉐프 맨츄어 하이웨이(Chef Menteur Highway)로 뉴올리언스에 진입하는 다리 한가운데에 강철과 콘크리트로 만든 임시 검문소가 설치되었다. 이렇게 막아 놓았으니 10번 고속도로. 그러니까 주간고속도로 10호선을 통해서 돌아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들은 기어코 쉐프 맨츄어 하이웨이를 통해서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기껏 설치한 검문소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고, 검문소로 막는 것만으로는 그들을 돌려보낼 수 없다는 사실에 이 사태에 동원된 경찰들은 하나같이 탄식을 내뱉었다.
가장 앞에 선 경찰들은 하나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그나마 폴리스 라인 후방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미묘한 긴장감 속에서 입을 열 수 있었다.
“저것들이 이걸 보고 그냥 돌아갈 것 같나?”
“글쎄요. 좋다면서 달려들 것 같은데요?”
“역시 그렇지? 허허, 이런 젠장.”
저 멀리 시시각각 올라오는 새로운 검은 연기는 마치 봉화와도 같았고, 점점 커지는 행진 소리는 혼돈의 전야제 같았다.
“대통령이 경찰 노조를 박살 내더니, 시장은 경찰 그 자체를 박살 내려고 하고 있군. 참으로 걸작이야.”
포트 마콤 스윙 다리(Fort Macomb Swing Bridge)는 2차 선에 전형적인 트러스트 교량이었는데 여기저기 녹이 슬어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리 자체가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 위로 어떻게든 기어 올라가서 경찰을 돌파하려는 모습이 선했다.
그리고 녹슨 철골 위는 사람이 걷기 좋은 장소가 아니다. 사실 돌파에 성공해도 도로 자체는 또 다른 경찰들이 막고 있었지만, 8만 중 1만만 뭍으로 올라가도 돌파당했다는 결과는 똑같을 터였다.
“진압 명령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나?”
“옙. 그리고 시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랍니다. 듣자니 이번 대통령 방침이 어쩌고저쩌고 그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서로 책임 돌려막기 같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여기서 막으면 인명 피해가 만만찮을 텐데. 호수로 뛰어드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그거 때문에 있는 거 아닙니까?”
베테랑 경관이 파릇파릇한 신입 경관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각각 소방서와 병원에서 파견 나온 구급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구급차? 저걸로는 한참 모자라. 온 도시의 구급차가 달라붙어도 모자랄 마당에 저걸로 뭘 하겠다고.”
루이지애나와 플로리다는 부시 임기 초부터 재난 대비에 많은 예산을 할당했고, 덕분에 재난 대비 및 방지 하나만큼은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뛰어났다.
다만 루이지애나의 경우 막강한 권력을 통해 억지로 압력을 넣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었고. 플로리다의 경우 주지사가 동생인 젭 부시인지라 아무래도 부시 행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경우였다.
그렇지 않아도 플로리다주는 잦은 허리케인 덕분에 주민들도 대피 명령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불만을 피력하지 않을 정도로 재난 대비가 잘되어 있는 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체계에 불합리한 부분과 낡아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하게 그것을 예산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조만간 다시 축소되고 나면 축소된 예산 덕분에 문제가 여럿 튀어나오겠지만, 당장 허리케인을 막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던 탓에 이렇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 개편된 절차나 체계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세상에 탁상공론은 있어도 완벽한 행정이란 없을뿐더러, 루이지애나에는 재난 대비에 대해서 배정된 예산이 꽤 많이 있었지만, 이게 많다는 거지 무한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막말로 지금 거론된 구급차만 해도 정부 지원이 끊기면 구급차가 무용지물이 될 확률이 높았다. 구급차는 구급차 자체로도 비싸지만, 이를 유지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여하간 예산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에는 합리적인 선에서 미래까지 예측해 본 다음 효율적으로 쓰이게 되어 있었다.
“구급차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중상자가 나올 확률이 높은 것도 맞지만, 여기에만 환자가 나오리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그래. 네 팔다리가 720도 회전해서 오체불만족이 되고 난 다음에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예? 시위 진압이라는 게 그렇게 위험한 겁니까?”
물론 그럴 리 없었다. 시위를 진압하다 보면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자상 혹은 실명하는 일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나오기 때문에 쓸데없이 겁주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어차피 신입 한 명이 조금 소극적으로 대처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지 않을 터였고, 이건 ‘다치기 싫으면 알아서 어디 박혀 있어라.’라는 베테랑이 신입에게 주는 일말의 배려였다.
다리가 그렇게 긴 것도 아니라 짧은 문답 사이에 드디어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다만 이걸 대치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대치라고 함은 양측이 멈춘 상태여야 하는데, 시위 측에서 경찰 측으로 찔끔찔끔 다가오고 있었다.
“부패한 정권 물리쳐 자연을 보호하자! 자연이 있기에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기에 정권이 있다!”
“공권력의 개는 물러가라! 부패 경찰은 물러가라!”
“Fuck The Police!”
저 멀리 시위대가 다가올 때부터 그들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이건 그 상상을 한참 넘어선 무언가였다. 난잡하고 구호가 통일되어 있지 않은 것도 혼란을 가중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이거 환경 보호 시위 아니었습니까? 도대체 구호가 왜 저렇답니까?”
신입이 한참 당황하고 있을 무렵 이미 이런 것에 싫증 나도록 익숙해진 베테랑 경관은 구시렁거리면서도 방석모(하이바)의 페이스 가드를 아래로 내렸다. 시야 이리저리에 세월이 낸 작은 스크래치는 그동안 착용자에게 안전을 보장해 줬다는 증거였다.
“난들 알아. 곧 부딪힌다. 젠장맞을. 고무탄이 안 되면 최루탄이라도 쓰게 해 주지. 경찰은 사람 아닌가. 저 구급차에 시위대만 실릴 줄 아나. 이런 빌어먹을.”
이들이 지나칠 정도로 난폭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행진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신 차려 이 양반아. 우리가 저것들을 막지 못하면 그땐 진짜로 폭동이다. 도심에서는 갱단이 미친 듯이 날뛸 거고, 도둑으로 변한 시민들이 가게란 가게는 모조리 때려 부수고 약탈하고 다닐 거야.”
베타랑 경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진압봉으로 신입의 방석모를 두들겼다. 오늘따라 방패는 무거웠고, 몸을 지켜 줄 보호장구는 거추장스러웠다. 그러나 마음까지 무겁지는 않았다.
저들이 외치는 구호가 옳든 그르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뒤에 있는 선량한 시민들을 지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장 앞에 섰지만, 우리가 마지막이다. 그것 하나만 명심해 둬라.”
그게 베테랑 경관이 신입 경관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충고였다.
기어코 야금야금 앞으로 나오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시위는 넘어져서 생긴 멍이나 찰과상 따위는 상처 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격렬했으며, 베테랑이 예상했듯 녹슨 철골 위로 기어 올라가는 이들이 속출했다.
“시발! 경찰이 사람 잡는다!”
“절대로 밀리지 마라! 우리가 밀리면 뉴올리언스도 밀린다!”
“좆만 한 경찰 새끼! 이거나 먹어라!”
그렇게 점점 양측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총격전이 시작되었다. 소총은 없었고 대부분이 권총이었다.
정확히는 일방적으로 시위대에서 몇 명이 권총을 꺼냈고, 혼잡한 환경 속에서 경찰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나마 입고 있는 것이 두터운 방탄복인지라 죽을 만큼 아플지언정 죽지는 않은 게 다행이었다.
“총이다! 총! 우린 도대체 왜 고무탄이나 최루탄이 없는 거야!”
이렇게 좁은 다리에서 최루탄 같은 것을 뿌리면 단체로 호수에 뛰어들 터인데, 그럼 시위대의 인명 손실은 정말로 끔찍할 터였다. 고무탄도 마찬가지였다. 둘 중 하나라도 사용했다간 시장 혹은 청장이 사임해야 할 터였다.
그렇다고 다리에서 물러나자니, 그럼 수에 밀릴 판이었다. 애당초 다리 한가운데에서 막게 된 원인도 ‘놈들은 뉴올리언스의 땅조차 밟지 못했다.’라고 선전하고 싶은 시장의 판단 아래에 반드시 다리에서 막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한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그놈의 정치 때문이라는 거다.
“저쪽은 실탄을 날리고 화염병을 던지는데, 우린 페퍼 스프레이랑 테이저건이군. 정말로 끝내줘.”
그리고 이들이 웬만큼 돈이 썩어 나는 도시인 뉴올리언스의 도시 경찰임에도 시위 진압 부대가 이렇게 빈약한 무장을 하게 된 원인은 시장이 아니라 주지사였다. 주지사는 비폭력을 주장했다.
정확히는 최근 들어 시위대 등에 유화책을 펼치는 부시 행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지만, 이게 시장의 요구와 맞물려 최악의 결과를 내고 말았다. 밀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진압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다.
점심에 시작된 것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계속되었고 공중에 뜬 보도 헬기는 이 충격과 공포를 고스란히 담아 TV에 송출했다.
“이번 그린피스 시위 결과입니다.”
그리고 백악관에서는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비서실장은 담담하게 보고서를 읊었고, 부시 또한 그저 담담하게 듣고 있었다. 기분이 실로 최악이었다. 중국 덕분에 신경 쓸 곳이 늘어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내부에서 이 난리라니. 기분이 좋으려야 좋을 수가 없었다.
“체포 4,921명. 경상 2,010명에 중상 298명. 사망이 18명입니다. 주지사 선에서 끝내시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무언가 하시겠습니까?”
요컨대 그린피스에 따로 압력을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 그 소리였다. 어차피 의회에서도 한참 규제 정책을 규제 프로그램으로 전환시키면서 환경 프로그램에 지대한 관심을 주던 클린턴 정부 시절이면 몰라도 지금이야 양손 들고 환호할 인간들은 넘치고 넘쳤다.
다시 말해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나설 얼굴마담만 있으면 미국에서는 그린피스가 힘을 못 쓰도록 만들 수 있었다. 어차피 태생도 캐나다고 본부도 네덜란드에 있긴 하지만, 결국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곳은 미국이었다.
아마 이를 기점으로 미국의 환경 보호 운동의 기세 자체가 축소될 것이었고, 제아무리 외국에서 교토의정서를 가지고 조잘거려도 미국 국내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으리라.
그 외에도 직접적인 음모가 아니라 여론전을 실시할 수 있었다. 여론이 부시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었지만, 이 시위가 상당히 폭력적이라는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구태여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자멸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린피스야 진즉에 방출한 인원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지만, 그것을 막기 위한 여론전이 아닌가?
“수습이라.”
그러나 부시가 택한 것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연설이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