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03화(304/377)
< 303편 >
의회부터 시작된 왈가왈부는 점점 밖으로 새어 나갔다. 당연한 이야기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유가 우선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헌법을 보라! 자유로 시작하여 자유로 끝나지 않던가? 하물며 미국의 이명이 무엇이던가? 다름 아닌 자유의 나라 아니던가! 그런 나라에서 안보가 자유보다 우선시 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가장 주류를 차지하는 목소리였다. 미국은 그 무엇보다도 자유를 우선시하는 기조나 풍조가 박혀 있는 나라였던 탓이다. 정작 그 자유란 게 뭔지 제대로 설명조차도 못하는 인간이 태반이었지만, 어쨌든 그것도 자유 아니겠는가?
자고로 사람은 의무나 책임보다는 자유와 방종을 사랑하는 법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질서를 원하는 모순을 타고났지만, 어떻게든 현실의 한계라는 틀 안에서 경험과 타협으로 일궈 낸 것이 국가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흐르고 체계가 발전해도 체제는 결국에 극도로 불안정한 시스템이다. 그 어떠한 때에도 완벽에 가까울 수는 없을뿐더러, 질서를 만든 사람이 조금만 마음을 달리 먹으면 삽시간에 국민 착취 구조로 변하는 것이 체제다.
그리고 유사 이래로 그렇지 아니한 국가나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체제를 운영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안보가 우선이 아니겠는가? 물론 저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유 자체를 거세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로 끔찍한 일이겠지만,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소위 ‘애국자법’이 미국 시민에게 적용되도록 통과되었다고 쳤을 때 우리에게 어떤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가? 이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그렇기에 이를 옹호하는 인간도 있다. 불안한 만큼이나 차라리 다소의 자유를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질서가 강화되길 원했다.
유럽에서는 테러가 밥 먹듯이 일어나고 있었고, 이건 미국도 비슷했다. 단지 색출하는 확률이 더 높았을 뿐이었다.
이는 CIA의 예산이 대폭 늘어나고 경찰의 인력 증진과 훈련 강도의 상승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였지만, 사람들은 이 차이를 두고 애국자법이 제대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물론 외국인들의 신상을 탈탈 털던 게 아주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적어도 국외 테러리스트들은 제 신분으로는 들킨다고 생각했던 탓에, 일시적으로나마 외국인 테러는 건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미국 국적을 가진 테러리스트가 없겠는가? 테러는 결국에 터지고 터졌다. 단지 그 강도가 유럽에 비하면 소극적이었을 뿐이었다.
그 이유인즉, EU의 회원국들이 어마어마하게 테러리스트들의 관심을 독식하고 있던 탓이다.
게다가 EU 특유의 이민 정책 때문에 난민 상대로 국경이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이는 테러리스트가 잠입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었고, 또한 중동과 유럽은 그리 멀지도 않았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배나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 심하면 걸어가기만 해도 되었다.
물론 테러리스트씩이나 되어서 정말로 걸어서 가는 일은 없었지만, 게다가 동이라크에서 적극적으로 동이라크를 테러리스트들의 총본산으로 만들어 버린 탓도 컸다. 서이라크에서 벌어진 일련의 전쟁은 분단된 이웃국에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그렇다고 서이라크를 상대로 재정복 전쟁을 벌이자니, 아직도 전쟁 전후 처리 및 치안 유지를 위해 그 무거운 엉덩이를 서이라크에 붙이고 있는 EU의 유럽 통합군이 건재했다.
전쟁을 통해 통합군이 타격을 입은 건 맞지만, 그렇지 않아도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때인지라 입은 피해를 금세 복구했다. 물론 돈이 나간 건 나간 거지만, 그렇다고 작전 능력에 유의미할 정도로 지장이 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난민과 자국민을 대상으로 유사한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보다 더한 수준입니다. 독일이나 헝가리 등에서는 이미 이보다 한참 더 강력한 법이 하루에도 몇 개씩 의회에 제출되고 논의되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시민들은 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해하며, 납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도 세계화에 발맞춰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언제까지 미국만 테러리즘의 지배를 당하고 있을 것이란 말입니까?”
여하간 다시 자유와 안보로 돌아와서, 애국자법이 통과되면 제한되는 자유가 없을 리가 없었다. 완벽히 궤변이었다. 그리고 자유를 떠나서 사생활 등이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었을 경우 이를 좋아할 사람이 존재는 한단 말인가?
“세계에 발을 맞추다니요? 대관절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거, 법이라는 게 유행을 타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왜 아주 그냥 유럽에서 다시 인종차별법이 생기면 우리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지?”
“애국자니, 세계에 발맞추니 이 잡다한 가지를 다 쳐 내고 봅시다. 이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법 집행 도구입니다. 당신의 모든 정치적 성향은 물론, 사생활까지 당국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겁니다. 이게 과연 테러를 막는 데에만 쓰이겠습니까? 이건 안보를 위해서 자신을 노예로 만드는 악법이란 말입니다!”
“지금 그 법을 강요하는 겁니까? 이 자유의 나라에서? 허, 나중에는 정부가 머리에 전자 칩 박는 법안이라도 통과시키면 그때도 찬성할 겁니까? 범죄자가 아닌 이상 모든 국민은 사생활을 보호받을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바로 그 범죄자를 색출하고 방지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약간의 자유를 희생하고 완벽한 안전을 얻자는 게 뭐가 그리 특출난 일이랍니까? 그저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을 조금 더 확대하자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우리를 지킬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애국자법 또한 자유를 위한 법입니다!”
“애국자법이라는 명칭 자체도 처음에는 자국민을 포함하려 했던 덕분에 생긴 별칭 아닙니까? 애당초 이 법을 애국자법이라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이게 무슨 애국자입니까? 노예입니다! 노예!”
이렇듯 테러대책법은 하루도 빠짐없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언제까지고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자유를 부르짖는 대다수 같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또 테러인가?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테러가 감소할 때까지만이라도 시범적으로 운용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도저히 불안해서 회사에 대중교통으로 출근할 수가 없다! 나는 전철을 타고 싶지 않다! 버스도 타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자가용을 타면 되는 거 아니냐? 안타깝게도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면 생각하기 쉬운 해결책인 만큼 이를 선택한 사람도 넘쳐났던 탓이다. 시내는 당연히 꽉꽉 막혔고, 그나마 좀 시외로 나가야 가속 페달을 쭉 밟을 일이 생겼다.
물론 범인이 너무 뻔한지라 테러리스트들이 동이라크에 모여 있으니 동이라크를 치면 될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는 일단은 동이라크가 엄연한 주권국가인지라 동의 없이는 함부로 영토에 진입할 수 없으며, 그 동이라크에서 세 들어 사는 테러 집단들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그러니까 보통은 크고 작은 테러가 나면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니던 것이 지금은 몸을 더 움츠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소!’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 한정해서 이것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테러리스트의 절반은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테러가 별것인가? 그냥 적당한 총기 구해서 무차별로 난사하면 그게 총기 테러고, 락스랑 표백제랑 혼합해서 택배로 부치면 그게 생화학 테러지.
어쨌든 위든 아래든 의견이 분분했다.
당연하겠지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 사실 국민이 반대하든 말든 위에서 알아서 적절히 의논하여 합의한 뒤 막무가내로 추진하면 그대로 적용되는 게 현실인지라, 대통령이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또 어떤 비전을 지녔는지만 연설해 준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아니, 연설까지도 필요 없었다.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의사만 밝히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론도 한쪽으로 몰리게 되어 있었다.
“지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지지하지 않는 겁니까?”
문제는 그 대통령이라는 양반께서는 이 주제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글쎄요.”
이 한마디로 모호한 중립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중립인지 아닌지도 몰랐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길을 엇나갈지언정 입장이나 주장 하나는 한사코 뚜렷했던 양반이다. 게다가 노련하지는 않더라도, 막무가내로 정치판을 휘어잡은 인간이다.
적어도 기본 이상은 하는 인간인 만큼 이 더러운 정치판에서 침묵이라는 게 어떻게 해석될지도 모르는 양반이 절대로 아니란 말이다.
찬성 측에서는 격하게 당황했고, 반대 측에서도 어쨌든 당황했다. 왜냐면 그동안 대통령의 성향을 따져 보았을 때. 특히 CIA에 막대한 예산을 더 가져다 박은 그의 성격상 애국자법에 적극적으로 동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대 측에서는 미리 전략을 어떻게든 여론을 형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지 오래였다. 방송국 대부분이 풍비박산이 나긴 했지만, 어쨌든 FOX를 제외하면 민주당하고 친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찬성 측에서는 부통령이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발에 땀이 나도록 대통령 집무실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이렇게 완전히 찬성 쪽으로 기울 것 같았던 애국자법은 의외로 팽팽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이 침묵에 대해서 찬성이든 반대든 양측 전부 이렇게 생각했다.
‘옳거니! 알아서 좋을 대로 해석하라는 거구먼!’
어떤 하원의원이 하원에서 조심스럽게 추측한 이후 대통령이 아무런 제지를 가하지 않자, 그들의 추측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 갔다.
찬성과 반대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뒤섞여 있었지만, 그래도 찬성 측이 대부분 부통령을 위시한 공화당이었으며, 반대 측은 거의 민주당이었다.
이 법이 통과될 당시 민주당에서는 격렬한 반대의 의사를 내비치고 공화당에서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었음을 상기하면, 그나마 사람들로 하여 의회가 수년 사이에 뭔가 조금 바뀌었다고 느끼게 했다.
물론 속은 여전히 예전과 다를 바 없는 개판이긴 했다.
“대통령님, 결단해 주십시오. 미국은 당신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말을 마친 부통령은 집무실에서 진이 빠졌다는 듯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이번이 열두 번째였다. 부통령이 찾아올 때마다 대통령은 항상 부통령을 침묵으로 맞이했다.
부통령 특유의 조용하고 깔린 듯한 중저음은 사람을 압박하기에는 이보다 좋을 수 없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 상대라는 인물은 그 부통령이 두 손 두 발 다 든 양반이 아니던가?
“예상대로구먼.”
부시는 부통령이 나간 집무실 문을 바라보더니,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서실장은 보고서를 건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대통령님께서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서리라고 생각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