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04화(305/377)
< 304편 >
“왜 그렇게 생각했지?”
“매번 적극적으로 개입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판 자체를 대통령님께서 직접 만드시기도 했고.”
그러니까 판은 대통령이 만들어 놓고 좀처럼 끼질 않는다는 거다. 적극적으로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서라도 개입하려는 경우는 있어도, 지금까지 이러한 경우는 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비서실장도 꽤 당황했었다.
부시는 비서실장의 대답을 듣고 피식 웃더니, 보고서를 구석으로 치웠다. 흥미가 동한 탓이다.
“그럼 반대하리라 생각한 이유는?”
“그야 당시 자국민 기준이었던 것을 외국인과 영주권자로 제한한 건 대통령님이셨으니까요. 성향은 필요에 의해서 바뀐다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통령님은 고집이 좀…….”
비서실장은 말을 흐렸다. 모든 직장인의 꿈이 상관 면전에 대놓고 욕을 날리는 것이라지만, 아무래도 참다가 폭발해서 하는 욕하고 술자리 야자타임하고 같겠는가.
어쨌든 시켜서 한다지만, 그래도 나름 소위 말하는 대단하신 분인데. 평가하고 비꼬는 건 영 기분이 겸연쩍었던 탓이다.
“강하지. 말을 절대로 바꾸지 않고. 아,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거 편견인가? 유럽의 기류에 휩쓸리지 않게 혐오 발언과 인종차별법을 강화한 게 엊그제인데 말이야.”
부시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세간에서는. 아니, 적어도 의회에서는 대충 다 비서실장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되겠군. 다른 사람들은 언론 플레이에 열심히 휩쓸리고 있을 터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 개입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질 않았던 탓이 컸다. 심정이야 당연히 비서실장이 말한 것처럼 ‘적극 반대’다.
애국자법 그러니까 테러대책법이 무엇인지 상기해 보면, 더 고민할 것조차도 없었다.
시민의 기록을 국가가 마음대로 확인하고 감시할 수 있다는 게 무슨 의미겠는가? 테러 방지를 위해서 국민을 감시하겠다니! 시민 전체를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름 자체도 테러대책법. 즉, ‘테러 대책 마련을 위한 법’ 아닌가? 지금까지는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과 국내 영주권자에 한정하고 있지만, 이것이 자국민으로 확대될 경우, 테러 감시라는 명목으로 테러 용의자, 전과자들, 간첩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게 되는데. 이게 말이 좋아서 테러 용의자랑 간첩 의심자지. 사실상 그냥 의심 가는 모든 인물이라고 보면 되었다.
다시 말해 시민들을 상대로 모든 전화 기록은 물론 통화 도청, 메일 기록, 일반적인 인터넷 기록, 가입된 홈페이지의 개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및 활동 기록, 병원 진료 기록,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을 포함한 경제 활동에 대한 개인 정보, 개인의 모든 이동 동선은 물론 CCTV와 인력을 동원한 집중 감시 및 ‘체포’, 무선 유선을 포함한 모든 전자 통신을 차단하고 개인의 권리 등을 제한할 권리와 다소 ‘선진적인 고문’을 가할 권리까지.
풀어 말하자면, 법이 통과될 경우 영장을 비롯한 온갖 법적 절차 없이도 직접 체포가 가능했다. 무고한 이들이 영장 가져오라며 뻗대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말이었다.
더불어 국가가 개인을 용의자로 판단했을 경우 개인이 가진 모든 권리가 박탈되고, 인권이 침해당하는 끔찍한 법안이었다.
‘원 역사에서도 이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는지 훗날에는 전화 기록은 뺀 자유법으로 바뀌었던가? 그래도 거기서 거기겠지만.’
여하간 19년 당시에도 이것으로 갑론을박이 계속되었던 것을 상기하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를 정부에 쥐여 줬을 경우, 그 폐해와 무가치함이 발각되었음에도 정부는 그리 쉬이 놓지 않는다는 게 증명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의지가 확고함에도 도대체 어떤 판단이 잘 서질 않으냐?
‘작정하고 대놓고 반대해도 이게 좀 문제란 말이지.’
부시야 이 법이 터무니없는 악법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현재 그 범위를 외국인과 영주권자로 제한한 덕분에 대외적으로는 그럭저럭 효험을 본 보안법이었다. 정확히는 효험을 봤다고 착각하고 있는 법안이지만, 어쨌든 여론이 그러했다.
그리하여 여론의 인식은 ‘효험은 분명 있지만, 자유가 위험한 법’ 정도였다.
‘의회가 좀 오랜만에 의회 같군.’
이는 안심이자 동시에 비꼬기였다. 본디 의회란 상원 하원 구분하지 않고 날치기 법안이니, 뭐니 온갖 별 시답잖고 시시콜콜한 정치 싸움으로 점칠되어 있었다.
법안이 나오면 서로 눈치 보면서 적당히 넘기던 의회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이게 바로 의회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이었지만, 동시에 의회 정치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했다.
여하간 부시는 의회에서 안달복달하는 이유가 비서실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살짝 달랐다. 특히 부통령에 이르러서는 더욱이 달랐다.
“도대체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군. 판은 자기가 벌여 놓고서 왜 지금 와서 발을 빼고 있느냔 말이야.”
체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대관절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이 법이 대통령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니오. 도리어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할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심지어는 이념마저 숭고하기까지 한 법안인데 도대체가?
‘지금이야말로 기회가 아닌가?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건가?’
그 기회라는 것이 무슨 기회인가 하면.
‘이것이야말로 미국 대통령 역사상 제일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일 터인데!’
그렇다. 이 법이 집행되면 실상 그 누구도 대통령이 가진 권력과 권한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 그야 물론 대통령이 시민들과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머저리거나, 경찰력과 사법계를 장악하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조지 W. 부시라는 인물은 그 두 가지를 전부 가지고 있었다.
온갖 법을 제정하고 날뛰어도 시민들은 여전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었고, 정보기관인 CIA와 좀 더 증진된 경찰권을 가지게 된 연방 경찰과 그 산하조직은 상관이 아니라 무슨 상전이라도 되는 듯 완전히 대통령에게 복종하고 있었다.
사법계야 여전히 부시에게 반항적인 인사도 있는 등 불완전했지만, 여기까지 건드리면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끌어내릴 음모를 꾸밀 작자들이 널리고 널렸으니 틀림없이 사법계 전체를 장악하지 않은 건 실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어찌 되었든 저 법만 통과되면 대통령은 옛 황제와 같은 권위를 지니게 될 터였다. 대통령의 말이 곧 법이 되는 것이다. 아마 의회는 몇 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을 두려워하여 제대로 입조차 열지 못하게 되리라.
국민이야 왈가왈부하겠지만, 솔직히 알 바 아니었다. 그리고 이 법으로 인해서 안전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여론도 가라앉을 것이 틀림없었다. 딕 체니가 생각하기에 애국자법은 확실한 효과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부통령이 대통령을 설득하길 벌써 열세 번째. 열 번 찍어서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고 드디어 입에서 ‘글쎄.’가 아닌 다른 말이 나왔다. 그게 ‘모르겠다.’나 ‘아니오.’ 같은 단답형이 아닌 게 어찌나 다행인지 몰랐다.
“부통령. 아니, 체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아닙니까?”
그 소리를 들은 부통령은 부시가 뭘 말하려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적어도 돌아온 대답이 단답형이 아니라는 걸로 안심하기 무섭게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이 소리는 요컨대 여론 친화적인 민주당. 정확히는 애국자법 반대 측의 손을 들어 주겠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보통이라면 입을 다물고 속으로 분기를 곱씹으며 집무실에서 나가면 그만이지만,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 게 있었다. 이럴 거면 일찌감치 반대 측의 손을 들어 주면 그만 아닌가.
그러니까. 도대체 왜 이리도 질질 끌었다는 말인가?
딕 체니는 별로 있지도 않은 머리숱을 가진 이마를 매만지며 잠시간의 고민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중우정치라도 할 생각입니까?”
체니는 자꾸만 올라가려는 목소리를 억지로 다시 내리깔았다.
“우리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설령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이 있더라도 국가와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단 말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시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침묵은 어떻게 해석하든 자유겠지만, 지금은 이 침묵만큼 체니에게 벅찬 것이 없었다.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대통령님. 당신이야말로 이 사실을 제일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민주주의의 기치가 먼저냐. 아니면 일신의 안전이 먼저인가. 그걸 국민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이겁니다. 만약 죽음이 뒤따라옴을 알고 있음에도 구태여 자유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는 궤변이었다. 세상 그 어떤 미친 나라가 시민들의 손에 법을 제정할 권리를 넘긴단 말인가?
“그 어떠한 경우라도 죽음은 합리화될 수 없습니다. 만약 핵무기 터뜨려서 다 같이 죽자고 투표했다면, 그걸 막는 게 법이고 정치며 국가입니다. 국민은 어린아이와도 같습니다. 우리는 선생입니다. 선생에게는 학생을 교육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은 학생의 투정도 어느 정도 들어 줄 의무도 있습니다.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교육법은 학생의 의욕과 학습능력을 떨어뜨리기 마련입니다.”
체니는 부시의 가슴 한 자리에 차지하고 있는 가시의 정체를 그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은 자유주의 기조가 망가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체니에게 있어서 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 걱정이었다.
“말을 듣지 않는 학생에게는 강압적으로라도 공부를 시키게 해야죠. 아무리 우리나라가 자유의 나라라지만, 반드시 의무 교육은 받아야 합니다. 인간은 교육으로서 완벽해집니다. 교육을 받지 않은 인간은 백치 짐승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부시는 오늘 두 번째 한숨을 내쉬었다. 전번과는 달리 유달리 과장된 한숨이었다.
“교육이 올바를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 있습니까?”
“그 자리는 바로 그걸 판단하기 위한 자리 아닙니까? 이건 직무유기고 업무 방치입니다.”
“그렇다면 내 판단은 국민 투표입니다.”
그들의 대화는 마치 쳇바퀴였다. 자신의 꼬리를 물려는 개나 고양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으리라.
“후회하실 겁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천재일우의 기회란 말입니다!”
그것을 깨달은 체니는 욱하는 마음에 급기야 절규하듯 소리까지 내질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언제나 차분함을 유지했던 사람이 소리를 지르니 부시도 의외라는 듯 표정에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체니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부시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무엇이 기회란 말입니까?”
“무엇? 무엇이라뇨? 당연히…….”
거기까지 말하고 체니는 깨닫고야 말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부시는 자신이 익히 알고 있던 그 부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늦었지만, 드디어 깨닫고 말았다.
체니는 부시를 권력욕의 화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단 체니뿐만이 아니라 지금 의회에 있는 인간이라면 백이면 백 명 전부 부시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지금 체니가 느끼기에는 이 인간은 지금 권력욕이 없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었다. 권력욕이 없는 인간이 어찌 대통령까지 아득바득 올라온다는 말인가?
그렇기에 체니는 아연한 얼굴로 부시를 향해 이렇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