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05화(306/377)
< 305편 >
대통령과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과 세계의 반백 년을 결정짓는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전쟁의 불길이 드디어 사그라진 서이라크에서는 전후 복구가 한창이었다.
이젠 잔당이라고 할 만한 것들도 서이라크 내에는 남지 않았다. 그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라졌을 뿐이었다. 반군의 정신적 지주인 대령은 독일로 압송되었을 뿐더러, 실상 사형에 가까운 무기징역 판정을 받고 독방에 감금되어 있었다.
이를 구출하기 위해서 많은 반군이 독일로 건너갔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까지 대령을 탈옥에 성공시킨 사람은 없었다. 다만 그렇지 않아도 밥 먹듯이 작은 테러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던 와중인지라 더더욱 긴장시켰다.
실로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테러는 EU를 단합시켰다. 다만 내부로부터 이래저래 작은 소음과도 같이 일어나고 있는. 그러니까 나날이 늘어가는 그리스의 부채 같은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EU는 아직 굳건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거기 놀지 말고 일해! 조국 재건을 위해서 죽어 나간 영웅들이 보이지 않나!”
저 말은 그저 노동자들을 닦달하는 말로 들릴 수 있었지만, 이곳은 일반적인 공사 현장과는 사뭇 달랐다. 처리해야 할 것이 단지 폐허만은 아닌 탓이었다.
“조국 재건은 얼어 죽을. 일급이나 제대로 주고 말하든가. 젠장.”
건물의 잔해를 치우면 그 안에서는 잔뜩 부패한 시체가 몇이고 쌓여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조국의 영웅들이란 바로 이 시체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시체만 있으면 또 다행이지. 돌격 소총 따위는 일상다반사고, 심심하면 대전차 무기부터 심하면 아예 불발된 미사일 등이 발견되었다.
그냥 처리도 불가능해서 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라크군은 항복한 이래로 이래저래 발이 묶였고 유럽 주둔군에서 파병 나온 인력은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해체 과정은 또 하루 공칠 정도로 실로 더디고 또 더디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발탄의 경우, 아예 현장에서 암묵적인 합의 아래에 터뜨리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인명 사고가 나곤 했지만, 유럽의 감시 아래 수립된 정부는 이런 걸 전부 신경 쓸 수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공권력은 물론 그 비슷한 것조차도 그야말로 뇌사 상태나 다름없으니, 자발적으로 마을이나 도시에서 소규모로 자경단이 꾸려졌다.
총기 입수는 어렵지 않았다. 사실 이 나라에서 좀 건장한 사람들이면 총기를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 건물만 치우면 나오는 게 총기인 데다가 하루하루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데 가지고 있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자경단은 진짜로 자경대의 임무만 수행하는 자경단도 있었고, 깡패들처럼 자릿세를 갈취하며 가진바 힘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이름만 자경대인 자경대도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확히는 숫자는 전자가 더 많았지만, 조직으로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은 후자라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 진리에 법보다는 주먹이 더 가깝다는 말이 있는데, 그 법이라는 게 무력화되면 남은 건 주먹뿐이다.
그리고 일단 정권이 다른 도시는 몰라도 수도만큼은 꽉 잡고 있는바. 공권력이 완전히 무력한 건 아니었지만, 그마저도 자경단과의 유착 관계 덕분에 전후 복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에겐 무력하게만 느껴졌다.
그러한 서민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경단이 되거나 그 안에 소속되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자경단이 아니라 진짜 이라크가 동서로 나뉘기 전부터 있던 유서 깊은 범죄 조직의 일원이 되든가.
그리고 이토록 심화한 유착 관계는 공무원들에게도 썩 변명거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한 1, 2년 지나면 모를까. 지금 당장 자경단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뭐 하나 해내기 힘들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았다.
전화의 불길은 사그라졌으되, 시민들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저항심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전쟁은 속전속결로 끝났지만, 속전속결로 끝난 만큼 시민들에게 졌다는 인식을 줄 시간도 모자랐다.
여하간 좋든 싫든 자경단은 일단은 시민을 대변해 주는 창구로서 운영 중이었고, 공권력은 이 창구를 통하지 않으면 그 공권력이라는 걸 행사하기 너무나도 버거웠다.
물론 군경을 투입하면 휘두를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내부가 피폐해진 마당에 군경까지 움직이면 이번에야말로 시민들 전체가 진정으로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될까 두려워 진짜로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현 정권의 군대 장악 능력도 완전한 게 아니었다. 힘으로 강제로 굴복시키고 다시 복속시키긴 했으나, 군사 재판에 죄다 끌려간 마당에 그나마 남아 있는 인재들을 숙청이랍시고 전부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병사야 모집하면 그만이라지만, 그 병사를 훈련시키고 지휘할 사람이 정말로 한 줌에 불과했다. 전쟁 전에는 소령에 불과했던 인간이 반란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후방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장군이 되었다.
이렇듯 서이라크의 실정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서이라크에서 가장 큰 광장 한가운데에는 11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은 어디서 본 것만도 같은 칼을 높이 치켜들고 있는 레몽이라는 프랑스인이었는데, 전쟁에서 가장 큰 활약을 벌였다나 뭐라나.
이 동상의 발치에는 그들의 활약상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도 완벽하게 똑같은 동상이 세워졌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11인의 살아 있는 전설인가. 참으로 가증스러운 새끼들. 이딴 걸 광장에다가 설치해?”
“개 같은 새끼들. 이거나 먹으라지.”
이를 보는 참전했던 이라크인들로 하여 가장 열받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동상들이 죽은 용사들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동상이 아니라.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대놓고 동상 이름도 11인의 ‘살아 있는 전설’ 아닌가?
형제자매는 물론 부모에 아들딸까지 죽어 나간 와중에 저런 동상이 국민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이 동상이 파손되지 않은 것은 오로지 EU군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지, 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불행 중 다행으로 유럽인이 이라크에 오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사업을 해 보려는 작자들은 거의 없었다.
막대한 손해를 보고 제대로 된 배상조차 받지 못한 채 손해만 본 이들이 가득한데, 누가 이곳으로 사업을 하러 온단 말인가?
게다가 전에 사업하던 작자들의 재산도 전부 서이라크에 국유화되어 있었다가, 서이라크 정권이 EU에 의해서 재수립되면서 국유화를 물렸지만, 그런데도 사업가들은 그 재산을 돌려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돌려받을 것들이 하나같이 모조리 잿더미가 되어 버렸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돌려받는다는 말인가? 물론 그 잿더미를 뒤지면 뭐 하나라도 나올지 모르겠으나, 그 잿더미를 뒤지는 비용을 고려했을 경우, 뒤지느니만 못한다는 계산이 나와 어떻게든 본전을 찾으려는 사업가들로 하여 서이라크에서 손을 떼게 했다.
한 번 데이고도 또 데인 장소에서 사업을 벌일 이들은 천성적인 도박꾼들 정도뿐이었다. 그리고 도박은 실패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기에 도박인 것이다. 이렇게 다시 돌아온 사업가 중에서는 아예 성난 민중에 맞아 죽는 이들도 속출했다.
일단 각국 정부는 서이라크와 개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겼지만, 그것만으로는 확실히 불충분했다. 거기다 전직 군인이라는 테러리스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독일을 괴롭히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테러의 불길 속에서 EU 회원국들이 각자 감시 강화 정책에 대해서 대안을 내놓길. 각국에서 속속들이 입안 중인 테러방지법을 확장하여, 서이라크 전체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대외적으로는 EU에서 직접 서이라크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이라크에서 협력하는 형태로 이뤄지겠지만, 결국에 서이라크 정부에서 사용하고 고용할 인간들은 EU에서 엄선한 인선이었거나, 아예 유럽인이니 EU에서 직접 감청하는 것과 별다를 것도 없었다.
그리고 테러방지법은 대부분 미국에서 논의 중인 것과 거의 흡사했다. 도리어 개중에서는 아예 시위를 무산시키는 법안까지 덤으로 달아 놓은 국가도 있었다. 예를 들면 프랑스 같은 나라말이다. 필요성이야 국민이 호소해서 만들었지만, 이 정도로 갑자기 확대될 줄은 몰랐는지, 유럽 내부에서도 이 법으로 왈가왈부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쨌든 유럽이나 미국이나 이 법에 대한 인식 또한 비슷했다. 둘 다 필요악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강도가 조금 달랐을 뿐이었다.
물론 부시가 이 보고를 듣고 말하길.
‘지랄도 심하면 병이라던데, 저 동네는 불치병 환자밖에 없나?’라고 대답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일은 없었다.
여하간 중요한 건 이 정책들이 미국 부통령을 위시한 찬성파가 주장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와서.
“왜 이렇게 변하셨습니까?”
이 말을 들은 부시는 은연중에 가슴이 따끔했지만, 그것이 표정에 드러나는 일은 없었다. 부시는 마음을 가다듬고는 자연스럽게 시치미를 뗐다.
“내가 변했다뇨?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요. 나는 원래부터 이러했습니다. 체니, 이 자리에 올라오기 위해서 당신을 찾아갔던 날부터 지금까지 쭉 나는 나입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대통령님은 정책에 그다지 신경 쓰시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것참……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십시오. 제가 기억하고 있던 대통령님은 정치보다는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더 신경 쓰시던 분이시니까.”
좋게 포장하긴 했지만, 결국에 정치를 할 줄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부시의 정치 능력은 평범했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대통령이라는 인간이 정치 능력이 평범해서야 어디 써먹겠는가?
아버지가 전 대통령이라는 후광과 인품으로 어떻게든 이 자리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올라오는 것과 올라와서 자리를 보존하고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었다.
“적어도 제가 확실한 효과를 보고 있는 정책들에 대해서 알려드리면, 일말의 고민조차 없이 내치는 분은 아니셨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믿어 주지 않을 것 같으니,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 나라도 제정신으로 있어야겠다는 판단 아래에 이렇게 변했다고 하면 믿어 주시겠습니까?”
“미쳐 돌아가? 제정신? 이게 무슨 말입니까. 언제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지 않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답니까? 대통령님, 생각해 보십시오. 어차피 언젠간 통과될 법안입니다. 그게 지금이냐, 나중이냐의 문제란 말입니다.”
부통령은 이를 아득바득 갈았고, 부시는 남몰래 한쪽 다리를 떨었다.
“아무래도 충분히 이야기한 것 같군. 업무가 피차 밀려 있을 텐데 슬슬 끝냅시다. 부통령.”
“몇 번이고 말씀드리겠지만, 후회하실 겁니다. 기회는 지금뿐이었습니다.”
이것을 통과시키면, 그 누구도 대통령을 막을 수 없다. 그때 3선 개헌을 통과시키면 그것으로 끝이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돌아갈 것이란 말이다.
체니는 몇 번 대통령의 무표정한 얼굴을 꼬나보더니, 이내 집무실에서 퇴거했다. 부시는 그 문을 지긋하게 쳐다보다가 이내 한마디를 내뱉었다.
“기회? 무슨 기회를 말하는 거지?”
당연하겠지만, 부시는 3선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