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09화(310/377)
< 309편 >
“미국이 쿠르드족 문제를 EU로부터 인수인계해 가겠다고?”
“예, 그럴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토니 블레어는 실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섯 개의 눈이라는 게 있다. 미국과 영국은 UKUSA 협정에 의거. 서로의 정보망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과 영국은 정말로 국내에서도 대통령 혹은 총리 혼자나 알 법한 극비만 제외하면 서로의 사정이나 상황을 마치 부부라도 되는 것처럼 본인보다 더 잘 아는 사이였다.
‘설마, 미국에는 이쪽 문제에 대응할 그럴싸한 카드가 정말로 단 한 장조차 없을 텐데?’
그 대통령의 성정을 상기해 봤을 때 무장투쟁은 아니리라. 아니, 그것보다 무장투쟁으로 전환되는 꼴을 보지 않겠다고 그동안 그렇게 속된 말로 개지랄을 떨었던 것 아닌가?
“그냥 허세 아닌가?”
혹시 싶어서 조심스럽게 허세가 아닌지 추측해 보았다. 최근 나날이 강대해지는 EU의 위신을 깎아내리고 그 음험한 만족감을 충족하기 위해서 아무 말이나 꺼내는 것이다. 그렇게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EU의 책임으로 못을 박아 놓으면 완벽했다.
어쩌면 EU 안에서 균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야 위에서는 절대로 EU를 놓지 않겠지만, 시민들이 원한다면 그 위도 EU를 추궁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터고, 그렇게 생겨난 여론은 자칫하면 강의 물살처럼 정부마저 휩쓸고 지나가리라.
“허세치고는 상당히 대대적입니다만. 국민이 원하고 있고, 이미 의회에서도 진지하게 토론이 오가고 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국민에게 허세를 내뱉는 거야. 그리고 열기가 좀 식으면 대충 그럴싸한 이유나 핑계를 대서…….”
토니 블레어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지금 미국의 대통령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 인간이 제아무리 눈에 빤히 보이는 손해를 본다고 한들 멈출 위인이던가?
“오, 이런 젠장. 그 양반이 잘도 그렇게 하겠군. 이런 멍청이. 그 망할 자식, 자기가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독종이지.”
지금까지 그가 말한 것 중에 이뤄지지 아니한 것은 미사일 전함 양산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나마 같이 운용할 항모전단에서 대잠 능력 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수용한 부시가 나름 본인 안에서 이리저리 끼워 맞추다가 기적적인 타협을 이뤄 낸 것이었단 말이다.
물론 이러한 속사정까지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외압에 의해서 드디어 고집이 꺾인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은 미 해군이 사정사정한 걸 부시가 드디어 수용한 것에 가까웠다. 어쨌든 이거 하나 빼고는 자신의 의지를 꺾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는데.”
차라리 ‘그 연설’이 완성되기 전에 건드렸다면 모를까. 하필 지금이란 말인가?
게다가 지금 와서 미국이 EU를 대신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도리어 조금만 삐끗해도 미국과 양방 손해가 아니던가?
세상에나 베리 하이 리스크 베리 로우 리턴이라니! 도박사도 아니고 그딴 걸 좋아할 정치가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것조차 아니라면 토니 모르는 조커라도 한 장 숨기고 있거나 미국만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토니의 머릿속을 한 가지 생각이 번갯불과도 같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설마 답답해서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지,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가.”
“예? 총리님?”
“아니야. 아닐 거야…….”
문제는 블레어 토니 총리에게는 너무나도 유감스럽게도, 그 설마가 맞아 들었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거야! 이렇게 답답해서야 참을 수 있겠는가?”
부시는 검은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도저히 살과 금속이 부딪쳐서 난 소리라고는 믿기 힘든 굉음이 백악관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터키, 이란, 서이라크 등과 협상해서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게.”
다만 다행스럽게도 토니 블레어의 우려와는 달리, 부시의 손안에 협상 카드가 정말로 없지는 않았다. 물론 그걸 카드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이라면 말이다. 이것이 카드라는 것에 동의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를 상기해 보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니까, 전쟁입니까? 터키, 이란, 서이라크……. 아니, 서이라크는 협조해 주겠지만, 이란은 필사 반대할 겁니다. 게다가 저희가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도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그는 보고서를 뒤적이다가 머뭇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첩보에 의하면 그 쿠르드족 연합 말입니다만, 이래저래 무기고에 서이라크에서 유출된 중화기랑 탄약도 어느 정도 쌓여 있는 모양이고. ……어쨌든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만, 전쟁이 맞습니까?”
그보다 터키가 평화유지군 파견에 순순히 협조해 줄 것이라는 계산은 어디서 나왔다는 말인가? 아니, 그전에 일촉즉발의 땅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는 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발상이란 말인가?
“아니! 아니, 아니! 말조심하게. 전쟁이 아니지. 전쟁이 나지 않도록 하는 거야.”
“대통령님. 저, 그. 죄송하지만, 이렇게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면 반드시 전쟁이 날 텐데요?”
“그러니까 그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거네.”
“그러니까 그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병력을 파견하면 전쟁이 납니다.”
도저히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일단 포기한 것은 권력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었다. 그의 영역인 CIA는 부시가 장악한 지 오래였고, 애당초 그의 인선은 현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의 인선이었다.
나머지 인맥 대부분도 그 아들이 채어 가긴 했지만, 이딴 사실 같은 건 대통령의 수많은 배경 중 하나일 뿐이고, 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현재 대통령이 가진 권력이나 위상은 실로 강력한 것이었다. 국방장관이 반항한다고 한들 씨알이라도 먹히면 다행일 정도로 말이다. 도리어 국민과 의회에서 욕만 배불리 먹고 다신 백악관에 발도 붙이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정면에서 거스를 수 없으니 국방장관은 어떻게든 이야기를 돌려야만 했다.
“대통령님, 다시 한번 죄송스럽습니다만, 최근 전과가 해군으로 집중되는 바람에 육군에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과제를 육군에게 안겨 주시면…….”
대부분 항모전단과 해병대 혹은 공군 선에서 정리되다 보니까 육군은 거의 활약하지 못했다.
“뭐 그럼 터키까지 헤엄쳐서 행군할까? 전차 타고 대서양이라도 건너게? 그것도 아니면 퇴역한 항공모함 위에 육군을 위한 도시라도 건설할까? 칠대양 오대주 어디라도 기갑 사단을 밀어 넣을 수 있게? 육군은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그리고 육군과 해군의 알력 싸움? 우리가 무슨 구 일본 제국군인 줄 아는 건가? 개판 치면 위부터 아래까지 내 손에 다 잘릴 줄 알라고 하게. 그리고 육군 신조가 뭔가?”
“나는 미 육군 군인이다?”
“그럼 그 미 육군의 통수권자는 누구지?”
“대통령님이십니다.”
“지금까지 이기는 싸움만 한 건 누구의 정권이지?”
“대통령님이십니다.”
“그럼 좀 까라면 까라고 하게!”
그걸로 끝이었다. 육군은 배치된 신무기랑 군장 싸서 투입될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할 경우 주둔군은 확실하게 전멸합니다.”
“이런 젠장. 아직도 이해 못 한 거 같군! 전쟁을 방지하자는 거야!”
도저히 말이 통하질 않았다. 국방장관은 강하게 미간을 쓰다듬었다.
‘이런 빌어먹을. 아버지보다 더 말이 통하지 않는구먼.’
“그리고 전쟁이라고 했나? 이왕 이렇게 된 거 항모전단도 서넛쯤 배치하지. 이번에 개발된 신무기도 배치하는 거야.”
말을 돌리거나 설득할 수는 있어도 차마 반대하지는 못했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욕만 입안에서 감질나게 맴돌았다.
‘왜! 아주 무인기 전용기지도 만들어서 배치하자고 하지?’
“그렇지! 무인기 공항도 만드는 거야! 무인기 날려서 촘촘하게 감시하자고!”
“얼씨구?”
“뭐라고?”
“아닙니다.”
“그래, 맞아.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 일에 아프가니스탄과 인도군도 끌어들이는 거야.”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건 바로 파견될 나라와 지형에 있었다. 쿠르드족이 아무리 미쳤거니와 터키, 이란, 서이라크와 그 뒷배인 EU에 한 번에 전쟁을 걸 수 없으리란 판단 때문이었다.
쿠르드족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아무리 커도 소규모 국지전 수준이리라. 지금 당장은 국가와의 전면전 따위는 없을 터였다.
문제는 그 국지전에 다른 소수민족이 편승하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부시가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일단 더 큰 전쟁 자체는 억제한 뒤, 그사이에 다시 중동을 안정시키고 그때야말로 평화로운 독립을 다시 도모하는 게 부시의 목적이었다.
인도니 아프간이니 거들먹거리는 이유에는 재정적 부담을 좀 경감하려는 목적도 있었고 말이다.
ISIL처럼 대대적 봉기라도 일어나면, 그땐 정말로 저런 소규모 국지전으로는 안 끝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보였을 뿐이었다.
‘세계대전이라도 치르실 참이십니까?’
“인도? 인도군입니까? 아프가니스탄은 몰라도 인도군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왜?”
“원래 말하는 입이 많아지면 이념의 순수성을 간직하기 힘든 법입니다.”
요컨대 대통령의 뜻대로만 움직일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음, 하지만 인도군을 투입하면 더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을 텐데.”
“아프간군으로 충분합니다. 아프간군은 대통령님의 의사대로 완벽하게 움직일 겁니다. 그리고 아주 극히 일부라지만, 미 해병대와 어느 정도 비견될 정도로 훈련받은 부대도 있습니다. 교관이 미 해병대니까요.”
“그렇지. 장비도 우리가 들려 준 거지. 최신예로 말이야! 최신예라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이스라엘은 어떻지?”
“제 생각에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문제가 있으니까요.”
국방장관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파견을 반대하는 것에서 어느새 대규모로 파견하는 걸 전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렇군. 그럼 유럽통합군은 어떤가? 어차피 서이라크에 반영구적으로 주둔하고 있을 것 아닌가? 그야 언젠간 나가겠지만, 그게 최소한 3년 사이는 아니겠지.”
“그들은 먼저 공격받기 전에는 참전하지 않을 겁니다.”
“참전? 참전이라니? 전쟁은 없네. 그걸 억제하기 위한 커다란 힘이야! 그리고 영구적으로 막으란 것도 아니네, 아주 잠시면 그만이야.”
“그럼 ‘다소의 무력 충돌’로 정정하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이제야 좀 이해한 것 같구먼!”
‘젠장 내가 뭘 이해했다는 거지? 그보다 터키 정부는 우리 주둔군을 승인하긴 한 건가?’
“아예 터키, 아프간에 주둔군을 파견하면 되겠습니까?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그렇지! 터키는 몰라도 아프간에는 아예 공군용 활주로도 새로 만드는 게 좋겠군!”
“예, 그거 좋네요! 아예 아프간에 핵 방공호도 만들겠습니다!”
“그거 좋군! 역시 국방장관은 생각하는 게 달라!”
터키 정부가 백악관에서 날아온 외교 공문을 받은 것은 이 대화로부터 고작 1시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