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10화(311/377)
< 310편 >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이것이 언론의 의견입니다. 단지 국민 여론만은 그 여느 때보다도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만.”
“터키에서는?”
“웬만한 패가 아니면 협조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EU의 쿠르드족 독립 제안에 터키가 마지못해서 협조했던 것은 국가 과제 중 하나였던 EU 가입이라는 지상 과제 덕분이었다. 반대로 말해서 이것이 무산된 지금 터키가 협조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미국이 그럴듯한 당근을 가져오면, 터키는 얼마든지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라. 그 누가 국내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감당하고 싶겠는가? 물론 그걸 원하는 이들도 정말로 없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정치가들은 아니었다.
쿠르드족이 그냥 자근자근 짓밟아서 해결될 상대면 옛날 옛적에 짓밟았다. 쿠르드족이 한둘도 아니고 추정 2,000만에 아예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터키 내 불법 무장단체 중 하나인 PKK(쿠르디스탄 노동자당) 또한 터키 정부에겐 크나큰 골칫덩이였다.
이것들을 적절한 값을 치르고 쫓아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쫓아내고도 남았다. 게다가 2,000만이 한 번에 대이동 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은 생각보다 변화를 반기지 않는 생물들인지라 어차피 남을 사람은 남는다.
여하간 나쁜 점은 죄다 새로 탄생할 쿠르드 국가에 떠넘길 수 있다. 게다가 쿠르드족이 독립 이후에도 만약 터키 내에서 지금과도 같은 행보를 보일 경우, 이젠 더 강하게 짓밟을 수도 있었다. 명분이 터키에 있으니 완전히 테러 조직을 간주할 수 있었다.
만약 터키에 불만이 있으면, 쿠르드 국가로 가면 될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터키인들이 준비하면 ‘산악 터키인’이라는 굴레를 받아들이든가 말이다.
“그럼, 정말로 전쟁을 바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저에게도 좀 그 혜안의 일부나마 공유해 주지 않으시렵니까?”
“해안이라. 뭐, 반 정도는 너무 답답해서 그랬지. 자네는 ‘나라면 더 잘할 수 있는데’ 같은 심정으로 그걸 지켜만 봐야 하는 그 답답한 심정을 알고 있나?”
“자주 느끼곤 하죠. 주로 보고서에서 줄곧 느끼곤 합니다.”
“차라리 이럴 거면 처음부터 간섭할걸 그랬어.”
“그럼 절반은 무엇입니까?”
부시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필요한 몇 가지 보고서를 추려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자네가 봤을 때 쿠르드족 독립이 성공할 것 같은가?”
“지금까지 우리 행정부가 작정하고 마음먹은 것 중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정확히는 ‘대통령’이 마음먹은 것 중에서 이뤄지지 않은 게 없다는 말이 맞았지만,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근데 실패할 걸세. 화려하게 말이지. 국방장관의 말마따나 협상 없이 강제로 강요하려고 하면 전쟁이 일어날 거야. 한낱 지렁이조차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인데, 국가씩이나 되면 전쟁 정도는 벌이지 않겠는가?”
“그게 절반입니까? 실패할 것이라는 확신? 그건 또 의외로군요. 그럼 저희는 지금 쓸데없이 중동에 돈을 태우러 가는 겁니까?”
“그럴 리가. 만약 아래에서 그런 제안이 올라왔더라도 내가 가차 없이 쳐 냈겠지.”
실제로도 그러한 제안이 더럽게 많이 올라왔었다. 특히 부통령이 적어 올린 제안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아예 이 기회를 살려 아프가니스탄에 핵무기를 박아 넣어야 한다나 뭐라나. 이런 것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그렇다면 대통령님은 이 일련의 행동에서 얻을 이익과 전쟁을 막을 방법을 찾은 모양입니다?”
“그렇지. 도박이야. 상당히 이길 확률이 아슬아슬한. 그래도 우리가 잃는 판돈은 없겠지. 잃는다고 한들, 지금 배치되고 있는 항모 전단의 기름값 정도겠지.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어.”
“국가적 신용은 괜찮겠습니까?”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원래 힘을 가지고 있는 자는 그렇지 못한 자에게 신뢰를 강요할 수 있는 법이라네.”
요컨대 ‘나 못 믿어?’였다. 이는 19세기 시절 대영제국이 주로 쓰던 방법이었다. 물론, 그 대영제국은 지금까지 약소국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제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여론전에서 지면 그대로 지는 거지만 말이다.
‘마치 베트남전처럼 말이지.’
“터키에 이렇게 전하게.”
***
“……미국이 중재해 주겠다고?”
머잖아 현 총리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의 독재 야욕으로 인해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 중심제로 바뀌게 될 터키였지만, 적어도 아직은 총리가 행정부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그래 봤자 인물이 바뀌지 않으니 거기서 거기겠지만.
어쨌든 미군 파견이니, 항모 전단 배치 따위의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제정신은 아니었다. 쿠르드족을 감싸고도는 꼬락서니를 보면 쿠르드족 놈들이 이스라엘 놈들처럼 미국이나 EU에 금칠이라도 잔뜩 해 놓은 건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쿠르드족이 로비를 했다는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 그야 찾으면 정말로 먼지 한 톨 나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먼지는 어디까지나 먼지에 불과하다. 손으로 탁탁 털어 내면 떨어지는 것이 먼지란 말이다.
여하간 국가를 독립시켜 줄 정도의 거대하고 꾸준한 로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거, 지랄하지 말라고 그러게.”
“몇 가지를 조건으로 내놓았습니다.”
“허, 어디 들어나 보지.”
“EU 가입 문제를 해결해 주겠답니다.”
“그건 조금 끌리는군. 하지만 내가 국회에서 왈가왈부할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한 조건은 아니로군?”
“적혀 있는 바로는 전쟁이 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득이 아니냐고 적혀 있습니다만.”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웃기고 있군. 기존에 일어날 전쟁과는 비교조차 불허하는 한참 더 큰 전쟁이 벌어질 거야. 시국이 시국인 만큼 서이라크야 침묵하겠지만, 그 외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겠지. 특히 이란과 동이라크에서는 아주 좋아서 죽으려고 하겠군.”
이란에서는 그동안 불만이 알게 모르게 축적되어 있었다. EU의 압박 아래 이래저래 양보한 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쿠르드족의 무장봉기에 맞닥뜨리게 되었으니, 국가에도 몸이라는 개념이 있다면, 곳곳에 사리라도 생길 지경이었다.
이란은 충분히 인내했고, 쿠르드족의 봉기가 일어났을 경우 진압할 각오가 얼마든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끝입니다. 예, 더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총리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이걸로 끝일 리가 없었다. 그야 공문에 딸랑 이것만 써서 들어온 사례 그 자체가 없을뿐더러, 이치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끝이라고? 다른 건 없나?”
“예, 끝입니다.”
‘그럼 이야기가 좀 다른데.’
이건 통보였다. 조건을 내걸고 이쪽에서 이렇게 할 테니, 저쪽에서는 이렇게 해 주십사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한쪽의 의지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었다.
‘착각은…….’
통역관의 손으로부터 외교 공문을 빼앗아 들었다. 번역 도중에 편의상 축약했나 싶었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정말로 딱 세 줄이 있었다.
터키 미군 임시 주둔을 통해 쿠르드족 문제를 미국이 중재해 줄 것.
EU 가입 문제를 해결해 줄 것.
제안은 현 시간부로 12시간 이후까지 유효.
‘아닌 것 같군.’
정말로 간소했고, 또 간결했다. 이러한 공문을 받은 적이 예전에도 딱 한 번 있었다.
‘9.11 시절이었지?’
“아무래도 쿠르드족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나?”
총리는 거의 확신했다. 문제는 심증은 있었으되 물증은 없었다. 구태여 따지자면 이 공문이 물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따지자면 심증을 만들어 낸 발단이었다.
물증이 없다면 심증이라도 제대로 확보해야 하지 않겠는가?
“……거부하면?”
“저, 음, 그러니까. 저야 모르죠.”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반대로 당연히 거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 낸 일종의 술책은 아닐까? 이미 미국이 범죄 정권 두둔이나 테러리스트 소탕 따위로 침략하는 건 널리고 널리지 않았던가? 혹여 터키도 같은 꼴을 당하는 건 아닐까?
물론 정말로 그럴 리는 없었다. 터키를 친다는 건 실로 멍청한 짓이었다. 차라리 점점 뚜렷하게 현시대의 만악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이라크를 치면 모를까. 터키를 치겠다고?
이성으로는 아닌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 12시간이 지나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성명은 뭐라고 발표해야 할까? 미국의 오만함을 규탄해야 할까? 그것조차 아니면 여기서 묻어 버려야 할까?
“젠장, 최대한 유화책으로 가닥을 잡아 봐야겠어.”
어떻게든 소수로 제한하고 쿠르드족에게 넘겨야 했을 지방에다가 설치하게끔 유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유도랄 것도 없기는 했다. 아마 터키의 동부에서도 극동에 설치할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규모라도 어떻게든 줄이든가 해야만 했다. 그것조차 아니라면 아예 더 많이 파견하게끔 만들어서 부담감을 느끼게 만들거나.
“예?”
“아무것도 아닐세. 나가 봐도 좋아.”
“하지만, 아직 읽어 드릴 다른 나라의 공문이 남아…….”
“나가라고! 당장! 그냥 그 시답잖은 공문들 따위는 일일이 번역해서 들고 와!”
통역관은 총리의 분노 서린 목소리에 거의 새된 비명을 억지로 손으로 눌러 참으면서 집무실에 뛰쳐나갔다.
“이런 빌어먹을!”
실로 치욕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뭐가 문제기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려고 한단 말인가?
‘그보다 도대체 목적이 뭐냐?’
얼핏 생각했을 때는 당연히 ‘쿠르드족 독립’일 터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EU는 몰라도 미국이 쿠르드족을 감싸고돌 이유가 없으니, 쿠르드족을 핑계 삼아서 중동에 세력을 투사하고 후일을 도모하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프간처럼 중동에서 나중에 사용할 카드 말이다. 총리가 알고 있는 미국 대통령은 당장 코앞보다는 반백 년을 도모하는 인간이었다. 중국에서 들여온 돈을 어디에 썼는지 확인해 보면 너무나도 명백했다.
대부분을 금으로 카탈로그상으로 괴리가 있던 연준 금 보관고를 넉넉히 채우고, 나머지는 미국의 인프라 교체와 국방비에 사용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비슷한 시점으로 접근했을 터였다.
‘그것조차 아니면 쿠르드족의 준동을 두려워했나?’
확실히 쿠르드족이 봉기하면 중동은 개판 5분 전으로 변하리라. 그 과정에서 미국도 어느 정도 손해를 보긴 할 터였다.
‘그렇다면 3년으로 한정 지어서 아주 임시로만 쓸 수 있게 하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
다른 잡다한 가지들은 다 쳐 내고 생각해 봤을 때, 나쁜 일은 아니었다. 만약 쿠르드족의 봉기로 인한 전쟁이 벌어진다면, 미 주둔군은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리라.
“저들이 자처해서 똥물을 뒤집어쓰겠다고 나섰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총리는 그 이후로도 많은 생각을 했지만, 최초에 생각해 낸 유화책이라는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총리가 의원들과의 회의를 마치고 그 답변이 돌아온 것은 5시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