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11화(312/377)
< 311편 >
“주둔은 허용하되 소규모로 동부에 평화유지군 형식으로 3년이라. 나쁘지 않군.”
어차피 원 역사대로라면 명목상으로나마 3만 8천여 명이 주둔 중일 터키였다. 그게 조금 늦은 것뿐이지.
“솔직히 말하면 3년도 길구먼. 하지만 3년씩이나 준다는데 구태여 줄일 필요는 없겠지. 좋아, 승인이다.”
대통령이 승인함과 동시에 미군 파견은 삽시간에 이루어졌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으로 인해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러니까 선발대는 이미 터키 국경 상공에서 대기 중이었다는 말이 맞았다.
“터키? 터키라고요? 우리는 도대체 뭐와 전쟁할 예정이랍니까?”
“수호하는 거야. 침략하는 게 아니라, 수호. 터키 땅을 침범하는 나쁜 놈들한테서 지키는 거라고.”
“하지만 다른 시기도 아니고 이런 시기에 저희가 몰려가면 싫어도 전쟁이 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서 쿠르드족이 심상치 않은데, 지금 보니까 저희 배정받은 곳도 쿠르드족의 본거지 같은 곳이잖아요.”
“나도 몰라! 존스! 까라면 까! 그 빌어먹을 국가에 대한 헌신과 봉사 정신을 발휘하란 말이야! 그나마 최근에 터키군에서 신설한 공군기지를 사용하기로 한 덕분에, 터키 땅에 가서 부대원 전체가 땅에 삽질할 걱정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안도할 수 있는 점이라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는가? 그럼 닥치고 군장이나 싸!”
신경질적으로 군장에 이것저것 쑤셔 넣다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걸 감사히 여겨라! 거긴 참호부터 방공호에 활주로를 새로 짓는다고 공병까지 대거 동원하고 있으니까!”
이제 막 기지개를 켠 미군과는 달리 이미 전쟁을 한 번 치른 유럽통합군은 목표나 모든 교리가 수비적으로 변해 있었다. 특히 ‘서이라크’에 이르러서는 완전한 수비로 돌아섰다.
“우리의 목표는 서이라크의 국경을 지키는 것이다! 일전에 약속한 땅 이외에 한 뙈기라도 내주어선 아니 되며, 가진바 모든 자원을 활용하여 쿠르드 반군이 이 땅을 침략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빌어먹을. 국경을 지키긴 얼어 죽을. 말 그대로 ‘나 자신을 구하라.’ 그 자체구먼.”
“민간인들은 적대적이고, 적들은 강대하고, 보급도 오락가락하는데 뭘 지키라는 거야. 빌어먹을.”
보급은 유럽통합군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괜히 서이라크를 군수창고 겸 전진기지 삼으려던 게 아니었다. 탄은 공유하지만, 각종 장비는 공유하지 않는다. 식량도 마찬가지다. 밀가루 정도라면 공유하지만, 그 이외의 모든 것은 공유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식단이 서로 다른 탓이었다. 동아시아로 따지자면 중국의 주식은 만터우이지만, 한국의 주식은 쌀밥이라 이거다. 그러니 당연히 자연스럽게 식단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식단이 다르니 서로 주문하는 재료도 다를 수밖에 없었고, 재료가 다르니 보급관들은 실로 환장할 지경이었다. 발주해서 가져가면 현장에서 수량이 안 맞는 일이야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그게 정말로 밥 먹듯이 벌어지니 진짜로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이를 통일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장병들의 무수한 반발 끝에 무산되었다. 다만 그때 반발하지 않은 국가가 있긴 있었는데, 그들은 영국군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맛없기로 소문난 영국 음식이거늘, 그렇지 않아도 그 종류가 짬밥이었다.
거듭된 민영화와 관리 소홀 끝에 진짜로 최악의 최악을 내달렸으니, 차라리 다른 나라 짬이라도 먹고 싶어서 환장할 지경이었던 탓이다. 이 상황을 모르고 있진 않았지만, 쉬쉬하려고 넘어가려다가 장병들의 항의로 이제야 좀 짬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새파란 신병부터 노령의 베테랑까지 마다하는 짬은 짬이고 영국 음식은 영국 음식인지라, 대대적인 조사와 개선을 통해 나아져야만 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어쨌든 지난 전쟁으로 인해 기존 보급 창고는 죄다 폭발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새로 지은 창고에도 이제 막 비축이 쌓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이때 전쟁이 벌어지면 절대로 전쟁 자체서 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병사들이 배 정도는 곪아야 할 터였다.
“그보다 미국이 이렇게 움직인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병사들도 막상 전장에 투입되면 저들 투입된 이유가 뭔지 추측 정도는 한다. 묵묵히 움직이는 인간이 더 드물었다.
“이유는 알기 힘들지만, 어떻게든 이 전쟁을 축소해 보려는 작정인 거 같은데.”
“축소라고요?”
병장이 요즘 유행하는 최신 휴대전화인 아이폰으로 지도 앱을 켜더니 중동을 가리켰다. 쿠르드족이 EU에게 약속받은 영토 중에서 적든 많든 미군이 배치되지 않은 곳은 이란과 시리아뿐이었다.
“아무래도 쿠르드족을 이란이나 시리아로 내몰 작정인 것 같아.”
아무리 그 전투 종족으로 이름난 쿠르드족이라도 갑자기 세계 최강국과 맞붙고 싶지는 않을 터였다. 게다가 항모전단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더욱.
“아무래도 단순히 시리아나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닌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시리아와 전쟁을 벌일까요?”
“안 될 거 없지. 다만 시리아로 가기 위해서는 서이라크의 국경. 그러니까 우리 코앞을 지나거나, 아니면 터키를 통해야 하는데 우리나 미군이 그걸 가만둘 리가 없지. 아니면 아예 시리아 내부로부터 봉기해야겠지만, 핵심 요원과 전투 인력은 이란에 결집한 마당에 그게 가능할 턱이 있나.”
“하긴 그렇군요.”
“그렇다면 남은 건 이란이지. 게다가 나라가 건국된 이후라면 나라별로 개별적으로 협상에 들어갈 수 있어. 기존 거론되던 영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토를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이란군이 만만찮은 상대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지.”
“이란군도 나름 강군입니다만.”
“나는 만약 미군과 이란군 중에서 싸운다는 선택지가 생기면 이란군과 싸우겠어.”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연설과 동시에 봉기한 쿠르드족은 서이라크에서 유출된 무기를 바탕으로 진군했다. 본디 서이라크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니 터키-이란으로 진군할 예정이었지만, 터키 국경에 미군이 주둔했다는 소릴 듣고 기겁해서 전부 이란으로 돌렸다.
그리고 급하게 자신들의 전쟁을 재정의하길, 쿠르드족 단일민족 국가에서 잠시 우회하여 일차적으로 마하바드 공화국의 재건을 목표로 삼았다.
추후 협력하여 기존에 약속받은 영토를 떼 오든 말든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란 쿠르드족이 주축이 되었으며,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반란이었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정말로 작정하고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이란 내부의 쿠르드족만 있는 게 아니었다.
터키는 물론. 자신들의 나라를 위해서 중동 전체에서 건너온 쿠르드족과 이란은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이란군이 제아무리 나름 강군이라지만, 중동 전체와는 싸울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EU는 은연중에 쿠르드족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있었다.
제 딴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이런 식으로라도 지켜보겠다는 생각인 모양이었는데, 이보다 멍청한 짓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전차무기나 개인화기면 모를까. 이것이 바로 한낱 반군 주제에 전차를 100대나 보유하게 된 이유였기 때문이다.
다시 서이라크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와서, 부시는 제법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일종의 프레임을 씌운 거지. 이란과 쿠르드족의 대결 구도로. 적어도 터키-이란-서이라크-유럽통합군-미군 연합군과 한 번에 싸우고 싶진 않을 터이니, 이란으로 몰아낸 거야.”
“그래도 소수민족의 봉기라는 것에서 달라지는 사실은 없지 않습니까?”
“적어도 이란 내에서 끝냈지. 전 세계 구도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합심해서 짓밟으면 다른 소수민족의 입맛이 얼마나 씁쓸하겠나. 특히 중국 같은 국가에 탄압받는 소수민족들 말이지.”
‘하긴 중국은 이제 더는 소수민족을 탄압할 힘이 없긴 하지.’라는 말을 덧붙였다. 티베트에서는 지금도 점점 불만이 축적되어 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불만은 이미 한계까지 축적되어 있었고, 이제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수준이 되기 일보 직전까지 축적되었다는 말이 맞았다.
“전황은 어떠한가?”
“그게…… 내부로부터의 봉기인지라, 이란군이 진압에 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실, 일전에 이란이 쿠르드족에게 떼 주기로 약속했던 땅은 이미 시작과 동시에 반군의 손에 들어간 지 오래입니다. 그도 그럴 게 이미 영향력을 실컷 투사 중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공군 전력이면 모를까. 다른 전력 면에서는 크게 꿀리지도 않으니 힘 싸움에서 밀 이유는 없어도 밀릴 이유는 없습니다.”
“당분간은 지켜보도록 하게. 이거면 충분해.”
백악관에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을 무렵, 미국의 지원을 받고 믿기 힘든 과성장을 보이곤 있지만, 아직은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쁜 수준에 지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예? 추가적인 활주로에 핵 방공호?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국경 참호야 이해는 갑니다만, 도대체 이건?”
“축하드립니다. 모하마드 대통령님. 저희 미군은 아프가니스탄군을 최대한 강화할 작정입니다. 귀국에는 너무나도 다행스럽게도 당분간 미국의 지원이 끊기는 일은 없겠죠.”
모하마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점점 건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는 바. 어떻게든 나라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정세를 안정시켜야 할 막중한 과제를 누구에게 물려줘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그야 진짜 운명은 온전히 국민투표에 맡겨야 하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인재를 살짝 순풍으로 밀어주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숨길 것도 없겠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 보여 주기용입니다. 방공호는 완전히 허세지만, 만약에 원하신다면 정식으로 본국이 타진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참호 및 거점은 실제일 것이며, 활주로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군기지입니다. 일종의 무력시위죠. 전쟁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주아프간 미군 사령관이랍시고 온 그는 도저히 모하마드가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구식 팔라딘 자주포 일부를 아프간군에게 공여하기로 의회에서 결정했습니다. 훈련 자체는 돌아가고 있고 면허 생산이라지만, 공장도 있으니 물량 채우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죠.”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모하마드는 머리가 아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군이 거의 일방적으로 쳐들어오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것이 침략이 아니라 주둔군이라는 사실이 정말로 다행이라고 여겼다.
“예?”
“혹시 장갑차도 추가로 안 되겠소?”
그래도 얻을 건 얻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