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12화(313/377)
< 312편 >
“개판이 따로 없군요.”
“개판이라.”
비서실장이 말했지만, 이에 부시도 동감했다.
“중동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중국은 분열하기 진짜 일보 직전이야. 아마도 1주일 이내로…….”
중동에서는 더 설명할 것도 없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란에서는 이를 내전으로 축소시켜 어떻게든 판을 줄여 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이란은 자신들이 이를 충분히 진압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중동에서 이란군만큼이나 견실한 군 조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들은 개전 수 시간 만에 많은 전차를 잃었다. 특히 일반 도로로 진격하다가 전차 17대가 이란 공군의 공대지 미사일에 산화하는 건, 쿠르드 독립군에게 치명타가 되었다.
중국 문제에 관련해서 부시가 선택한 것은 고전적인 이간계였다. 이미 배신할 생각으로 가득 차서 군대를 완전히 사병처럼 혹은 독립군처럼 굴리고 있는 놈들의 등짝을 걷어차 주는 걸 이간계로 불러 줘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구태여 분류하자면 이간계다.
중국은 잠정적으로 이미 분열되어 있었고, 그 균열 사이를 주석과 당이 잡아끌어 붙어 있게끔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제 그 주석과 당이 균열이 벌어지지 않게끔 유지하던 힘을 놓아 버렸으니, 이제 다시 균열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짜증 나는군. 도대체 왜 내가 수습해야 하는 거야.’
물론 일련의 사건들은 모조리 부시가 자처했다지만, 그것과 짜증은 별개의 일 아니겠는가?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러나 부시는 그깟 스트레스로 발걸음을 멈출 인간이 아니었다.
‘나 원 참. 선민사상도 아니고 이걸 수습할 인간이 정말로 나 정도밖에 없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군. 하긴 벌려 놓은 인간이 수습해야지, 다른 사람에게 떠미는 건 죄악이지.’
거기까지 생각한 부시는 슬슬 나머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비서실장.”
“예.”
“그 녀석들 슬슬 움직이라고 하게.”
***
펜타곤. 미군의 중추이자 미국 국방의 시작과 끝의 상징인 건물. 층수만 7층에 9.11 테러를 직격으로 맞고도 약간의 보수와 부분적인 공사를 끝내자 언제 다쳤냐는 듯 실로 멀쩡했다. 오늘도 그 안에서 온갖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지금부터 휴가야. 건들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장군님, 그렇지만…….”
“모든 전화를 씹어! 그게 그렇게 어려운 명령인가?”
장군은 양손에 브랜디와 브랜디 잔을 들고 전속부관을 쫓아냈다. 잔에 독한 브랜디를 따르고 나니 아주 속이 시원했다.
“저 친구도 힘들겠군요.”
업무 때문에 불려온 대령이 과거가 생각났는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책상에 올려진 중동 계획으로 눈을 돌렸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이건 과잉 화력 아닙니까?”
항모전단 하나도 아니고 셋이라. 누가 봐도 과잉 전력 아닌가? 이거면 중동 전체를 상대하고도 남을 거다. 대통령은 정말로 이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다른 정책보다는 더 많은 미사일과 확실한 전과를 기대하고 계시네. 대통령께서 우리를 대신해서 어떻게든 예산을 삭감하려는 의회의 머저리들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네, 그렇다면 우리는 대통령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가장 옳은 일이겠지.”
“그 미사일 하나마다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저도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공교육 개선이라든가 의료 보험 개선이라든가.”
답답한 마음에 싸구려 브랜디를 삼켰다. 브랜디 한 잔 정도는 근무시간에 줄곧 있는 일이었다. 물론 남이 보면 좋은 소리는 들을 수 없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남이 보지만 않으면 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 펜타곤에서 근무하면서 대령씩이나 달고 나서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나? 내 앞이니 망정이지 진급 길 꽉꽉 막히기 싫으면 어련히 입 다물고 있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 거 전부 일일이 신경 쓸 사람이면 저는 이미 여기 없겠죠. 어깨에 날개 달릴 일은 더더욱 없고요.”
“허, 참군인 나셨군. 알고 있겠지만, 한 건만 더 해내면 자네는 조만간 진급이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그러니까 이거 한 잔 마시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으라고.”
“예, 예. 어련하시겠습니다.”
장군은 브랜디를 들이키더니, 생각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니면 방위산업 쪽 기업으로 가고 싶나? 정 뭣하면 그쪽으로 보내 줄 수도 있지.”
“방금은 참군인이라고 하시더니, 이제는 기업입니까?”
“그게 뭐 어때서? 무기 개발은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훌륭한 일 아닌가?”
“M1에이브람스를 현재 장갑을 유지하면서 경량화 개량이 불가능하다는 말에 욕하시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만.”
“그건 그놈들이 머저리 같은 거지! 뭐가 그렇게 잘못된 요구인가? TUSK 키트 같은 무거운 걸 덕지덕지 달아 놨으니 장갑이라도 경량화해야 기동전이 가능할 거 아닌가? 장갑이 늘어나는 건 이해하지. 그런데 그건 기술적 문제지. 현장에서는 그 기술적 문제로 병사들이 죽어 나간단 말이야!”
“제너럴 모터스로 가면 그 분노를 제가 듣게 되겠군요.”
대령과 장군 사이에 서로 나름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가는 도중, 전속부관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장군님.”
“뭐?”
“전화 왔습니다.”
“지금 바쁜 게 보이지 않나?”
“그게…… 대통령님이십니다.”
미군의 가장 큰 스폰서이자, 국가 원수이자, 군통수권자를 기다리게 하다니! 상상만으로도 경기가 일어나며, 결코 현실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실로 끔찍한 일이었다.
“이런 씨!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건가!”
목소리를 내리깔면서 전속부관을 핍박했다.
-바쁜 모양이군. 장군.
“저, 그게…….”
-걱정하지 말게. 아무래도 은퇴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렇게 해 주지.
“하하, 농담이 심하십니다.”
-이게 장난으로 보이나 장군? 이게 마지막 경고야. 그리고 좀 설득력이 있으려면 손에 있는 그 브랜디나 내려놓고 말하라고.
장군은 저도 모르게 제 손을 쳐다보았다. 과연 반쯤 마신 브랜디가 어엿하게 왼손에 들려 있었다. 이 인간은 제 수족도 못 믿어서 장군 사무실마다 몰래카메라라도 달아 놓았단 말인가? 무슨 빅 브라더도 아니고!
“아니, 저. 그게 이건. 죄송합니다. 각하.”
-뭐야? 정말로 들고 있었나? 이런 빌어먹을! 근무시간에 브랜디를 마셔?
‘이런 시발! 떠보는 거였나?’
-이런 빌어먹을 자식!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불명예제대가 뭔지 보여 주지!
“예, 대통령님.”
-국방부 장관이 말하길 자네가 적임이라고 들었네. 내가 이 일을 해병대에 맡기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그가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들어 보겠는가? 장군?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맡겨 주시면 대통령님이 원하시는 결과를 도출해 보이겠습니다.”
-대답만큼은 만점이구먼. 솔직히 말하지. 나는 자네를 잘 몰라. 그러니까 앞으로 내게 보이는 모습이 자네 모습일세. 그리고 내가 자네에게 맡기려는 건 중국이야.
“중국요?”
-그래 장군! 중국이야! 극비리에 다뤄지고 있는 거지만, 머잖아 중국이 오체 분시 될 걸세. 그리고 그 역할은 우리 미군이 맡게 되었네! 그리고 자네는 그 선봉인 셈이고 축하하네, 장군!
“중국에 전쟁이라도 거는 겁니까?”
-아니, 군대를 직접 움직이지는 않을 거야. 다만 우리 군수 물품이나 장비가 일부 군구나 독립을 꿈꾸는 소수민족에 유출될 수도 있겠지. 예를 들면 대만이나 베트남처럼 말이야.
“대만은 해군의 영역 아닙니까?”
-육군이 대만에 주둔할 걸세.
그 말을 들은 장군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만? 대만이라니! 대만에 주둔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장군과 똑같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대령이 아니었다면, 장군은 자신이 술에 취해서 헛것이라도 듣고 있는 줄 알았을 터였다.
“대통령님? 진심입니까? 대만은 그걸 받아들였고요?”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우리가 접근하면 알아서 어련히 처신하겠지. 중국이 분열되어 가는 마당에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를 더 찾기 힘드니까. 그리고 대만은 선거 때문에라도 받아들이게 되어 있네.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 분야는 자네 분야가 아닐세. 자네가 해야 할 것은 그 망할 브랜디를 치우고, 주대만 미 주둔군 편제를 만드는 일이야. 본업에 충실하란 말일세.
대통령이 말하기 무섭게 전속부관이 다가오더니, 브랜디를 손에서 빼앗아 들고 갔다. 뒤늦게 장군이 전속부관을 째려보았지만, 전속부관은 딴청을 피울 뿐이었다.
“이미 치웠습니다.”
-좋아. 조금씩 나아지는군. 이제 취기만 가시면 되겠어.
그 말을 들은 장군은 멋쩍다는 듯이 얼굴을 몇 번 쓸어내렸다. 그러나 취기는 한참 전에 날아간 지 오래였다. 중국이라니, 대만이라니. 세상에 이 일만 잘해 내면 어깨에 별이 하나 더 달릴지도 몰랐다.
“대만 말고 또 있습니까?”
-아니, 주둔군은 대만 정도가 끝이야. 앞으로 군구에서 군벌이 될 인간들이 원한다면 주둔해도 상관없겠지만, 그들이 주둔군을 원할 것 같지 않더군. 그리고 우리의 행동 방침은 하나일세. 핵무기를 막는 거야.
“핵무기? 저 인간들이 핵으로 서로 전쟁이라도 하겠답니까?”
-아무리 그래도 서로 대놓고 핵을 쏘진 않겠지만, 아마도 핵이 유출될 걸세. 쏘지 못한다면 팔면 그만이니까.
“아마도 이란이 눈독들이겠군요.”
-잘 알고 있군.
“그리고 한국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렇지.
이란과 한국은 전통적으로 핵에 집착하는 정부를 배출하고 있었다. 특히 이란의 경우에는 대놓고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나라로 유명했고, 한국의 경우에는 당장 사방이 잠정적인 적이다 보니까, 핵이라도 들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기 짝이 없어서 문제였다.
미국의 핵우산 안에 들어와 있긴 하지만, 이게 말이 좋아서 우산이지 핵으로 선빵 맞으면 같이 핵 보복해 준다고 해서 핵우산 아닌가? 차라리 핵우산이 정교한 핵미사일 격추 시스템이었으면 이 정도로 집착할 일도 없었다.
어쨌든 이란과 한국 말고도 여기에 집착할 나라는 수두룩했다. 핵이란 말 그대로 마력을 가진 무기였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군요.”
-우리 세대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거든 알아서 잘 처신하게.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그걸로 끝이었다. 단지 수화기를 다시 전화기에 내리기 전에 수화기로부터 작은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브랜디라니! 빌어먹을! 내가 마시는 건 단백질 셰이크인데. 브랜디라니! 브랜……!
딸깍.
그 말을 들은 장군은 문뜩 현 대통령이 대통령 직함을 달기 전까지는 상당한 애주가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대통령님께서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군. 대령 회의가 필요하네. 대통령님께서는 나를 이번 대만 주둔군 편제 책임자로 임명하셨어. 예산을 위해서라도 실망시켜 드릴 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