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13화(314/377)
< 313편 >
중국의 분열에 주목하고 있는 건 비단 미국만이 아니었다. 중국과 조금만이라도 관련된 나라 모두가 그러했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중국과 관련되지 않은 나라는 단 하나도 없었다. 다시 말해 중국은 현재 중동처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주목도는 중동 이상이었으며, 그 파급력 또한 중동 이상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주권을 가진 나라 중에 가장 큰 파급력을 받은 나라가 어디인가 하면, 바로 한국이었다.
“각하, 알고 계시겠지만, 중국이 불안정합니다.”
“알고 있네. 군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대한민국 대통령 현원섭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비서실장으로부터 돌아올 대답이 대충 예상되었던 탓이다.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왜?”
“대통령님께서 주장하시는 ‘공산당 협조론’ 말입니다. 아무래도 군에서는 협조고 나발이고 그냥 위로 진격하고 싶어 하는 모양입니다만.”
공산당 협조론은 기본적으로 현 미국의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에 발맞춘 정책이었다. 내부를 까 보면 이것저것 잡탕이지만, 기본적인 틀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는 정세 안정에 있다.
“허, 무슨 조선 시대인 줄 아나. 우리 내부에 북벌론이라도 돌고 있는 건가?”
통일되기 전까지만 해도 맨날 ‘통일! 통일! 하나 되면 문화 강국! 세계 최강!’ 노래 부르던 대한민국이었으나, 문제는 그 하나 된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도 아니었고 문화 강국도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대로 몇십 년 지나면 정말로 문화 강국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어떤 나라에서 아주 잠깐만이라도 유행 탔다 하면, 뉴스에서 입 아프도록 떠들어 대는 한류 열풍이 그 증거였다.
인구수가 늘어난 것은 좋은데, GDP는 갑자기 떨어졌고 어떻게든 북쪽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는 미국이 큰 도움을 줬다. 그야말로 한국에 있어서 미국은 성격 좋은 키다리 아저씨였다.
물론 속내마저 착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그들의 도움으로 급한 불을 끈 것도 사실이었다.
“그건 아니지만, 지금껏 꿈의 땅이 북한이었다면, 통일된 지금은 꿈의 땅이 만주로 바뀐 거죠.”
현 대통령인 현원섭은 군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없었다. 좋은 감정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정작 본인부터가 일개 사병으로서 복무했던 인간인지라 군대가 대충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다.
군대의 시작과 끝은 ‘가라’와 ‘야마’다. 동시에 보수적 인간들의 최후의 성체이자 요새이다. 급진적인 인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가리는 죄다 보수적이었다. 나이를 먹고 나서도 급진적으로 굴 수 있다면 그게 더 대단한 거겠지만, 여하간 앞뒤가 꽉꽉 막혀 있었고 먹은 나이만큼이나 뒤로 해먹은 자릿수가 대단했다.
그 자릿수만큼이나 형성되어 있는 정치 인맥도 상당했고 말이다.
“우리의 군대는 항상 비판과 쓴소리를 들으면서도 똑같군. 그깟 방탄복 신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에 4,000억이라고? 이걸 나더러 믿으라는 건가? 고작 20만 벌에?”
“방산 비리는 만국 전통이죠.”
“우리나라는 그게 더 심하고! 조만간 책임자 몇 놈 입힌 다음에 사격장에 매달아서 직접 성능 테스트를 시킬 테다.”
“오…… 이런. 우리나라 방탄복은 형편없어서 방탄판이 뚫릴 텐데요. 유능한 인재가 이렇게 가다니,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여하간 나중에 청문회라도 열든지 해야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습니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면 뭐가 중요한 건가?”
“공산당 협조 정책 자체가 국민 정서에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현실요?”
“그럼 뭐 어쩌라고?”
이것이 꾸밈없는 현원섭의 심정이자, 국민에게 말하고 싶은 바였다. 물론 진짜로 이렇게 말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돌려서라도 말해야 할 터였다. 아니면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옳기든가.
방법이야 많다. 정치에 신경 쓰는 사람이 진정으로 몇이나 되겠는가? 단지 국민은 끓어오르는 분위기에 휩쓸릴 뿐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좀 씹는 맛이 있는 희생양만 몇 마리 던져 주면 대부분의 일은 무마할 수 있는 게 정치다.
그리고 희생양이라는 게 꼭 정치판에 있는 사람을 던져 줘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가장 좋은 희생양은 연예인이었다. 방송사들이 열심히 부정부패에 대해서 떠들어 대도 어떤 연예인이 누구랑 모텔에 들어갔네, 성적으로 접대했네. 따위의 구설에 휘말리고 입방아에 오르기만 하면 그걸로 끝이다. 인간이라는 족속의 십중팔구는 고리타분한 정치 이야기보다 이러한 이야기를 백만 배는 더 좋아했다.
하긴 방송사에서 부정부패에 대해서 떠들 사람이 존재하는지나 모르겠다. 몇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 국내 공중파 방송사는 하나도 빠짐없이 정경 유착이 심화하여 이미 정부의 수족이 된 지 오래였다.
국장 중에서 뒷돈 받아먹어 보지 않은 이는 한 명도 없으며, 단순 경력을 넘어서 아예 인생에 지장이 올 정도로 치명적인 약점과 오점이 즐비했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바는 이것이 아니었다.
“내가 아니라 동서고금 전 세계 누구를 데리고 오더라도 비슷비슷했을 텐데, 뭐.”
그렇다고 이제 막 팽창하기 시작한 군대 박박 긁어모아서 북쪽으로 진격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던가? 이것이 참으로 웃기는 게, 인력이 많아진 것 같으면서도 군대에 보낼 인력은 거의 없었다.
북한군이었던 이들을 입대시킬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만약 입대시킨다고 하더라도 차별을 둘 수가 없으니, 그 수가 너무 많아서 예산이 크게 초과할 판이었다.
그렇다고 중국하고 적대할 수도 없었다. 중국이 망하든 말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나 않으면 그게 다행이었고, 아마도 십중팔구는 터질 터였다.
이것이 군대는 강군이지만, 땅이 빌어먹을 정도로 좁은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었다.
땅이 좁다는 것은, 그만큼 화력이 분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했고, 동시에 고작 ICBM 한 방이면 국군은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핵까지 쓰일 전쟁이 시작된다고 치면, ICBM이 한 발만 날아오겠는가? 넉넉잡아도 수십 발이 날아올 터였다.
“저기, 대통령 각하. ……각하?”
‘하지만 핵을 그렇게 쓸 수는 없지. 미국이 있으니까. 그런 사실을 전부 고려해 봤을 때 만약 중국이 먼저 건드리면 어떻게 조선족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진군해 볼 수도……. 아니, 나까지 이러면 어쩌자는 건가.’
“대통령 각하!”
현원섭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이런 젠장! 놀랐잖나.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서 주치의한테 심장이 좋지 않다는 소견을 받은 참이란 말일세. 아니, 그보다 뭔데 그렇게 난리인가?”
“주한 미국 대사 쪽으로 들어온 외교 공문입니다.”
그 말들을 들은 현원섭은 저것에 썩 좋지 않은 내용이 적혀 있으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싫어도 읽어야지. 현원섭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리고 과연 이 자리까지 그를 올려 준 직감은 불행히도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눈에 튀어나올 만한 정보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의미의 놀람이냐고 하면, 결코 아니었다.
“뭐? 대만? 대만에 미군이 주둔한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과연 이게 어제부터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두루뭉술하게 항의하고 있던 이유였나?”
“있는 그대로군요. 미 육군이라. 미사일에 대공 방어 체계 판매까지 확정이라 이번에 그 양반이 통 크게 나왔군요. 아무래도 이번에 또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구태여 이것이 아니더라도 중국 내전은 확정이었어. 도대체 이 양반은 뭘 하려는 거야? 중미 전쟁이라도 한판 질펀하게 벌일 생각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미 대통령은 언제나 중국을 싫어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만.”
“이런 빌어먹을. 이게 우리한테 왔다는 건 전 세계에 미국의 우호국이라는 놈들은 죄다 알고 있다는 의미겠구먼.”
“그렇겠죠. 아마 조만간 신문에도 나겠군요. 이렇게 큰 움직임을 언론에서 포착하지 않을 수가 없죠. 특히 미국 대통령이 철퇴를 휘두른 덕분에 특종의 범주가 심각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특종 하나만 건져도 안달이 나다 못해 그냥 안절부절못하는 수준인데, 이 정도 건수면 환장할 겁니다.”
“솔직히 전혀 부럽지 않군. 언론을 적대하다니, 배짱이 좋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 희대의 광인인 건지. 뭐, 지금까지의 실적을 보면 고도로 계산된 행동인 것 같지만.”
현원섭 대통령이 멋대로 추측했고 실제로 현재 부시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인간들은 대부분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있었다. 언제나 부시가 과격하게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는 ‘답답하니까!’다.
“좋아. 아주 좋아.”
좋기는 개뿔이 도대체 뭐가 좋다는 말인가? 모조리 다 개판 난 마당에. 그래도 이렇게라도 거짓된 자신감이라도 북돋워 주지 않으면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진짜로 거대한 전쟁이라도 벌일 작정인 거다. 이 미치광이는.
영화나 소설 혹은 게임에서 나오는 전쟁이란 흥미로운 사건이나 이벤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다르다. 승자와 패자 전부 나름의 상처를 입으며, 승자는 그 상처를 패자의 피를 제물 삼아 치유하려는 인류가 만들어 낸 최악의 광기 축제였다.
“이거 군이 원했던 대로 정말로 전쟁하게 될지도 모르겠군. 그게 어떠한 형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편을 갈라야 할 거야. 그리고 우린 이미 편을 정했지. 현재 정통 정부인 중국 공산당으로.”
그리고 이 챔피언은 한국이 정한 챔피언이 아니었다. 이 챔피언은 미국이 정한 챔피언이었고, 한국은 그 챔피언에 일종의 배당을 걸었다. 불리한 역배는 결코 아니었다. 도리어 안정적인 정배에 가까웠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일단은 분열되면 가장 강성한 세력이었고, 이들을 뒷받침해 주는 세력은 세계 최강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한민국이 중국과 일종의 인맥 지도를 그려 보았을 경우, 가장 많은 인맥과 공작이 투입된 것은 단언컨대 현 중국 공산당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저 전쟁의 화마가 우리 집에만큼은 붙지 않게끔 기도하는 것. 혹은 직접 물이 잔뜩 든 양동이를 들고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지.”
그리고 후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불가능했다. 명분이 없었던 탓이다. 그야 명분이라는 게 만들면 생기는 것이라지만, 만주는 지금 대한민국이 손을 잡은 공산당의 이권 지대였다.
‘구태여 돌려받자면, 그렇군. 백두산인가.’
일제가 팔았고, 북한이 포기했으며. 대한민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한민족의 영산이자 정신적 지주.
“여하간 중요한 건 그 양반의 대답이겠지. 아마 이 정도씩이나 개입하고 있으니, 중국 내부는 반쯤 미국이 침투해서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구먼. 뭘 대가로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만에 주둔군을 둔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었다. 중국 정부가 고작 항의 정도로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질 않았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대충 합의가 끝난 이후라는 거 아니겠는가?
“전쟁은 언제냐고 원색적으로 물어보게.”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가장 중요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답은 어떠했는가?
“전쟁은 없을 거라고 전해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