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15화(316/377)
< 315편 >
“분열이라. 자랑스러운 중국이 분열이라! 심지어 그 분열의 시작과 끝을 동일 인물이 주도하고 있으니, 참으로 빌어먹을 일이군!”
시대의 흐름과 강요되는 고통과 압박. 그리고 원하지도 않는 오명을 연달아 뒤집어쓰게 된 덕택에 한껏 괴팍하게 변해 버린 리커창은 그의 집무실에서 연거푸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그렇게 앉고 싶었던 주석 자리이건만, 막상 자리에 앉으니 뜻대로 돌아가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원하던 건 세상이라는 급류에 자신만의 색으로 덧칠하여 리커창만의 물길을 만드는 일이었지만, 야속하게도 시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마치 말에 묶인 죄인처럼 매사에 끌려다녔다.
원래도 그러했지만, 이젠 정도가 완전히 심하였다.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것은 리커창이 아니라, 제대로 명령이 수행되고 있는지 매번 의심이 가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부하들이었고, 이를 조장한 것은 증오해 마지않는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미국을 내칠 수는 없었다. 미국과의 밀약을 통한 합작은 차후 단순히 정권을 유지할 수단이 아니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란 말이다.
어쨌든 욕지거리를 몇 번 내뱉고 나면 진정하곤 했다. 문제는 그걸 지켜보고 있는 관료들이 고통스럽다는 것이었다. 숙청 따위를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리커창의 성격상 파면을 당하면 당했지, 눈 가리고 아웅인 이른바 ‘신비전 숙청’을 당하진 않으리라.
리커창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그들이 필승이라면서 잡은 튼튼한 동아줄이 이러한 순간만큼은 곰팡이 핀 새끼줄로 보였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맞습니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중국은 최소 반백 년은 완전해질 겁니다.”
그들이 말하는 완전은 체제의 완벽을 의미했다. 그러나 리커창은 그들의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체제의 무결성도 결국 하나의 폐쇄된 세계를 구성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 꼬락서니가 나기 전에 시동을 걸던, 보안 시스템의 탈을 쓴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금순공정(金盾工程)이니, 그 안에 내포된 현대판 만리장성인 방화장성이니, 4천 년 역사를 지니고 꾸준히 이어 온 중국 고유의 우민화 정책이니 하는 것들이 바로 그 폐쇄된 세계를 구현할 정치적 도구였다.
그 이름 고대에는 중화였으며, 현대에는 중국이라고 불린다. 문제는 지금의 공산당에는 그 폐쇄된 세계를 만들 여력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라.’
물론 긍정적인 면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세상이 멸망해도 긍정적인 면 잘 찾아보면 한둘 정도는 있을 텐데 고작 나라가 무너지는 판에 긍정적인 면이 하나 없겠는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인력시장이자, 물류 시장인 중국에서 명목상으로나마 내전이 벌어졌다. 다른 나라들이라고 멀쩡할 리가 없겠지.’
그렇다. 멀쩡할 리가 없다. 주가가 출렁이고 물건을 제때 받지 못한 기업들의 아우성이 자국의 정부를 괴롭혔다. 다만 중국 땅에서 물류 항구 자체가 반쯤 뇌사 상태에 빠졌을지언정 군벌의 관리 아래에 완전히 폐업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건 미국도 사정이 비슷비슷했다. 미국이나 중국이나 경제적으로 이래저래 서로 묶여 있었던 탓이었다. 이러한 점이 리커창이 생각하는 긍정적인 면이었다.
‘질질 끌다가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먼. 내가 바라던 대로 돌아가면 좋겠는데.’
리커창이 바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산당’이 이끌어 가는 중국이었다.
참으로 웃긴 일이었다. 그가 스스로 기억하는 자신은 중국을 어떻게든 바꾸고자 뜻을 가진 열정적인 사내였는데, 어느 순간 눈치채 보면 공산당의 제일 기득권이자 이인자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이인자조차도 아니고 아예 제일가는 일인자였다.
비록 권력은 약해졌지만, 어쨌든 리커창보다 높은 권위를 가진 인간이 없으니 일인자다. 그의 행보를 방해할 원로들이라는 인간들은 대부분 분열이 나기 직전에 전부 제각기 어디론가 사라졌다.
찾으려고 하면 못 찾을 건 아니겠지만, 구태여 찾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정치 인생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에까지를 리커창 본인이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할 만큼 했다는 거다.
“나는 할 만큼 했다네. 아마도 우리의 꼬락서니를 보면서 간이나 보고 있던 이들도 정말로 무너지려고 하니까 다 비슷비슷하게 최선을 다해서 진이 빠지도록 노력했겠지. 그러니까 ‘할 만큼 했다.’라는 생각만큼은 아마 이 사태에 관련된 인간이라면 어떻게든 한 번쯤은 해 봤을걸.”
이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흉인 부시 또한 피차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고소하긴 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만약 공산당이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중국 자체가 사라지진 않는다는 점이 리커창의 유일한 위안거리가 되었다.
지금 일어난 분열이 미묘하고 두루뭉술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 분열이 알게 모르게 외압에 의해서 벌어진 분열인 탓이었다. 그야 분열에 결정타를 날린 건 다름 아닌 중국 인민이었지만, 결국 그 분열을 조율하는 것은 이제는 군벌이 되어버린 군구의 책임자들과 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인 탓이었다.
군구를 책임지는 이들에게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누구겠는가? 당연히 공산당 아니겠는가? 그야 군부의 인사인 데다가, 그 자리까지 승진한 만큼 좋든 싫든 중국을 집어삼키겠다는 야심 정도는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전쟁이다! 전쟁을 벌여서 중국을 반드시 내 손안에 집어넣고 삼대가 지나도록 독재 지배해야겠다!’라고 급진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그럼 그들이 독립, 그 비슷한 것을 주장하면서 중앙으로부터 떨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그 고위층께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프래깅. 다시 말해 상관 살해당했던 탓이었다. 그리하여 작금의 군벌은 그 야심만만한 젊은 장교 층에 의해서 이끌어지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사정이 나빠지면서 인맥이 옅을 수밖에 없는 젊은 위관들은 철저히 무시당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쥐꼬리만 한 월급은 절반 이하로 삭감 당했고, 보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던 판에 동기들이랍시고 있던 것은 정치질과 군축의 이름 아래에 제대로 준비할 사이도 없이 한순간에 길거리를 전전하는 거렁뱅이 신세로 전락했다.
이는 사병들의 사정도 비슷비슷했다.
위관급에서 이렇게 개판이 났다는 건, 사병에 이르러서는 인간 취급 이하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월급은 이미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질 정도가 되었고, 예산 문제로 딤섬은커녕 흔하디흔한 만터우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되었을 지경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이미 반란은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다. 반란이 일어나지 않으려야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애국심으로 버티는 것도 어느 정도 것이지, 본인이야 어떻게 이 곰팡이 핀 거무죽죽하고 질척한 정체 모를 채소로 끼니 때우고 참으면 그만이라지만, 주린 배를 안고 버티고 있는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눈이 까뒤집히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길.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우리와 가족들이 배를 곯는 동안에도 그 인간들은 배불리 먹으면서도 우리에게 나눠 주지 않았다!”
민간은 바뀐 게 거의 없었다. 단지 기득권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었다. 군구마다 식량이 총체적으로 부족했으니,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가져와야 했다. 이는 그 군벌이 독점하고 있는 비대한 양의 식량도 마찬가지였다.
보통은 무역을 통해서 이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힘들었다. 인도의 견제와 미국의 무역 전쟁 때문이었다. 전자는 티베트를 확실히 받아 가기 위해서 인도가 중국에 접촉하는 모든 국가를 위협하고 있었던 탓이었고, 후자는 전쟁이라고 하기 뭣한 것이 단순히 미국이 현 공산당만을 지지하고 다른 군벌과의 무역을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굶어 죽게 생기는 바람에 단순히 잘 먹고, 잘살고 싶다는 이념만을 가지고 일으킨 반란이다. 제대로 된 미래 구상이나 대비책 따위는 없었다. 일어난 시기가 아주 약간씩 달랐을 뿐 충동적으로 저지른 것이었다.
“우리는 더는 고통받지 않겠다! 이제 우리가 중국의 주인이 될 것이다!”
인민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지만, 인민 같은 건 예나 지금이나 그들에겐 세수였고, 징집 가능한 숫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젠 그들과 그들의 가족만은 더는 굶지 않았다는 점이다.
***
부시는 작은 지구본에 새겨진 중국 땅을 흘겨봤다. 그 은제 지구본은 최근 들어서 몇 번이고 바뀌고 있었다.
“예부터 중국은 군웅이 이끄는 나라였지. 천하 강산의 경계는 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갈라지고 합쳐지기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셀 수조차 없는 민초와 수많은 영웅이 한 명의 군주를 배출하기 위해서 수도 없이 죽어 나갔어.”
그리고 오늘날에도 비슷했다.
“하지만 저건 질이 떨어지는군. 차마 군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류는 아니야.”
단지 그 정도가 달랐을 뿐. 굶주림에 지쳐 본능대로 일어난 그들은 도저히 군웅이라고 부를 만한 부류가 아니었다. 당장 손에 있는 것이 총칼인지라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었다곤 하나, 그렇다면 적어도 인민에게 제대로 지지를 받아 내야 했다.
그러나 군벌의 위가 바뀌었을 뿐 그들의 생활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결사 항전할 텐데요.”
비서실장 또한 이 사태에 대해서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도박판에 불확실한 요소가 끼어들고 말았다. 걱정하지 않으려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모르긴 모르되 지금 지위만 보장되면 얼마든지 투항하려고 하겠지.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문제가 있다면 공산당이 그걸 인정할 리가 없다는 거지.”
“반군의 지위를 공인해 줄 작자가 어디 있답니까. 죽어도 같이 죽겠죠.”
“리커창은 당장 중국을 회복시킬 수만 있다면, 자기 권력도 남에게 가져다 바칠 수 있는 인사라네. 물론 그것도 내가 원래 알고 있는 인간상이라면 그러했겠지만, 지금은 또 아닌 모양이더군.”
실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고 말았다. 부시 개인적으로 고평가하고 있던 인물이었던 만큼 상당히 씁쓸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세상은 부시가 만든 세상이었으니 그 씁쓸함이 배가 되었다.
“그건 그렇고 이건 의외인데. 시각은 다르지만, 군구가 전부 똑같은 방식으로 독립할 줄은. 아무래도 다른 힘이 개입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야. 중국은 넓고 개입할 여지는 차고 넘쳐. 문제는 누가 개입을 하고 있느냐인데.’
애당초 일을 급하게 추진해서 그런지 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부시는 웬만하면 다소 건들고 싶지 않았던 조직을 움직이기로 했다.
“CIA를 굴려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