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2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22화(323/377)
< 322편 >
한국은 통일 이후 전무후무한 민족주의 열풍에 빠져 있었다. 이 똘똘 뭉친 민족주의는 한민족 역사상 광복을 제하고 모든 경우가 비교를 불허했다. 사실 광복이라는 이름이 가진 권위조차 넘어 보려고 간을 보고 있었다.
한국에 있어서 광복이란, 실상 당시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이 구 일본제국의 대가리를 터뜨리며 동시에 그 영역을 모조리 뱉어 내게 배를 짓밟자 튀어나온 부산물에 가까웠다. 그 증거가 미군정기였고, 덕분에 튀어나온 것이 미국과 소련에 의한 이념의 분단이었고, 동족상잔의 6.25 전쟁이었다.
여하간 이 통일에도 여러모로 미국의 개입이 있었다지만, 손조차 제대로 써보지 못한 독립과는 달리 주체가 확실히 대한민국 정부와 군의 노력이었다. 세계에서는 미국. 그중에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이 크다곤 하지만, 알게 뭐란 말인가. 결국에 꾸준히 돈 써 가며 실질적으로 움직인 것은 미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이에 대해서 정부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부정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부정하게 되면 정권 자체가 큰 타격을 입게 생겼단 말이다.
어찌 되었든 좋게 말하면 통일로 인해서 반백 년 동안 입은 상처가 치유되어 자부심이 충만해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때늦은 민족주의의 광기가 한국을 휩쓸고 있었다. 중간에 기세가 꺾일 만한 일이라도 있었으면 모를까. 그럴 만한 일조차 없었다.
이게 참으로 곤란하게도 4강 신화를 잊지 못했는지, 아니면 통일 이후 영입해 온 북한의 축구단이 쓸 만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치러진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아득바득 어떻게 4강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현원섭 대통령은 웃으면서 울상을 지어야만 했다.
보통 이렇게까지 열기를 쏟아 내고 나면 열기가 빠져나갈 텐데, 민족주의라는 것은 어째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는 무한동력이라 되는 건지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인터넷만 봐도 일본에 보복하고 넋을 기려야 할 때가 왔다느니, 중국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중국의 분열 상태를 유지하고 베이징을 지배해야 한다는 둥 참으로 보기만 해도 재정적으로 끔찍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가 기어코 현실로 기어 나오게 생겼다. 중국 내전에 개입해야 한다는 말 말이다.
상황을 지켜보며 적절히 대응하려고 했던 현원섭 대통령은 탄식을 내뱉었으며, 특히 한탄하며 내뱉은 ‘역동적으로 대응하려다가 역동적으로 처맞게 생겼다.’라는 말은 후일 그의 자서전에 기록될 정도로 인상 깊은 발언이었다.
그래서 그 대한민국이 정녕 중국 내전에 개입하는 것이 손해냐?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영토야 넓어지면 좋은 것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행정력은 필사적으로 북한이었던 지역을 흡수하는 데에만 해도 비명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야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땅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한국보다는 중국에 친화적인 조선족이다. 사고 쳐 놓고 불리해지면 박쥐처럼 매번 국적을 바꿔 가는 그 조선족 말이다. 한민족이고 나발이고 일단 흡수했을 때 국가에 문제가 없어야 흡수를 하지 않겠는가?
북한이야 상황이 여의치 아니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어떻게든 미국 자본이라는 소화제의 도움을 받아 뱀처럼 서서히 소화시키고 있다지만, 여기에 음식을. 그것도 질 나쁜 불량식품을 더 집어넣으면 당연히 배가 터지지 않겠는가.
게다가 해외 파병은 솔직히 한국에 있어서 그다지 새로운 경험이 아니었다. 이미 월남전에 미국의 요청으로 인해서 파병한 경험이 있었다. 단지 그것이 이번에는 미국의 요청이 아니라, 과거 적성국이자 수교한 이후로도 껄끄러운 제2의 강대국 중국의 요청이었다.
다만 이제 저것을 강대국이라고 불러 줘야 할지가 의문이긴 했다. 분열되었고, 서로 죽이고 있었다. 다시 뭉치면 강대국이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지역 강국들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 분열이 지속할 수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아니오.’였다.
다른 국가도 아니고 미국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방국들과 동맹국들은 미국이 움직이는 이유를 대충 알고 있었고, 그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침묵하거나 은연중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게다가 공산당이 제대로 된 정통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딱히 약한 것도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중국이 망하기를 기도하는 것은 실로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단지 그것이 중국이 다시 통일되자마자 강대국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받아 올 수 있다면, 조선족들이 거주하는 자치구는 몰라도 백두산의 절반만큼은 받아 오는 게 좋긴 했다. 그렇지 않아도 무력으로라도 점령을 해야 한다며 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현원섭 대통령의 기분을 한마디로 정리하길.
“그깟 영토 한 뼘을 위해서 나라의 젊은이들을 팔아치우려 들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러나 그렇게 한숨을 쉬어도 결국 파병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는 국민의 나라였고, 그 국민은 파병을 바라고 있었다. 국회에서도 중국에 파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보다는 얼마나 되는 장병을 파병해야 하고, 또 언제 보내야 적절한지 논의하고 있던 무렵이었던 탓이다.
한국 정부가 9사단 파병을 결심할 무렵, 브라질에서도 내전에 준하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었다. 내전이라고 하기에는 브라질군이 상대해야 하는 이들이 반군이 아니었고,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국 움직이는 건 군이고, 불타는 건 도시인 데다 화력조차 반군 수준인지라 시민의 입장으로는 이미 내전이나 다름없었다.
이쪽의 전문가로는 전용 대테러부대인 BOPE가 있었지만, 그 규모가 BOPE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넘어서 버렸다.
그래서 그 움직이고 있는 것이 누군가 하면, 이 브라질의 갱이었다. 웬만한 국가라면 전부 존재하는 동네마다 빼곡히 박혀 있는 그 질 나쁜 강도 무리 말이다.
시작은 브라질의 현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의 암살 미수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정권이 만든 정책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빈민구제와 토지개혁. 그리고 경제 살리기에 관련되어 있었는데, 이를 한데 묶어 포미제루(Fome Zero/Zero Hunger) 정책이라고 불렀다.
심각하게 부패한 행정력으로는 이 포미제루가 제대로 돌아갈 턱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효과가 없는 탁상공론은 아닌지라 제법 그럭저럭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문제는 미국에서 그 종이 마약 사건이 터지고 난 이후부터 벌어졌다.
종이 마약은 정작 현지에서는 중기관총에 유탄까지 운용하는 카르텔들을 상대로 어떻게든 정보를 입수해 올려 보냈지만, 때는 늦어 이미 미국으로 마약이 들어온 이후였다. 마약단속국은 이 책임을 브라질의 현지 요원에게 돌렸고, 브라질 현지 요원들은 이를 부패한 경찰 탓으로 돌렸다.
그들의 활동이 발각된 것은 브라질의 경찰 때문이라는 변명이었는데, 문제는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나서부터였다. 미국은 브라질을 쪼아 댔고, 브라질에서는 미국이 뭐라고 지껄이든 일관적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문제는 정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점점 미국의 압력에 브라질 내부의 갱들을 대대적으로 소탕하리라는 소문이 돌았다. 물론 이 소문 자체는 상관없었다. 물론 차후에 차차 어느 정도 솎아 낼 생각을 하고 있었긴 했지만,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펼칠 이유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브라질 대통령은 연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고, 머저리 갱스터 한 명이 쏘아 올린 7.62mm 총탄은 그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연설대가 있던 자리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청중은 혼란에 빠졌으며, 총을 쏜 머저리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되었다.
여기까지도 문제가 없었다. 총탄을 맞았다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 따위는 없었으며, 수술은 실력을 검증받은 외과의에 의해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집도 되었다.
문제는 총탄이 영 좋지 않은 곳을 지나가는 바람에 하반신이 불구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보통의 인간은 다리가 불구가 되는 순간 허망함과 두려움보다는 일단 분노를 느끼는 법이었다. 본인 책임의 사고라고 할지라도 갈 곳 없는 분노를 느끼는 법인데, 하물며 그 원인이 명확하다면 분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씩이나 되는 인간의 분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브라질 내에 없었다.
“그 쓰레기 놈들을 모조리 사살해! 전부!”
그리하여 브라질에 갱 소탕의 시대가 열렸다. 군대가 동원되어 무차별로 갱을 소탕하기 시작했으며, 도시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그래서 갱들이 소탕되었느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중기관총에 고속 유탄 발사기를 단 사제 장갑차 따위는 기본이었다. 밀수한 지대공미사일이나 RPG-7에 전투 헬기가 격추되었고, 아예 사제 로켓포를 장착한 개인 헬기가 동원되기도 했다. 이미 이쯤 되면 그냥 갱이라고 부르기 힘든 훌륭한 게릴라 반군이었다.
다행이라면 이렇다 할 제대로 된 구심점이 없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도시 자체에 아무런 이유 없이 로켓을 날리는 일 따위는 없었다. 달리 바꿔 말하면, 이유가 있으면 얼마든지 발사했다.
주로 비협조적인 경찰서나 정부 건물 따위가 그들의 주목적이 되었다. 사실 도시나 마을 따위를 불태우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그들이 중화기를 여럿 가지고 있다곤 하지만, 보급이 그렇게 원활한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여차하면 그들을 숨겨 주고 세수까지 거둘 수 있는 협조자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폭격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갱과 군의 싸움에서 민간인의 피해가 없었냐고 물으면, 당연하게도 없을 리가 없었다. 남부에서 북부로 가면 갈수록 그 피해가 도드라졌는데, 갱이나 카르텔의 분포도에 따른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피해가 큰 곳은 리우데자네이루였다. 그렇지 않아도 본래 범죄의 도시로 악명을 떨치던 도시였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과서로 산수를 배우는 대신 소매치기로 생계를 이어 가며 부패 경찰과 갱에 상납할 금액을 빼고 더하며 산수를 익혔고, 심심하면 자동소총을 들고 설치는 갱이 보이던 곳이었다.
물론 그렇게까지 각박하고 위험하면 관광객이 이 도시를 여행 올 턱이 있나. 그래도 적어도 아무런 이유 없이 갱들이 무차별하게 서로 쏘지는 않되 견제는 하는 그런 도시였다.
그런 도시가 한순간에 타협 없는 전쟁터로 변했으니, 그 안에 내재 되어 있는 화력이 얼마나 큰지는 능히 짐작이 가리라. 차라리 이따금 세계인들에게 선보여야 하는 국가적 행사 때문에 생겨난 한철 소탕이라면 연례행사라고 생각하고 몸을 숨기거나 해외로 도피했을 것이다.
작정한 공권력에 대항하는 건 멍청한 짓이기 때문이다. 갱들에게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하반신 불구라는 소식에 눈이 뒤집힌 브라질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피를 피로 씻는 피의 보복이었다. 마약 검거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미국을 끌어들였다. 국내는 자신들이 어떻게 해 볼 터이니, 해외로 도주하는 이들을 체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해외로 도망쳐도 죽을 것이고, 국내에서 숨을 죽이고 있어도 다신 장사하긴 글렀으니 꿈틀이라도 해 봐야 할 것 아닌가.
브라질의 협조 부탁 소식은 백악관에서 중국만을 지켜보고 있던 부시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