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2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26화(327/377)
< 326편 >
***
“그래서 이게 우리 대통령님의 직할 명령이다.”
CIA가 활약할 시간이었다. 정보 조직 특성상 활약보다는 암약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아프리카에서 이 정도로 대규모로 움직일 수 있는 정보 조직은 CIA밖에 없었고, 움직이는 것도 대놓고 움직이는 것이 CIA다워서 아프리카 가젤마저 알 정도였으니 암약이 아니라 활약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대통령으로부터 내려온 명령은 상당히 힘들고 귀찮은 명령이었다.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이번 전쟁을 지원하게 만들라고 하신다.”
예산이 늘어난 만큼 조직 자체도 제법 덩치를 불리고 있었다. 권력에 눈이 돌아가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던 아프리카 지부장 크루거였으나, 설마 그것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모르고 있었다.
본디 그리 많은 영향력을 투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수단에서 아프리카 전체의 동향 파악과 수단의 정보망 정도를 생각하고 아프리카 지부를 만든 것이었지만, 상상 이상의 업무 능력으로 인해 아프리카 전체에 기초적이나마 정보망이 구성될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더는 이 작은 건물 하나에서 아프리카 전체에 정보망을 만들고 유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이곳은 머잖아 수단 지부로 축소될 예정이었고, 크루거 또한 아프리카 지부장에서 수단 지부장이 될 예정이었다. 다시 말해서 크루거는 어찌 보면 아프리카 총괄에서 수단 지부장으로 강등당한 셈이 되었다.
그래 봤자 크루거의 이름 없이는 당분간 아프리카에서 정보를 얻어 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겠지만, 어찌 되었든 의도치 않게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리게 된 크루거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느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질문 있나?”
그동안의 공적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최고 전문가가 크루거임을 인정받아 아프리카 인선 대부분을 자신의 인맥으로 채울 수 있었고, 그 결과 전과 다를 것 없는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지위라고 해도 지금 당장은 그저 아프리카의 소속의 모든 CIA 지부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별것 없지만, 고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면 이날 닦아 둔 기반이 크루거를 지금보다 높은 자리에 서게 만들리라는 사실이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따로 저희가 움직이지 않아도 알아서들 지원할 텐데요? 그럼 각 지원을 남수단이나 서수단에 집중시키라는 말인가요? 아니면 둘 다? 어떤 나라 말이에요?”
실제로 수단의 국경에 붙어 있는 나라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나라를 지원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말이다.
“서수단. 남수단은 한 10년 저대로 있으면 둘을 압도할 터니 말이야. 대통령님께서는 우리 챔피언에게 들려 준 무기가 영 시원찮은 모양이더라. 형평성이라도 맞출 심산인 모양이지.”
“주둔 중인 저희 측 군이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요?”
“별로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은 모양이던데. 한쪽 편을 대놓고 들어주기에는 국제사회의 눈치가 보이는 탓이겠지. 현재의 수단은 미국이. 그리고 현 대통령님이 만든 거니까.”
“그깟 국제사회 정도는 찍어 누르면 그만인 것을.”
“하하! 그러니까 말입니다.”
물론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정도인 거지. 진심으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이건 일종의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였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상관인 대통령께서 마음만 먹으면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점 정도였다.
실제로 미국은 패권이 제대로 자리 잡은 다음부터 그동안 그렇게 해 왔다. 지난 세기에 칠대양 오대주를 밥 먹듯이 들쑤시며 온갖 혐오스럽고 역겨운 짓은 다 부리고 다닌 선배인 영국에게 배운 패권을 휘두르는 방법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하고 난 다음에 수습이 문제였지. 물론 영국처럼 방치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 부시가 그걸 그대로 넘어갈 턱이 있나. 미국의 힘이 깎이는 일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수습할 터였다.
어찌 되었든 CIA에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최대한 외부로부터 자원을 끌어오는 것이었다.
“질문 없으면 일을 시작하자고.”
남에게 자신이 원하는 걸 강요할 때 사용하는 수단은 보통은 회유나 협박이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협박은 이번에 보조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주된 수단이 될 수 없었다. 친미 정권 하나 지켜보겠다고 반미 정권을 양산해서 어쩌자는 건가?
그렇기에 이번 일은 철저히 회유로 이루어져야만 하는데, 이 또한 비용이 일정 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서수단을 논하기 전에, 수단과 남수단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부터 파악부터 해 보자.
남수단의 경우 사방에 적을 두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남수단은 내륙국이다. 따라서 송유관은 반드시 타국을 거치게 되는데, 대표적인 라인은 둘이 있다.
미국의 원조와 미국 수단에 가하는 압박을 통해서 얻어 낸 포트 수단으로 통하는 송유관이 하나. 케냐와의 협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케냐를 통하는 송유관이 하나. 그리고 번외 격으로 이제 막 지어지고 있는 에티오피아와 공유되는 송유관이 하나.
그런데 그중 케냐와의 국경 분쟁으로 인해 송유관 하나가 잠겼고, 이제 수단과의 전쟁으로 인해 마지막 남은 송유관이 잠기려고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를 통하는 송유관은 아직 건설 중이니 실상 수출길이 사라지는 셈이었다.
다시 말해서 케냐는 따로 큰 노력 없이 미국에서 무언가 맛 좋은 미끼만 몇 개 걸어 줘도 서수단을 지원할 터였다.
에티오피아의 경우는 십중팔구는 남수단의 명줄을 잡기 위해서 기회를 노릴 터였다. 케냐와 척을 졌고, 수단과는 전쟁을 시작할 예정이니, 결론적으로 남수단의 미래는 자연스럽게 에티오피아가 잡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전쟁이 끝났을 때 남수단이 남아 있을 때의 이야기이긴 했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과 콩고와는 사이가 나빴다.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게 가장 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게 가장 컸다.
그렇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 중에서 그나마 사이가 괜찮은 것이 우간다였는데,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관점 때문이었다. 수단이 우간다 내전 당시 반군을 지원했었던 탓에 우간다는 남수단을 지원할 터였다.
서수단에도 이러한 친구가 있었다. 바로 차드 공화국이었는데, 아프리카 가장 중앙에 터를 잡은 나라로 수단과 서수단 전부 국경을 맞닿고 있었다. 하지만 수단과는 일찍이 사이가 좋지 않았고, 서수단 정부 자체가 서수단이라는 나라 자체의 한계점을 깨닫고 주변국과 우호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드와는 사이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럼 다시 말해서 가장 쉬운 것은 케냐와 차드 정도군. 중앙아프리카 공화국과 콩고는 애매하고, 가장 어려운 건 우간다와 에티오피아인가.”
우간다의 경우 서수단과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지만, 남수단이 있는 이상 남수단을 지원하지 서수단을 지원하지는 않을 터였다. 어쩌면 둘 다 지원할지도 몰랐지만, 우간다의 국력으로는 국가 하나면 모를까 둘을 동시에 오래 지원하기는 글렀다.
에티오피아는 남수단의 명줄을 잡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참일 터였다. 반대로 말해서 남수단의 심기를 완전히 거스르지 않는 선. 다시 말해서 송유관 공동 건설이 와해하지 아니하는 선에서 놀게 될 터였는데, 남수단의 적국인 서수단을 지원하는 행위는 너무나도 명백히 그 선을 넘는 행위였다.
이 둘은 기본적으로 수단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있는 탓에 전쟁 도중에는 서로 불가침으로 대응할 터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공동전선을 펼칠 확률은 0에 가까웠고, 서로 좋게 좋게 넘어가기는 더욱이 불가능했다.
서로 기회만 보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사정없이 물어뜯을 터였다.
“아예 국경에서 멀어지면?”
“다들 사정이 좋진 않죠. 그리고 지원할 만한 이유도 딱히 없고요. 그야 저희가 무언가를 약속하면 지원은 하겠지만, 그래서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겁니다.”
너무나도 당연했다. 이익이 있어야 지원을 할 것이 아닌가? 지금 하려는 건 없는 지원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원하려는 나라들의 물길을 서수단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만약 지원할 생각이 없는 나라를 부추겨서 서수단을 지원해야 한다면, 차라리 미국이 직접 지원하고 말 터였다.
“리비아는 자기들 밥그릇 싸움을 유지하는 데만 해도 버거울 거고.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발전한 이집트도 마찬가지지. 내전이 끝나더라도 결국 내부를 강화하고 결속해야 하는 마당에 다른 나라를 지원할 여유가 있을 턱이 없지.”
“에리트레아는?”
“설득하려는 놈이 미국인이라서 불가능할 거야. 에리트레아는 우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미국이 에리트레아 독립전쟁 당시 교전국인 에티오피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탓이다. 그리고 그 전쟁은 1993년에야 끝이 났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에티오피아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미움을 받고 있었다.
이런 이들을 움직이려면 만만찮은 노력과 예산이 들어갈 터였다. 그것도 아니면 어차피 반미 국가인 김에 협박이라도 해서 남수단이나 수단을 지원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최후의 방법이었다.
“차라리 그럼 서수단 그 자체를 움직이는 건?”
그렇기에 서수단에서 직접 에리트레아와 교섭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금세 부정되었다.
“수단이 그걸 가만히 둘 리가 없지. 그렇기에 우리가 직접 뛰려는 거 아닌가?”
“그럼 차라리 남수단이나 수단에 가려는 지원을 막는 것도 하나의 방법 아닙니까?”
“에티오피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우간다는…….”
우간다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다만 그렇게 움직이면 그걸 알아차린 남수단이 배신이라며 길길이 날뛸 것이라는 게 문제였다. 딱히 동맹국도 아니고 원조 받아먹는 주제에 배신이라니, 실로 코웃음이 나왔지만 원래 사람이라는 게 자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남의 사정 따위는 밥 먹듯이 무시하는 게 본성 아니겠는가.
어찌 되었든 대외적으로는 미국은 어디까지나 조율자의 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이것이 표면상으로 나오면 실로 곤란했다. 그렇기에 군도, 국무부도 아닌 정보 조직인 CIA가 움직이는 것이었다.
“아니면 남수단으로 가려는 지원을 수단의 행위로 위장하고 전부 차단하는 방법도 있겠군.”
한 가지 이번 일에서 다행인 점은, 이번 전쟁에 중동이 제 앞가림하느라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마저 끼어들었으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일이 한층 더 복잡하게 변할 뻔했다.
“정해졌으면 움직이지. 딱 월급만큼만 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