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29화(330/377)
< 329편 >
“따로 할 말이 있나?”
보시라이는 아닌 밤중에 난데없이 끌려온 참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마지막까지 억울하다고 뻗대는 게 정치인의 기본 소양이었지만, 이게 억울하다고 하면 믿어 줄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것이 보시라이가 발악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살길을 모색하는 게 인간의 본성일진대, 보시라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었다.
그러니 잡혀 올 때조차도 ‘내가 누군지는 알고 이러는 것이냐!’라거나 ‘누구의 사주냐?’같이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애당초 들킬 위험을 안고 시작한 거사였다. 오밤중에 잡혀가고 있는데, 거사가 들켰는지 들키지 않았는지에 대한 여부는 너무나도 뻔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보시라이는 납치되는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리커창의 앞에 택배 배달이라도 되듯 무릎이 꿇려지자마자 잡혀 오는 내내 준비했던 첫마디를 꺼내 들었다.
“주동자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은 당신이 더 잘 알 터인데 왜 하필 저입니까?”
배짱 하나로 살아와서 그런지 행동거지 자체가 실로 당돌했다. 그러나 그것이 리커창의 심정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느냐고 물으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도리어 리커창의 화를 돋우는 일이었다.
“그게 내가 네놈을 잡아 오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되는가?”
물론 그건 아니었다. 사실 무고한 놈이었어도 감히 ‘주석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숙청당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이유였다. 그야 평시라면 눈치라도 보겠지만, 지금은 전시다. 그리고 군권은 주석에게 있다.
다시 말해 무슨 수십 명을 한 번에 숙청하려고 작정했으면 모를까, 고작 보시라이 한 명이 갑자기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혀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단 말이었다.
단지 그동안 리커창이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숙청했던 적이 없었을 뿐이었다.
“제 심복에게서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주석 각하께서 원하시는 걸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보시라이는 도리어 뻔뻔하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주석 각하가 제게 망명을 허락하시기만 하면, 이 일에 연관된 모든 인간이 적혀 있는 연명부는 물론 최소한의 피해로 주석 각하께 모든 권력이 집중될 수 있도록 다른 이들의 약점을 전부 넘겨 드리겠습니다.”
연명부야 이미 있었지만, 더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좋은 법이다. 그러나 그보다 리커창의 마음을 끌리게 하는 것은 보시라이가 거론한 약점이었다.
“내가 뭘 믿고?”
“주석 각하께서는 제가 북극에 있더라도 잡아 오실 힘이 있습니다. 다릅니까?”
확실히 그러했다. 언뜻 보면 합리적이기까지 했다. 그렇지 않아도 행사할 수 있는 행정력은 물론 예산까지 부족하던 참이었다. 조사하는 데 쓰일 힘을 축소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인 생물이 아니며, 흥분한 인간은 그 누구라도 합리보다는 감성이 더 앞서는 법이다. 게다가 합리를 따지기보다는 그럴듯해 보이는 감정적일 이유가 있다면 더더욱 합리와 멀어지는 법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보시라이에게는 실로 안타깝게도 리커창에게는 그 ‘그럴듯한 이유’가 존재했다.
“그동안 참으로 많이도 해 먹었더군.”
보시라이 앞으로 묵직한 서류철이 하나 떨어졌다. 리커창이 던진 것이었는데, 그곳에는 그동안 보시라이가 저질러 온 비리가 사소한 하나까지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차분하게 서류를 읽어 본 보시라이는 이 서류가 누구의 협조를 받았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왕리쥔이 아니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이 서류철의 가치만큼 보시라이가 무언가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이 쉽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만약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몸 성히 나갈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왕리쥔입니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등이 찍히자 분노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왕리쥔이라니. 그동안 놈에게 얼마나 잘 대해 줬던가? 가장 아끼는 심복이자 이번 거사의 중핵이었거늘!
‘이놈이 불었다면, 내가 아는 건 다 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군.’
그야 정말로 사소한 것 한두 개 정도는 왕리쥔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거사에 관련되어 있는 건 전부 리커창이 알고 있다고 가정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망했다! 막말로 진짜 파격적인 병신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관심도 못 끌어 보고 이 자리에서 즉각 총살이겠구나!’
“보시라이. 네놈이 반군과 내통하고 있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라니, 이건 선을 넘었다. 알고 있겠지?”
보시라이는 구명줄 하나가 끊어지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그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까발려질 게 아니었다. 리커창을 끌어내리고 그 끝에 최후의 최후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밝혀질 것이었다.
이제부터 보시라이가 맞이하는 것은 매우 불리한 협상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손쓸 도리 없는 절대자에게 가진 것을 모두 바치고 자비를 구걸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도저히 물어보지 않고서는 진행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다 못해 아예 천칭 자체가 삶에서 죽음에 기운 상황에도 인간의 호기심은 멈출 줄 몰랐다.
“그렇다면 주동자가 아니라 구태여 저를 잡아 오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랍니까?”
그렇다. 보시라이는 그저 주동자 아래에서 행동대장 정도로 움직인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보시라이는 리커창이 그에게서 정보를 원하리라고 생각했지만, 까놓고 보니 이미 리커창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는 다 얻은 상태가 아닌가?
그렇다고 그동안 리커창에게 특별히 밉보인 일도 없었다. 그야 눈에 거슬리는 일이 한둘쯤 정도는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구태여 잡아서 여기에 무릎 꿇릴 이유는 되지 못했다. 차라리 주동자를 이 자리에 두고 보시라이를 현장에서 총살하거나 사상 교정 시설에 박아 넣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
그러니까 리커창은 보시라이에게 원하는 게 분명 있다. 그런데 그게 뭔지 모르겠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니, 차라리 환장이라도 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하면 뭔지는 모르나 리커창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터였고, 적어도 제정신을 차릴 동안 살길이라도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
단지 궁지에 몰린 보시라이가 생각하기에, 리커창이 원하는 것 중 추정되는 게 한 가지 있긴 있었다. 그건 바로 이 상황 자체다. 보시라이를 이래저래 희롱하는 끝에 죽이는 것 말이다. 그것만은 아니길 간절히 빌었다.
“혹여 그저 당신께 반역하였으나, 봉기조차 해 보지 못한 역도를 농락하기 위함입니까?”
보시라이는 대답을 기다리며 마음을 잔뜩 졸였다. 그런 보시라이를 리커창은 말없이 노려보더니, 이내 말문을 텄다.
“미국의 능력 좋은 개새끼 하나가 말해 주더군. 자네를 예의주시하라고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반신반의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큰 쥐새끼일 줄은 몰랐지 뭔가.”
‘미국의 개새끼?’
유능한 개새끼라는 말에 보시라이는 의문을 가졌지만, 그 의문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나는 말이야. 언젠가 중국을 인민이 살기 좋은 나라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온 사내야. 그것이 비록 단순한 태평천하가 아니라 태평성대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동안 나름 떳떳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리커창 집권 도중에 중국은 내전에 접어들었고, 리커창은 지키고자 했던 그 인민의 생명을 불살라 내전을 종식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장대한 계획을 방해하는 사람을 무어라 부를까? 바로 죽일 놈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에 더해 그렇지 않아도 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성 탈모가 올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나마 어떻게든 살리려고 기를 쓰고 있는 와중에 방해하는 이는 무어라 부를까?
“찢어 죽여서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인간인 자네가 살아 있는 이유는, 내가 자네를 이번 재판의 산증인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야. 알아듣겠나?”
보시라이는 혼란에 빠졌다. 재판? 증인? 이 위대하신 주석 각하께서는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인간을 한 명 한 명 잡아다가 심판이라도 할 생각이란 말인가?
그럴 리 없다. 리커창은 어느 면에서는 다소 타협이 없는 부분은 있어도 현실 감각이 없는 인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저것은 비유에 가까우리라.
그러나 이와 같은 의문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리하면 살려 주시는 겁니까?”
이는 반역이 들킨 순간부터 보시라이의 제1 목표였다. 이 질문에 리커창이 친히 대답하길.
“하는 거 봐서.”
***
“러시아?”
그 소리를 들은 부시는 그렇지 않아도 없던 밥맛이 뚝 떨어지는 걸 느꼈다. 부시는 그렇지 않아도 맛대가리 없는 호밀빵 샌드위치를 멀찌감치 치워 버렸다. 배 속이 우렁차게 자신은 아직 더 많은 열량을 원하고 있다며 아우성쳤지만, 러시아라는 이름이 나온 이상 한가하게 샌드위치나 먹고 있을 틈은 없었다.
“그렇습니다. 이번 반역에는 러시아가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리커창을 가장 큰 매국노라고 본 모양입니다.”
요컨대 이 내전 자체를 만든 것이 미국인데, 왜 미국과 손을 잡느냐는 것이었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일리가 있어서 부시가 다 양심에 찔릴 정도였다.
“그래서 차라리 차선책으로 러시아와 손을 잡겠다?”
“그렇죠. 러시아까지 끼면 미국도 물러나리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전혀 틀리진 않았지.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이유는 공산당이 미국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니까.”
공산당이 미국을 거부하면 미국은 언제라도 중국 땅에서 나와야만 하는 신세였다.
사실 계획에 따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터였지만, 그것이 러시아에 밀려 나오는 그림만큼은 아니 되었다.
“허, 지금이라도 제대로 색출해서 다행이로군. 그나마 모든 군권을 주석이 쥐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어. 러시아와 전쟁이라도 벌일 뻔했군.”
하다못해 냉전 시절에도 피해 갔던 러시아와의 전쟁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헛웃음이 나올 일이었다.
“그래서 이것 말고 저질러 놓은 짓은 따로 없나?”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장교들이 일제히 쿠데타를 일으킨 데에는 다른 요인이 있는 듯싶습니다만.”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합의라도 본 건가? 아니면 정말로 그저 우연이었단 말인가?’
국경에 있는 나라들을 철저히 묶어 놓음으로써 중국에서 벌어진 내전을 중국 내부에 가둬 놓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시간이 더 많았다면 좀 더 많은 것을 안배해 둘 수도 있었겠지만, 심각할 정도로 시간이 모자랐다.
“그럼 이건 잠깐 접어 두고, 위구르와 티베트에 본격적으로 국교를 수립하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