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31화(332/377)
< 331편 >
“어째서 이란군이 갑자기 수세로 몰린 것이지?”
완전히 상정 외의 사태에 부시는 의문을 감추지 않았다. 그저 보고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해하기 위해서 골머리를 싸맬 뿐이었다.
보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초기부터 절대로 밀리지 않을 거 같았던 이란군이었고, 실제로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승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비록 국지적 승리에 불과했지만, 엄연히 승리는 승리가 아니겠는가?
문제는 너무 작은 승리였다는 점이었다. 밀어내긴 했는데, 마치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의 양상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정말 조금씩 나아갔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다름 아닌 쿠르드족의 무제한 인해전술에 기인하고 있었다.
한 명이 죽으면 두 명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두 명이 죽으면 네 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식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란군은 승전의 승전을 거듭하면서도 단지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적군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기가 점점 꺾이고 있었다.
그야 다른 전쟁 같으면 이런 시답잖은 이유로 사기가 꺾일 리가 만무했다. 사기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꺾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도리어 그런 적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으니 사기가 올라가야 마땅했다.
그러나 이란군은 그렇지 못하였다. 세상에는 ‘정도껏’이라는 게 있는 거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도를 지나치면 도리어 해로써 돌아온다. 그리고 이번에도 비슷했다.
이란군이 가진바 화력을 밤낮 가리지 않고 질릴 만큼 퍼부어 대고 있는데, 적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쿠르드족 일부가 불사신이라는 허황하고 과장된 소문이 돌 정도였다.
밤낮 가리지 않고 퍼부어 댄다는 건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다. 정말로 24시간 동안 1분도 쉬지 않고 교대로 돌아가면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쿠르드 반군을 사살했지만, 그만큼 많은 이란 군인이 죽어 나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란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예비군을 징집하면 징집할수록 경제를 돌려야 하는 젊은이들은 사라져 갔고, 그렇지 않아도 전시 체제로 굴러가게 된 경제는 나날이 피폐해져 갔다.
차라리 국가와 국가의 총력전이었다면, 배상금이라도 받아 낼 수 있었겠지만, 이건 반란이었다. 그야 쿠르드족은 독립 전쟁이라고 부르겠지만. 이란에 있어서 이번에 봉기한 쿠르드족은 이란의 반군이었으며, 이 전쟁은 내전이었다.
그야 쿠르드족이 다른 국가를 공격하고 있다면 모를까, 완전히 이란에서만 난동을 부리고 있었던 탓이다.
사단급도 아니고 각국에 임시로 주둔 중인 일개 중대 수준의 미군을 핑계로 마찰 자체를 피하고 있었다. 더불어 쿠르드족의 장비가 유럽제와 미제를 혼용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이란 정부가 이를 박박 갈아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란의 주권과 영토 탈환을 위해서는 쿠르드족과 무익한 싸움을 이어 가야 했고, 그 이어 가는 시간만큼 피해는 점점 확대되어 갔다.
이란인들에게 피부로 느껴지는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각에서는 차라리 지금이라도 쿠르드족의 독립을 인정하고, 나중을 기약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었다.
총에 맞아서 시체 온전한 덕분에 가정으로 돌아가기라도 하면 다행이고, 포탄에 맞아서 손가락 마디 수준의 고기 조각만을 남기고 그대로 증발하는 바람에 시체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권과 문화의 특성상 적극성을 가지고 밖으로 표출되지는 아니하였으나, 모든 일상생활 매 순간이 말 그대로 전쟁터로 변하자 생겨난 염전 사상에 따라 반전주의 또한 민간에서 팽배하고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점차 쌓이고 쌓여 작은 틈이 만들어졌다.
“즉, 그동안 쿠르드 반군은 언제나 일정한 수준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전선이 고착화되었던 것이죠.”
“그게 오판의 원인이군. 몇 달 동안 같은 소모전 공세만 펼치다가 갑자기 전략을 바꿨으니 크게 한 방 먹을 만도 하지. 하지만 이란군은 여전히 강군이고, 수세에 몰렸을지언정 치명타가 되진 못했을 터인데.”
쿠르드 반군의 전개는 대강 이러했다.
고착된 전선에 그동안 아껴 두었던 대규모 기갑 병력과 소수 공군 병력을 투입했다. 공군은 쉬이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조종사를 양성시키고 전투기를 구한다는 건 정말이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제대로 된 전투기로 바꾸겠답시고 아프리카를 통해서 팔아 치운 구식 유로파이터만 아니었어도 쿠르드 반군이 공군을 가질 방법은 없었을 터다. 서유럽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그걸 운용할 수 있을 턱은 더더욱 없었을 터였다.
여하간 소수라지만 아껴 두었던 공군 병력이 투입되자 이란군도 쿠르드족이 하려는 짓이 일관적인 막무가내식 인해전술이나 돌파하려는 것이 아닌, 조금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공세를 막아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규모 기갑 병력이야 좀 처리하기 힘들었지만, 제공권은 그동안 언제나 이란군의 것이었다. 그깟 결함 전투기 조금 투입되었다고 해서 제공권을 빼앗길 이란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시에 이뤄진 기습이었음에도 이란군은 상당히 차분하게 대응했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노련한 베테랑 노병부터 이제 갓 총 잡는 법을 배운 신병을 전선에 갈아 넣는 와중에도 작전 역량을 유지했던 군사 행정과 신속하게 대응한 현장 지휘의 승리였다.
문제는 이렇게 전방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그 다른 목적에 대해서는 알아낼 틈이 없었고, 또한 그동안 비교적 안전했던 후방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방에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항상 후방에 나타나는 쿠르드족은 일개 중대 단위에 그치고 있었다. 더불어 이들은 밖에서 나타난 게 아닌, 안에서 나타난 이들이었다. 그들은 내부로부터 조직된 게릴라들이었고, 그것이 간간이 발각되거나 활동 중에 소탕되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병력을 오판하게 만든 원인이 컸다. 가진바 병력은 당연히 전선에 모두 집중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일개 사단씩이나 되는 별동대가 떡하니 후방에 나타났다.
문제는 이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뒤로 돌아왔느냐였다. 그 대답은 너무나도 쉬웠다. 그건 바로 이란의 부드러운 배인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였다.
이란은 미국이 그저 그런 후진국이었던 아프가니스탄을 중국과 이란을 찌를 수 있는 날카롭고 예리한 비수로 담금질한 이후부터 언제나 아프가니스탄을 견제하며 경계하고 있었다. 동이라크가 반쯤 친이란 국가로 변한 이후로는 이란의 병력은 언제나 동부에 몰려 있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정말로 전쟁이 나게 된다면 파키스탄이 견제해 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파키스탄 뒤에 있는 인도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프가니스탄군을 직접 막아 내야 하는 건 이란군이었다.
그러나 서쪽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갑자기 쿠르드인이 봉기하게 되었고, 이들은 표면적으로나마 합심하여 각지에서 병력을 차출하여 이란에 전쟁을 선포했다.
그런데 쿠르드 반군에서 내미는 전술 자체가 물량 공세가 되어 버리니, 이란군 입장에서는 실로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로 서로 간의 기술력이 1, 2세기라도 차이라도 나지 않는 한 물량은 물량으로밖에 막을 수 없는지라, 결국 이란군은 아프가니스탄군을 경계 중인 동부군을 빼내어 서부 전선에 투입해야만 했다.
아프가니스탄을 경계하고 있던 동부군은 점차 서쪽으로 빠지니, 당연하게도 어느덧 동부 국경에 경계를 서고 있는 군대는 실상 모양새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넓은 국경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경계를 서려거든 아직은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점차 서부 전선으로 인력이 빠지니, 촘촘했던 초소는 어쩔 도리 없이 점차 듬성듬성해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사람이라도 빠듯하게 있으면 12시간 교대나 아예 숙영을 초소에서 해결하라고 강요라도 해 보겠는데, 그마저도 힘들 정도니 아예 초소를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전선이 위태롭거니와 국경의 감시를 소홀히 하는 것은 그냥 미친 짓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아무리 미쳤거니와 아프가니스탄군이 왜 쳐들어온단 말인가?
이란 정부의 판단은 이러했다.
아프가니스탄군은 미국의 사냥개였다. 차라리 쳐들어왔으면 미군하고 같이 쳐들어올 터인데, 그 미국은 중국에 신경 쓰느라 여념이 없다.
아라비아해에서 놀고 있는 세 개의 항모전단을 보아하니 중동에도 꽤 신경 쓰는 모양이지만, 그 천하의 미군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런 명분도 없이 이란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구태여 그 명분이라는 걸 찾으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정말로 미약한 것들뿐이었다.
그나마 그럴싸해 보이는 명분이라는 게 평화 유지인데, 이렇게 되면 이란이 아니라 쿠르드 반군을 공격해야 하는 꼴이 되어 버리니 본전 말도였다.
그렇기에 이러한 판단 아래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 대다수를 서부 전선으로 돌렸다.
‘이게 별로 틀린 말도 아니란 말이지.’
부시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부시는 중동 어딘가에 침략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이란 정부가 생각하고 있듯 아프가니스탄군은 중앙아시아에 접해 있는 모든 국가에 찌를 수 있는 미국의 으뜸 패이자 비수였다.
그러나 비수란 말 그대로 품에 감춰 두어야 비수로서의 효용성을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 비수를 들고 설치면 그건 그저 비수의 낱말 뜻대로 예리하고 짧은 칼일 뿐이다. 비수는 품에서 잠들어 있기에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아프가니스탄은 그 존재감만으로 긴장하게 했다. 비록 미국의 위세를 빌린 호가호위라곤 하지만, 이는 지난날 탈레반 정권과 비교해 봤을 때 매우 큰 성과였다. 중동에 이스라엘, 터키, 서이라크와 함께 단 넷이라는 군사 강국 그 이란이 벌벌 떨고 있으니 참으로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 아닌가?
‘그럼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지금껏 미국이 중동에 해 온 일은 그저 방관이었다. 부시가 미국이 중동에 개입한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피해 온 것도 있고, 미국보다는 유럽의 입김이 더 강했던 탓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아프가니스탄이란 좋은 패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석유 회사들의 관심을 국내 셰일 산업으로 돌린 게 컸다.
현재 미국이 중동에 가지는 관심이나 시선은 매일같이 피가 흐르는 ‘전쟁의 땅’이었다. 정복해야 한다거나, 선민사상을 가지고 어떻게든 민주주의를 전파해야 한다는 그런 시선은 없었다.
도리어 이러한 시선은 중국이 독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는 여전히 중국의 집권당이 공산당이었으며, 중국의 일상과 이후 전쟁이 그대로 가감 없이 언론에 보도된 탓이 컸다. 가짜 뉴스를 금지당한 언론들은 억지로 자극적인 요소를 찾아서 파헤쳤다.
“슬슬 방을 뺄 때가 되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