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34화(335/377)
< 334편 >
부시는 몇 주간 올라온 보고서를 읽으면서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총기를 규제하든 말든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가 되었다 이 말이지.”
사실 언젠가는 규제 비슷한 것을 하려고 하긴 했지만, 하필 이렇게 바쁠 때 걸림돌이 되어 버리니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이는 미국 헌법 수정 제2조다. 이 법은 ‘국가는 개인의 안전과 재산 그리고 생명을 완벽하게 보호해 줄 수 없다는 사유’와 ‘각 주는 민병대를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이며, 수정 헌법 제2조는 민병대의 기초 뼈대이다.’라는 이유에 기반한 것이다.
그렇기에 천성과 반대 총합을 따지자면 당연히 반대가 더 높았다. 총기 협회고 나발이고 미국의 시민들이 놓아주질 않으니 부시가 아무리 강력한 대통령이라고 해도 전면 금지 같은 법안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총기 규제 반대는 연방주의자나 반연방주의자나 골고루 나왔지만, 찬성은 대부분 연방주의자에서 나왔다. 국가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국민을 지켜 줄 수 있다고 여러 번에 걸쳐서 증명한 결과물이었다.
정치판이면 모를까 시민들 사이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연방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있었다. 연방주의자들이 내건 ‘뭉치면 강하다!’라는 표어 아래 반연방주의자는 천천히 사멸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도 총기만은 버리지 못했다. 총기는 마지막까지 미국인의 긍지였다. 그러니 상원이든 하원이든 하나같이 자동 소총에 대한 규제만을 내걸고 있었고, 그마저도 주마다 가지각색이었다.
주마다 통일되지 않은 법안은 미국의 특색이었지만, 이러한 통일되지 못한 모습은 총기 규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 총기 시장도 최근 중국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미국에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전쟁 특수로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날개가 돋기라도 한 듯 팔려 나가고 있었는데, 저것들이 세금으로 들어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쨌든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미국인 전체가 나서서 총기를 수거해서 없애고 다신 만들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되질 않으니 허구한 날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게다가 중국인에 의한 총기 난사도 사회적 이슈로 뜨는 바람에 한참 지지고 볶고 있는 것이지, 중국인에 의한 테러보다 미국인에 의한 총기 난사가 더 많았다.
요점은 지금의 미국에서는 정말로 예수라도 다시 재림해서 기독교인을 이끌고 총기를 일일이 회수하지라도 않는 한 정부가 무슨 짓을 해도 의미가 없다 이거다.
규제를 만들면 그 규제를 회피할 무언가를 들고 올 터였고, 총기 금지 구역을 만들어 봤자 불법 총기가 있을 터였기 때문이다.
암시장이라는 게 별건가? 물건을 파는데 그 물건이 불법이면 그게 암시장이다. 이는 한 가정집 하나가 암시장 하나로 변할 수 있는 의미이기도 했다. 집 차고에 밀링머신 하나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게 총기였다.
게다가 밀링머신도 밀링머신 나름이지, 근 미래에 발전할 3D 프린터는 어떻고? 그야 금속을 사용하는 3D 프린터는 가격이 비싼 데다가 총기 도면도 웬만하면 합법적으로 돌아다니지는 않겠지만, 사람 한 명이 작정하고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금의 미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총기를 불법으로 만들 수 없었다.
정말로 만에 하나 설령 대통령인 부시가 자신의 가진 권력을 모두 희생해서라도 의회와 주를 무시하고 월권을 행사하면서 어떻게든 법을 통과시켰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지금 국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총기는 그 순간 장물이 되는 거다.
그야 장물이니 한 백 년이 지나고 나면 태반이 사라지거나 잊힐 터였지만, 딱 거기까지다. 게다가 그 백 년 사이에 총기 불법이 번복될지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클린턴 시절 제정한 돌격 무기 금지법 또한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돌격 무기 금지법이 낳은 그 결과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돌격 무기 금지법은 ‘접거나 혹은 늘릴 수 있는 개머리판, 독립되어 있는 권총 손잡이, 총검 장착 가능 여부, 소염기를 장착할 수 있는 나사산, 유탄발사기’를 금지하는 법이었는데, 총기 회사들에 있어서 규제란 그저 피하면 그만인 것이었다.
권총 손잡이가 개머리판과 일체화되거나 아예 마치 석자처럼 구멍이 뚫리는 등 형태가 괴악하게 변했다. 돌격 무기 금지법은 총의 외형 말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불법 무기는 여전히 횡행했고, 총기 난사는 여전히 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해야지.’
대통령이 나서서 백번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해 봤자 입만 아프고, 실제로 규제를 시행해 봤자 행정의 누수이며 혈세의 낭비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찬성 주의자에게 과하게 힘을 실어 주면 된다.’
미국이 총기를 붙잡고 있는 것이 국민의 의지라면, 그 국민의 의지를 바꾸면 그만이었다. 그야 대답은 간단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고 실로 험난하고 복잡한 미로나 다름없었다.
‘평소였다면 장기적으로 약간의 소득을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 평소가 아니다. 여론이 들끓고 있을 때 장작과 휘발유를 퍼부어야 해.’
미국에서 총기 관련으로 무언가 바뀌려면 적어도 찬성주의자들이 반대주의자들보다는 많아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보고서를 넘기고 있던 부시의 눈에 우중충한 창밖이 눈에 들어왔다. 우중충한 것도 잠시, 거친 빗방울이 백악관의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오늘 비가 온다고 했었나?”
***
미국의 심장 워싱턴 D.C.에서 비가 내리고 있을 때, 중국에도 전국적인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개전 이후 절대로 그치지 않던 포연마저 멎게 할 정도로 지독한 폭우였다.
공산당이 지난에서 불가침의 요새인 칭다오를 확보하여 전선에서 득세했다. 그래서 다른 군벌들이 밀리면 밀리는 대로 멍청하게 밀릴 작자들이 아니었다.
란저우-청두 군벌과 광저우-난징 군벌은 불가침 조약을 맺었고, 머잖아 완전히 밀릴 것 같았던 전선은 다시 고착화되었다.
그러나 이 불가침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란저우-청두 군벌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었다. 다름 아니라 그건 바로 ‘싼샤댐’의 존재였는데, 이 댐이 무너지는 순간 광저우-난징은 물바다였다.
물바다라는 건 과장이나 비유가 아니었다. 특히 난징 군벌의 영역은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게 될 정도였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휩쓸릴 것이며, 더는 전쟁이 문제가 아니게 될 터였다. 그야 전쟁은 이어지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전쟁으로 변모할 터였다.
그런데 문제는 고착화되었던 전선이 한국의 9사단이 파병된 이후로 쭉 밀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딱히 한국군이 반군보다 특출나게 강력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야 화력에 미쳐 있는 한국군 특성과 엄선된 파병군이라는 특성이 적절히 맞물린 덕분에, 일개 사단 주제에 가지고 있는 화력 하나는 지나칠 정도로 강하긴 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화력만이라면 반군들도 딱히 뒤처지지 않았다. 실제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과도한 화력을 쏟아부은 덕분에 지난 전선에 남은 것이라곤 폐허와 초목이 불타 황량한 고지로 변한 야산 정도 아닌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이 가지는 이점은 별동대로서 가지는 의표 찌르기였다. 그러니까 한국군이 투입된 덕분에 지난에서 이득을 보고 있긴 하지만, 정작 한국군이 투입된 곳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영토와 란저우 군벌이 맞닿고 있는 곳이었다.
란저우 군벌이 그토록 기피하려고 했던 제2의 전선을 열어 버린 것이다. 원래부터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 지형이다 보니, 산악 지형에서 운용되는 것을 전제로 모든 훈련 교리가 짜여 있는 한국군이었다.
반군을 상대로 완전히 날고 기는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적절한 곳에 투입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지독한 폭우입니다. 젠장. 한국에서는 이런 적 없었는데.”
반쯤 허물어진 폐건물 하나를 징발하여 임시로 만든 지휘소에 들어가 있는 선발대로 나선 수색대대 본부 중대장과 통신소대장이 난로를 쬐며 투덜거렸다.
정작 지휘소도 사실상 반쯤 침수 상태였고 그나마 멀쩡한 2층에 장비를 모조리 때려 박은 형국이었다.
현지인들도 좀처럼 느껴 보기 힘든 대륙의 기상에 야전삽으로 판 배수로가 무용지물로 변했다. 한국도 날씨라고 하면 위도는 지중해 기후에 있는 주제에 그 가혹함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이었지만, 그게 중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파병이랍시고 이것저것 장비 신형으로 챙겨 준 건 좋은데, 텐트는 제대로 숙달이 되어 있질 않았습니다. A형 말고 뭐 언제 써 보기나 했어야지. 접고 펴고 시간이 2배는 더 걸립니다.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었으면 괜찮았을 거 같은데.”
사실 A형이었으면 이 폭우를 막지 못해서 무너졌을 확률이 더 높았다. 그나마 제대로 되어 있는 신형 텐트니 버티는 것이었다. 물론 그 텐트조차 설계한 사람들은 한 명이 쓰라고 만든 텐트였으나 정작 두 명이나 들어가서 쓰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게 말입니다. 진격 속도를 보고 있으면 또 뭘 만들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이러다 우리 애들 참호족이라도 걸리는 거 아닙니까?”
“교대로라도 지휘소에서 발이라도 말리고 가게 해야지. 지금이라도 철군할 거 아니면 답이 없습니다.”
임시로 점거한 지휘소는 버려진 강우 레이더 기지라서 높긴 했지만,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실제로 얼마 되질 않았다. 교대로라도 쉬게 하곤 있지만, 이 상태로 만약 반군이 기습해 온다면 손도 못 쓰고 끝장날 것이 틀림없었다.
“그건 그렇고 빨갱이 새끼들이 남부까지 전선을 밀어 버리면 반군들이 싼샤댐 저거 무너뜨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하는 짓도 상당한 헛수고인데.”
군인치고 부하 목숨 챙기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애당초 아는 사람만 죽어도 심란할 텐데, 사소한 일에 팔아먹을 수 있을지언정 목숨까지 팔아먹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질 않는다. 그건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목숨보다 귀하게 여길 순 없어도, 적어도 목숨이라는 게 귀한 줄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준 건 준 건데, 다시 못 빼앗아가는 거 아닙니까?”
“재협정해야죠. 북한 시절 백두산처럼.”
그리고 적막이 흘렀다. 가끔 위층에서 들려오는 병사들 코 고는 소리 빼곤 비 오는 소리만이 지휘실에 감돌았다.
적막을 깬 것은 빗속에서조차 날카롭게 파고드는 5.8mm 탄 특유의 총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