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35화(336/377)
< 335편 >
“이, 이 정신 나간 새끼들 이런 폭우 속에서 기습을?”
“적이다! 적!”
동서고금을 통틀어 빗속에서 기습하는 일이야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 폭우는 차원이 달랐다. 산 아래로 이따금 산사태가 일어나며 실시간으로 지형지물이 바뀌는 소리가 들려왔고, 내리는 비는 시간당 95mm를 기록하고 있었다.
산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비가 쉴 틈 없이 내리는 것도 있지만, 그나마 조금 있던 나무가 다 타 버려 더는 흙을 잡아 줄 것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실상 개활지임에도 불구하고 폭우 탓에 맨눈으로는 고작 100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러니 텐트가 소용없는 것이다. 텐트 자체야 비가 아무리 내려도 우박 정도가 아니면 상관없겠지만, 적어도 20cm짜리 배수로는 이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텐트에 병력을 박아 놓고 있는 것도 적어도 조만간은 이런 미친 기상 상황에서 싸움을 걸어오는 미친놈은 없으리라고 판단해서였지, 그렇지 않아도 피곤할 파견 장병들 엿 좀 잡숴 보라고 박아 놓은 게 아니었다.
명색이 수색대인데, 비 좀 온다고 후퇴는 할 수 없으니 일단 버티고 보자는 상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기습을 당하더라도 적 포병부대에 의한 화력전을 예상했지, 설마 기습이라니?
혹여 길을 잃은 반군이 난동을 피우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적이 완벽하게 파악되진 않았지만, 진지 아래에서 계속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었다.
수색대 대원들도 기습을 당하면 경망 없이 허둥지둥할 법도 한데, 엄선한 인재들인 데다가 워낙 이런 기습을 많이 겪어 봐서 그런지 텐트에서 바로 방탄모 쓰고 총부터 들고 나왔다. 그러나 기습에 익숙해져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런 미친 폭우 속에서 펼치는 작전은 난생처음인지라 사기가 저하되어 있었음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이 시발! 빨갱이 새끼들! 좀만이라도 쉬자!”
“세상에, 이제 텐트도 없겠네. 이거 노린 거 아니냐?”
엄밀히 말해서 반군은 공산당과는 구분되어야 했지만, 병사들은 거기서 거기라고 잘 구분하지 않았고 모조리 ‘짱개’나 ‘빨갱이’로 불렀다. 평소였다면 권고라도 하겠지만, 전쟁 중인지라 상부에서 아무리 권고해도 병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려고 했고, 더불어 현장에서도 딱히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말조심하라고 참견하다가 총 맞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간부들은 소대장급을 제외하고 지통실에서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본래라면 포격 당하기 가장 쉬운 제1 표적인 데다가, 포탄 몇 번 맞으면 바로 무너질 폐건물인 지통실에서 당장 나와야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포격도 없었고, 시끄럽게 울리는 999k에서는 적 보병에 의한 기습만 보고될 뿐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올라오고 있는 거야?”
“진지 우측에 완만한 길이 있었는데, 그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비가 그치면 그 길을 통해서 내려갈 예정이었다. 아군이 쓰기 쉽다는 건 적도 쓰기 쉽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정말로 그쪽으로 올라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산사태로 인해서 지형지물이 많이 바뀌었던 탓이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어딜 통해서 올라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규모는?”
“알 수 없습니다. 최대한 신중하게 교전 중입니다. 다만 계속 이런 식이면 탄약이 부족할 겁니다. 지금 기상 상황에서는 차량을 움직이기는커녕 공수도 못 합니다. 만약 맑았다고 해도 아시다시피 여기 제공권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거세지고 있었다.
“도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기습한 거지?”
그게 문제였다. 만약 알고서 작정하고 보냈다면, 이걸로 끝날 턱이 없었다. 적으로부터 화력 지원이 없으리라고 판단한 것은 기후 탓에 좌표를 알아낼 수 없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화력 지원이 불가하다고 인해전술이 불가한 건 아니잖은가.
그러나 그동안 보아 온 인해전술치고는 얌전한 편이 없잖아 있었다. 일개 수색 대대라서 소수 병력만 보냈을 것이라고 무시하기에는 그동안 당해 온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모르겠습니다. 그저 우연이 아닐까요? 아니면 정찰이 목적이었다거나.”
“그냥 후발대가 못 올라오고 있는 거 아냐?”
어느 정도는 정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찰이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대대적인 공세를 받는 게 말이 되질 않았다. 사실 본대로 구원 요청을 타전했으나 버티라는 말뿐 후퇴하라는 명령은 내려오진 않았다. 단지 구원을 보내겠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이 날씨에 구원이 오려면 족히 이틀은 걸릴 거야. 비가 그쳐도 길이란 길은 죄다 망가진 상황이니 똑같을 거고, 이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간 그사이에 우린 다 죽을 거야. 빨갱이 새끼들은 뭐라고 대답하던가?”
“산맥 아래서부터 진군하겠다고 합니다.”
“제기랄. 국군보다 빨갱이들 군대가 더 낫다니. 그래도 살았군.”
“여긴 저들 땅이니까요. 실상 구원 투수라기보단 병력이 빠진 틈을 타 허점을 노리고자 하는 모양입니다만.”
그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폭발음이 들려왔다. 수류탄이라기에는 너무 큰 소리였고, 야포나 자주포가 발사한 포탄이라기에는 너무 작았으며, 폭격이라고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었다.
“박격포? 지금 이거 박격포 소리인가?”
평소였다면 그렇지 않아도 어째서 박격포가 터지지 않고 있는지가 더 궁금할 터였다. 그렇다. 평소였다면 총소리보다 박격포나 야포 소리가 먼저 들렸어야 했다.
그렇지 아니한 이유는 첫째로 이 정신 나간 기상 상황 탓이었고, 둘째로는 지반이 약하기 짝이 없어 별다른 이유 없이 폭우만으로도 산사태가 밥 먹듯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진에 폭탄을 두들긴다는 것은 아래서부터 위로 진군하고 있는 아군 보병을 모조리 살해하겠다는 말밖에는 되질 않았다.
그야 박격포탄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확히 모조리 적 적진에 때려 박을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이 기상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 턱이 없었다. 적진에 맞히는 건 무리가 없더라도 적진에 전부 맞히는 건 불가능 그 자체란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병신들인가?”
박격포탄과 유탄으로 꾸준히 두들긴 결과 그렇지 않아도 원래 자연스럽게 벌어질 산사태가 더 일찍, 더 큰 규모로 벌어졌고 올라오고 있던 반군들은 산 중에 잠들어 있던 토룡의 분노에 쓸려 나갔다. 토사를 피해 갔더라도 결과는 똑같았다. 병력의 태반이 와해된 상황에서 공세를 펼칠 만한 지휘관은 제1차 세계대전 시절에나 볼 수 있었다.
그걸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던 공세는 끝이었다.
“야! 임 중대장! 피해 보고!”
“파악 중입니다. 일단 파악된 바에 의하면 2중대 2소대장하고 예하 분대원 전원 교전 도중 전사했다고 합니다.”
“이런 빌어먹을. 가장 좌측에 숙영하고 있었던가? 나오다가 죽은 모양이구먼.”
“정확한 교전 상황은 아직 모릅니다.”
여하간 병사들의 절규처럼 실제로 교전 도중에 텐트에는 구멍이 숭숭 났고 이 짧은 기습이 끝났을 무렵에는 사상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텐트는 모조리 넝마가 되고 말았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거 후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체온증이나 전염병 둘 중 하나로 다 죽겠는데요?”
본부중대 보급관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대대장을 바라보았다.
“그, 왜. 그…… 일단 멀쩡한 텐트에 어떻게든 욱여넣어. 그리고 이 건물 있다고 안 쓴 24인 텐트 있잖아. 그걸로 어떻게든 해 봐.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
“이 건물. 아니, 이 진지 계속 써도 되는 겁니까? 좀 있으면 포격이 날아올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도 무전 한 50번 해서 대답이 한 번 돌아올까 말까 하는 수준인데, 설마 제대로 좌표나 뽑았겠어?”
“……저희라면 뽑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사단에 상황을 타전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이런 젠장. 위에서는 그냥 더 깊숙이 들어가라고 하는군. 환장하겠어.”
“포로를 심문해서 알아봐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답이 없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대량의 포로가 확보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원래부터 시끄럽기 짝이 없는 중국어였는데, 입이 여럿이니 귀가 찢어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일일이 입에 재갈을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포로들을 통제하는 병사들은 총검을 들이밀고 허공에 총을 갈겨 대며 몇 안 되는 중국어인 ?嘴(닥쳐)로 응대할 뿐이었다.
“도대체 저 짱개가 뭐라는 겁니까?”
수색 대대는 파병한 병력 중에서도 엄선한 병력이었다. 다소 문제가 있다면 그 엄선한 병력이 대부분 원래 수색 대대였다는 점이었지만, 어쨌든 파병을 보내려면 어떻게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병사를 끼워 넣어야 했기에, 그 결과 소대에 반드시 하나는 있었기에 포로들이 뭐라고 지껄이는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 알아들었어. 뒤에서 더 오고 있으니 우린 다 죽은 목숨이라는데? 뭐, 좀 패륜적인 욕도 있고.”
“이 씨발 새끼가.”
아직 전투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병사 하나가 포로의 배를 발로 차자, 포로는 꺽꺽거리며 자리에 주저앉아 신음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포로들이 흥분해서 달려들려고 했지만, 포승줄에 포박된 포로들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야, 야! 때리지는 마라. 영창 간다. 이런 일이면 15일로는 안 끝나. 교도소야 교도소.”
“아니, 지금 이걸 누가 봅니까? 또 누가 보고하고 말입니까? 아, 존나 어이없네. 죽인 것도 아닌데, 뭘 이걸로 교도소까지 갑니까?”
“몰라, 시발. 귀신같이 잡아낸다더라. 간부들 승진하고 직결되어 있어서 없는 구타도 만들어 낸다는데, 얌전히 있어야지.”
“이런 젠장. 교과서에서 전쟁 범죄니 지껄일 땐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생기는지 알 거 같습니다. 전쟁은 그냥 엿 같습니다. 죽어 가는 전우가 말이 전우지 그냥 친구입니다. 친구. 그 친구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복수도 못 한다니 도저히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얼씨구. 자청해서 온 놈이 뭐 그렇게 말이 많아.”
“젠장. 저라고 이런 미친 환경에서 죽고 죽일 줄 누가 알았습니까. 스트레스 풀만 한 곳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이 시발 얼음처럼 차갑고 딱딱한 특전식 퍼먹고 있으면 우리가 어디 제3세계 용병인지 정식으로 파병 온 건지 구별도 안 갑니다. 훈련 때 반나절 굶고도 소시지만 빼먹고 버린 그 특전식 말입니다. 그땐 타 부대 새끼들 먹고 있는 전투식량 보고 있으면 존나게 좆같았는데. 지금은 더 좆같습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욕이 절반 섞인 불만을 폭포수처럼 쏟아부었다. 블록 형태로 압착한 밀가루랑 곡물가루는 콘크리트에 분필 가루 섞은 맛이 났고, 초코바는 조청 섞은 고무 맛이 났다. 쥐포에서는 역겨운 누린내가 났지만 그래도 쥐포라고 씹는 맛은 있었고 스팸이나 소시지가 그나마 입에서 받아 줬는데, 그거 말곤 도저히 사람이 먹을 게 아니었다. 후자의 셋도 한 구성이 아니라 따로따로 1~3형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거, 군가라도 부르던가.”
“이 시발. 정의의 십자군은 개뿔에 얼어 죽을. 그 좆같은 군가 신병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동안 포로를 담당하고 있던 1중대 2소대장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