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36화(337/377)
< 336편 >
포로 관리소에서 보고가 올라갔다. 포로 관리소라고 해 봤자 원형 철조망으로 만든 울타리 안에 구멍 난 텐트를 몇 겹 겹쳐서 대충 위병소 비슷한 것을 만들고 안에 수십 명을 밀어 넣은 게 전부였지만,
“우연히 진군하다가 만난 거라고?”
대대장이 소대장에게 전해 들은 소식은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라는 감상을 지니게 했다.
“아시다시피 저지대는 침수로 난리라서, 진지를 고지대로 옮기던 도중에 우발적인 교전을 치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쪽도 굉장히 당황한 모양입니다. 포로들이 산사태에 쓸려 나간 전우들의 시체라도 수습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도망치기 위한 개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런 건 아닐 거야. 그 산사태를 봤으면 도망칠 수도 없을 텐데, 뭐. 하지만 허가를 내릴 수 없다는 건 똑같군. 어차피 우리나 저 짱개들이나 내려가지도 못하고 다 죽을 텐데 뭐. 젠장,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거 노린 건가?”
수십에 이르는 박격포 일제사격으로 인해 생긴 산사태로 길은 완전히 사라졌고, 파견군이나 반군이나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전자의 경우에는 길이 없어져서 갈 수 없게 되었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구천을 맴도느라 내려갈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그리고 이대로 비가 그치지 않는다면, 한국군도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리라. 당장 먹을 식량은 줄어만 가는데, 먹는 입은 늘어났다. 그렇다고 식량을 공수할 수도 없으니, 실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나름 ‘선진국이다! 중진국이다!’ 갑론을박이 나오는 군대에서 포로를 굶겨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조용히 처리할 수도 없으니 고심 끝에 일단은 뒷일로 미루기로 했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인데 답도 나오지 않는 일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비극적인 소식입니다. 담배가 다 떨어졌습니다.”
“장병들 사기가 진짜 나락까지 떨어지겠군. 그래 봤자 기호품이야. 담배 같은 건 피우지 않는 애들도 많고. 다른 보급품은?”
“유탄은 진즉에 다 썼고 실탄은 정확히 탄통 50개. 그러니까 42,000발 남았습니다. 전투식량도 딱 이틀 버틸 수 있습니다. 저 짱개 새끼들까지 먹여 살리면 하루고. 그나마 식수는 하늘에서 무한정 떨어지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실탄은 장병들에게 보급된 것까지 포함인가?”
“경계 서는 애들하고 임시 위병소 애들 건 뺐습니다. 원래 5대기 기준으로 했었는데, 물자 부족으로 유탄 제외하고 보예탄 75발에 수류탄 2발씩 지급되어 있습니다.”
딱히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그 수류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른 애들은?”
“재보급은 아직 못 했습니다. 아마 대부분 소진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지금 해. 이거 큰일이군. 앞으로 한 번만 교전해도 탄이 없어서 죄다 포로로 잡히게 생겼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색대대는 기본적으로 약 300명으로 편제되어 있었는데, 그 와중에 전투로 인해 44명이 야전 의무대 병상에 누워 있고, 29명이 급조한 시체 가방 안이나 무덤 안에 잠들어 있다.
44명 중 19명은 박격포 파편과 총상에 의한 중상이었다. 24명은 지속적인 폭우로 인한 저체온증이었고, 나머지 1명은 괴질이었다. 1명은 꾸역꾸역 통신 차량과 함께 올라온 군용 구급차에 격리되어 있었다.
“문제가 있습니다.”
“또 뭔데?”
“K3가 또 말썽입니다. 도저히 이런 악천후에서 써먹을 물건이 못 됩니다.”
폭우로 인해서 공랭에서 강제 수랭이 되는 바람에 총신이 달아오를 일이 없으니 K3의 가장 큰 문제였던 쿡 오프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K3는 3발 발사하면 다시 장전해야 하는 좀 무거운 소총으로 변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물이 들어가지 않게끔 조치하기 위해서 초소마다 천막이니, 총 위에 판초 우의를 올리니 별 개지랄을 떨어도 비바람이 수시로 바뀌며 앞뒤에서 몰아치니 정말로 방법이 없었다.
이는 K2도 사실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K2의 경우에는 아주 일시적인 문제인 데다가 총기 손질만 제때 해주거나, 야전에서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부품 교체 등 간단한 조치만 취하면 어떻게든 나가게 고칠 수 있었지만, K3는 아니었다.
K3는 원본부터 태생적인 설계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이 중국 북부의 기후에서는 치명적으로 작용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중국 애들 물건 주워서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떻게든 고쳐서 써먹어 보라고 해! 그렇지 않아도 잘됐군! 보급관한테 말해서 K3는 300발만 지급하도록 해! 어차피 300발 다 써 보기도 전에 교전이 끝날 테니까.”
“대대장님 하지만……!”
“야! 본부 중대장! 지금부터 잘 들어! 노획해 놓은 건 후퇴할 때나 써먹어야 해. 지금 써먹으면 정말로 총알이 없어서 우린 다 죽을 거야! 알아들었어? 우리 애들 진짜로 다 죽이기 싫으면 내 말대로 해!”
***
베이징에서도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수색대대가 맞서 싸우고 있는 폭우와는 달리, 한참을 맞아야 겉옷을 간신히 적실 수 있는 보슬비에 불과했다.
“따라서 한국군은 완전히 비에 묶여 있습니다. 제80 차량화 보병여단(第80摩步旅)이 반군의 허리를 끊고 고립시키기 위해서 투입되긴 했습니다만, 비가 강한 탓에 제대로 된 작전 수행은 불가능합니다.”
“보급이라도 어떻게 해 보라고 해 봐. 지금 한국군을 최대한 더 끌어들여야 하는 판에 수색대대가 이런 일로 전멸하면 뒷맛이 좋지 않아. 란저우 전선은 한국인이 맡아 줘야겠어. 점진적으로 제27 집단군은 지난 전선으로 돌릴 거야.”
“알겠습니다. 파병 본대에 연락해서 물자 수령하도록 합의 보겠습니다.”
관료들과 장성을 전부 내보낸 리커창은 등을 의자에 묻었다. 작은 주택과 맞먹는다는 가격은 허명이 아니라는 듯 실로 안락하고 푹신함을 제공했다. 그러나 리커창에겐 이 의자가 시체와 해골로 만든 옥좌처럼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리커창의 명령에 의해서 상당한 피가 흘렀던 탓이었다. 그야 정말로 총살까지 간 인간은 별로 없었고, 대부분이 좌천되거나 전선으로 내몰렸다지만, 죽은 건 죽은 거였다. 게다가 전선으로 내몬 것도 사실상 차도살인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래도 기반을 완성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태산과도 같은 기반을.’
중국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었다. 작은 학살을 벌인 뒤 사형 집행자가 늘어놓는 자기 합리화 같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그러했으니까. 지금 정권이 바뀐다는 건 공산당과 기존 중국의 멸망을 의미했다.
기껏 땅까지 팔아 가며 끌어다 온 한국의 힘도, 은연중에 칭다오에서 균형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중인 미국의 힘도 잃을 것이다.
군대 또한 온전히 다음 정권을 따를 리 없으니 자연스럽게 또 다른 내전이 될 것이고, 모든 기반을 포기한 채 도망치는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할 터였다.
그리고 그 시절처럼 또 다른 기회는 없을 터였다. 이번에는 예전과는 달리 중국에 개입하는 큰 힘이 있으니까. 중국을 완전히 제어할 수는 없겠지만, 시늉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미국과 인도, 지금은 아직 중국이 강성하여 침묵하고 있지만, 언제나 호시탐탐 중국의 영토와 재화를 노리고 있는 접경국들.
그 접경국들이 얌전한 건 아직 공산당이 비교적 멀쩡한 데다 군벌이랍시고 설치는 반군들이 강하기도 했지만, 더 큰 전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미국 덕분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도가 티베트와 위구르를 독립시키고 영향권에 넣는 것만으로 만족했을 턱이 없었다.
인도는 본래부터 멀쩡한 중국과 싸워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대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절호의 상황에서 침략해 오지 않는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미군이 주둔하지 않았더라면 좋든 싫든 타이완 해협에서 교전이 있던 이후로 크고 작은 분쟁이 시작되었을 터였다.
그렇기에 이 미국이라는 억제력이 사라지는 순간, 중국은 정말로 지옥도로 변할 터였다. 그야 미국은 절대로 중국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기를 쓸 터였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끔찍하기 짝이 없군.”
리커창은 저도 모르게 한마디 툭 내뱉었다. 이미 시대는 중국의 힘만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아마 전임자들이 얌전하고 조용하게 힘을 길러서 한 50년만 더 조용히 잠룡으로 살았다면, 미국과 능히 맞붙어 볼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한여름 밤의 꿈으로 변해 버렸다. 다른 국가들이 알아서 쇠퇴하지 않는 한 중국은 영원히 다시 국제 사회에서 강대국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리라.
아마 조만간 중국이 있던 자리에는 인도가 올라갈 터였고, 이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당분간은 인도의 영향력에 맞서야 할 처지가 되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언제나 미래는 참으로 암울한 것이라고 말이다. 중국의 미래가 실로 그러했다.
‘나만이 할 수 있다. 자화자찬 따위가 아니야. 닥쳐온 상황이 그래. 지금 단계에서 내가 얌전히 물러나더라도 내전은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잘된 일 아닌가. 내전을 막아 냈다. 반대파를 숙청했다. 더 많은 피가 흐르는 것을 피했다. 소를 희생하여 대를 지켜냈다.
‘그 숙청 건으로 여기저기에서 쪼아 대고 있는 게 곤란하긴 하지만, 상당히 순조롭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주석으로 취임하면서 목표로 했던 절대 권력 또한 손에 쥐었고, 전쟁 또한 이기고 있다. 아주 정 뭣하면 싼샤댐을 무너뜨리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하면 광저우-난징은 짧으면 하루, 길어도 한 달 사이에 항복할 것이고 이미 인도에 얻어맞고 약화한 란저우-청두 반군은 공산당의 상대조차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전후 처리에 있었다. 기껏 만들어 놓은 정권에 학살이라는 꼬리표로 인해서 흠이 간다는 사소한 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국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이 죽거나 다칠 것이었다. 인구 10분의 1이 몰려 있다는 소리는 수해 피해를 볼 지역이 인프라가 꾸역꾸역 밀집되어있는 지역이라는 뜻이고, 이는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는 의미였다.
경제가 파탄 나면 그것을 복구해야 하는데, 공산당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해외에 의존하려고 해도, 아무런 조건 없이 막 퍼 주는 키다리 아저씨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결국 자국의 미래를 팔고 이권을 팔아서 어떻게든 메꿔야 하는데, 그 이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절대로 중국은 죽고 태어나지 않으면 다시 위대해질 수 없다. 지난날에는 백 년이었지만, 이번에는 천년만년을 기다려야 할 터였다.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 터뜨리는 건데.’
그렇지 않아도 싼샤댐만이라도 어떻게 탈환을 해 보고자 작전을 수립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광저우 반군도 이곳이 최대 약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엄중한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사실 지난 전선에 투입되지 않은 부대는 대부분 싼샤댐을 보호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해 봐야지.”
그렇다. 어떻게든 해 봐야만 한다.
반드시 중국은 온전하게 통일되어야만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