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3화(34/377)
< 33편 >
“왜지?”
편의를 봐주고 보조를 해준 게 얼마인데 도대체 왜 한국부터 가는데?
물론 여론을 생각하면 일단 ‘나, 고이즈미는 미국에게 실망했다!’라는 성명 정도는 내야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런 건 문제 거리도 축에도 끼지 않았다. 왜 한국부터 가느냔 말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 동아시아에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이성적으로 답이 안 나오니까 별의별 해괴한 생각이 머릿속을 돌고 돌다가 언제나 마지막은 ‘왜?’로 귀결되었다.
왜? 도대체 왜!
“젠장! 부시상! 어째서!”
전혀 상정하지 않고 있었던 상황이 닥쳐오면 아무리 쇠심줄 같은 신경의 소유자라도 당혹해하고 보는 법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냉철한 인간? 그런 건 인간으로서 어디 한군데가 망가져 있거나,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오는 만들어진 인물상이다.
“젠장. 뭔가가 있어. 뭔가가.”
고이즈미는 신경질적으로 말도 안 되는 추측과 국가기밀로 만들어진 깜지를 와락 잡아서 꾸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얼마나 신경질이 났으면 일부러 강하게 던져서 쓰레기통을 고꾸라뜨릴 정도였다.
“정말이지 미쳐버리겠군! 그나마 가장 가능성 있는 추론이 부시가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거라니!”
실로 묘하게도 정답에 다가갔지만, 고이즈미는 이런 부정확한 추론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이런 허점투성이 추론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이 말이야!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우익 세력과 반한 감정이 드높아질 텐데, 지금은 반한 감정을 내세울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앞으로의 정세를 위한 한일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구밀복검이든 다테마에든 뭐라고 불러도 좋으니까 일단은 친하게 지내야 했단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월드컵 유치 실패로 반한 감정이 드높아질 무렵이었다. 물론 공동 개최긴 했지만. 본래 단독 개최였던 것이 공동 개최가 되었으니, 이게 실패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은 안 돼! 지금은 안 된단 말이야!”
지금 당장 우경화가 가속되면 고이즈미가 그리던 큰 그림은 저 깜지처럼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우경화든 뭐든 일단 뭐가 되려거든 기본적으로 국가 단위에서 밀어줘야 하기도 하지만, 우경화라는 것은 국가가 만드는 게 아니었다.
여론이 우경화를 요구하기에 우경화가 진행되는 거다! 0에서 1을 만들 수 없듯 국민이 우익 인사를 필요로 할 때 우익 인사가 정권으로 들어오고 들어온 우익 인사가 만들어내는 것이 우경화다. 우익을 원하는 국민이 우익 인사를 뽑았지 않은가? 그럼 의석이 점차 우익 인사로 가득 차버리니 우경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거다.
히틀러가 파시스트나 나치당을 만들었나? 아니, 독일제국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던 국민이 히틀러를 비어홀에서 요구했다! 히틀러는 그 광기를 적절히 활용하고 자기 입맛대로 찰흙 만지듯 조물거려 나치 독일을 만들어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전쟁을 요구했고 국가는 그 기대에 부응했다. 여론에 휘둘려서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을 벌였다는 말이다!
종종 일본의 민주주의가 중세 봉건제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다. 국민이 자신이 뽑고 싶은 후보가 있으면 뽑을 수 있었다. 그리고 뽑히면 우경화를 열심히 밀어주겠지.
‘투표조작이라도 해야 하나?’
우경화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문제없지 않을까? 그게 될 리가 없지. 0에서 1을 만들 수는 없지만, 의석에는 1이 참으로 넘치고 많았다. 누가 막지 않고 밀어주기만 해도 고작 1, 2년 안에 우경화가 끝나 온 나라가 우익이 될지도 모르는 판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과장이 담겨 있었지만, 고작 10년이다. 그 황금기가 지난 지 20년조차도 되지 않았다.
즉, 지금 국회를 점거하고 있는 인원들은 그 황금기를 온몸으로 체감한 우익 인사들이었다.
‘맙소사.’
고이즈미가 그리는 큰 그림이란, 외교는 전부 미일 동맹에 맡기고 내정에 집중하여 내실을 다지는 것이었다. 80년대의 여파를 확실하게 연착륙시켜야만 했다.
유화정책을 밀어 주변국과 친교를 다지고 말년에는 북한에 납치된 국민을 받아내면 고이즈미의 치세는 높이 평가될 것이 틀림없었다. 명예욕?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차라리 명예욕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본 국내는 너무나도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고이즈미가 생각하기에 우경화란 그만큼 위험했다.
고작 국내 여론 때문에 전쟁을 벌였다가 핵 두 방 맞은 게 엊그제 일인데, 거품 경제, 경기호황에 덧칠되어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가장 어리석은 전쟁은 여론으로 빚어진 전쟁이란 말이다! 무슨 위대한 잊기 운동도 아니고!
고이즈미의 치세는 적어도 평화라는 단어로 포장되어야만 했다. 국내에서는 욕 좀 먹겠지만, 국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치곤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우리는 이만큼 했다고! 그러니까 너희도 좀 양보하라고! 얼마든지 소리칠 수 있었다! 물론 뻔뻔하다고도 할 수 있었고 조금만 수틀려도 손바닥 뒤집듯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했었던 전적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은 아주 큰 차이였다.
‘실익’을 위해서는 숙이고 들어가는 게 더 편하단 말이다!
“그러니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미국이 그렇게 부르짖는 동아시아 세력 투사 체제인 한미일 동맹 아닌가? 물론 일본과 한국은 서로 동맹을 맺을 생각은 없었지만, 미국이 원하는 건 그거 아니야? 그거 아니냐고! 고이즈미는 반백의 머리카락을 완전히 헝클어뜨렸다.
‘부시! 저 빌어먹을 놈이 다 망쳤구나! 제 조국이 부르짖던 한미일 동맹을 다 짓밟아버렸어!’
“안 돼. 이대로는 절대 안 돼.”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총리 자리가 허수아비 얼굴마담인 줄 알아? 고이즈미는 핏발선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은 방아쇠를 당기는 단계에 불과했다. 부시가 대체 한국의 무엇을 보고 그렇게 한국으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만 알아내면 이쪽으로 끌어들여 전위회복을 할 수도 있지. 일본의 문화로 주요 요인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었다.
“철저히 준비하게.”
친한 인사를 친일 인사로 만들어봐야지.
* * *
오산 공군기지는 때아닌 인파를 자랑하고 있었다. 평소에 인파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봤자 미군과 그 가족들이나 돌아다니는 장소였다.
기본적으로 국외 미군 기지는 치외법권이었기 때문에, 가게가 미국 기업이라거나, 물건을 달러로 계산하는 등 모든 것이 미국식이었다. 다만 어쨌거나 한국 땅에 있는 기지였기 때문에 한국군 시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공군의 BX나 국민은행 지점이라던가 말이다.
그 인파는 공군도 있었지만, 기자 같은 민간인도 있었다. 그러나 인종이 실로 각양각색이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기지에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전투기를 몰고 한국에 오거든. 진짜야, 진짜라니까? 아, 뭐라는 거야! 끊는다!”
“빨리빨리 준비해! 얼마 남지 않았어! 포지션을 잡으란 말이야!”
기자들은 저 멀리 통제선 너머에서 에어 포스 원이 착륙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일반적이라면 대통령을 찍기 위해서 몰려들었을 기자들이 최신예도 아닌 전투기를 찍기 위해 이리도 미쳐 돌아가고 있다니. 하긴, 아직 F-18이 오래된 거지 F-18F 자체는 아직도 F-14 톰캣을 대체하기 위해서 공장에서 찍어내는 중이었다.
여하간 신문이나 뉴스는 내용물보다도 구독자나 시청자의 호응도 아니겠나? 그것을 최고조로 높일 수 있는 장면은 누가 뭐라 해도 F-18F의 랜딩 기어가 오산 공군기지의 활주로에 닿는 순간과 캐노피를 열고 조지 W. 부시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심한 경우 어떤 기자팀은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선점하고 인터뷰나 한번 걸어보려고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아예 텐트를 치고 밤샘까지 했다.
“저리 비켜!”
“저거, 저기 오고 있다!”
물론 정작 때가 되자 ‘자리 찜!’ 같은 유치한 건 없었고 모든 취재진이 이리저리 밀려나기 일쑤였다. 영어라는 훌륭한 공용어가 있었지만, 다들 모르는 척 자국어로만 욕설해대며 밀어내는 통에 작은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되니 차라리 베스트 포지션이 아니라 적절히 먼 위치에 자리 잡은 취재진이 그 꼴을 보고 비웃을 정도였는데, 그 열기가 만약 군 측의 통제선이 없었다면 전투기가 다가오는 활주로 정면에서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고 있을 기세였다. 특종에 목숨 거는 일이 기자의 태생이자 의무다 보니 진짜로 그렇게 할지도 몰랐다는 점이 참으로 웃고프달까, 씁쓸한 일이었다.
조지 부시는 그런 난장판 속에서 입국했다.
문제는 정작 그 본인이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헬기로 갈아타는 바람에 한마디 붙여보지도 못한 기자들의 꼬락서니가 꽤 우습게 된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 * *
“너 지금 무어라 했니? 다시 한번 말해보라.”
어째 기시감이 오는 대사였지만, 어쩌겠는가. 또 이 대사가 나올법한 일이 일어났는데.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가 전투기를 타고 남조선에 도착했다고 합네다.”
어제 바로 이것과 같은 소식을 전하고 숙청이 된 친구가 있기에 이 소식을 전하는 사내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너. 어제 고놈 아새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잊었니?”
“참말입네다! 장군 동지께서는 이것을 보아주시라요!”
그것은 정보부 정찰총국에서 수집한 해외 신문과 뉴스였다. 그곳에서는 하나 같이 전투기 캐노피에서 당당하게 내리고 있는 조지 W. 부시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 이거 완전 미치광이 아니니?’
하도 어처구니가 천장에 닿을 기세로 뛰는 바람에 김정일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조작이나 합성은 아닌지 고려해봤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 세계구급으로 사기를 칠 필요는 없었다.
“완전히 돌아버리겠구먼, 기레.”
김정일 본인도 자신의 집권을 강화하겠다고 별 지랄 다 떨어봤지만, 설마 전투기를 타고 타국으로 간다는 발상은 해본 적도 해보지도 못 해봤다. 물론 김정일이 가지고 있는 고소 공포증 때문에 못 해봤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온 세상 손가락질을 독식하며 미치광이 취급받는 김정일이었지만, 적어도 그 두개골 안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있기 위해서 가질 수 있는 지식, 이해, 판단력 말이다.
김정일 스스로조차 자신은 반쯤 미쳤다며 혼자 시시덕거리곤 했는데, 저 미제 늙다리 뇌에는 그 ‘상식’이란 게 없는 모양이었다.
‘이게 지금 꿈이야 생시야?’
김정일은 잠시 자신이 지금 마약 같은 것을 하고 있지 않은지. 천천히 자신을 돌이켜보다가. 이내 현실임을 직시했다.
그렇다면 왜 전투기를 타고 왔을까? 정말로 뇌에 상식이란 게 존재하지 않아서? 그럴 리가 있나! 아무리 막 나가는 놈이라도 아무런 이유 없이 전투기를 탈 리가 없었다. 적어도 작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이유라도 존재할 것이 틀림없었다.
중국인가? 아니다. 이 시점에서 전투기 방한 따위로 고작 중국을 어떻게 할 수는 없지. 그럼 일본. 아니다. 동맹인 일본을 왜 건든단 말인가?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게….
“우리 조선?”
“예?”
“아가리 다물고 있으라우!”
무의식중에 반문을 한 사내는 창백하게 변했다. 김정일은 기본적으로 조울증이라 기분이 좋을 땐 뭐든지 해주지만, 기분이 나빠지면 바로 박격포나 야포로 이승을 작별하게 만들어주는 재능이 있었다.
저 미제놈들이 우리 조선을 침략해온다!
“아니야!”
김정일은 자신이 세운 가설을 순식간에 내팽개쳤다. 그래, 아니다. 당장 침략은 아니겠지. 그랬다면 미국 대통령이 왜 남조선에 온단 말인가?
이 순간 김정일을 지배하는 것은 오롯이 불안이라는 감정뿐이었다.
미제 침략자들을 영원히 쓸어버리자! 미제 단매에 때려눕히자! 미제에게 무자비한 징벌을! 등 온갖 포스터를 창출해내는 북조선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저 미국과 대항하게 되면 그 끝은 불 보듯 뻔했다. 전쟁을 시작하고 바로 핵이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재래식 병력 또한 질과 양에서 뒤떨어졌다.
일단 미제놈들의 병력을 멈추게, 아니 적어도 대화라도 할 수 있어야 했다.
“핵!”
존나게 큰 핵이 필요하다!
“내레 자금을 있는 대로 없는 대로 모조리 쥐어짜서라도 때려 박아줄 테니 당장 수소탄 실험을 성공 시키라우!”
그래, 이것만이 답이다!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