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40화(341/377)
< 340편 >
“이런 씨발.”
그건 부시가 실로 오랜만에 내뱉은 직설적인 욕이었다. 빙빙 둘러서 욕하거나, 의식하고 억지로 내뱉은 적은 있어도 대놓고 욕지거리가 튀어나온 건 아마 올해 들어서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부시는 제 손에 들린 보고서를 찢어 버릴 듯한, 혹은 씹어 먹을 듯한 기세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글자가 재배열 되거나 내용이 바뀌는 일은 없었고, 보고서에는 그대로 ‘카르텔 협조 요청’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신들이 앞서서 마약을 폐기할 테니, 대신 자기들을 도우라고? 이런 좆같은 새끼들을 봤나?”
그렇다. 실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좆같은 새끼들’이었다. 딱 필요한 곳을 긁어 주며 연대 보증 서 달라고 유혹하니 이보다 괘씸할 수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당장 나쁜 제안은 아닙니다. 고작 정권 교체하는 데 은밀하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콜롬비아가 안정되고 유입되는 마약을 줄일 수만 있어도 큰 성과일 겁니다. 물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그들이 말을 번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 그때야말로 전쟁이라도 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비서실장은 ‘물론 전쟁은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 벌어지지 않겠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건 외교적으로도 최악이야. 우리의 강령은 ‘테러와는 협상하지 않는다.’ 잊었나? 지금 고작 해 봐야 달콤한 미끼 하나로 굴복시키려고 하고 있어. 이 나를! 이 나라를!”
보고서가 날았다. 분노를 담아 전력으로 던진 보고서는 굉음을 내며 벽에 부딪히더니, 이내 풍선이라도 터지듯 사방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지금 가장 쉬운 해결책 중 하나라는 것도 일단 사실 아닙니까? 콜롬비아 차기 정부가 저희 지원을 받는다는 건 큰 이점이 될 겁니다. 어차피 저희 기조는 독재든 뭐든 써먹을 만하면 묵인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물론 쉬운 것에는 언제나 대가가 존재하는 법이다. 하물며 한낱 게임에서조차 쉬움 난이도에서는 성취감이 떨어지는데, 현실에서 쉬운 일에 대가가 없을 리가 없었다.
“대신 미국은 성조기가 불타 사라지는 그날까지 불명예의 멍에를 지고 살아가야 하겠지! 내 명예 따위는 어찌 되어도 좋아! 어차피 말년에 실수 정도로 기록될 거야!”
깨끗한 척하기에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태생부터가 이미 상당히 늦긴 했지만, 적어도 사람들에겐 2001년부터 2008년 사이만큼은 완벽했던 해로 기억되어야만 했다. 여기서 말하는 완벽은 기껏 해 봐야 도덕적이고 깨끗함을 뜻하는 게 아니다. ‘장애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과제가 아닌, 과제를 해결한 시기로 기억되어야 할 터였다.
부시가 중국에서 벌어진 내전을 짧은 기간 안에 해결 보기 위해서 매달리고 있는 이유는 오로지 그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명예 따위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이 지고 가야만 하는 짐은 무거워! 내가 덜지는 못할망정 거기다가 짐을 더 추가하라고?”
“그럼 저 터져 버린 보고서는 없던 일로 하면 되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부시는 당장이라도 ‘그래!’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문제는 여기서 거절을 하면 저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야 지금 당장 부시나 미국에 큰 피해를 주진 못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콜롬비아와 미국 사이는 틀어질 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저들이 저렇게 나온 이상 사실상 콜롬비아는 저들의 손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평화. 허울이야 좋다. 마약에 무기 태우는 것도 좋다. 그런데 저들이 정말로 다 태우고 있겠는가? 적당히 있는 무기며 마약이며 비밀 벙커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대충 무기나 마약이나 싸구려나 태우면 그만이다. 태워 버린 마약 밭이야 다시 일구면 그만이고, 무기는 다시 사들이거나 벙커에서 꺼내 오면 그만이다.
“아니, 아니지. 아니야. 그렇다고 무시해 버리기에는 미끼가 너무 크단 말이야.”
그 말대로였다. 평소였다면, 개소리라고 일축하고 보고서를 보이지 않는 곳에 버려 버렸을 부시가 이렇게까지 과장되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를 내면서도 선뜻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도 비서실장이 말했듯이 역시나 미끼가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이 친미 정권이라는 미끼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생각하게 만드는 미끼다. 적어도 그들이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충실한 개처럼 따르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미치도록 물고 싶은 미끼였다.
“이걸 거부하려면 의회와 한바탕해야겠군.”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나도 몰라! 어찌 되었든 진정으로 독이 든 성배를 마시고 살아남고 싶거든 준비해야겠지!”
부시에게 다가온 시련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올라온 보고서는 그렇지 않아도 흥분해 있는 상태인 부시를 지금 이상으로 흥분하게 만들었다. 부시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말을 온몸으로 체감해야만 했다.
“우리 무인기에 개발 도중에 발견되지 않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요? 이런 문제로 내가 펜타곤까지 와야 합니까?”
“대통령님, 전부 낭설에 불과합니다. 대통령님도 잘 아시다시피 언론이란 특종에 굶주린 추잡한 이들의 머저리 집단일 뿐입니다.”
“언론의 수작질이라…… 길게 말하지 않을 테니 잘 들으시오.”
“예, 대통령님.”
“지금 당신들이 하는 말에 따라서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달라질 거요.”
부시가 좌중을 노려보았지만, 그들은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노장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게, 자기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는 듯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부시를 더욱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럼 우선 항모에 배치된 무인기 중 무려 18기나 바다에 빠뜨린 설명부터 좀 들어 봅시다.”
“본래부터 항모 착함이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조종사의 숙련도 미숙으로 착함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입니다. 이는 숙련되지 못한 조종사가 무인기를 무리하게 운용했기에 생겨난 일이며, 당시 이라크에서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 햇병아리 신병이 대거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미숙한 조종사 개인의 잘못이다. 이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내 탓이라는 겁니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바보로 보입니까? 무인기에 투입된 인간들은 신병이 아니라는 걸 모를 리가 없잖습니까? 그냥 신병이 늘어난 거잖소!”
실로 그러했다. 게다가 바다에 빠진 무인기들은 모조리 수직이착륙기였다. 근미래에 해리어를 대체할 F-35를 의식하여 어차피 수직이착륙 무인기도 록히드 마틴인 만큼 서로 기술 공유도 될 것 같아 미리 개발을 지시한 것이었는데, 부시 또한 그 ‘수직이착륙’ 기술이 힘들다는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충분한 개발 기간을 주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빠르게 개발되었고, 이라크전에 끼어들기 전 기적적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지금 와서 30기 중 18기라는 손실이었다.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였다. 이 무인기에 숙련병조차 심각할 정도로 힘든 결함이 있거나, 혹은 수직이착륙 기술 자체에 결함이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래, 좋아. 해군은 그렇단 말이지.”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었고, 조사가 덜 진행되었던 탓이었다. 부시도 직접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보고서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덕분에 강하게 나가지는 못했다. 다만 다음에 말할 것은 부시가 직접 몸으로 체감한 것이었다.
“그럼 이제 육군이 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가 왜 스펙과 명백히 다른지 대답해 줄 시간이군. 분명 노상 최대 속도 80km/h고, 사격 속도는 분당 13발이라고 하지 않았나? 왜 55km/h에 10발인 거지?”
“양산 과정에서 안정성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 스펙을 다소 낮췄습니다. 야전에서 요구되는 것은 뛰어난 병기가 아니라 막 굴려도 고장 나지 않는 적당한 병기니까요. 성능이 아무리 우수해도 그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전성을 희생한다면 본전 말도입니다.”
“좋아. 완벽한 대답이군. 흠잡을 곳이 없어.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지.”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위기를 모면했다고 판단한 장군의 철면피 뒤로 묘하게 안심하는 듯한 기색이 엿보였다.
“그런데 왜 그걸 내가 배치 일보 직전에 알게 된 건가?”
“그러니까…… 지난주에 보고서는 올라갔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군. 내가 그대로 읽어 주도록 하지 장군. 스펙에 사소한 변동 사항이 있으며, 이는 M2001 크루세이더의 안정성을 높이고 좀 더 야전에 적합하게 최소한의 조치이다.”
“제가 말한 그대로군요.”
“도대체 어디가 사소하다는 건가? 3발이네, 3발! 자주포 10대에서 3발이면 30발이야! 내가 이걸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아는가? 내가 직접 M2001 크루세이더를 타서 운용해 보고 알아낸 사실이야!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만 할 걸세!”
“예? 뭘 타셨다고요?”
“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를.”
“제가 이해한 게 올바르다면…….”
“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를 직접 타고 운용해 봤네. 총 120발의 M982 엑스칼리버 유도 포탄을 소비했고, 노상에서 20마일 야지에서 50마일을 운전했네. 이거면 충분한가?”
정확히는 펜타곤으로 오기 전에 테스트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저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만. 그리고 대통령님은 전차 경험이-.”
“이제 곧 듣게 될 거야. 불과 2시간 전에 벌어진 일이니까. 그리고 전차를 내가 혼자서 운용했겠나?”
“아닙니다.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으면 최소한 내가 만족할 정도로 그 빌어먹을 개수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게. 더도 덜도 말고 딱 6개월 주지.”
“6개월? 대통령님? 6개월로 잡으면 위험합니다!”
“장군! 자네는 누구지?”
“예?”
“군인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럼 까라면 까게! 또 이따위로 일을 처리했다간 자네뿐만이 아니라, 이 사태를 방관한 자네 친구들까지 위아래로 전부 옷 벗고 교도소에서 평생 썩을 줄 알게!”
다른 대통령이었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협박이었다. 이 펜타곤에서 한두 명 정도는 옷 벗기게 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 위아래로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교도소에 처넣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할 수 있었다. 권력과 광기로 점철된 저 정신 나간 행동력을 보라. 기껏 해 봤자 병사나 간부 몇 명 데려다 놓고 선문답 혹은 테스트 구경이나 했을 줄 알았건만, 무슨 자주포를 직접 타 보고 몸소 운용까지 해 본단 말인가?
“알……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군.”
“예?”
쪼이고 있던 다른 장성들을 속으로 고소해하며 비웃고 있던 공군 장군은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공군에는 저러한 일들이 없었던 탓이다. 그야 자신도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사소한 비리 정도는 한둘 있겠지만, 설마 그것까지 대통령이 파악하고 있겠는가?
“설마 F-22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는 건 아니겠지?”
“절대로 아닙니다! F-22는 미 공군의 긍지이자 무적의 전투기입니다! 그것이 적이 날린 미사일이든, 사보타주든, 스파이든, 부정부패든, 절대로 그 무엇도 F-22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습니다!”
“훌륭한 대답이군. 조만간 그 F-22가 쓰일 곳이 있을 거라네. 그러니 생산 대수는 예정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해 보지.”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그런데…… F-22는 너무 비싸지 않나?”
“확실히 그렇지만, 그 기체만 있으면 완벽하게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F-15와 F-16은 미래 전장에서 제공권을 장악하기에는 다소 차질이 있지 않겠는가? F-22를 더 늘리기에는 예산이 부족하고.”
공군 장군은 마지못해 수긍했다. 진실이나 사실이 어찌 되었든, 대통령이 원하는 대답은 ‘예.’라는 대답이었을 것 같았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