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43화(344/377)
< 343편 >
본디 전쟁이 시작될 무렵 세력 구도는 실로 평행에 가까웠으나 가진 미사일과 로켓이 하다못해 갈아 넣을 사람조차 모자라게 되었을 때, 미국의 지원을 업은 지난 전선의 천칭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전쟁 전 지도가 쓸모없는 것이 되어 갈쯤에는 소모전에서 밀린 다른 군벌들이 지난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이대로 소모전을 지속하다간 후일을 도모하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될 터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지난 군구는 다시 공산당의 품으로 돌아왔다. 오로지 멀쩡한 칭다오만을 남기고. 전선이 소강상태가 될 무렵 지난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확히는 남아 있는 민간인이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라는 말이 맞았다.
대부분 징집되거나 전쟁을 피해서 해외나 다른 지방으로 도망쳤으니까, 남은 사람이 없는 것이다. 정든 고향 땅에 남고 싶어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게 변한 땅을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라진 뒷산과 터조차 남지 않은 마을을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느냔 말이다.
물론 일반적인 전쟁이었다면 이렇게 될 턱이 없었다. 제아무리 미친놈들이라도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국제사회의 눈치를 눈곱만큼이라도 보기 마련 아니던가.
그렇다면 반대로 말해서 국제사회의 눈치를 눈곱은커녕 터럭만큼도 보지 않는다면, 민간인 학살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마침 작전 지역에 있는 모든 인간이 적군이라고 간주하고 있다면, 이적 행위를 했다는 핑계가 있으면 더더욱 가능했다. 그렇게 사람이 없어진 마을은 전장이 되었고, 그렇게 전장이 된 곳은 모든 지형지물이 바뀌어 본디 어떤 곳이었는지 짐작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전선이 지난에서 그 뒤로 완전히 밀려난 뒤 익숙한 지형이나 표지판 따위는 온데간데없어 오로지 GPS 하나에 의존하여 자신의 고향을 찾아가야만 했던 광경은 실로 억장이 무너지는 광경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결코 굴하지 아니하고 마을을 재건했다. 때때로 지형에 따라 자리가 바뀌곤 했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의 고향에서 다시 터를 잡았다. 문제는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었다.
완전히 폐건물로 변한 아파트가 남아 있으면 실로 천운이 따른 것이고, 하다못해 정말로 터밖에 남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 삶을 윤택하고 안락하게 만들어 주던 모든 인프라는 박살이 났고, 그중 가장 중요한 상수도관은 제 기능을 잃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도시는 모래 대신 콘크리트로 지은 사막이나 다름없었다.
여하간 도시 사람들은 자신이 알거지가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다시 시작하기 위해 그나마 나은 칭다오로 돌아와 눌러앉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서 베이징이나 지금이라도 해외로 떠났다.
전세가 완전히 기울었음에도 군벌들이 항복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잘해도 사형이었던 탓도 있지만, 아직 비장의 수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벌마다 서로 생각하는 비장의 수가 조금 다르긴 했지만, 여하간 발악조차 해 보지 못하고 몰락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 그렇고말고. 나는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절대로 말이지.”
권력도, 재산도. 일단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라면 그 무엇 하나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인간이라는 생물이었다. 그러나 과연 권력과 재산을 생명과 맞바꾸고 싶어 하는 인간이 몇이나 있겠는가?
원래 지도자들이란 그러한 이들이었다. 남을 비하하고 끌어내리며 짓밟아서라도 위로 올라가려고 바동거리는 육식 동물들이다. 그것이 하이에나로 끝날지. 아니면 백수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로써 끝날지는 본인 처신에 달린 것이다.
이들은 설령 죽는다고 할지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게 하나쯤은 있다. 그게 명예든 권력이든 재산이든 어쨌든 하나는 분명하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준비되었나?”
-언제든지 5분 내로 발사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경로 계산도 확실합니다. 게다가 이 정도 물량이면, 일부만 명중하더라도 확실하게 붕괴할 겁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이렇게 되면…….
“그건 자네 소관이 아닐세!”
수화기를 신경질적으로 내려치자 통신이 끊어졌다.
“이런 제길. 빌어먹을 ‘인도’ 새끼들만 아니었어도!”
란저우 군벌의 젊은 지도자는 홧김에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졌다. 모든 것이 전부 잘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애송이의 꿈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미국이 개입하더라도 억지로 비집고 들어올 줄 알았더니만, 이제 보니까 처음부터 당이 조국을 미국에 팔아넘긴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국이 시시각각 약해질 턱이 없잖은가. 전략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음에도 속절없이 밀리던 까닭도 다 미국 때문이었다.
‘저런 매국노들이 집권하는 중국에는 미래가 없다!’
그렇다. 생각해 보면 땅과 국민까지 팔아먹지 않았던가? 땅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하다못해 노예장사라니? 이보다 심각한 매국 정권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이 자리에 올라오고 나서 온갖 더러운 짓 다 해 봤지만, 그래도 사람을 팔아먹은 적은 없었다.
‘그래, 그래! 더러운 한국 놈들도 똑같다!’
그들은 용맹하게 싸우기는커녕 졸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한국군은 수색대대가 기후 악화로 ‘보급 불가능’이라는 사태에 직면한 이후 치명적으로 아프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귀찮은 곳을 찌르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요컨대 한국군의 특기인 화력전이 아니라 유격전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유격의 장점이 무엇이던가? 그건 바로 남을 괴롭히는 데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피해 규모는 매우 소규모로 남부 전선과 월등하게 차이가 났지만, 정작 란저우 군벌이 느끼는 바로는 차라리 남부 전선이 편할 정도였다. 이상한 곳에서 튀어나와서 화력을 투사하고 천천히 빠지면, 그 공백을 인민해방군이 비집고 들어와 차지하기를 반복했다.
그 기동력이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수준인지라 란저우 군벌에서는 몽골이나 기타 국경에 접해 있는 나라에 의혹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는 대답뿐이었다.
그러나 맹인도 아니고 누가 저 대답을 믿겠는가. 더군다나 항상 튀어나오던 곳이 북쪽임을 고려하면 대충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그들은 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콩고물이라도 얻어먹고자 막 나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침략을 해 오진 않겠지만, 군대가 통과할 수 있도록 국경을 열어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그건 다시 말해 어디서든 공격해 올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란저우에 첩보 조직 따위는 없었고, 그것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안은 완전히 내수용이었다. 전쟁 도중에 첩보용 정보 조직을 만들 여력 또한 없었다.
“위기는 기회가 되는 법.”
위기는 기회다. 단지 흥미로운 점은 위기가 항상 기회가 되지는 않는다는 법을 잊은 자에게, 위기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남부 전선은 밀리고 밀려 결국 우한까지 밀려 나갔다. 군벌이 속절없이 밀려 나간 건 아니었다. 난징에서 후퇴한 만큼 재정비를 가하여 만전을 기해 공산당의 인민해방군을 막아 냈다. 그런데도 그저 물량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예를 들면 중국의 공군은 반쯤 붕괴한 지 오래였다. 소모전으로 넘어간 것까지는 좋은데, 군수공장은 죄다 폭격에 폭파당하고 제공권은 도저히 공산당의 물량을 이길 도리가 없었다. 주요 군수공장은 대부분 칭다오에 있었는데, 한반도에서 출격한 주한미군의 F-22와 미 해군 소속의 F-18이 위협을 가하였다.
인민해방군 공군의 상징을 달고 있는 F-16은 어느 순간부터 전장에서 익숙해진 광경이 되었다. 전장에서는 그야말로 물샐틈없이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지만, 그것이 전투기의 영역을 침범할 수는 없었다.
공군이 앞서고 육군이 전진함에 따라 적의 대공 체계는 완전히 마비되었다. 본래라면 반대가 되거나 적어도 육군이 대공 체계를 마비시킨 뒤 공군을 투입해야 정상이겠지만, 리커창 주석은 아무래도 전쟁을 일찍 끝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공군이란 공군은 죄다 마구잡이로 꾸역꾸역 투입했고 그 결과 전쟁 말기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1,500대에 이르는 전투기와 200대에 이르는 폭격기를 투입하여 전선을 말 그대로 밀어 버렸다. 부족한 질을 물량으로 때우겠다는 심보였는데, 그게 잘 맞아 들어가는 바람에 싼샤댐 근처까지는 정말로 개미 새끼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었다.
“저 멀리 싼샤댐이 보인다. 대공 체계가 만만찮다. 저렇게 삼엄해서야 절반도 뚫지 못하고 전부 격추당할 거다.”
-이 작전은 속도가 생명이다. 어떻게 안 되겠는가?
“불가능하다. 저 반경 안으로 다가가는 순간 불나방으로 변할 거다.”
-지금 막 싼샤댐으로 집단군이 통째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대공 무기를 정리하고 나면 우리 공군이 폭격하고, 그 뒤에 대규모 공강군(空降軍)이 공수작전을 통해 싼샤댐에 침입해서 장악할 거다.
그 말들을 들은 F-16 조종사가 다시 한번 전장을 대충 훑어봤다. 많은 벙커와 참호. 그리고 마찬가지로 많은 기갑부대. 많은 고정 포대와 로켓.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많은 대공 무기. 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 건 다 때려 박은 모양이었다.
그동안 아끼고 아낀 모양인지 물량 하나는 지난 전선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싼샤댐은 광저우 군벌의 보루였던 탓이다. 물량이라면 이쪽도 절대로 지지 않지만, 싼샤댐에 이무기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군벌의 물량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아군이 전진한다고 한들 어떻게 뚫을 수 있을지 자체가 의문이었다.
“싼샤댐 주변에서 방금 약 수백여 대의 헬기가 이륙했다. 기종은 아마도 Z-9 같다. 뚫을 수 있겠는가?”
-주석께서 그것을 원하신다. 그들이 산화하면 더 많은 집단군이 투입되겠지. 저 댐만 장악할 수 있다면, 전쟁이 끝난다. 우리 국채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곳으로 힘차게 달리고 있어. 리커창 주석께서 조바심을 내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공산당의 예산은 크게 세 군데에서 나왔다. 이래저래 처분하면서 나온 검은돈과 어떻게든 후방에서 정상적으로 걷고 있는 세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전쟁 중인 나라라면 으레 발행하는 국채였는데, 그 국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쌓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장 조종사가 타고 있는 이 F-16도 다 국채인 셈이었다.
“빌어먹을 미국 놈들 F-15도 아니고 F-16 정도는 공여해 줄 것이지.”
그러나 이 싼샤댐만 장악하면 난징과 광저우는 저절로 항복할 터였고, 위구르와 티베트를 잃어버린 란저우와 청두는 상대조차 아니었다. 실제로 동부 전선은 집단군 하나와 파병 온 한국군으로 막고 있지 않은가?
조종사에게는 캐노피 너머로 다시금 하나가 된 중국이 보였다.
-어…… 이런 젠장. 방금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이 이상 접근하면 댐을 폭파해 버리겠다고 협박 중이다. 교전을 금지한다. 반복한다. 교전을 금지한다.
“협박은 상정 범위 아니던가?”
-그 협박범이 ‘광저우 반군’이 아니라 ‘란저우 반군’이라는 건 완전히 상정 범위 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