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46화(347/377)
< 346편 >
“가장 중립적인 보도조차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 그야 진통을 겪을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가 심하긴 한 모양이군.”
부시는 황당하다는 듯 보고서를 펄럭이더니, 이내 대충 아무렇게나 집무실 책상에 내동댕이쳤다. 한국이 주장하는 ‘유언비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정교한 ‘중상모략’이라고 하기에는 간사하다기보다는 졸렬했다.
만일 그것을 고발하더라도 뉴스에서 떠들어 댔으면 그걸로 족하지, 정부에서 나서서 고발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지금 일본의 총리대신이 아마…….”
“아베 신조입니다.”
“과연, 아베라.”
‘가지는 감상은 그놈이면 그럴 만도 했다.’보다는 ‘그놈이 그런 짓을?’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열심히 대한 외교에서 우호 노선을 쌓아 올리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래서 한국 정부도 대일 외교는 물론 외교적 수사나 제스처까지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최근에 노선을 바꿀 정도로 이익이나 이해가 상충하는 무언가가 있었나?”
평소라면 한반도에 신경 쓰고 있는 부시가 모를 리 없었지만, 지금은 그 평소가 아니었다. 실상 미국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덕분에 덩달아 준전시 상태였다. 자칫하면 핵이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야 이것을 민간에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평소 벙커니, 비상식량이니 저승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갈 것만 같던 생존주의자들은 알아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존주의자들의 분주한 움직임과는 달리 다행스럽게도 사재기가 일어나진 않아서 경제가 마구잡이로 요동치는 일은 없었다.
“대통령님이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원래 그들은 원수지간이 아닙니까. 대통령님이 말씀하시는 이익이나 이해가 상충하는 것들이 워낙 많아서 무어라 하나 꼽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뭔가 있을 텐데. 화약고에 아무리 화약이 많아도 그냥 화약이 많은 거지 불씨가 많은 건 아니지 않은가?”
“구태여 꼽아 보자면, 가장 최근에 떠오르기 시작한 문제는 EEZ(배타적 경제 수역) 문제입니다.”
중동과 중국에 집중하느라 그동안 밀려 있었던 보고서를 읽기 시작하자 대충 무슨 일인지 파악되었다. 사실 그동안 우호 노선을 걷긴 했지만, 정작 그 우호 노선을 걷는 동안 청산된 문제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선 가장 첫 번째가 위안부 문제였고, 다음으로는 야스쿠니 신사 문제였다. 이외에도 많은 분쟁 요소가 있었지만, 현재 양측 국민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는 것은 대부분 일제가 대한을 식민지로 만든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니 쉽게 청산되지 않을 수밖에. 그야 임진왜란 등 더 뒤로 돌릴 수는 있겠지만, 정상적인 관계라면 국민감정 정도라면 모를까 외교에서 이 정도로 서로를 증오하진 않는다.
“7광구인가. 이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지.”
7광구에 자세하게 서술하기에 앞서 부시가 이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이 7광구에 거대한 엿을 먹였기 때문이었다. 김갑환이 죽을 때까지도 제대로 개발은커녕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곳에서, 공사판 노다가 십장이 엿을 먹을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만, 그게 놀랍게도 존재했다.
이 7광구를 소재로 한 동명의 영화 덕분이었다. 길게 서술하지는 않겠으나, 이 영화 때문에 늦바람이 난 중요한 연애사가 실패했다는 정도만 기술하겠다.
어쨌든 제7광구가 작년부터 재조명되면서 공산당에서는 정황상 어쩔 수 없이 한국 손을 들어줬다. 리커창의 주도였는데, 일단 지금은 급하니 대충 한국 쪽 손을 들어주고 나중에 말을 바꾸면 그만이라는 논리였다.
실제로는 이것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고 옌볜조선족 자치주까지 떼어 줬으니 비위 좀 적당히 맞춰 가면서 뽑아 먹을 건 죄다 뽑아 먹어야겠다는 심정인 데다가, 본래부터 한국이 제7광구라고 주장하는 해역은 완전히 동중국해라고 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익히 알고 있었고, 구태여 따지자면 일본 쪽이 더 가깝긴 했다.
게다가 EEZ를 물려서 ‘영해를 내줬다’기보다는 ‘공동으로 개발’하는 데 동의했다는 사실에 가까웠다. 물론 당분간은 국내를 정리하는 데 바빠서 한국이 제7광구를 가지고 조리를 하든 말든 기도 못쓰겠지만, 언젠가 한국이 이 7광구에서 진짜로 석유를 뽑아내는 날이 오면 그때 수저나 얹으면 그만이었다.
어쨌든 전쟁이 나기 전의 중국이라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그다지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는 장소였고, 어쨌든 기폭제가 된 건 한국이 7광구라고 명명한 해역을 중국과 공동으로 개발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항의는 대부분 무시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나름 신경을 써서 최대한 일본과 이권이 겹치지 않는 동중국해 쪽으로 탐사하고 있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머리가 아프군.’
이건 누구의 손을 함부로 들어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도 일본도 미국에 있어서는 중요한 우방국이자 동맹국이었다. 그야 의회에서는 일본 손을 들어주겠지만, 부시는 내용물의 출신 성분이 성분인지라 한국 손을 들어주고 싶어 했다.
정확히는 중립을 지키고 싶어 했지만, 중립을 선언한다는 행위 자체가 한국을 지지한다는 소리나 다를 바 없었다. 생각해 보라. 미국이 중립을 선언하면 중국과 한국의 공동 개발에 반대하는 나라라곤 결국 당사자인 일본밖에는 없잖은가.
어쨌든 이 상황은 터무니없이 곤란했다.
“그냥 저 상황을 당분간 모른 척하지. 무응답으로 일관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지금은 저 두 나라의 다툼보다는 싼샤댐이 더 문제야. 저게 터지면 정말로 다 죽어.”
그렇지 않아도 은연중에 주목을 받고 있던 싼샤댐은 이젠 세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줄곧 호사가들의 관심사부터 밀고 밀리는 전투 결과에 이르기까지 중구난방이었던 전선이었지만, 이젠 오로지 이 댐이 터지냐 마느냐의 여부만이 모든 이목을 집중 받고 있었다.
실로 아이러니하게도 싼샤댐은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소로 완공되었을 무렵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나마 자연재해에 의한 것이라면 넘칠지언정 붕괴하는 일은 없을 터였지만, 핵을 한 발도 아니고 여러 발 박아 넣는다면 제아무리 튼튼한 댐이라도 부서지게 되어 있다.
부서지면 억눌려 있던 양쯔강이 해방되며 말 그대로 경로상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었고 이는 중국은 진정한 암흑기에 빠져들 것이었다.
중국이 가장 강점으로 삼고 있던 인적자원은 증발할 터였고, 만약 인적자원을 고스란히 살리더라도 파괴된 도시는 다시 되살리지 못할 터였다. 천만금을 들여도 안 되고 억만금을 들여도 불가능했다. 이는 그런 부류의 인재(人災)였다.
사태의 심각성에, 예전부터 환경 문제로 싼샤댐에 반대하며 천벌이 내릴 것이라고 비웃었던 이들조차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댐이 터져서는 안 된다며 입을 모아 제멋대로 지껄였다.
“하지만 그게 더 저희에겐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중국이 피폐해지면 피폐해질수록 결국 큰 손인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중국의 경제는 물론 다소 어렵겠지만, 필요하다면 약간의 영토를 가져가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19세기 시절 식민 제국의 홍콩 같은 조차지 같은 것은 아니었다. 해외 주둔지에 적용되는 치외법권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실상 반쯤 미국의 영향권이라는 소리이기도 했다. 자치권을 거세하는 일은 없겠지만, 국방에서는 좋든 싫든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야 일단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인 이상 중국이 철수해 달라고 공식으로 이야기하면 철수할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리커창의 중국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이미 리커창은 미국과 엮일 만큼 엮여 있었고, 리커창이라는 인물도 미국을 빼놓고 무언가를 논하기에는 너무 미국이라는 존재감이 커져 있었다.
그러나 이는 부시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건 나더러 ‘윤리’를 저버리라는 소리인가?”
그동안 현실과 다소 타협하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놓고 무시한 적은 없었다. 정상적이라면 그런 외교나 정치는 손해를 봐야겠지만, 부시의 통치는 그 ‘정상’이 아니었다. 미래 지식을 기반으로 그럭저럭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모든 일과 타협했고, 초강대국 미국이 가지고 있는 철권을 제 입맛대로 휘두르는 방식으로 타협에서 오는 손해를 무마했다.
부시는 스스로 최고나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고, 김갑환의 서민적인 감성과 이 몸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선함은 싫어도 이런 길로 걷게 했다.
“그냥 그렇다는 소리입니다.”
부시의 단호한 결의를 들어 멋쩍어진 비서실장이 다음 보고서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이게 우리의 최선인가?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를 투입한 사일로 제압 작전?”
“대통령님이 좋아하시는 그 평화 유지를 위해서 가장 나은 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군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 삼아 미사일을 싼샤댐에 발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가장 안전한 작전인 셈이죠.”
그래서 그런지 군 장성 중에는 아예 그냥 발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부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땅이 개판이 되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막말로 그들은 저 싼샤댐이 터져도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야 부시처럼 윤리니 뭐니 가져다 붙이면서 터지지 않기를 비는 사람이 대다수이긴 했지만, 어쨌든 군부에서는 저 댐이 터지길 기대하는 사람이 적잖아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전쟁만 했다 하면 가져오는 소식은 오로지 승리만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그렇지. 아마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핵미사일을 발사하진 못할 거야. 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그 순간이 바로 중국이나 미국에 걸어놓은 족쇄를 스스로 풀어 버리는 꼴이니 말이야. 다만…….”
오늘따라 말을 흐리는 부시였다. 평소와는 달리 모든 것이 모호하니 그럴 만도 했다.
“공산당의 협조로 사일로 위치는 전부 파악했고……. 사일로가 아니라 이동형으로 숨어 있던 2기는 위성에 잡혔지. 이렇게 되면 어쩌면 공군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아도 그 이야기로 아주 다사다난합니다. 공군은 막대한 예산을 퍼먹고 있는 F-22를 어떻게든 사용하고 싶어서 난리입니다. 지금이야 대통령님이 지켜 주고 있지만, 저걸 어떻게든 유지하고 예정 대수만큼 뽑아내고 싶으면 실적이 필요하니까요.”
비서실장이 말하진 않았지만, 아마 육군이나 해군도 한마디씩 했을 터였다.
“그냥 전부 한 번에 실행할 수는 없겠나?”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만, 기도비닉 유지를 위해서 병력은 적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이렇게 하지. 델타포스는 델타포스대로 투입하고 공군은 공군대로 대기하도록 하게. 혹시 모르지. 활약할 수 있을지.”
중국에서 공산당의 묵인 아래 그동안 칭다오에서 놀고만 있던 미군의 일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