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49화(350/377)
< 349편 >
싼샤댐이 박살 났다.
유사시를 대비해서 수문을 전부 개방하고 마구잡이로 물을 뽑아내고 있었다지만, 그래도 이 천문학적인 수량은 하루아침 사이에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결국 저수위(155m)로 내려가고 있었던 싼샤댐은 막대한 양의 물을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중국이 입은 피해는 그동안 모두가 두려워했던 것과는 달리 썩 그렇게 심대하진 못하였다. 그럼 이게 그동안 싼샤댐이 무너지면 다 죽는다고 주장하던 과학자들과 토목 전문가들의 설레발이었느냐?
물론 그런 건 아니었다. 정말로 그들의 말대로 되었다면 중국 동남부는 재기 불능의 타격을 받았을 터였다. 양쯔강 하류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파괴되었을 터였다. 사람도, 도시도, 자연도 모두.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
댐의 ‘전체’가 아닌 댐의 ‘일부’가 터졌다.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겠지만 실제가 그러했다. 기적적으로 댐의 상부 중 일부가 미사일로 인해 터지면서 물을 뿜어 댔지만, 중부와 하부는 멀쩡하게 살아남아 수위가 좀 줄어들었을지언정 듣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수량이 동남부를 휩쓰는 가장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 냈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일단 댐이 터진 건 사실이었다. 댐에서 나온 막대한 양의 물은 마치 한 마리의 수룡처럼 양쯔강을 따라 이창시, 장저우시, 웨양시, 우한시, 심지어는 난징시와 상하이시 등, 그냥 양쯔강에 접해 있는 수십 개의 대도시와 농지를 집어삼켰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싼샤댐 붕괴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는 극히 일부의 사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홍수 때문이 아니라 피난 도중에 사고를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피난이 제대로 이루어졌느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글쎄올시다였다. 그냥 도시 하나도 아니고 양쯔강에 접해 있는 모든 도시다. 고작 수천만 단위도 아니고 ‘억 단위’로 전쟁으로 인해 이성이 마비된 인간을 통제한다는 게 말이나 되겠는가?
게다가 대피한다고 해도 사람만 옮기면 그만이던가? 그들이 지낼 거처와 식량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거처라고 해도 썩 그렇게 거창한 건 없고 비바람 막을 지붕만 있으면 그만이었지만, 억 단위가 되니 그것을 마련하는 것조차 실로 힘든 일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당시 광저우-난징 연합이 공산당 다음으로 싼샤댐 붕괴를 가장 경계하고 있었기에 ‘대응 매뉴얼’을 짜 놓은 덕분에 공산당은 한결 수월하게 대피시킬 수 있었다. 실상 이들을 움직인 것은 전 광저우-난징 군벌 소속들이었으니 혼선이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들이 몇몇 대피소를 지을 수 있었지만, 이는 제대로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그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상당히 허접한 건물들이었다. 전시 상황이라는 특수성과 예산 부족이 맞물려 만들어진 문제였는데, 심지어 이 대피소들은 시민들을 전부 받아 줄 정도의 규모조차 아니었다. 기껏 해 봤자 100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었다.
물론 전시 상황에서 예산 부족까지 겹쳐 있는데 그 와중에 100만 명이면 충분히 노력한 것이긴 했지만, 붕괴한 싼샤댐에서 흘러나온 탁류는 인간의 사정이나 노력까지 일일이 봐주진 않지 않은가.
그리하여 공산당은 가히 기적과도 같은 논리를 내세우는 것으로 이를 무마할 수 있었다.
그 기적의 논리란 바로 이주하는 이들이 직접 대피소를 만들게 하는 자급자족의 극한이었는데, 대피 인원을 모조리 땅이 남아도는 후베이성, 산둥성, 허난성, 산시성, 장쑤성, 안후이성 등. 다시 말해 지난 선전에 황폐화가 된 땅에 1억을 모조리 박아 넣을 계획을 짜냈다.
그래서 그게 잘 돌아갔느냐고 하면, 의외로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었다. 자급해서 지은 만큼 심각할 정도로 허접스러운 대피소였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고, 물에 휩쓸려 죽는 것보다는 더 나았다.
문제는 도리어 식량 문제였다. 위생 문제야 어차피 영구 정착도 아니고 짧으면 한 달. 길어 봤자 반년 정도 사용할 대피소니 애써 무시한다고 해도 식량은 지속해서 소모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억 단위 인민을 전부 먹일 만한 식량이 있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예’였다. 그래서 그 식량을 제대로 배급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아니오’였다.
애당초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는 것부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선 가장 먼저 10분의 3 정도가 통제에서 벗어나 중국 각지로 흩어졌다.
이들은 당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이었는데, 보통 친척이나 고향을 찾아 떠난 것이었다. 문제는 교통편이 없다시피 한 게 문제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도살장에 끌려가는 건 아니었지만, 이젠 당이 무슨 말을 해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었다는 말이었다.
이를 두고 당원들은 하나같이 크게 노하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그야 신경 쓰고 싶지 않을 턱이 없었다. 수천만의 인민이 제 살길을 찾아서 공산당의 통제를 거부했다는데 이 어찌 신경 쓰지 않을 일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들을 전부 잡아 오는 일 같은 건 불가능했다.
지금 남아 있는 인민들만 해도 통제 불능인데 그들을 어찌 잡아 온다는 말인가? 도리어 지금 당장 행정력에 여유가 생기게 되니 모른 척 눈감아 줬다.
그리고 피난길에 오른 10분의 1은 도중 인민해방군에 입대했다. 권력에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도 있었고 가족들만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보편적인 생각은 ‘군인이면 밥은 제대로 챙겨 주겠지.’라는 심정으로 들어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했다. 좀 상태가 개판이긴 했지만, 그래도 빚을 내서라도 군인을 굶기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굶주린 군인이 가장 먼저 하는 게 무엇이겠는가? 그야 처음에는 단순한 투덜거림 정도일 터였다.
그것이 심화한다고 하더라도 기껏 해 봤자 산발적인 프레깅이나 쿠데타 혹은 탈영에 불과할 터였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하면 그게 도적 떼고 산적 떼가 아니겠는가?
어쨌든 나머지는 제대로 통제를 따라 주었고 육체노동에 시달렸다. 그래도 자신들이 지낼 거처인 데다가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당의 높으신 분들이 직접 시찰 나오기도 하고 물자도 자주 뿌려서 도적 떼로 돌변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대피소를 짓던 10분의 1은 제 도시로 돌아갔다. 적어도 싼샤댐과 가까이 있던 도시들은 완전히 침수되었으나 완전히 하류에 있는 난징이나 상하이 같은 도시는 홍수가 아니라 장맛비 수준의 침수만을 겪어 당에서 돌아가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아까도 말했듯이 식량이었는데, 이는 대부분 러시아와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국가였지만, 군벌이 행정에는 그리 유능하지 못하여 이래저래 수탈했던 탓에 자급자족만으로 이 많은 피난민을 먹여 살리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야 하는데, 이제 막 전쟁이 끝난 판국에 억 단위 피난민에 그게 가능할 턱이 있나?
그래서 결론만 요약하자면. 중국은 미국과 손을 잡아 어떻게든 이 사태를 수습하고 있었다. 피해를 본 국가는 중국만이 아니었다.
***
“대통령 각하. 양쯔강에서 흘러나온 민물로 인해 양식장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 중에서 이번 싼샤댐 붕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기분이 참으로 좆같구먼.”
“예?”
“아무것도 아닐세. 잊게, 잊어.”
현원섭은 저도 모르게 내뱉은 거친 언사에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마음만 같아서는 대책이 아니라 욕설을 이어 나가고 싶었다. 대책이 서질 않는데, 무슨 대책을 세운단 말인가? 뭐 서해에 천일염이랑 암염이라도 풀어서 염도라도 높일까?
아니면 무슨 노아의 방주처럼 커다란 수조에 서해에 사는 모든 종류의 물고기를 보존하는 대대적인 구출 작전이라도 펼칠까? 하긴 노아의 방주에서는 육지 생물이기라도 했지, 구출해야 할 대상이 물고기다.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그 물고기란 말이다. 한숨이 나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싼샤댐 붕괴 시 피해를 방지하겠답시고 방출한 막대한 민물 덕분에 서해는 망가지다 못해 개판이 되어 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나마 동해는 멀쩡해서 다행이지.’
저 댐이 완전히 붕괴했다면 아마 추측이지만, 동해까지 박살 났을 터였다.
“그…… 원전은 어떻게 되었다고 하던가?”
사실 원전이 홍수에 휩쓸렸으면 벌써 보고서든 뭐든 올라와서 난리가 났겠지만, 현원섭은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다행스럽게도 원전이 있는 난징과 상하이는 거의 피해가 없다고 합니다.”
“그것참 다행이군. 그나마 민물에 방사능이 섞여 들어오진 않았으니 말이야.”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다행이었다. 지금이야 어민들 달랠 생각만 하고 있지만, 진짜 방사능까지 흘러나왔으면 어민이 아니라 국민 여론 그 자체를 상대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그럼 일단 한시름 놓았다고 봐도 되겠지.”
현원섭은 의자에 몸을 묻었다.
길고 길었던 중국 내전은 드디어 끝이 났다. 마치 피날레 폭죽이라는 듯 댐 하나를 터뜨리긴 했지만, 그게 한국에 치명적인 일격이 되진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도리어 국가적인 관점에서는 기어코 댐을 터뜨렸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양쯔강을 따라 있던 공업단지가 전부 침수되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소비재를 어디서 충당하겠는가?
식량이야 미국하고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질 좋은 소비재는 한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값싼 소비재를 보충할 수 있는 나라야 널리고 널렸지만, 적당한 질과 가격의 비례가 맞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야 바다 건너에 일본이라는 적수가 있긴 있지만, 그쪽은 적당한 가격을 형성할 수 없을 터였다. 게다가 국제 정치라는 것도 있으니 결국에는 한국산 소비재를 사용하게 될 터였다. 그 말은 즉, 현원섭이 말했듯이 한시름 놓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중소기업이 다발적으로 창업 신화를 이룩했고, 막대한 수요에 의해서 그동안 이래저래 돈만 괴물같이 소비하던 경제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북한 지역도 조금 진정될 터였다.
집무실의 내선 전화가 울린 건 현원섭이 기분 좋게 붉게 충혈된 눈을 마사지하고 있던 도중이었다. 현원섭은 알 수 없는 불길함에 막상 수화기를 잡고도 들어 올리는 것을 주저했지만, 정말로 받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결국 수화기를 들었다.
“뭔가?”
수화기에서 들려온 소식은 잠시나마 존재했던 현원섭의 안도감을 모조리 갈기갈기 찢어 놓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대통령님, 지금 막 미국에서 중동에 군대를 파견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