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51화(352/377)
< 351편 >
한국이 해외에 군대를 파병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산더미처럼 있었다. 통일 이후로 꾸준하게 괴롭혀 오는 경제 문제도 있었고, 문화적인 문제로 북한 청년 일부를 병으로는 쓸 수 있을망정 간부로는 기용하지 못하는 탓도 있었다. 이게 차별이랍시고 논쟁이 된 것도 있었고 여하간 말만 하면 문제점만으로 몇 년을 토론해도 모자랄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막말로 현원섭의 대답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까!’였다.
그런데도 현원섭이 게거품을 물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하필 그 파병 요청의 주체가 ‘미국’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다못해 국방부 장관도 아니고 한국의 경제를 저당잡고 있는 미 대통령의 부탁이란 말이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다소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이 지금 그나마 상태가 이 정도인 건 온전히 조지 W. 부시라는 인간의 자비였다. 그야 미국에서는 한국에 이토록 신경 써 주는 일 자체가 의회에서는 최악이겠지만, 한국에서 조지 W. 부시의 위상은 마치 임진왜란 시절 만력제와도 같았다.
“보고서.”
“예?”
“9사단 파병 보고서는 어디 있는가?”
9사단은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었다. 중국은 여전히 일부 반군으로 인해 크고 작은 내전으로 일어나기도 했고 경제적으로도 이래저래 개판이었지만, 제1목표였던 군벌 자체는 대한민국이 정통 정부인 공산당에 무사히 전부 흡수되었다.
따라서 공산당은 파병되어 있는 9사단을 껄끄럽게 생각했으며, 한국 여론도 청년들이 죽어 나고 있는 사실 자체를 그리 좋게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9사단은 장병들의 희망대로 철군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제 중국 대응은 온전히 외교부의 소임이지 국방부의 소임이 아니게 되었다.
어쨌든 파병 나간 9사단의 30%는 사실상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몸이 되었다. 그 30% 중 80%가 저승으로 가게 되었고 그중 대다수는 시체도 찾을 수 없는 불귀의 객이 되었다. 이는 온전히 화력의 발전으로 인한 것이었다.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손가락 마디 수준의 검은 살점 조각을 당신 아들의 것이라며 한국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 경우에는 막사와 텐트에 있던 개인 물품을 유품이랍시고 돌려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이 9사단은 지금 어디에 또 파병을 보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야 진짜로 보내려고 작정한다면 못 보낼 것도 없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사단을 하나 레고 조립하듯 해야겠지만, 어쨌든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럴 만한 이유가 없었다. 일단 그들이 자원병이긴 하지만 어찌 또 만리타향에 국익을 위해서 죽으라고 내몰 수 있단 말인가?
“부드럽게 한번 거절해 보도록 하지. 상황하고 간을 좀 봐야겠어.”
“저, 근데…….”
“또 뭔가?”
“문서를 자세히 보면 알게 되실 겁니다.”
“문서는 무슨 문서?”
당연히 그건 파병 요청이 적혀 있는 외교문서를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상 말이 외교문서고 조지 W. 부시가 개인적으로 적어 놓은 편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외교적 수사로 적혀 있음에도 개인의 감정이 팍팍 묻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무려 4장에 이르는 길고 긴 외교문서를 전부 읽었을 때 현원섭은 난생처음으로 자신이 이토록 표정을 일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류를 전부 읽었을 무렵에는 절대로 보내지 않겠다는 현원섭의 결의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 버렸다.
“이…… 씨발. 이 양반은 이상하게 우리나라를 너무 잘 알고 있어.”
외교문서의 마지막쯤에는 ‘한국군이 거절할 경우, 일본 자위대에 파병 요청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릇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이보다 더 큰 도발은 없었다. 사실 21세기가 아니라 20세기나 19세기로 돌아가도 비슷할 것 같지만, 하여간 단순한 문장만으로 굳센 결의를 가진 사람의 심리를 흔들어 놓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리고 미합중국의 대통령 부시는 해냈다. 대한민국 대통령 현원섭의 심기를 드디어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로 움직일 수는 없지.”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이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의 심상을 흔들어 놓았다고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그야 대통령이 결의하고 밀어붙이면 안 될 것도 없겠지만, 그럴 명분도 이유도 없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일본에 밀린다면 다소 모욕적이고 치욕적이긴 하나, 모욕과 치욕으로 한참 경제를 굴려야 할 20~30대를 전쟁터로 밀어 넣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반대로 말하면 전쟁 관련만 아니었다면, 무조건 ‘일본? 절대로 질 수 없지!’가 되었으리라.
‘물론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파병이 맞긴 맞는데.’
첫째로 위에서도 말했듯이 파병을 요청한 게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 덧붙일 것도 없었다.
둘째로 파병을 해서 얻게 될 이득이 만만찮았다. 우선 일만 잘 풀리면 한국은 쿠웨이트라는 안정적인 원유 수급처를 얻게 될 터였다. 석유 전쟁으로 인해 석유값이 똥값이 되긴 했지만, 석유는 그래도 석유다.
석유는 이 21세기를 지배하고 창조했다. 다시 말해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물질이란 말이다.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그 안정적인 수급처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었다.
더불어 머나먼 중동의 소국이라지만, 외교적으로도 반백 년은 무리수만 두지 않으면 무조건 지지를 받게 될 터였다. 그야 영향력은 미국에 비하면 밀리겠지만, 어디 21세기에 그렇지 않은 나라가 존재하긴 하던가? 대한민국은 물론 모든 나라가 그렇지 아니하던가?
세 번째로는 군비 확충이었다. 통일 이후로 군비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었다. 다른 국가도 아니고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맞닿게 되었다. 그나마 일본은 바다라는 천혜의 국경선이 있긴 있었지만, 과학 기술의 발달과 이에 따른 군사 기술의 발달이 자연의 권위를 넘보고 있는 판이었다.
여기서 군비를 줄인다는 건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하책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은 그 하책이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궁지에 몰려 있었다. 이는 더도 말도 덜도 말고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여기에 숨통이 트인 것은 오로지 미국 덕택이었다.
도리어 군비를 늘려야 하는 판이었는데 날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줄고만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당장의 민생을 생각한다면 여기서 군비를 축소하는 게 맞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민생을 억누르고 군비를 늘리는 것이 맞았다.
그 일례로 지금 대한민국 해군은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군비 문제로 제동이 걸린 상태였다.
예를 들면 미국의 아스널십을 벤치마킹한 합동화력함과 머잖아 도입하게 될 F-35를 함재기로 한 경항모였다.
전자의 경우에는 엎어졌던 아스널십에 시동을 걸고 옹호했던 조지 W. 부시가 작년 이맘쯤에 아스널십 양산을 포기하면서 묘하게 붕 뜨게 된 경우였다. 이러한 와중에 통일로 인한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향후 10년 안에는 도입이 불가해졌다.
후자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이른 2차 FX사업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머잖아 일본이 F-35를 도입한다는 게 확실시되었던 때였다. 더불어 당시 KF-16 또한 그 한계를 여실하게 보여 주고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리하여 별 시행착오 없이 물처럼 흘러서 F-35가 확정된 것은 좋았으나, 문제는 그 가격이었다. 이제 막 양산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한 F-35는 대한민국의 국방 사업 특유의 후려치기가 먹히는 상대가 아니었단 말이다.
더불어 보통의 XF 사업이라면 경쟁자를 두고 그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보장하는 전투기를 선정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이번만큼은 이미 후보 중에 승리자가 정해져 있었다.
그럼 사업을 하나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공군 전력 증강이 ‘필수’였다면, 필수가 아닌 것 중에서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경항모는 침략이라면 모를까 방위에는 정말로 쓸모없는 것이었다. 그야 쓸모가 아예 없진 않겠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데 투자하는 게 나았다.
예를 들면 이번 F-35처럼.
“머리가 다 아프군.”
이걸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고 있던 이때, 몇 년 전부터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풍문이 절로 떠올랐다.
‘으음, 3선이라.’
그렇다. 3선이다. 현원섭의 3선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현원섭의 머리를 실시간으로 타악기처럼 두들기고 있는 조지 W. 부시의 3선 말이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도 단 하나뿐인 극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3선 개헌을 밀어붙이느냐 마느냐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한 나라의 외교 전략이나 운명마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전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나라에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의 수장이 지닌 생각이라는 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현원섭이 생각하기에 그 양반이 솔직히 3선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건 경험이 아니라 그냥 직감이었다. 물론 그저 직감으로 때려 맞추기에는 그 사안의 중대함이 마치 천근과도 같았다.
아마 이번에 거절하게 되면 굉장히 유감스러워할 터였다. 그 유감스러움이 얼마나 한국을 힘들게 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모르긴 모르되 굉장히 골치 아프게 될 터였다. 그 양반이 대통령인 이상 두고두고 괴롭게 될 터였다.
그렇다면 3선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권위와 뚝심으로 3선 개헌을 밀어붙였지만 도리어 그 반작용으로 3선에는 실패하고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에 집권한 미국의 대통령이 이 일에 대해서 꼬집어 주한미군을 빼내려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제는 많은 전략적 요충지가 있고 무엇보다 일본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젠 중국 내전으로 인해 비대하게 늘어나기까지 해서 실상 부담 그 자체였다.
솔직히 거론하는 것만으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지난날 미국의 외교 전략에 있어서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급이 떨어졌었다. 그나마 북한이라는 존재가 미국이 싫어도 한국을 향해 시선을 강제로라도 돌리게끔 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없다.
그야 완전 철수 같은 일은 없을 테지만, 이래저래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했고, 지금 상황에 무역 제재라도 당하는 순간 그냥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중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건 확실했다.
‘분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현원섭은 결국 본능이 아니라 이성의 손을 들어줬다. 파병 거절이 아닌 쿠웨이트 파병에 힘을 실어 주기로 한 것이다.
단지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더 많은 사람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선 더 젊은 사람들의 청춘을 내던져야만 한다는 현실에 개탄하고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해서 오로지 한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