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53화(354/377)
< 353편 >
아프리카는 미국의 힘으로 인해 억눌린 상태였다. 마치 그 모습은 끓어오르는 냄비 위에 뚜껑을 덮어 놓은 것과도 같았다. 김이 바깥으로 새어 나오지 못하면 종국에는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 뚜껑이 100t짜리라는 점과 용접까지 끝낸 상태라는 것만 빼면 말이다. 이렇게 되면 터지고 싶어도 냄비가 터지고 말지 뚜껑이 날아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딱 지금이 그런 경우였다. 아프리카에는 불만이 팽배하고 있는데, 미국이 미군과 CIA를 통해 막대한 힘으로 억누르고 있다 보니까 겉은 평온할망정 안은 천천히 압력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김을 조금이나마 빼 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그 김을 어디서 빼야 할까인데, 이건 더 찾아볼 것도 없이 수단과 남수단이 있었다.
CIA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래저래 미적지근하게 변하며 서수단은 아이에비 쟁탈전에서 발을 빼게 되었다. 수단과 남수단은 이제 한결 수월하게 서로 총부리를 겨눌 수 있었다. 문제는 운명을 같이해야 할 주변국 대부분이 발을 뺐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CIA의 수작질이었다.
이는 신흥국인 남수단보다는 수단에 치명적이었다. 이에 대해서 수단은 미국이 수단을 드디어 고사시키려고 한다고 여겼고 실제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고사시킨다기보다는 사로 균형을 맞추고 최대한 지원을 끊고 보급을 끊어서 전장 규모를 축소하려는 것이었지만, 다소 간과한 것이 있다면 인간은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서 싸우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본디 유전지대인 아이에비의 주인을 두고 다툴 작은 전쟁은 국운을 건 대전쟁으로 번지고 말았다. 왜 기껏해야 지역 하나를 차지하는 전쟁이 국운을 걸게 되었는가 하면, 이 전쟁을 위해서 가진바 모든 자원을 끌어왔기 때문이었다.
서수단이야 군비를 명백하게 한계 이상으로 무리하게 확충하면서 얻은 빚 같은 건 옛날 옛적에 CIA를 통해 배불리 받아먹고 청산한 뒤 먼저 잔치판에서 떠났다지만, 미국이 벌인 판에 초대받지 못해 파티에 끼지 못한 나머지 이들에게는 이제 뒤가 없었다. 남은 방법은 상대를 이긴 뒤 따서 갚는 수밖에 없었다.
옛말에 이기면 장땡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 지금의 불안정함이나 눈에도 보이는 삐걱거림은 모조리 이기면 해결할 수 있다. 열망의 도시이자 갈망의 도시인 아이에비를 점령하고 상대로부터 배상금을 뜯어내면 정말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었다.
배상금 지불로 인한 필연적인 숙적의 약체화, 석유 시추를 통한 경제 활성화, 반백 년을 결정할 국가 전략, 승패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심지어는 돈 없는 국가의 설움인 내부 갈등과 문제 해결, 승자의 권한인 역사서 저술, 수단의 경우에는 어쩌면 미국인들이 갈라놓은 조국 염원의 통일까지.
그렇게 단기전이었을 것이 도리어 미국의 개입으로 누가 먼저 때릴까를 결정하는 장기전으로 변하고 나니 주변국이 관심을 주지 않을 턱이 없었다. 그야 CIA가 서수단으로 주변국의 지지와 자원을 몰아주거나 남수단이나 수단에 지원이 가지 못하도록 막은 게 있긴 있지만, 어디 그들이 미국의 따까리던가? 무쇠 같은 힘으로 억압하고 당근을 흔들어 대니 어쩔 수 없이 따랐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지원하지 말라고 했지 전쟁을 하지 말라고 하진 않았잖은가. 궤변이긴 했지만 원래 외교라는 게 말장난 같은 거다. 하물며 정식 외교도 아니고 CIA를 통해서 들어온 압박이지 않았는가?
바로 그래서다. 소말리아부터 시작해서 에티오피아며 지부티, 에리트레아, 우간다, 케냐, 콩고 민주 공화국,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차드, 이집트, 리비아 등 수단 삼국의 경계에 붙어 있거나 일정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간을 보기 시작한 것이.
이 중에서 확실히 개입하지 않은 것은 이집트와 리비아였다. 이 둘은 자신들의 일로 너무나도 바빴다. 누군가를 지원하거나 전쟁에 끼일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전부 국내로 돌려야만 했다. 내전은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리비아의 경우에는 정부가 엎어지고 바뀌기 일보 직전이었다. 원래부터 내전의 조짐이 있던 나라였다. 그 와중에 소수민족이 반군. 그러니까 시민군을 결성한 것까지는 좋은데, 이것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못했다.
무려 일곱에 달하는 제 딴에 주장하기로 ‘정통 시민군’은 제각기 교전하고 있었다. 이것이 리비아 정부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원인이 되었다. 차라리 뭉쳐서 궐기했다면 정부군도 이를 진압하기 쉽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서로 교전은 하지 않되 밥그릇 싸움으로 인해 전선이나 작전이 최적보다는 정치로 인한 차선을 선택하게 되니 정부군에겐 실로 감사할 일이었다.
특히 이러한 점은 벵가지 방어전에서 도드라졌다. 지난날 시민의 안전을 완전히 배제한 작전을 펼친 중국에서는 썩 보기 드물었던 ‘정상적인 시가전’이었다. 압도적인 화력이 아닌, 각종 화력 지원과 거리와 골목 사이사이를 보병을 통해 점령하는 점령전 말이다.
정부군에서는 그저 굳건하게 버티었고, 시민군에서는 서로 손발이 맞질 않아 결국에 후퇴하게 되었다. 오로지 그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숫자에서 밀리던 정부군이 반격을 개시하기에는 너무나도 적절한 시기가 되었고, 결국 시민군은 내륙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래서 내부가 그래도 좀 안정이 되어 있는 다른 나라들은 사정이 어떠한가?
이들은 대부분이 미국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두말할 것 없이 이는 미국의 ‘원조’ 때문이기도 했지만, 군대를 통한 압박 때문이기도 했다. 미국인 몇 명 때문에 손익계산이고 나발이고 자국의 공군을 대규모로 투입했던 사건은 딱히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인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터였다.
실로 외교 결례 그 자체였지만, 그 어떠한 나라도 미국에 항의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의 미국은 그런 나라였으니까 말이다. 서로 정한 법 위에서 노는 그런 초월적인 국가였다. 극초강대국이란 그런 나라다.
어쨌든 설설 기는 것과는 별개로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손익을 계산하고 있었다. 이 전쟁에 어떻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게 자국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프리카가 아닌 보통의 국가라면 전쟁이 자국으로 번지지 않게 하게끔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마저도 불가하다면 전쟁에 참여하되 반드시 최소한의 손실로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다르다. 심심하면 터지는 게 내전이고, 하다못해 행정구역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심하면 군벌이 접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봉사처럼 전쟁을 피해 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금이야 미국의 원조로 어떻게든 군벌들을 굴복시키고 사실상 자치 수준으로 고립된 행정구역에 제대로 된 관료를 파견하는 등 안정되어 있긴 하지만, 못해도 10년 사이에 원조가 끊기면 이전으로 회귀다. 그렇다면 중앙집권을 강화할 보험 하나둘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전쟁이다!”
그렇게 대전쟁이 벌어졌다. 국경 하나는 더럽게 넓은 수단 삼국과 접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가 전부 참여하는 아프리카 전쟁이 벌어졌다.
비록 실제로 싸우는 건 수단과 남수단뿐이었지만, 국적 불명의 군대가 의용군으로 합류하는 일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었다.
“아프리카야 원래부터 개판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심하군.”
비서실장은 부시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좀 나아진 거죠.”
실로 그러했다. 오늘날의 아프리카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건 아프리카를 어떻게든 정상 범주로 돌리려는 미국의 노력이었다. 그것이 자연이든 시사든 휴먼이든 문화든 하다못해 환경이나 역사라도 다큐멘터리라면 반드시 미국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자연의 경우 원주민을 제외하면 인간이 당연하게 배제되지만, 내레이션을 통해 ‘지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희귀동물을 보호하고 있다.’나, 역사로 따지면 ‘세계유산이 있는 분쟁 지역은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평화를 되찾았다.’ 같은 말은 반드시 나왔다.
그도 그럴 게 애당초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나라나 방송사가 대부분 미국의 자본 줄이 닿아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노력이 거짓말이거나 과장되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 열심히 많은 재화를 퍼부었다.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돈만큼이나 원조를 받는 국가들이 고분고분해졌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중요한 건 이걸 그대로 방관하고 있다가는 우리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할 것이라는 점이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직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했던가?”
“아시다시피 서로 선전포고는 끝났습니다. 현지 요원들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 3일 전후로 확실하게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과연 그렇군.”
중동처럼 내전에 내전을 거듭하고 있으면 모를까 이런 사태는 별로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열심히 원조까지 받아먹고 있는 이들 아닌가?
그렇다면 대처 또한 매우 단순하고 간단했다.
“그럼 전부 닥치게 하면 되겠군.”
“예?”
“뭘 반문하고 있는가? 저들을 겁박하고 협박하게. 전부 뒈지기 싫으면 서로 싸우지 좀 말라고.”
부시가 내놓은 대책은 단순하다 못해 심지어 유치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그것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무작정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는 것과도 같았다. 원인이나 과정 따위를 무시하고 일단 원론적으로 ‘폭력은 나빠!’만 복창하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초등학교 교사 말이다.
“그게 먹힐까요?”
문제는 실제로 미국과 아프리카 소국들의 사이에는 그만한 격차가 있었다. 아프리카 전체와 싸워도 별 힘들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전쟁에서 미국이 진다면 둘 중 하나였다. 옐로스톤 폭발 같은 인류 전체를 뒤덮는 사상 초유의 자연재해나, 베트남 시절처럼 미국 국내의 대규모 반전 시위뿐이었다.
그리고 전자의 경우 부시가 아는 바에 의하면 그럴 만한 사태가 없었고, 후자의 경우 정말로 5년 넘게 장기화가 되지 않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정말로 없다시피 했다. 부시가 직접 열심히 미친 듯이 구축한 권위 탓이었다. 부시가 쌓아 온 것은 다른 대통령들이 쌓아 온 업적과는 궤를 달리했다.
정확히는 그 권위를 위한 ‘핑계’가 있었다. 미국은 지난날 테러리스트들에게 공격받았고 아프리카와 중동은 테러의 본산지였다. 그리고 미국인은 정말로 골수 반전주의자가 아니면 테러리스트라면 치를 떠는 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니 반전주의가 고개를 수그릴 수밖에.
게다가 점령이라면 몰라도 전쟁만이라면 21세기에 들어서는 죄다 한 달 이내로 끝난다는 보장도 있었다.
여하간 부시가 그들에게 해 줄 말은 오로지 하나였다.
“모조리 동이라크처럼 되기 싫으면 알아서 조용히 있으라고 하게.”